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공원여행 ①충남 태안해안국립공원

수만 년의 시간과 바다, 바람이 만든 작품

서해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태안해안국립공원은 다양한 지질 환경을 갖춰 자연 학습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구불구불한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해안사구와 울창한 소나무 숲이 이어진다. 수평선 너머로 아득하게 지는 노을은 여행자에게 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

태안해안국립공원은 1978년 우리나라 13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전체 면적 37만7019㎢, 태안반도와 안면도를 남북으로 아우른 해안선이 230km에 달한다.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27개 해변은 저마다 독특한 풍광을 자랑한다. 드넓은 갯벌과 사구, 갖가지 기암괴석과 크고 작은 섬도 서해의 아름다운 경관을 느끼게 해준다.

곰솔·해송 산책로

태안해안국립공원을 가장 알차게 돌아보는 방법은 7개 코스로 된 태안해변길을 따라 걷는 것이다. 1코스 ‘바라길’은 학암포-신두리(12km, 약 4시간 소요), 2코스 ‘소원길’은 신두리-만리포(22km, 약 8시간 소요), 3코스 ‘파도길’은 만리포-파도리(9km, 약 3시간 소요), 4코스 ‘솔모랫길’은 몽산포-드르니항(16km, 약 4시간 소요), 5코스 ‘노을길’은 백사장항-꽃지해변(12km, 약 3시간40분 소요), 6코스 ‘샛별길’은 꽃지해변-황포항(13km, 약 4시간 소요), 7코스 ‘바람길’은 황포항-영목항(16km, 약 5시간 소요)을 잇는다. 


태안해안국립공원이 보여주는 가장 큰 지질학적 특징은 해안사구다. 해안의 모래가 북서 계절풍에 밀려 조금씩 육지 쪽으로 이동하다가 식물 같은 장애물에 걸려 오랜 기간 쌓여서 만들어진다. 육지에서 볼 수 없는 경관과 특색 있는 식물 덕분에 생태적 중요성이 크다. 해안사구는 해안 지역을 지켜주는 자연 방파제 역할도 한다. 
태안해안국립공원에는 크고 작은 해안사구 23개가 형성됐는데, 이를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는 곳이 태안해변길 5코스 ‘노을길’이다. 특히 삼봉해변에서 기지포해변까지 이어지는 구간에 해안사구가 발달했다. 이 지역은 태안해안국립공원의 해안사구 복원 구역으로, 육지와 해변을 콘크리트 제방이 아니라 부드럽고 완만한 모래언덕이 나눈다.


삼봉해변에서 ‘사색의 길’이라 불리는 곰솔 숲길을 지나면 기지포해변에 닿는다. 곰솔은 잎이 곰 털처럼 거칠다고 붙은 이름이다. 이 구간에는 해안사구 위에 탐방로가 조성됐고, 사색의 길에는 30여m 높이로 자란 곰솔 수천 그루가 터널을 이룬다. 짙은 숲 그늘을 걸으면 온몸이 상쾌해진다. 
길은 기지포해변에서 두 갈래로 나뉜다. 안쪽은 모래 숲길이고, 바깥쪽은 나무 데크다. 휠체어와 유모차가 다닐 수 있도록 배려한 무장애 탐방로다. 길이가 1004m라서 ‘천사길’로 불린다. 기지포해변의 해안사구는 과거에 가장 많이 훼손된 지역이 빠른 속도로 복원되어 더 의미 있다. 길을 걷다 보면 해안사구가 쓸려 내려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 대나무 말뚝을 촘촘히 박아 설치한 모래 포집기가 눈에 띈다.



탐방로를 따라가면 해안사구에 어떤 동식물이 사는지 알려주는 안내판이 설치되었다. 기지포 해안사구에는 갯완두, 갯쇠보리, 갯그령, 갯메꽃, 좀보리사초, 통보리사초, 순비기나무, 갯방풍, 모래지치 같은 식물과 멸종 위기종 표범장지뱀이 산다고 한다. 기지포는 해변에 자리한 마을 모습이 베틀을 닮았다고 붙은 이름이다.


일반인에게 가장 잘 알려진 해안사구는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천연기념물 431호)일 것이다. 무려 1만년 동안 만들어진 해안사구로, 전체 길이 3.4km에 가장 높은 곳은 19m나 된다. 수십년 전만 해도 신두리 해안사구는 쓸데없는 모래밭에 지나지 않았으나, 1990년대 말부터 한반도에서 보기 드문 사막 지형으로 알려지며 관심을 끌었다. 1990년대 초반에는 트럭이 공사용 모래를 쓸어 담을 정도였다고 한다.

한반도 내 사막지형 신두리 해안사구
멸종위기종 금개구리, 표범장지뱀 등 서식

신두리 해안사구는 생명의 보고다. 갯방풍과 갯메꽃, 갯그령 등이 척박한 모래땅에 뿌리를 내리고 산다. 멸종 위기종 금개구리와 표범장지뱀, 노랑부리백로(천연기념물 361호) 등 보존 가치가 높은 동물도 서식한다. 2001년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했고, 이듬해엔 해양수산부가 사구 주변의 바다를 ‘해양 생태계 보전 지역’으로 정했다.


