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도래지’ 민주당 왜?

새도 되니깐 개나 소나…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바람이 거세다. 여당과 문재인 대통령(이하 문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은 그 바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오는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서 민주당 깃발이 얼마나 꽂힐 수 있을지 주목되는 까닭이다. 시금석은 ‘험지’로 통하는 지역에 있다. 민주당은 오랜 시간 보수적 성향으로 다져진 지역을 대상으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여당과 대통령에 대한 지지만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민심을 혁파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정당에 몸을 담고 있던 전·현직 인사가 민주당 문을 두드리고 있다. 민주당 바람을 타고 선거승리를 기대하는 인사들과 보수성이 짙은 지역을 타개하고자 하는 민주당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상통한다는 해석이다. 반면 철새 도래지, 정치적 이합집산이라는 지적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 정체성이 흐려질 수 있다는 점과 당원의 비판 역시 감당해야 할 리스크다. 

선거 앞서
보수인사 영입

지난달 27일 김양호 삼척 시장이 민주당에 입당했다. 김 시장은 2008년 자유한국당(이하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을 탈당했고, 지난 6·4 지방선거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약 25%p라는 큰 차이로 삼척시장에 당선됐다. 

김 시장은 이번 6·13지방선거서 민주당 소속으로 삼척시장 재선에 도전한다. 

김 시장은 “원전백지화에 종지부를 찍어주는 정당에 가입한다고 주민들과 약속했다”며 “원전구역 고시해제를 약속한 민주당과 뜻을 같이하기로 했다”고 입당 이유를 밝혔다. 그는 “보수 텃밭이라 일컫는 영동지역서 당세 확장을 위해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는 심정으로 저의 모든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삼척서 승기를 거머쥘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삼척서의 승리는 단순한 선거구 1곳의 승리가 아닌 ‘보수 텃밭’이라 일컬어지는 영동지역에 균열을 낼 수 있는 기회로 평가된다.

강원도는 민주당의 험지로 꼽힌다. 보수세가 강한 이유에서다. 지난 6·4 지방선거서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은 18개의 기초단체장 선거구 중 단 1곳(원주)서 승리했다. 새누리당은 15곳서 승리를 거뒀고, 나머지 2곳(삼척, 속초)은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당시 무소속으로 당선된 이병선 속초시장은 작년에 한국당으로 입당했다.

이번 지방선거서 민주당의 고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선거서 상대적으로 민주당과 한국당의 격차가 크게 났던 곳은 총 10곳(춘천, 강릉, 동해, 태백, 고성, 횡성, 영월, 화천, 양구, 철원)이었고, 비교적 격차가 적은 곳은 총 5곳(인제, 홍천, 양양, 평창, 정선)이었다. 

격차가 컸던 10개 선거구 중 3곳(고성, 화천, 철원)에서는 현직 군수가 재선에 도전한다. ‘현역 프리미엄’과 함께 보수성을 띠는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이번 지방선거서도 한국당이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옷으로 갈아입은 한국당 인사
승리 전략은 보수인사 영입에 있다? 

격차가 적었던 5개 선거구 중 4곳(인제, 홍천, 양양, 평창)서도 현직 시장과 군수가 재선에 도전하지만 한국당의 일변도 승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인제와 홍천의 경우에는 리턴 매치가 주목된다. 
 


이순선 인제군수는 지난 선거서 맞붙었던 당시 새민련 최상기 후보(현 민주당 예비후보)와 만나게 됐고, 노승락 홍천군수도 당시 무소속 허필홍 후보(현 민주당 예비후보)와 선거전을 치르게 됐다. 특히 민주당 허 예비후보는 지난 홍천군수 투표 결과 0.64%p 차이로 석패했다. 

지난 양양군수와 평창시장 투표 결과, 상대 후보와의 격차는 각각 5%p, 9%p 정도로 상당한 수준의 격차는 아니었다. 지난 정선군수 선거 상황도 비슷했다. 이번 정선 군수 선거에 나서는 민주당 최승준 예비후보는 당시 새민련 후보로 나서 약 9%p 차이로 패배했다. 

민주당이 인제 등 4곳과 정선을 차지할 가능이 완전히 배제되지 못하는 이유다.

민주당의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3선 연임에도 이목이 쏠린다. 비록 3선 피로감과 춘천 레고랜드 사업 지연 책임과 같은 걸림돌이 있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의 개최와 남북 평화무드에 통로 역할을 했던 점 등을 내세울 때 이점 역시 충분하다.

최 지사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의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그 기로에 서있다는 평이다.  

