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5대 대도시 판세 분석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4.09 11:28:41
  • 호수 11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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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는 이미 승자를 알고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6·13 지방선거가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는 예비후보들을 추려내는 과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광역단체장 선거서 1%의 승률이라도 올리기 위해 여야 지도부는 머리를 맞대고 논의 중이다. 선거 룰이 속속 정해지고 있으며 대진표도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일요시사>는 지방선거의 성적표라 할 수 있는 광역단체장 중에서도 5대 도시의 판세를 살펴봤다.
 

서울시장 선거의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은 지난 4일 장고 끝에 서울시장 선거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내심 서울시장 선거 낙승을 기대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입장에선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안 위원장은 지난 19대 대선서 21%의 득표율을 기록, 건재함을 과시한 바 있다.

격동의 서울
단일화 변수?

안 위원장은 서울시의회 본관서 열린 출마선언식서 자신을 ‘야권 대표선수’로 소개했다. 이어서 그는 “7년 전 가을 안철수에게서 희망을 찾고 싶어 하셨던 서울시민의 열망에도 답하지 못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그 죄송스러운 마음까지 되새기고 사과드린다.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의 출사표에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자신을 바로 야권 대표선수로 소개한 부분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최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서울시장 후보로 낙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야권 단일화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김 전 지사보다 우위에 서려는 안 위원장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공식적으로 안 위원장은 한국당과의 야권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야권 연대는 없다. 기득권 정당은 우리가 싸울 대상”이라고 일축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도 “단일화는 없으며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바미당은 소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민주당을 잡기 위해서는 야권 단일화가 필수라는 현실적인 주장이 양당서 제기되고 있다. 

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민주당 지지율이 50%인 상황서 두 야당이 모두 후보를 내는 것은 자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선거가 막판으로 치달을수록 야권 단일화의 불씨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했던 7년 전 상황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이는 이번 선거서 ‘양보론’ 프레임을 적극 사용할 것이란 선전포고와도 같다.

민주당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경선 승리가 곧 당선’이었던 판세가 한순간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 속으로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안 위원장의 출마에 날을 세웠다.

박원순 시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오늘(지난 4일) 안 위원장이 출마했으니 그분을 취재하는 것이 어떠냐”는 다소 공격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상호 의원은 “안 위원장의 출마선언문을 꼼꼼히 읽어봤는데 후보로서 준비가 잘 안 돼있다고 생각했다”며 평가절하했다. 박영선 의원도 “(서울시장은) 대통령을 꿈꾸다가 중도에 포기하거나 대선에 나가서 패한 사람들이 경쟁하는 자리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안 위원장은 박 시장이 타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지난 5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건 현장 방문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박 시장과 경쟁을 펼치고 있는 박영선·우상호 의원에 대해 “경선서 이길 가능성이 낮은 분들”이라며 “(두 사람의 비판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는 민주당과 한국당, 바미당 구도의 3파전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 박 시장의 승리 가능성이 높게 점쳤던 민주당은 서울시장 경선은 결선투표 도입 외에도 안 위원장의 출마로 셈법이 복잡해졌다.

설욕의 부산
리턴매치 성사?

민주당이 부산시장 후보로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장관을 단수공천하면서 한국당 후보인 서병수 부산시장과 리턴매치가 성사됐다. 지난달 16일 한국당은 일찌감치 서 시장을 부산시장 후보로 공천했으며 민주당은 지난 3일 오 전 장관을 단수공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앞서 오 전 장관 외에도 정경진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이 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경쟁을 벌였지만 여론조사에서 오 전 장관이 정 전 부시장에 크게 우위를 보이면서 민주당은 오 전 장관을 단수공천했다.
 

오 전 장관과 서 시장의 대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서 오 전 장관은 49.34%를 기록, 50.65%를 기록한 서 시장에게 단 1.31%포인트(2만701표 차이)로 석패한 경험이 있다. 당시 오 전 장관은 무소속이었다. 집권여당의 간판을 달고 설욕전에 나선 셈이다.

