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77)유언비어

김유신의 계략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한편 그 시각 신라의 진에서는 김유신을 필두로 장군들이 머리를 맞대고 숙의를 거듭하고 있었다.

“상장군, 방금 전에 진을 치는 중에 물새 한 마리가 날아간 일을 두고 병사들 사이에 수군거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니 내친 김에 밀어버리는 게 어떻겠습니까?”

“물새가 말이오?”

“그러합니다, 상장군.”

진춘과 죽지가 말을 잇자 김유신이 순간적으로 눈동자를 반짝였다.


물새의 의미

“물론 장군들의 심정 내 모르는 바 아니오. 그리고 저 백제군사들 어렵지만 반드시 무너트릴 수 있소. 그러나 전쟁에서 중요한 게 뭐요?”

모두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침묵을 지켰다.

“최소한의 희생으로 승리를 거두어야 한다는 거요. 아울러 저들의 심리를 자극해서 예기를 꺽은 연후에 공격해도 그다지 늦지 않소.”

“하면 방도가 있습니까?”

“물새가 무엇을 의미하겠소?”

느닷없는 질문에 아무도 답하지 못했다.


“물새는 바로 백제를 의미하오. 물가에 궁을 세운 백제 말이오. 그러니 물새가 날아들었다 함은 저들이 오늘 밤 우리 진지를 염탐하러 사람을 보낼 것이라 이 말이오. 우리의 속내가 무엇인지 살피려고.”

“하오면.”

“그를 역으로 이용해야지요.”

질문을 했던 천존이 그 의미를 헤아린다는 듯 진춘과 죽지를 주시했다.

“역으로 생각해봅시다. 지금 백제군은 우리 행동을 어찌 볼 것 같소?”

“성을 놔두고 진지를 구축한 사유를 궁금해 하겠지요.”

“하면.”

“그러니 병사들에게 지원군이 와서 성을 내주고 불편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고 불평하도록 하시오.”

선뜻 이해되지 않는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일종에 전술이오.”

“그러면 적들로 하여금 그를 믿게 하려는!”

“아울러 장군들은 부하들에게 내일 새벽에 기습공격을 감행 할 것이라는 유언비어를 퍼트리도록 하시오.”


“유언비어라 하심은.”

“물론 내일 공격을 감행할 것이오. 그러나 새벽은 아니고 저녁 무렵이 될 거요.”

지속되는 천존의 질문에 유신이 힘주어 답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

“백제 병사들로 하여금 오늘 밤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하여 그동안 피로가 누적되었을 백제군을 몰살시키려 하오.” 

유신이 수하 장수들에게 다시 그날의 상황을 주지시키고는 심복 몇 사람을 불러들였다. 

그들에게 백제 병사로 변장하여 백제의 염탐꾼들이 돌아갈 그 시점에 백제 진영에 들어가 신라군이 백제군이 자고 있을 무렵 공격할 것이라는 말을 퍼트리도록 했다.


밤이 깊어지자 유신의 말 대로 백제에서 염탐꾼들이 신라 진영에서 첩보를 입수해서 백제 진영으로 돌아갔고 그 시간에 맞추어 유신의 밀명을 받은 신라 병사들이 유신의 지시 사항을 백제 병사들 사이에 퍼트렸다.

한편 염탐꾼들로부터 보고를 받은 은상이 정복과 자리를 함께했다.

“군사, 이 무슨 의미입니까?”

“혹시 뭔가 계략이 숨어 있지 않을까요?”

“계략이라!”

“워낙 김유신이란 작자가 간계를 부려서.”

정복은 물론 은상도 출정에 앞서 성충에게 김유신과 관련하여 항상 주의를 풀지 말라는 충고를 들었던 터였다.

“만약 계략이라면 한밤중에 우리 병사들이 모두 잠에 빠져들었을 무렵 기습공격을 감행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무러면…….”

두 사람이 신라의 공격에 대한 대처에 쉽사리 결정 내리지 못하고 있을 즈음 정중이 들어와서 진지에 공공연하게 퍼져 있는 소문을 전했다. 

물론 신라군이 백제군이 잠에 빠져든 순간 기습공격을 감행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누가 그런 소리를 하고 다닌다든가?”

정복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진중에 쫙 퍼져 있습니다.”