‘진보의 불모지’로 불리는 경남도서도 민주당은 인사영입을 통해 반전을 꾀하는 모양새다. 당시 권민호 거제시장은 작년 4월 한국당을 탈당한 후 민주당에 입당했다. 그는 지난달 경남도지사 출마를 위해 시장직을 내려놓았다. 

행보를 이어갔던 그는 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경남지사 후보로 나서자 김 의원의 단일 후보를 지지하며 후보직서 물러났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허기도 산청군수는 지난 2월3일 한국당을 탈당한 후, 지난 2월7일 민주당에 입당했다. 허 군수는 “더 큰 힘으로 일 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일하고 싶다”며 “여당서 못다 한 고향 일을 하고 정치를 끝내고 싶다”고 밝혔다. 

허 군수는 이번 지방선거서 민주당 소속으로 재선에 도전한다. 산청군에 민주당이 깃발을 꽂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당 출신 경남지역 기초단체장들의 민주당 입당은 선거 구도의 변형을 야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남지사에 도전하는 민주당 김경수 의원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김 의원은 경남지역에 발을 내딛어 민주당의 오랜 숙원을 풀어주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의도가…
선거전략은?

아직까지도 경남은 민주당의 대표적인 험지로 평가된다. 지난 지방선거서 18개 기초단체장 선거구 중 새민련은 1곳(김해)서 힘겹게 승리했다. 당시 표차는 0.12%p였다. 이에 반해 새누리당은 14곳(창원, 진주, 통영, 고성, 밀양, 거제, 함안, 창녕, 양산, 남해, 함양, 산청, 거창, 합천)서 승리를 거뒀다. 나머지 3곳(사천, 하동, 의령)은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당시 무소속으로 당선된 송도근 사천시장과 윤상기 하동군수는 작년에 한국당으로 입당했다. 김해 지역과 무소속 후보의 난립으로 표가 흩어졌던 하동군을 제외하면 나머지 17곳 모두 새누리당과 새민련의 격차가 큰 편이었다.

경남지역 기초단체장 선거구 중 3곳(사천, 양산, 남해)서 현직 시장과 군수가 재선을 노리고 있어 민주당에게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러나 민주당은 보수성으로 다져진 경남에 균열을 낼 수 있는 환경에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당 내 공천 갈등이 그 이유다. 한국당의 갈등은 민주당의 ‘경남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질서가 잡히지 않은 당내 분위기는 민심에게서 외면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당은 창원시장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서 경선을 치르지 않았다. 한국당은 창원시장 후보에 조진래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를 공천하기로 했다. 조 전 지사는 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측근이다. 

이에 반발한 안상수 현 창원시장은 탈당과 함께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입장이다. 책임당원들 역시 공천에 반발해 집단 탈당을 예고했다.

사천시의 경우도 대동소이했다. 한국당 사천시장 후보로는 송도근 현 사천시장이 전략공천 됐다. 공천서 탈락한 박동식, 이종범, 송영곤 예비후보는 기자회견을 열어 송 시장의 공천 취소를 촉구했다. 
 


이들은 취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집단 탈당과 무소속 출마, 후보 단일화가 있을 것이라 밝혔다.

김해시의 경우 김동순 예비후보가 당과 갈등을 겪었다. 김 예비후보는 경선 룰이 불공정하다며 반발했고, 한국당은 김 예비후보가 두 차례의 경선 합의를 거부해 정장수 후보를 단수후보자로 공천했다며 해명했다.

남해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당 공천을 신청했던 이철호 예비후보는 “사전에 공천이 이미 결정됐다는 징후를 느꼈다”며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거창군의 경우 최기봉 예비후보자가 당내 경선방식에 대해 “경선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경선 날짜도 잡지 않고 서둘러 단수로 결정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보수 표밭’으로 일컬어지는 강원도와 경남은 강한 보수성을 보이는 지역적 특성과 현직 인사들의 재선 도전으로 인해 이번 선거서도 구도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한 선거에 보수층의 와해는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6일 CBS 의뢰로 박 전 대통령의 적정 형량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강원도에선 ‘과하다’는 응답이 17.4%, ‘부족하다’는 의견이 23.6%으로 나타났다. 