거물 등장에 서울 선거판 요동
오거돈 VS 서병수 빅매치 성사

서 시장은 현직 프리미엄을 활용하고 있다. 자신이 행한 시정을 적극 홍보하며 표심 잡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지난 5일을 서부산개발사업 추진상황보고회서 서 시장은 “모든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으므로, 서부산 개발 프로젝트 추진에 있어 발생되는 어려움은 현장을 자주 방문하고 점검하면 분명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관계부서에 현장을 자주 방문할 것을 주문하고, 서부산 그랜드플랜 사업들을 현장 중심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시장 선거에는 오 전 장관과 서 시장 외에도 바미당 이성권 예비후보, 정의당 박주미 예비후보 등이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있는 오 전 시장과 서 시장에게 견제구를 던지며 존재감 높이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 예비후보는 “민주당이 높은 지지율에 취한 오만함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며 “도대체 부산시민들은 언제까지 올드보이 오거돈과 서병수를 봐야 한단 말인가”라고 두 후보 모두를 비판했다. 


박 예비후보 역시 “부산의 미래를 다시 서병수나 오거돈에게 맡길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부산은 이번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이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무너진 보수진영의 건재와 문재인정부 1년에 대한 평가를 알아볼 수 있는 리트머스지다. 이에 총 4명의 예비후보들은 하나의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시민의 표심이 과연 어느 쪽을 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보수의 대구
이변 나오나?

민주당은 내친김에 보수의 심장을 겨냥하고 있다. 민주당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는 대구시장 후보 경선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1995년 첫 전국동시지방선거 후 민주당 계열서 대구시장 후보 경선이 진행되는 것은 23년 만이다.

이상식 전 국무총리 민정실장, 이승천 전 국회의장실 정무수석비서관, 임대윤 전 청와대 사회조정1비서관이 참여하는 대구시장 후보 경선을 통해 유권자들의 관심을 유도한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경선은 권리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각 50%씩 반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갈 경우 본선서 통하는 후보를 가려내기 어렵고, 100% 여론조사로 갈 경우 한국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자신이 지지하는 당을 위해 상대당 후보 중 경쟁력이 낮은 후보를 선택하는 행위)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각 50%를 반영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에서는 이재만 전 최고위원, 권영진 대구시장,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경선을 벌인다.

이 전 최고위원은 자유한국당 대구시장 경선과 관련해 “예상판세는 제 머릿속의 전략이 아닌 현장서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경선 기호가 결국은 순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전 최고위원은 경선 기호 1번이다.

권 시장은 “한국당 대구시장 후보 경선이 종반으로 치달을수록 당선 가능성이 높고, 본선 경쟁력이 높은 후보 쪽으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져 1강 3약의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지난 3일 TV 토론회 이후 부동층서 나를 지지하기로 마음을 굳힌 책임당원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감지된다”고 자신을 어필했다.
 

이 전 구청장은 한국당 책임당원 모바일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4일 “뿌린 만큼 거둔다는 마음과 각오로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대구 발전을 위한 현명한 선택을 기다리면서 당원동지 모두가 참정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전 장관은 “대구 시민의 높은 수준을 믿고 있다. 자식들의 앞날과 대구의 미래를 위해 능력 있는 시장을 선택할 것”이라며 “행정력과 미래비전, 실물경제 능력, 국제적 감각과 높은 청렴성을 가진 후보를 시민들이 선택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진보의 광주
대세론 굳히기?

광주시장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윤장현 광주시장의 불출마 선언과 ‘3자 단일화’ 등 민주당 경선이 급변하면서다. 윤 시장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시장이 되는 일보다 시장이 해야 할 일이 더 중요하다”며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재선 도전을 공식화한 지 불과 엿새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민주당 경선후보인 강기정·민형배·최영호 예비후보는 강 예비후보로 단일화를 이뤘다. 세 사람은 광주시의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론조사 결과와 시민사회의 의견 등을 바탕으로 단일화 협의를 거친 끝에 강 예비후보를 단일후보로 결정했다”며 “우리가 만들려는 시민공동정부는 세 사람의 공동정부가 아닌 시민과의 공동정부”라고 강조했다. 