몽산포해변에도 해안사구가 있다. 해변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백사장과 그 뒤에 울창한 송림으로 유명하다. 예부터 해풍을 막기 위해 심은 소나무라고 한다. 오토캠핑장이 있고, 썰물 때면 길이 3km 갯벌이 펼쳐져 체험 여행지로 인기다. 눈앞의 바다 위로 올망졸망하게 솟은 무인도의 풍광도 운치 있다. 해변 뒤쪽으로 66 만1000㎡가 넘는 솔밭이 펼쳐진다. 


태안에는 봄 여행을 즐기기 좋은 곳이 많다. 신두리 해안사구에서 가까운 천리포수목원은 국내 최초의 민간 수목원이다. 1979년에 귀화한 독일계 미국인 고 민병갈(본명 칼 밀러) 설립자가 일궜다. 30 년 넘도록 식물 관련 전공자와 회원에게 입장을 허용하다가, 지난 2009년부터 일반인에게 개방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식물 종류를 보유한 곳으로, 국내 자생종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수집한 희귀 수목도 만날 수 있다. 습지원, 수국원, 호랑가시나무원, 암석원, 작약원 등 테마 정원을 갖췄다.


떠들썩한 포구의 정취가 느껴지는 백사장항은 꽃게와 대하의 집산지다. 백사장항과 드르니항을 잇는 대하랑꽃게랑인도교가 볼 만하다. 2013년에 개통한 이 다리는 길이 250m로, 나선형 진입로가 눈길을 끈다.
태안을 대표하는 풍경은 꽃지해변의 일몰이다. 꽃지 낙조는 전북 부안군 채석강, 인천 강화군 석모도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일몰로 꼽힌다. 붉은 햇덩이가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 사이로 떨어질 때, 커다란 해가 온 세상을 삼킬 듯 붉게 물들이며 사라지는 장면은 아름답다 못해 장엄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해변에는 오후 5시쯤이면 노을을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든다. 꽃지는 ‘꽃이 많이 피는 곳’이라는 뜻으로, 화지(花地)라고도 한다. 할미바위에는 전설이 있다. 신라 때 장보고의 부하 장수로 안면도를 지키던 승언이 갑자기 북방으로 발령이 나서 떠났는데, 아내 미도가 남편을 기다리다 지쳐 할미바위가 됐다는 것이다. 



천수만을 바라보고 서 있는 안면암에도 가보자. 1998년에 지었으며, 3층 높이 대웅전이 웅장하다. 선원과 불경 독서실, 삼성각, 용왕각, 불자 수련장 등을 갖췄다. 절 앞 부교를 따라 천수만에 있는 여우섬과 조구널섬까지 걸어갈 수 있다. 

충남 향토음식 ‘우럭젓국’

태안을 대표하는 음식은 간장게장이다. 질 좋은 꽃게가 많이 잡히는 덕분에 꽃게장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간장게장과 함께 태안의 대표적인 밥도둑이 우럭젓국이다. 우럭은 예부터 서해안에서 많이 잡혔는데, 냉동 시설이 좋지 않던 시절에는 우럭을 소금에 절여 말렸다. 대가리와 뼈로 국물을 우리고 꾸덕꾸덕하게 마른 우럭과 두부, 무를 넣어 끓인 우럭젓국은 개운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삼봉해변-기지포해변 탐방→신두리 해안사구→천리포수목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태안해변길 5코스 ‘노을길’→백사장항→꽃지해변 일몰 
[둘째 날] 신두리 해안사구→천리포수목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오감관광(태안군청 문화관광 홈페이지) www.taean.go.kr/tour.do
- 국립공원관리공단 www.knps.or.kr
- 천리포수목원 www.chollipo.org
- 안면암 www.anmyeonam.org  

문의 전화
- 태안군청 문화체육관광과 041)670-2766 
- 태안해안국립공원 041)672-9737
- 천리포수목원 041)672-9982
- 안면암 041)673-2333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안면도,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4회(07:30~17:50) 운행, 약 2시간20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11회(06:40~16:00) 운행, 3시간10분~3시간30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 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 hticket.co.kr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평택화성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 홍성 IC→내포로→천수만로→안면대로→삼봉해수욕장 방면→기지포해변   

숙박 정보
- 해송향기펜션: 안면읍 밧개길, 010-3303-0633, http://drama1212.cafe24.com
- 해랑펜션: 고남면 옷점길, 041)673-9995, www.haerang.co.kr
- 리솜오션캐슬: 안면읍 꽃지해안로, 041)671-7000, www.resom.co.kr  

식당 정보
- 토담집(우럭젓국): 태안읍 동백로, 041)674-4561
- 이원식당(박속낙지탕): 이원면 원이로, 041)672-8024
- 원풍식당(박속낙지탕): 원북면 원이로, 041)672-5057
- 화해당(간장게장): 근흥면 근흥로, 041)675-4443, www.hwahaedang.com


주변 볼거리
바람아래해수욕장, 안면도자연휴양림, 안면도쥬라기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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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