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공원여행 ②해남 우항리 공룡 화석지

타임머신 타고 중생대로

“공룡은 온혈동물일까, 냉혈동물일까?”“뼈만 남은 공룡 화석에서 암수를 구별할 수 있을까?”“익룡도 공룡일까?” 공룡에 한창 관심 많은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가끔 궁금하다. 전남 해남 우항리 공룡·익룡·새 발자국 화석 산지(천연기념물 394호)에 가면 답을 찾을 수 있다. 공룡 발자국 화석과 해남공룡박물관, 야외 공룡 조형물을 구경하고 어린이 놀이 시설에서 신나게 뛰어놀다 보면 하루가 짧다.

우항리 공룡 화석지는 해남읍에서 서쪽으로 20km 떨어진 곳에 금호호를 끼고 있다. 이곳은 세계 최초로 공룡과 익룡, 새 발자국 화석이 동일 지층에서 발견돼 주목받았다. 

볼거리 가득한 ‘해남공룡박물관’

이곳은 원래 바다였는데 영암과 해남을 잇는 영암금호방조제를 쌓으면서 해수면이 낮아져 드러났다고 한다. 발자국 화석은 하나씩 따로 찍힌 것부터 길게 걸어간 흔적까지 다양하다. 그중 새 발자국 화석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기록은 또 있다. 익룡 발자국 개수와 크기가 세계 최대이고, 대형 초식 공룡의 별 모양 발자국은 세계 최초로 발견됐다.


발자국 화석 위에는 지붕이 있는 보호각 3개를 세워 보호한다. 호수를 따라 천천히 산책하며 볼 수 있도록 배치했다. 매표소에서 가까운 1보호각은 조각류 공룡관으로, 발자국 화석 263점을 볼 수 있다. 조각류는 거대한 초식 공룡이며, 주로 두 발로 걸었다. 2보호각은 익룡·조류관이다. 아시아 최초로 발견된 익룡 발자국 화석 433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물갈퀴 달린 새 발자국 화석 1000여점이 관람객을 반긴다. 3보호각은 대형 공룡관으로, 발자국 내부에 별 모양이 있고 크기가 52~95cm에 이르는 화석 105점이 있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이 발자국 주인은 대형 초식 공룡이다. 


익룡은 공룡과 아주 가깝지만 진화 계통이 다른 ‘날개 달린 파충류’다. 앞발자국과 뒷발자국 화석이 함께 발견된 것으로 보아 땅에 내려오면 네 발로 걷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다른 파충류와 공룡을 구별 짓는 특징은 무엇일까? 바로 다리다. 악어나 도마뱀 같은 파충류는 다리가 옆으로 뻗어 배를 땅에 대고 걷지만, 공룡 다리는 몸통 아래로 늘씬하게 뻗어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3보호각까지 보고 나오면 어린이 놀이 시설이다. 공룡 모양 미끄럼틀, 정글짐, 모래 놀이터, 그네 등 놀이기구가 많아 지루한 줄 모른다. 해남공룡박물관으로 향하는 길에 우항리 지역의 백악기를 재현한 사파리 존이 조성돼 눈길을 끈다. 백악기는 공룡 전성기인 중생대 맨 마지막 시기다. 목이 긴 초식 공룡 마멘키사우루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육식 공룡 모노로포사우루스 등 거대한 공룡 조형물 10여종이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 생생하다. 


사파리 존을 지나면 언덕 위에 우뚝 선 흰색 건물이 해남공룡박물관이다. 벽을 뚫고 탈출하는 말라위사우루스는 박물관 인기 스타. 전시실은 지상 1층, 지하 1층으로 구성된다. 1층 우항리실에서 시작해 지하로 내려가며 공룡 과학실, 공룡실, 중생대 재현실, 해양 파충류실, 익룡실, 거대 공룡실, 새의 출현실, 지구과학실 순으로 관람한다. 

세계 최초 발자국 화석 동일 지층서 발견
발자국 개수·크기·모양까지 세계 최대

우항리실은 백악기 퇴적층에서 발견된 다양한 지질 변화를 디오라마로 알기 쉽게 전시했다.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특징을 꼼꼼히 읽고 관람을 시작하면 박물관 전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공룡실에서는 아시아 최초로 공개된 알로사우루스 진품 화석을 만날 수 있다. 알로사우루스는 쥐라기 후기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무서운 공룡이었다. 중생대 재현실은 타임머신을 타고 공룡시대로 돌아간 듯 실감 나는 전시가 눈길을 끈다. 해양 파충류실은 땅의 공룡, 하늘의 익룡과 함께 중생대 바다를 지배한 해양 파충류 전시가 흥미롭다. 전시실 외에 4D 입체 영상실, 공룡 게임 랜드, 공룡 도서실, 트릭 아트 포토 존도 있다. 