앞서 세 사람은 지역 시민사회에 후보선출에 대한 전권을 위임한 바 있다.

보수·진보의 심장에서는…
여야, 중원에서 길을 찾다

이로써 민주당 예비후보는 3명으로 압축됐다. 단일후보로 확정된 강 예비후보와 양향자 예비후보, 이용섭 예비후보가 그들이다. 정치적 셈법이 복잡해진 민주당 예비후보 진영은 전략짜기에 고심하고 있다. 

변수는 과연 어떤 예비후보가 불출마 선언을 한 윤 시장의 지지층을 흡수하느냐다.

국민의당에 분리된 바미당, 민주평화당(이하 민평당)은 후보 확정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바미당 광주시당은 지난 4일 김대중컨벤션센터 중소회의실서 바미당 전남도당과 공동으로 개편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주선·유승민 공동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총출동, 본격적인 세몰이에 나섰다. 다만 아직 광주시장 선거에 나설 후보군이 안갯속에 가려있다.

민평당도 광주 지방선거 체제로 전환을 마무리했다. 최경환 광주시당위원장이 공천관리위원장을 맡고, 장병완·천정배·김경진 등 광주 국회의원들과 윤종록 조선대 교수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조배숙 대표는 최근 광주시장 선거의 현역 국회의원 차출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연 두 당이 광주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민주당을 꺾을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이다.

혼돈의 대전
중원 승자는?

민주당 대전시장 경선에는 박영순 전 청와대 행정관, 이상민 의원, 허태정 전 유성구청장 등 3명이 경합을 벌이는 중이다. 그런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경선서 결선투표를 전격 도입하기로 결정, 과연 어느 예비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권리당원 50%와 여론조사 50%로 진행되는 1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위와 2위 간 재투표를 진행될 예정이다. 박범계 수석대변인은 결선투표 도입 이유에 대해 “국민들의 경선에 대한 주목도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결선투표의 도입으로 2, 3위 간 연대 가능성이 높아졌다. 1차 경선 이후 과반 득표자가 없어 재투표가 이뤄지면 2, 3위 예비후보는 힘을 합쳐 일발역전을 도모할 수 있다. 막판 뒤집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경선 판세 전체를 흔들만하다.

반면 한국당은 경선 없이 박성효 전 대전시장 단일 체제로 선거를 준비 중이다. 전희경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지역 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지역 주민에 대한 애정, 여타 후보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봤다”며 박 전 시장에 대한 공천 확정 배경을 설명했다.

박 전 시장은 공천 확정 후 SNS에 “먼저 선의의 공천 경쟁을 벌였던 육동일 충남대 교수와 박태우 한국외대 초빙교수께 심심한 위로를 보내며, 그분들께서 제시하신 좋은 발전 정책과 비전들을 충분히 받아들여 함께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본선 티켓을 부여받은 박 전 시장은 본선 준비에 전념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또 공천서 탈락한 육 교수와 박 교수가 당의 결정을 곧바로 수용, 경선 후유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바미당은 남충희 예비후보를 사실상 후보로 내정한 상태다. 그는 바른정당 시절부터 대전시당위원장을 맡아 시당을 잘 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신을 경제통으로 소개하는 남 예비후보는 최근 ‘돈 버는 대전 정책발표 2탄’ 발표회서 “임기 4년 내에 좋은 일자리 1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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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를 내면서 지급보증 섰던 롯데건설에 보유지분 25%를 넘겼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사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사는 롯데건설로부터 지분을 일부 양도받은 것으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는 사실상 롯데건설인 셈이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49%)가 됐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