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공원여행 ②해남 우항리 공룡 화석지

타임머신 타고 중생대로

“공룡은 온혈동물일까, 냉혈동물일까?”“뼈만 남은 공룡 화석에서 암수를 구별할 수 있을까?”“익룡도 공룡일까?” 공룡에 한창 관심 많은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가끔 궁금하다. 전남 해남 우항리 공룡·익룡·새 발자국 화석 산지(천연기념물 394호)에 가면 답을 찾을 수 있다. 공룡 발자국 화석과 해남공룡박물관, 야외 공룡 조형물을 구경하고 어린이 놀이 시설에서 신나게 뛰어놀다 보면 하루가 짧다.

우항리 공룡 화석지는 해남읍에서 서쪽으로 20km 떨어진 곳에 금호호를 끼고 있다. 이곳은 세계 최초로 공룡과 익룡, 새 발자국 화석이 동일 지층에서 발견돼 주목받았다. 

볼거리 가득한 ‘해남공룡박물관’

이곳은 원래 바다였는데 영암과 해남을 잇는 영암금호방조제를 쌓으면서 해수면이 낮아져 드러났다고 한다. 발자국 화석은 하나씩 따로 찍힌 것부터 길게 걸어간 흔적까지 다양하다. 그중 새 발자국 화석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기록은 또 있다. 익룡 발자국 개수와 크기가 세계 최대이고, 대형 초식 공룡의 별 모양 발자국은 세계 최초로 발견됐다.


발자국 화석 위에는 지붕이 있는 보호각 3개를 세워 보호한다. 호수를 따라 천천히 산책하며 볼 수 있도록 배치했다. 매표소에서 가까운 1보호각은 조각류 공룡관으로, 발자국 화석 263점을 볼 수 있다. 조각류는 거대한 초식 공룡이며, 주로 두 발로 걸었다. 2보호각은 익룡·조류관이다. 아시아 최초로 발견된 익룡 발자국 화석 433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물갈퀴 달린 새 발자국 화석 1000여점이 관람객을 반긴다. 3보호각은 대형 공룡관으로, 발자국 내부에 별 모양이 있고 크기가 52~95cm에 이르는 화석 105점이 있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이 발자국 주인은 대형 초식 공룡이다. 


익룡은 공룡과 아주 가깝지만 진화 계통이 다른 ‘날개 달린 파충류’다. 앞발자국과 뒷발자국 화석이 함께 발견된 것으로 보아 땅에 내려오면 네 발로 걷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다른 파충류와 공룡을 구별 짓는 특징은 무엇일까? 바로 다리다. 악어나 도마뱀 같은 파충류는 다리가 옆으로 뻗어 배를 땅에 대고 걷지만, 공룡 다리는 몸통 아래로 늘씬하게 뻗어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3보호각까지 보고 나오면 어린이 놀이 시설이다. 공룡 모양 미끄럼틀, 정글짐, 모래 놀이터, 그네 등 놀이기구가 많아 지루한 줄 모른다. 해남공룡박물관으로 향하는 길에 우항리 지역의 백악기를 재현한 사파리 존이 조성돼 눈길을 끈다. 백악기는 공룡 전성기인 중생대 맨 마지막 시기다. 목이 긴 초식 공룡 마멘키사우루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육식 공룡 모노로포사우루스 등 거대한 공룡 조형물 10여종이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 생생하다. 


사파리 존을 지나면 언덕 위에 우뚝 선 흰색 건물이 해남공룡박물관이다. 벽을 뚫고 탈출하는 말라위사우루스는 박물관 인기 스타. 전시실은 지상 1층, 지하 1층으로 구성된다. 1층 우항리실에서 시작해 지하로 내려가며 공룡 과학실, 공룡실, 중생대 재현실, 해양 파충류실, 익룡실, 거대 공룡실, 새의 출현실, 지구과학실 순으로 관람한다. 

세계 최초 발자국 화석 동일 지층서 발견
발자국 개수·크기·모양까지 세계 최대

우항리실은 백악기 퇴적층에서 발견된 다양한 지질 변화를 디오라마로 알기 쉽게 전시했다.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특징을 꼼꼼히 읽고 관람을 시작하면 박물관 전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공룡실에서는 아시아 최초로 공개된 알로사우루스 진품 화석을 만날 수 있다. 알로사우루스는 쥐라기 후기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무서운 공룡이었다. 중생대 재현실은 타임머신을 타고 공룡시대로 돌아간 듯 실감 나는 전시가 눈길을 끈다. 해양 파충류실은 땅의 공룡, 하늘의 익룡과 함께 중생대 바다를 지배한 해양 파충류 전시가 흥미롭다. 전시실 외에 4D 입체 영상실, 공룡 게임 랜드, 공룡 도서실, 트릭 아트 포토 존도 있다. 


