‘철새 도래지’ 민주당 왜?

새도 되니깐 개나 소나…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바람이 거세다. 여당과 문재인 대통령(이하 문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은 그 바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오는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서 민주당 깃발이 얼마나 꽂힐 수 있을지 주목되는 까닭이다. 시금석은 ‘험지’로 통하는 지역에 있다. 민주당은 오랜 시간 보수적 성향으로 다져진 지역을 대상으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여당과 대통령에 대한 지지만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민심을 혁파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정당에 몸을 담고 있던 전·현직 인사가 민주당 문을 두드리고 있다. 민주당 바람을 타고 선거승리를 기대하는 인사들과 보수성이 짙은 지역을 타개하고자 하는 민주당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상통한다는 해석이다. 반면 철새 도래지, 정치적 이합집산이라는 지적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 정체성이 흐려질 수 있다는 점과 당원의 비판 역시 감당해야 할 리스크다. 

선거 앞서
보수인사 영입

지난달 27일 김양호 삼척 시장이 민주당에 입당했다. 김 시장은 2008년 자유한국당(이하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을 탈당했고, 지난 6·4 지방선거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약 25%p라는 큰 차이로 삼척시장에 당선됐다. 

김 시장은 이번 6·13지방선거서 민주당 소속으로 삼척시장 재선에 도전한다. 

김 시장은 “원전백지화에 종지부를 찍어주는 정당에 가입한다고 주민들과 약속했다”며 “원전구역 고시해제를 약속한 민주당과 뜻을 같이하기로 했다”고 입당 이유를 밝혔다. 그는 “보수 텃밭이라 일컫는 영동지역서 당세 확장을 위해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는 심정으로 저의 모든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삼척서 승기를 거머쥘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삼척서의 승리는 단순한 선거구 1곳의 승리가 아닌 ‘보수 텃밭’이라 일컬어지는 영동지역에 균열을 낼 수 있는 기회로 평가된다.

강원도는 민주당의 험지로 꼽힌다. 보수세가 강한 이유에서다. 지난 6·4 지방선거서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은 18개의 기초단체장 선거구 중 단 1곳(원주)서 승리했다. 새누리당은 15곳서 승리를 거뒀고, 나머지 2곳(삼척, 속초)은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당시 무소속으로 당선된 이병선 속초시장은 작년에 한국당으로 입당했다.

이번 지방선거서 민주당의 고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선거서 상대적으로 민주당과 한국당의 격차가 크게 났던 곳은 총 10곳(춘천, 강릉, 동해, 태백, 고성, 횡성, 영월, 화천, 양구, 철원)이었고, 비교적 격차가 적은 곳은 총 5곳(인제, 홍천, 양양, 평창, 정선)이었다. 

격차가 컸던 10개 선거구 중 3곳(고성, 화천, 철원)에서는 현직 군수가 재선에 도전한다. ‘현역 프리미엄’과 함께 보수성을 띠는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이번 지방선거서도 한국당이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옷으로 갈아입은 한국당 인사
승리 전략은 보수인사 영입에 있다? 

격차가 적었던 5개 선거구 중 4곳(인제, 홍천, 양양, 평창)서도 현직 시장과 군수가 재선에 도전하지만 한국당의 일변도 승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인제와 홍천의 경우에는 리턴 매치가 주목된다. 
 


이순선 인제군수는 지난 선거서 맞붙었던 당시 새민련 최상기 후보(현 민주당 예비후보)와 만나게 됐고, 노승락 홍천군수도 당시 무소속 허필홍 후보(현 민주당 예비후보)와 선거전을 치르게 됐다. 특히 민주당 허 예비후보는 지난 홍천군수 투표 결과 0.64%p 차이로 석패했다. 

지난 양양군수와 평창시장 투표 결과, 상대 후보와의 격차는 각각 5%p, 9%p 정도로 상당한 수준의 격차는 아니었다. 지난 정선군수 선거 상황도 비슷했다. 이번 정선 군수 선거에 나서는 민주당 최승준 예비후보는 당시 새민련 후보로 나서 약 9%p 차이로 패배했다. 

민주당이 인제 등 4곳과 정선을 차지할 가능이 완전히 배제되지 못하는 이유다.

민주당의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3선 연임에도 이목이 쏠린다. 비록 3선 피로감과 춘천 레고랜드 사업 지연 책임과 같은 걸림돌이 있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의 개최와 남북 평화무드에 통로 역할을 했던 점 등을 내세울 때 이점 역시 충분하다.

최 지사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의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그 기로에 서있다는 평이다.  

