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공원여행 ①충남 태안해안국립공원

수만 년의 시간과 바다, 바람이 만든 작품

서해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태안해안국립공원은 다양한 지질 환경을 갖춰 자연 학습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구불구불한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해안사구와 울창한 소나무 숲이 이어진다. 수평선 너머로 아득하게 지는 노을은 여행자에게 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

태안해안국립공원은 1978년 우리나라 13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전체 면적 37만7019㎢, 태안반도와 안면도를 남북으로 아우른 해안선이 230km에 달한다.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27개 해변은 저마다 독특한 풍광을 자랑한다. 드넓은 갯벌과 사구, 갖가지 기암괴석과 크고 작은 섬도 서해의 아름다운 경관을 느끼게 해준다.

곰솔·해송 산책로

태안해안국립공원을 가장 알차게 돌아보는 방법은 7개 코스로 된 태안해변길을 따라 걷는 것이다. 1코스 ‘바라길’은 학암포-신두리(12km, 약 4시간 소요), 2코스 ‘소원길’은 신두리-만리포(22km, 약 8시간 소요), 3코스 ‘파도길’은 만리포-파도리(9km, 약 3시간 소요), 4코스 ‘솔모랫길’은 몽산포-드르니항(16km, 약 4시간 소요), 5코스 ‘노을길’은 백사장항-꽃지해변(12km, 약 3시간40분 소요), 6코스 ‘샛별길’은 꽃지해변-황포항(13km, 약 4시간 소요), 7코스 ‘바람길’은 황포항-영목항(16km, 약 5시간 소요)을 잇는다. 


태안해안국립공원이 보여주는 가장 큰 지질학적 특징은 해안사구다. 해안의 모래가 북서 계절풍에 밀려 조금씩 육지 쪽으로 이동하다가 식물 같은 장애물에 걸려 오랜 기간 쌓여서 만들어진다. 육지에서 볼 수 없는 경관과 특색 있는 식물 덕분에 생태적 중요성이 크다. 해안사구는 해안 지역을 지켜주는 자연 방파제 역할도 한다. 
태안해안국립공원에는 크고 작은 해안사구 23개가 형성됐는데, 이를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는 곳이 태안해변길 5코스 ‘노을길’이다. 특히 삼봉해변에서 기지포해변까지 이어지는 구간에 해안사구가 발달했다. 이 지역은 태안해안국립공원의 해안사구 복원 구역으로, 육지와 해변을 콘크리트 제방이 아니라 부드럽고 완만한 모래언덕이 나눈다.


삼봉해변에서 ‘사색의 길’이라 불리는 곰솔 숲길을 지나면 기지포해변에 닿는다. 곰솔은 잎이 곰 털처럼 거칠다고 붙은 이름이다. 이 구간에는 해안사구 위에 탐방로가 조성됐고, 사색의 길에는 30여m 높이로 자란 곰솔 수천 그루가 터널을 이룬다. 짙은 숲 그늘을 걸으면 온몸이 상쾌해진다. 
길은 기지포해변에서 두 갈래로 나뉜다. 안쪽은 모래 숲길이고, 바깥쪽은 나무 데크다. 휠체어와 유모차가 다닐 수 있도록 배려한 무장애 탐방로다. 길이가 1004m라서 ‘천사길’로 불린다. 기지포해변의 해안사구는 과거에 가장 많이 훼손된 지역이 빠른 속도로 복원되어 더 의미 있다. 길을 걷다 보면 해안사구가 쓸려 내려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 대나무 말뚝을 촘촘히 박아 설치한 모래 포집기가 눈에 띈다.



탐방로를 따라가면 해안사구에 어떤 동식물이 사는지 알려주는 안내판이 설치되었다. 기지포 해안사구에는 갯완두, 갯쇠보리, 갯그령, 갯메꽃, 좀보리사초, 통보리사초, 순비기나무, 갯방풍, 모래지치 같은 식물과 멸종 위기종 표범장지뱀이 산다고 한다. 기지포는 해변에 자리한 마을 모습이 베틀을 닮았다고 붙은 이름이다.


일반인에게 가장 잘 알려진 해안사구는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천연기념물 431호)일 것이다. 무려 1만년 동안 만들어진 해안사구로, 전체 길이 3.4km에 가장 높은 곳은 19m나 된다. 수십년 전만 해도 신두리 해안사구는 쓸데없는 모래밭에 지나지 않았으나, 1990년대 말부터 한반도에서 보기 드문 사막 지형으로 알려지며 관심을 끌었다. 1990년대 초반에는 트럭이 공사용 모래를 쓸어 담을 정도였다고 한다.

한반도 내 사막지형 신두리 해안사구
멸종위기종 금개구리, 표범장지뱀 등 서식

신두리 해안사구는 생명의 보고다. 갯방풍과 갯메꽃, 갯그령 등이 척박한 모래땅에 뿌리를 내리고 산다. 멸종 위기종 금개구리와 표범장지뱀, 노랑부리백로(천연기념물 361호) 등 보존 가치가 높은 동물도 서식한다. 2001년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했고, 이듬해엔 해양수산부가 사구 주변의 바다를 ‘해양 생태계 보전 지역’으로 정했다.