해남에는 가볼 만한 관광지가 많다. 우항리 공룡 화석지에서 20여분 거리에 고산 윤선도 유적지가 있고, 대흥사와 미황사도 빠뜨리기 아쉽다. 땅끝관광지는 해남 여행 필수 코스다. 고산 윤선도 유적지는 고산이 기거하던 사랑채(녹우당)와 안채, 고산윤선도유물전시관 등으로 구성된다. 녹우당은 효종이 하사한 것으로, 고산이 낙향할 때 수원에서 옮겨 왔다. 


해남 윤씨 가문의 유산을 보관·전시한 고산윤선도유물전시관은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했을 만큼 건축미가 빼어나다. 고산의 증손자이자 다산 정약용의 외증조부인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국보 240호)을 만날 수 있다. 녹우당 뒤편 산길을 따라 비자나무 숲(천연기념물 241호)을 산책해도 좋다. 


해남 대흥사(사적 508호)는 자유로운 공간 구성을 알고 보면 재미있다. 금당천을 사이에 두고 북쪽과 남쪽에 당우를 배치했는데, 해탈문 지나 왼쪽에 금당천이 흐르고 그 너머가 북원, 금당천 오른쪽이 남원이다. 북원에 대웅보전과 응진전, 응진전 옆에 대흥사에서 가장 오래된 유물인 삼층석탑(보물 320호)이 있다. 남원의 천불전(보물 1807호)은 꽃살문이 아름답다. 매표소에서 절 앞까지 들어가는 숲길은 느긋하게 걷기 적당하다. 



달마산이 병풍처럼 감싼 미황사는 보는 순간 탄성이 나온다. 달마산을 남해의 금강산이라 부르는 것이 과장이 아님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다. 도솔암도 빼놓지 말자. 미황사에서 나와 도솔암 주차장까지 간 뒤 20여분 걸으면 아슬아슬한 바위 끝에 매달린 도솔암이 보인다. 도솔암 가는 길은 구름 위를 걷는 듯 황홀하다. 

남해의 금강산 ‘달마산’

한반도 최남단 땅끝마을에 이르면 망망대해가 품에 안긴다. 모노레일을 타고 땅끝전망대까지 오른 뒤 걸어 내려오면서 땅끝탑에 들르는 방법을 추천한다. 전망대에서 땅끝탑까지 산책로가 있고, 땅끝탑에서 주차장 내려오는 길은 바다를 끼고 걷는 맛이 상쾌하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우항리 공룡 화석지→고산 윤선도 유적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우항리 공룡 화석지→고산 윤선도 유적지→대흥사 
[둘째 날] 미황사→땅끝관광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해남군 문화관광 http://tour.haenam.go.kr
- 해남공룡박물관 http://uhangridinopia.haenam.go.kr 
- 대흥사 www.daeheungsa.co.kr 
- 미황사 www.mihwangsa.com  

문의 전화
- 해남군청 문화관광과 061)530-5229
- 해남공룡박물관 061)530-5324
- 대흥사 061)534-5502~3
- 미황사 061)533-3521
- 고산 윤선도 유적지 061)530-5548
- 땅끝관광안내소 061)532-3883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해남,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6회(07:30~17:55) 운행, 약 4시간30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기차] 용산역-목포역, KTX 하루 18회(05:10~22:25)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서울역-목포역, KTX 하루 7회(06:20~19:30) 운행, 약 2시간40분 소요. 목포-해남, 목포종합버스터미널에서 시외버스 하루 18회(06:45~21:00) 운행. 약 1시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목포종합버스터미널 1544-6886 버스타고 www.bustago.or.kr 해남종합버스터미널 1666-0884

숙박 정보
- 유선관: 삼산면 대흥사길, 061)534-2959, www.yuseongwan.com 
- 해남남도호텔: 해남읍 영빈로, 061)535-9595, www.namdohotel.com 
- 가학산자연휴양림: 계곡면 산골길, 061)535-4812, http://gahak.haenam.go.kr  

식당 정보
- 원조장수통닭(토종닭·오리주물럭): 해남읍 고산로, 061)535-1003
- 옛날팥죽집(팥죽·팥칼국수): 해남읍 중앙2로, 061)534-5139
- 이학식당(생선구이·삼치회): 해남읍 북부순환로, 061)532-0203
- 천일식당(떡갈비정식·불고기한정식): 해남읍 읍내길, 061)535-1001, www.해남천일식당.kr

주변 볼거리
달마고도, 김남주시인 생가, 고정희시인 생가, 우수영관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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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