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77)유언비어

김유신의 계략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한편 그 시각 신라의 진에서는 김유신을 필두로 장군들이 머리를 맞대고 숙의를 거듭하고 있었다.

“상장군, 방금 전에 진을 치는 중에 물새 한 마리가 날아간 일을 두고 병사들 사이에 수군거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니 내친 김에 밀어버리는 게 어떻겠습니까?”

“물새가 말이오?”

“그러합니다, 상장군.”

진춘과 죽지가 말을 잇자 김유신이 순간적으로 눈동자를 반짝였다.


물새의 의미

“물론 장군들의 심정 내 모르는 바 아니오. 그리고 저 백제군사들 어렵지만 반드시 무너트릴 수 있소. 그러나 전쟁에서 중요한 게 뭐요?”

모두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침묵을 지켰다.

“최소한의 희생으로 승리를 거두어야 한다는 거요. 아울러 저들의 심리를 자극해서 예기를 꺽은 연후에 공격해도 그다지 늦지 않소.”

“하면 방도가 있습니까?”

“물새가 무엇을 의미하겠소?”

느닷없는 질문에 아무도 답하지 못했다.


“물새는 바로 백제를 의미하오. 물가에 궁을 세운 백제 말이오. 그러니 물새가 날아들었다 함은 저들이 오늘 밤 우리 진지를 염탐하러 사람을 보낼 것이라 이 말이오. 우리의 속내가 무엇인지 살피려고.”

“하오면.”

“그를 역으로 이용해야지요.”

질문을 했던 천존이 그 의미를 헤아린다는 듯 진춘과 죽지를 주시했다.

“역으로 생각해봅시다. 지금 백제군은 우리 행동을 어찌 볼 것 같소?”

“성을 놔두고 진지를 구축한 사유를 궁금해 하겠지요.”

“하면.”

“그러니 병사들에게 지원군이 와서 성을 내주고 불편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고 불평하도록 하시오.”

선뜻 이해되지 않는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일종에 전술이오.”

“그러면 적들로 하여금 그를 믿게 하려는!”

“아울러 장군들은 부하들에게 내일 새벽에 기습공격을 감행 할 것이라는 유언비어를 퍼트리도록 하시오.”


“유언비어라 하심은.”

“물론 내일 공격을 감행할 것이오. 그러나 새벽은 아니고 저녁 무렵이 될 거요.”

지속되는 천존의 질문에 유신이 힘주어 답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

“백제 병사들로 하여금 오늘 밤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하여 그동안 피로가 누적되었을 백제군을 몰살시키려 하오.” 

유신이 수하 장수들에게 다시 그날의 상황을 주지시키고는 심복 몇 사람을 불러들였다. 

그들에게 백제 병사로 변장하여 백제의 염탐꾼들이 돌아갈 그 시점에 백제 진영에 들어가 신라군이 백제군이 자고 있을 무렵 공격할 것이라는 말을 퍼트리도록 했다.


밤이 깊어지자 유신의 말 대로 백제에서 염탐꾼들이 신라 진영에서 첩보를 입수해서 백제 진영으로 돌아갔고 그 시간에 맞추어 유신의 밀명을 받은 신라 병사들이 유신의 지시 사항을 백제 병사들 사이에 퍼트렸다.

한편 염탐꾼들로부터 보고를 받은 은상이 정복과 자리를 함께했다.

“군사, 이 무슨 의미입니까?”

“혹시 뭔가 계략이 숨어 있지 않을까요?”

“계략이라!”

“워낙 김유신이란 작자가 간계를 부려서.”

정복은 물론 은상도 출정에 앞서 성충에게 김유신과 관련하여 항상 주의를 풀지 말라는 충고를 들었던 터였다.

“만약 계략이라면 한밤중에 우리 병사들이 모두 잠에 빠져들었을 무렵 기습공격을 감행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무러면…….”

두 사람이 신라의 공격에 대한 대처에 쉽사리 결정 내리지 못하고 있을 즈음 정중이 들어와서 진지에 공공연하게 퍼져 있는 소문을 전했다. 

물론 신라군이 백제군이 잠에 빠져든 순간 기습공격을 감행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누가 그런 소리를 하고 다닌다든가?”

정복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진중에 쫙 퍼져 있습니다.”