부산·경남·울산에선 각각 35.6%, 36.5%로 비교적 고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이 결속력을 잃은 보수적 민심의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보수텃밭
깃발 꽂나

또한 민주당과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강원과 경남지역 선거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지난 11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조사한 4월 2주차 주간집계 결과를 보면 민주당과 한국당에 대한 강원도의 지지도는 각각 39.0%와 26.0%다. 부산·경남·울산에서는 각각 44.8%와 27.8%의 지지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서도 강원도는 61.3%, 부산·경남·울산은 61.9%가 ‘잘한다(매우잘한다+잘하는편)’고 응답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 6·4 지방선거서 당시 새민련은 서울지역 25개 기초단체장 선거구 중 중구, 중랑구, 강남3구(서초구, 강남구, 송파구)를 제외한 20개 지역서 모두 승리했다. 패배한 5개 지역 중 특히나 강남 3구는 보수적 성향이 강한 곳으로 평가된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서 강남 3구에 민주당 바람을 일으키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강남구의 경우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이 공금횡령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민주당에게는 이 상황이 다소 호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송파구의 경우 한국당 소속 박춘희 현 송파구청장이 3연임에 도전한다. 
 

지난 선거 당시 새누리당 박춘희 후보는 새민련 박용모 후보와의 대결서 약 10%p 차이로 승리했다. 서초구서도 한국당 소속 조은희 현 서초구청장이 재선에 나선다. 당시 새누리당 조은희 후보는 새민련 곽세현 후보와의 대결서 약 17%p의 차이를 보이며 승리했다.

보수 성향 험지에 반전 노려
“당 정체성 흐릿해져” 우려도

이에 맞서는 민주당 예비후보 중에서 진익철 서초구청장 예비후보가 눈에 띈다. 진 예비후보는 5회 지방선거서 서초구청장에 당선된 인물로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진 예비후보는 지난 대선 때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며 민주당 옷으로 갈아입고, 문재인 후보 캠프서 활동했다. 

진 예비후보는 문 대통령의 책 <운명>서 문 대통령의 경남고 동기로 등장한다. 전 서초구청장으로서 중량감이 있는 인물인 만큼 민주당 후보로 나선다면 이번 서초구청장 선거서 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론 역시 민주당의 서울지역 선거 승리라는 목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11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조사한 4월 2주차 주간집계 결과 민주당과 한국당에 대한 지지도는 각각 54.1%, 14.7%다.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평가에도 68.6%가 ‘잘한다(매우 잘한다+잘하는 편)는 응답을 보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의 보수인사 영입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선거 승리라는 목표에 치우치다 보니 당선 가능성만 바라보고 영입을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로 인해 민주당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보수인사 영입에 따라 그 지역 예비후보자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도 간과하기 어렵다.

외연 확장이라는 당의 입장을 대승적으로 수용한다 하더라도 성실하게 선거를 준비해 온 후보자들에게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입 인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있다. 민주당과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오늘날처럼 높지 않았어도 입당할 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당내 잡음
비판 목소리


정치인과 정당이 선거 승리에 주안점을 두는 것에 대해 비판하기란 다소 무리가 있다. 선거서 승리해 입지를 다지고 정책을 실현하는 건 그들에게 있어 하나의 책무로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선거는 국민들로 하여금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무대이기도 하다. 다만 선거 과정서 보여지는 그들의 행보는 유권자들이 판단할 몫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6번’ 철새의 새 둥지는?

이인제 한국당 고문은 6·13 지방선거 충남도지사로 출마한다. 한국당은 이 고문의 전략공천을 사실상 확정했다. 

이 고문은 “나보다 젊고 유능한 인물이 나와 반드시 승리를 이끌어주길 고대했지만 홍 대표도 간곡하게 요청했고 당 재건을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다. 

이 고문은 지금까지 당적을 총 16번 변경했다. 이 고문은 통일민주당을 시작으로 민주자유당, 신한국당, 국민신당, 새정치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자유민주연합을 거쳐 국민중심당, 민주당, 중도통합민주당, 민주당, 통합민주당, 자유선진당, 선진통일당, 새누리당 그리고 자유한국당을 종점으로 한국당 고문 자리에 있다. <수>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본선 은 경선

민주당의 높은 지지율로 '당내 경선 승리가 곧 본선서의 승리'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른 후보들 및 지지자들 간의 네거티브 공방전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네거티브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는 데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인 전해철 의원을 비방한 트위터 계정 사건이 대표적이다. 

전 의원에 대한 허위사실과 문 대통령에 대해 원색적 비난을 쏟아낸 계정의 주인이 경기도지사 경선에 나선 이재명 전 성남지사의 부인이라는 논란이 발생했다. 경쟁과정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이지만 진흙탕 싸움이 지속되다 보면 지지자들 사이서 피로감을 호소할 가능성이 높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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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