“김유신의 간계로구먼, 간계.”

“간계라 하면.”

“밤에는 공격이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헛소문을 퍼트려서 불안한 심리를 조성하겠다는 의도로 비쳐집니다.”

“그렇더라도.”

“여하튼 경계를 확실하게 하라 하고 평상시처럼 행동하라 하지요.”

은상이 정복의 의견에 따라 병사들에게 평소처럼 행동하라 지시하였지만 이미 불안감에 사로잡힌 병사들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혹시나 있을지 모를 기습공격에 가슴을 졸이며 밤을 보냈다.

염탐꾼 역으로 이용…기습공격 소문
‘먹혔나’불안감에 병사들 사기 저하

은상과 정복 역시 마찬가지였고 잠을 자는 둥 마는 둥하고 막 아침을 먹으려 할 즈음에 신라 진영에서 북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급히 전투태세를 갖추었으나 그저 북소리로 끝나고 잠시 후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침묵이 이어졌다.

그와 같은 일이 몇 차례 연속되자 가뜩이나 피로한 백제 군사들의 온몸에서 맥이 빠지기에 이르렀고 얼추 그를 감지한 유신이 신라의 선봉에 공격을 지시했다. 

진춘이 소수의 기병을 이끌고 곧바로 백제군을 공격해 들어갔다. 

순간 비몽사몽을 헤매던 백제군이 쳐들어오는 신라 군사에 대응하기 위해 일시에 한곳으로 몰렸다.     

신라와 백제 간 거리가 좁혀지고 막 전투가 전개될 무렵 신라군에서 다시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어 백제의 군사를 포위하는 형국으로 곳곳에서 신라 군사들이 백제군을 압박하듯 밀려들었다. 

진춘의 기병을 상대하려던 백제 군사들이 혼란에 휩싸였다. 

한데 어우러졌던 병력을 급히 분산시켜 신라군을 맞이하는데 이번에는 다시 북소리가 울리며 김유신이 이끄는 지원군이 백제 진영을 향해 내달렸다.

고립무원에 갇힌 백제 군사들의 처절한 혈투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무기력에 빠진 백제군은 변변하게 칼 한번 휘둘러보지 못하고 당하기에 급급했고 뒤이어 달려온 김유신이 곧바로 은상을 노리며 접근했다.

“네가 은상이라는 물새냐! 어서 칼을 버리고 항복하라!”

은상이 신라군을 맞아 혈전을 벌이는 중에 고개를 돌려 소리 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상장군 김유신’ 기 옆에서 김유신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뭐라! 네 놈이 신라의 쥐새끼 김유신이로구나. 감히 내게 항복을 권하다니. 오로지 죽음만 있을 뿐이다!”

“용기는 가상하다만 네 목은 내가 직접 베어주마!”

말과 동시에 유신이 은상을 향했고 이어 두 사람의 피 튀기는 혈투가 전개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라 최고의 용장인 유신의 칼에 은상이 밀리기 시작했고 뒤로 물러나던 은상의 말을 향해 유신이 창을 뽑아 힘차게 내질렀다. 

창에 찔린 말이 잠시 콧김을 내지르더니 이내 피를 토하며 고꾸라졌다. 

그와 동시에 말에서 떨어진 은상이 몸을 추스르고 정신을 가다듬는 사이 어느새 다가선 유신의 칼이 번쩍였다. 

순간 서서히 기우는 햇빛에 은상의 목에서 튀어 오르는 혈흔이 반짝이면서 이번에는 말이 아닌 은상이 고꾸라졌다.

유신이 날다시피 말에서 뛰어내려 땅에 널브러진 은상의 목을 쳐서 몸과 분리된 두상을 들고 다시 말위에 올랐다.

백제군 패배

“신라 병사들이여, 이게 백제 장군 은상이다.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모두 죽이도록 하라!”

피가 뚝뚝 떨어지는 처참한 은상의 몰골을 바라보자 가뜩이나 힘겹게 악전고투를 이어가던 백제 군사들의 사기가 순간적으로 무너져 내렸다. 

반면 사기가 오른 신라 군사들은 더욱 강하게 공격을 감행하였다.   

결국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장군 정중을 비롯한 소수의 백제군이 포로로 생포되지만 은상을 포함 자견 등 다수가 죽음을 면치 못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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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