“김유신의 간계로구먼, 간계.”

“간계라 하면.”

“밤에는 공격이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헛소문을 퍼트려서 불안한 심리를 조성하겠다는 의도로 비쳐집니다.”

“그렇더라도.”

“여하튼 경계를 확실하게 하라 하고 평상시처럼 행동하라 하지요.”

은상이 정복의 의견에 따라 병사들에게 평소처럼 행동하라 지시하였지만 이미 불안감에 사로잡힌 병사들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혹시나 있을지 모를 기습공격에 가슴을 졸이며 밤을 보냈다.

염탐꾼 역으로 이용…기습공격 소문
‘먹혔나’불안감에 병사들 사기 저하

은상과 정복 역시 마찬가지였고 잠을 자는 둥 마는 둥하고 막 아침을 먹으려 할 즈음에 신라 진영에서 북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급히 전투태세를 갖추었으나 그저 북소리로 끝나고 잠시 후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침묵이 이어졌다.

그와 같은 일이 몇 차례 연속되자 가뜩이나 피로한 백제 군사들의 온몸에서 맥이 빠지기에 이르렀고 얼추 그를 감지한 유신이 신라의 선봉에 공격을 지시했다. 

진춘이 소수의 기병을 이끌고 곧바로 백제군을 공격해 들어갔다. 

순간 비몽사몽을 헤매던 백제군이 쳐들어오는 신라 군사에 대응하기 위해 일시에 한곳으로 몰렸다.     

신라와 백제 간 거리가 좁혀지고 막 전투가 전개될 무렵 신라군에서 다시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어 백제의 군사를 포위하는 형국으로 곳곳에서 신라 군사들이 백제군을 압박하듯 밀려들었다. 

진춘의 기병을 상대하려던 백제 군사들이 혼란에 휩싸였다. 

한데 어우러졌던 병력을 급히 분산시켜 신라군을 맞이하는데 이번에는 다시 북소리가 울리며 김유신이 이끄는 지원군이 백제 진영을 향해 내달렸다.

고립무원에 갇힌 백제 군사들의 처절한 혈투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무기력에 빠진 백제군은 변변하게 칼 한번 휘둘러보지 못하고 당하기에 급급했고 뒤이어 달려온 김유신이 곧바로 은상을 노리며 접근했다.

“네가 은상이라는 물새냐! 어서 칼을 버리고 항복하라!”

은상이 신라군을 맞아 혈전을 벌이는 중에 고개를 돌려 소리 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상장군 김유신’ 기 옆에서 김유신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뭐라! 네 놈이 신라의 쥐새끼 김유신이로구나. 감히 내게 항복을 권하다니. 오로지 죽음만 있을 뿐이다!”

“용기는 가상하다만 네 목은 내가 직접 베어주마!”

말과 동시에 유신이 은상을 향했고 이어 두 사람의 피 튀기는 혈투가 전개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라 최고의 용장인 유신의 칼에 은상이 밀리기 시작했고 뒤로 물러나던 은상의 말을 향해 유신이 창을 뽑아 힘차게 내질렀다. 

창에 찔린 말이 잠시 콧김을 내지르더니 이내 피를 토하며 고꾸라졌다. 

그와 동시에 말에서 떨어진 은상이 몸을 추스르고 정신을 가다듬는 사이 어느새 다가선 유신의 칼이 번쩍였다. 

순간 서서히 기우는 햇빛에 은상의 목에서 튀어 오르는 혈흔이 반짝이면서 이번에는 말이 아닌 은상이 고꾸라졌다.

유신이 날다시피 말에서 뛰어내려 땅에 널브러진 은상의 목을 쳐서 몸과 분리된 두상을 들고 다시 말위에 올랐다.

백제군 패배

“신라 병사들이여, 이게 백제 장군 은상이다.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모두 죽이도록 하라!”

피가 뚝뚝 떨어지는 처참한 은상의 몰골을 바라보자 가뜩이나 힘겹게 악전고투를 이어가던 백제 군사들의 사기가 순간적으로 무너져 내렸다. 

반면 사기가 오른 신라 군사들은 더욱 강하게 공격을 감행하였다.   

결국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장군 정중을 비롯한 소수의 백제군이 포로로 생포되지만 은상을 포함 자견 등 다수가 죽음을 면치 못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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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