몽산포해변에도 해안사구가 있다. 해변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백사장과 그 뒤에 울창한 송림으로 유명하다. 예부터 해풍을 막기 위해 심은 소나무라고 한다. 오토캠핑장이 있고, 썰물 때면 길이 3km 갯벌이 펼쳐져 체험 여행지로 인기다. 눈앞의 바다 위로 올망졸망하게 솟은 무인도의 풍광도 운치 있다. 해변 뒤쪽으로 66 만1000㎡가 넘는 솔밭이 펼쳐진다. 


태안에는 봄 여행을 즐기기 좋은 곳이 많다. 신두리 해안사구에서 가까운 천리포수목원은 국내 최초의 민간 수목원이다. 1979년에 귀화한 독일계 미국인 고 민병갈(본명 칼 밀러) 설립자가 일궜다. 30 년 넘도록 식물 관련 전공자와 회원에게 입장을 허용하다가, 지난 2009년부터 일반인에게 개방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식물 종류를 보유한 곳으로, 국내 자생종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수집한 희귀 수목도 만날 수 있다. 습지원, 수국원, 호랑가시나무원, 암석원, 작약원 등 테마 정원을 갖췄다.


떠들썩한 포구의 정취가 느껴지는 백사장항은 꽃게와 대하의 집산지다. 백사장항과 드르니항을 잇는 대하랑꽃게랑인도교가 볼 만하다. 2013년에 개통한 이 다리는 길이 250m로, 나선형 진입로가 눈길을 끈다.
태안을 대표하는 풍경은 꽃지해변의 일몰이다. 꽃지 낙조는 전북 부안군 채석강, 인천 강화군 석모도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일몰로 꼽힌다. 붉은 햇덩이가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 사이로 떨어질 때, 커다란 해가 온 세상을 삼킬 듯 붉게 물들이며 사라지는 장면은 아름답다 못해 장엄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해변에는 오후 5시쯤이면 노을을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든다. 꽃지는 ‘꽃이 많이 피는 곳’이라는 뜻으로, 화지(花地)라고도 한다. 할미바위에는 전설이 있다. 신라 때 장보고의 부하 장수로 안면도를 지키던 승언이 갑자기 북방으로 발령이 나서 떠났는데, 아내 미도가 남편을 기다리다 지쳐 할미바위가 됐다는 것이다. 



천수만을 바라보고 서 있는 안면암에도 가보자. 1998년에 지었으며, 3층 높이 대웅전이 웅장하다. 선원과 불경 독서실, 삼성각, 용왕각, 불자 수련장 등을 갖췄다. 절 앞 부교를 따라 천수만에 있는 여우섬과 조구널섬까지 걸어갈 수 있다. 

충남 향토음식 ‘우럭젓국’

태안을 대표하는 음식은 간장게장이다. 질 좋은 꽃게가 많이 잡히는 덕분에 꽃게장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간장게장과 함께 태안의 대표적인 밥도둑이 우럭젓국이다. 우럭은 예부터 서해안에서 많이 잡혔는데, 냉동 시설이 좋지 않던 시절에는 우럭을 소금에 절여 말렸다. 대가리와 뼈로 국물을 우리고 꾸덕꾸덕하게 마른 우럭과 두부, 무를 넣어 끓인 우럭젓국은 개운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삼봉해변-기지포해변 탐방→신두리 해안사구→천리포수목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태안해변길 5코스 ‘노을길’→백사장항→꽃지해변 일몰 
[둘째 날] 신두리 해안사구→천리포수목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오감관광(태안군청 문화관광 홈페이지) www.taean.go.kr/tour.do
- 국립공원관리공단 www.knps.or.kr
- 천리포수목원 www.chollipo.org
- 안면암 www.anmyeonam.org  

문의 전화
- 태안군청 문화체육관광과 041)670-2766 
- 태안해안국립공원 041)672-9737
- 천리포수목원 041)672-9982
- 안면암 041)673-2333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안면도,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4회(07:30~17:50) 운행, 약 2시간20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11회(06:40~16:00) 운행, 3시간10분~3시간30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 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 hticket.co.kr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평택화성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 홍성 IC→내포로→천수만로→안면대로→삼봉해수욕장 방면→기지포해변   

숙박 정보
- 해송향기펜션: 안면읍 밧개길, 010-3303-0633, http://drama1212.cafe24.com
- 해랑펜션: 고남면 옷점길, 041)673-9995, www.haerang.co.kr
- 리솜오션캐슬: 안면읍 꽃지해안로, 041)671-7000, www.resom.co.kr  

식당 정보
- 토담집(우럭젓국): 태안읍 동백로, 041)674-4561
- 이원식당(박속낙지탕): 이원면 원이로, 041)672-8024
- 원풍식당(박속낙지탕): 원북면 원이로, 041)672-5057
- 화해당(간장게장): 근흥면 근흥로, 041)675-4443, www.hwahaedang.com


주변 볼거리
바람아래해수욕장, 안면도자연휴양림, 안면도쥬라기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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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