해남에는 가볼 만한 관광지가 많다. 우항리 공룡 화석지에서 20여분 거리에 고산 윤선도 유적지가 있고, 대흥사와 미황사도 빠뜨리기 아쉽다. 땅끝관광지는 해남 여행 필수 코스다. 고산 윤선도 유적지는 고산이 기거하던 사랑채(녹우당)와 안채, 고산윤선도유물전시관 등으로 구성된다. 녹우당은 효종이 하사한 것으로, 고산이 낙향할 때 수원에서 옮겨 왔다. 


해남 윤씨 가문의 유산을 보관·전시한 고산윤선도유물전시관은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했을 만큼 건축미가 빼어나다. 고산의 증손자이자 다산 정약용의 외증조부인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국보 240호)을 만날 수 있다. 녹우당 뒤편 산길을 따라 비자나무 숲(천연기념물 241호)을 산책해도 좋다. 


해남 대흥사(사적 508호)는 자유로운 공간 구성을 알고 보면 재미있다. 금당천을 사이에 두고 북쪽과 남쪽에 당우를 배치했는데, 해탈문 지나 왼쪽에 금당천이 흐르고 그 너머가 북원, 금당천 오른쪽이 남원이다. 북원에 대웅보전과 응진전, 응진전 옆에 대흥사에서 가장 오래된 유물인 삼층석탑(보물 320호)이 있다. 남원의 천불전(보물 1807호)은 꽃살문이 아름답다. 매표소에서 절 앞까지 들어가는 숲길은 느긋하게 걷기 적당하다. 



달마산이 병풍처럼 감싼 미황사는 보는 순간 탄성이 나온다. 달마산을 남해의 금강산이라 부르는 것이 과장이 아님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다. 도솔암도 빼놓지 말자. 미황사에서 나와 도솔암 주차장까지 간 뒤 20여분 걸으면 아슬아슬한 바위 끝에 매달린 도솔암이 보인다. 도솔암 가는 길은 구름 위를 걷는 듯 황홀하다. 

남해의 금강산 ‘달마산’

한반도 최남단 땅끝마을에 이르면 망망대해가 품에 안긴다. 모노레일을 타고 땅끝전망대까지 오른 뒤 걸어 내려오면서 땅끝탑에 들르는 방법을 추천한다. 전망대에서 땅끝탑까지 산책로가 있고, 땅끝탑에서 주차장 내려오는 길은 바다를 끼고 걷는 맛이 상쾌하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우항리 공룡 화석지→고산 윤선도 유적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우항리 공룡 화석지→고산 윤선도 유적지→대흥사 
[둘째 날] 미황사→땅끝관광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해남군 문화관광 http://tour.haenam.go.kr
- 해남공룡박물관 http://uhangridinopia.haenam.go.kr 
- 대흥사 www.daeheungsa.co.kr 
- 미황사 www.mihwangsa.com  

문의 전화
- 해남군청 문화관광과 061)530-5229
- 해남공룡박물관 061)530-5324
- 대흥사 061)534-5502~3
- 미황사 061)533-3521
- 고산 윤선도 유적지 061)530-5548
- 땅끝관광안내소 061)532-3883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해남,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6회(07:30~17:55) 운행, 약 4시간30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기차] 용산역-목포역, KTX 하루 18회(05:10~22:25)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서울역-목포역, KTX 하루 7회(06:20~19:30) 운행, 약 2시간40분 소요. 목포-해남, 목포종합버스터미널에서 시외버스 하루 18회(06:45~21:00) 운행. 약 1시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목포종합버스터미널 1544-6886 버스타고 www.bustago.or.kr 해남종합버스터미널 1666-0884

숙박 정보
- 유선관: 삼산면 대흥사길, 061)534-2959, www.yuseongwan.com 
- 해남남도호텔: 해남읍 영빈로, 061)535-9595, www.namdohotel.com 
- 가학산자연휴양림: 계곡면 산골길, 061)535-4812, http://gahak.haenam.go.kr  

식당 정보
- 원조장수통닭(토종닭·오리주물럭): 해남읍 고산로, 061)535-1003
- 옛날팥죽집(팥죽·팥칼국수): 해남읍 중앙2로, 061)534-5139
- 이학식당(생선구이·삼치회): 해남읍 북부순환로, 061)532-0203
- 천일식당(떡갈비정식·불고기한정식): 해남읍 읍내길, 061)535-1001, www.해남천일식당.kr

주변 볼거리
달마고도, 김남주시인 생가, 고정희시인 생가, 우수영관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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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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