‘진보의 불모지’로 불리는 경남도서도 민주당은 인사영입을 통해 반전을 꾀하는 모양새다. 당시 권민호 거제시장은 작년 4월 한국당을 탈당한 후 민주당에 입당했다. 그는 지난달 경남도지사 출마를 위해 시장직을 내려놓았다. 

행보를 이어갔던 그는 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경남지사 후보로 나서자 김 의원의 단일 후보를 지지하며 후보직서 물러났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허기도 산청군수는 지난 2월3일 한국당을 탈당한 후, 지난 2월7일 민주당에 입당했다. 허 군수는 “더 큰 힘으로 일 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일하고 싶다”며 “여당서 못다 한 고향 일을 하고 정치를 끝내고 싶다”고 밝혔다. 

허 군수는 이번 지방선거서 민주당 소속으로 재선에 도전한다. 산청군에 민주당이 깃발을 꽂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당 출신 경남지역 기초단체장들의 민주당 입당은 선거 구도의 변형을 야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남지사에 도전하는 민주당 김경수 의원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김 의원은 경남지역에 발을 내딛어 민주당의 오랜 숙원을 풀어주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의도가…
선거전략은?

아직까지도 경남은 민주당의 대표적인 험지로 평가된다. 지난 지방선거서 18개 기초단체장 선거구 중 새민련은 1곳(김해)서 힘겹게 승리했다. 당시 표차는 0.12%p였다. 이에 반해 새누리당은 14곳(창원, 진주, 통영, 고성, 밀양, 거제, 함안, 창녕, 양산, 남해, 함양, 산청, 거창, 합천)서 승리를 거뒀다. 나머지 3곳(사천, 하동, 의령)은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당시 무소속으로 당선된 송도근 사천시장과 윤상기 하동군수는 작년에 한국당으로 입당했다. 김해 지역과 무소속 후보의 난립으로 표가 흩어졌던 하동군을 제외하면 나머지 17곳 모두 새누리당과 새민련의 격차가 큰 편이었다.

경남지역 기초단체장 선거구 중 3곳(사천, 양산, 남해)서 현직 시장과 군수가 재선을 노리고 있어 민주당에게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러나 민주당은 보수성으로 다져진 경남에 균열을 낼 수 있는 환경에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당 내 공천 갈등이 그 이유다. 한국당의 갈등은 민주당의 ‘경남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질서가 잡히지 않은 당내 분위기는 민심에게서 외면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당은 창원시장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서 경선을 치르지 않았다. 한국당은 창원시장 후보에 조진래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를 공천하기로 했다. 조 전 지사는 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측근이다. 

이에 반발한 안상수 현 창원시장은 탈당과 함께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입장이다. 책임당원들 역시 공천에 반발해 집단 탈당을 예고했다.

사천시의 경우도 대동소이했다. 한국당 사천시장 후보로는 송도근 현 사천시장이 전략공천 됐다. 공천서 탈락한 박동식, 이종범, 송영곤 예비후보는 기자회견을 열어 송 시장의 공천 취소를 촉구했다. 
 


이들은 취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집단 탈당과 무소속 출마, 후보 단일화가 있을 것이라 밝혔다.

김해시의 경우 김동순 예비후보가 당과 갈등을 겪었다. 김 예비후보는 경선 룰이 불공정하다며 반발했고, 한국당은 김 예비후보가 두 차례의 경선 합의를 거부해 정장수 후보를 단수후보자로 공천했다며 해명했다.

남해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당 공천을 신청했던 이철호 예비후보는 “사전에 공천이 이미 결정됐다는 징후를 느꼈다”며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거창군의 경우 최기봉 예비후보자가 당내 경선방식에 대해 “경선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경선 날짜도 잡지 않고 서둘러 단수로 결정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보수 표밭’으로 일컬어지는 강원도와 경남은 강한 보수성을 보이는 지역적 특성과 현직 인사들의 재선 도전으로 인해 이번 선거서도 구도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한 선거에 보수층의 와해는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6일 CBS 의뢰로 박 전 대통령의 적정 형량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강원도에선 ‘과하다’는 응답이 17.4%, ‘부족하다’는 의견이 23.6%으로 나타났다. 

부산·경남·울산에선 각각 35.6%, 36.5%로 비교적 고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이 결속력을 잃은 보수적 민심의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보수텃밭
깃발 꽂나

또한 민주당과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강원과 경남지역 선거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지난 11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조사한 4월 2주차 주간집계 결과를 보면 민주당과 한국당에 대한 강원도의 지지도는 각각 39.0%와 26.0%다. 부산·경남·울산에서는 각각 44.8%와 27.8%의 지지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서도 강원도는 61.3%, 부산·경남·울산은 61.9%가 ‘잘한다(매우잘한다+잘하는편)’고 응답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 6·4 지방선거서 당시 새민련은 서울지역 25개 기초단체장 선거구 중 중구, 중랑구, 강남3구(서초구, 강남구, 송파구)를 제외한 20개 지역서 모두 승리했다. 패배한 5개 지역 중 특히나 강남 3구는 보수적 성향이 강한 곳으로 평가된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서 강남 3구에 민주당 바람을 일으키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강남구의 경우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이 공금횡령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민주당에게는 이 상황이 다소 호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송파구의 경우 한국당 소속 박춘희 현 송파구청장이 3연임에 도전한다. 
 

지난 선거 당시 새누리당 박춘희 후보는 새민련 박용모 후보와의 대결서 약 10%p 차이로 승리했다. 서초구서도 한국당 소속 조은희 현 서초구청장이 재선에 나선다. 당시 새누리당 조은희 후보는 새민련 곽세현 후보와의 대결서 약 17%p의 차이를 보이며 승리했다.

보수 성향 험지에 반전 노려
“당 정체성 흐릿해져” 우려도

이에 맞서는 민주당 예비후보 중에서 진익철 서초구청장 예비후보가 눈에 띈다. 진 예비후보는 5회 지방선거서 서초구청장에 당선된 인물로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진 예비후보는 지난 대선 때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며 민주당 옷으로 갈아입고, 문재인 후보 캠프서 활동했다. 

진 예비후보는 문 대통령의 책 <운명>서 문 대통령의 경남고 동기로 등장한다. 전 서초구청장으로서 중량감이 있는 인물인 만큼 민주당 후보로 나선다면 이번 서초구청장 선거서 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론 역시 민주당의 서울지역 선거 승리라는 목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11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조사한 4월 2주차 주간집계 결과 민주당과 한국당에 대한 지지도는 각각 54.1%, 14.7%다.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평가에도 68.6%가 ‘잘한다(매우 잘한다+잘하는 편)는 응답을 보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의 보수인사 영입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선거 승리라는 목표에 치우치다 보니 당선 가능성만 바라보고 영입을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로 인해 민주당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보수인사 영입에 따라 그 지역 예비후보자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도 간과하기 어렵다.

외연 확장이라는 당의 입장을 대승적으로 수용한다 하더라도 성실하게 선거를 준비해 온 후보자들에게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입 인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있다. 민주당과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오늘날처럼 높지 않았어도 입당할 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당내 잡음
비판 목소리


정치인과 정당이 선거 승리에 주안점을 두는 것에 대해 비판하기란 다소 무리가 있다. 선거서 승리해 입지를 다지고 정책을 실현하는 건 그들에게 있어 하나의 책무로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선거는 국민들로 하여금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무대이기도 하다. 다만 선거 과정서 보여지는 그들의 행보는 유권자들이 판단할 몫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6번’ 철새의 새 둥지는?

이인제 한국당 고문은 6·13 지방선거 충남도지사로 출마한다. 한국당은 이 고문의 전략공천을 사실상 확정했다. 

이 고문은 “나보다 젊고 유능한 인물이 나와 반드시 승리를 이끌어주길 고대했지만 홍 대표도 간곡하게 요청했고 당 재건을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다. 

이 고문은 지금까지 당적을 총 16번 변경했다. 이 고문은 통일민주당을 시작으로 민주자유당, 신한국당, 국민신당, 새정치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자유민주연합을 거쳐 국민중심당, 민주당, 중도통합민주당, 민주당, 통합민주당, 자유선진당, 선진통일당, 새누리당 그리고 자유한국당을 종점으로 한국당 고문 자리에 있다. <수>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본선 은 경선

민주당의 높은 지지율로 '당내 경선 승리가 곧 본선서의 승리'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른 후보들 및 지지자들 간의 네거티브 공방전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네거티브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는 데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인 전해철 의원을 비방한 트위터 계정 사건이 대표적이다. 

전 의원에 대한 허위사실과 문 대통령에 대해 원색적 비난을 쏟아낸 계정의 주인이 경기도지사 경선에 나선 이재명 전 성남지사의 부인이라는 논란이 발생했다. 경쟁과정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이지만 진흙탕 싸움이 지속되다 보면 지지자들 사이서 피로감을 호소할 가능성이 높다. <수>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