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받는 통큰 기부 정몽준 의원

현대가 잔치에 장자·큰며느리 빠지니 ‘썰렁’

범현대가가 최근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10주기를 맞아 5000억원 규모의 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를 주도한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은 2000억원이라는 거금을 선뜻 내놨다.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지만 재계에서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자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적통을 자임하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참여하지 않아서다. 대체 이들의 불참 사유는 뭘까.

범현대가 오너들 5000억원 출연해 재단 설립
현대중공업 2380억원, 정몽준 의원 2000억원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한 범현대가 오너들이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10주기를 맞아 사재와 회삿돈 5000억원을 출연해 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재단명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호를 따서 ‘아산나눔재단’으로 정했다.

재단설립 준비위원회는 정진홍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맡았고, 이석연 전 법제처장, 김태현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한정화 한양대학교 교수, 영화배우 안성기, 이병규 문화일보 사장, 최길선 전 현대중공업 사장 등이 준비위원으로 선임됐다.

지난 1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 위원장은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서거 10주기를 맞아, 아산 정주영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재단을 설립하게 됐다”고 재단 설립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
정신 계승하기 위해

이어 정 위원장은 “아산은 복지라는 단어가 생소하던 1977년에 아산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해 소외된 지역에 병원들을 세우고,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사회복지사업을 지원했다. ‘함께 잘 사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아산 선생의 뜻이었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또 “정몽준 의원이 상당히 오래 전부터 기업인의 사명에 대해 고민해오다 이달 초 집안일로 만나 얘기하던 중 마침 내일(8월17일)이 정 의원 모친(고 변중석씨)의 기일이어서 이번 재단설립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나눔의 복지를 실현하고 청년들의 창업 정신을 고양하기 위해 아산 정주영의 정신을 계승한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정 의원의 대권행보를 위한 재단설립이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정 의원이 상당한 출연을 한 것은 기업이 창조적인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돈을 내놓은 것”이라며 “특별히 어떤 시점을 의식하거나 어떤 목적, 다른 의도를 갖고 만든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1982년 정 의원이 쓴 ‘기업경영이념’을 보면 정 의원이 오래전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해 많이 고심한 것을 알 수 있다”며 “정부의 공생관계 발전 등 정책 기조에 맞춰서 갑자기 발표한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정 위원장은 또 “정 의원은 준비하는 과정에서 돈만 출연했을 뿐 크게 관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혔다”고 못박았다. 향후 추가 출연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위원장은 “정 의원이 계속해서 기금을 출연해주리라 생각한다”며 “그러나 (추가 출연에 대해)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여운을 남겼다. 

정몽구 회장, 자체 진행 사회공헌활동 있어서
현정은 회장, 형편 어려워서?…경영권 분쟁?

아산나눔재단의 출범시기 등에 대해 정 위원장은 “아직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리지 않았다”며 “올해가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의 10주기이고, 내일이 정 의원의 모친인 변중석 여사의 기일이라는 점에서 (재단설립 발표를 한) 오늘은 의미 있는 날”이라고 설명했다. 설립기금은 현대중공업 계열 6개사가 2380억원, 정몽준 의원이 2000억원(현금 300억원, 주식1700억원)을 출연한다.

이밖에 KCC 150억원, 현대해상화재보험 100억원, 현대백화점 50억원, 현대산업개발 50억원, 현대종합금속 30억원 등 총 380억원을 투입한다. 또 정상영, 정몽근, 정몽규, 정몽윤, 정몽석, 정몽진, 정몽익, 정지선 등 창업자 일가가 240억원을 투입했다. 범현대가 대부분이 출연에 참여했지만 정작 장자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적통을 자임하고 있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빠졌다. 이번 재단 설립 주체가 범현대가라고는 하지만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재단 이사회에
참석 않을 것”

정 위원장은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이 참여하지 않은 점에 대해 “범현대가 모두 제각기 특성이 있고, 나름대로 좋은 일을 하고 있으며, 형편의 차이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도 “형님(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별도로 (재단을) 하니까 그렇고, 현대그룹은 여력이 많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나름대로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정 회장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지난 2007년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을 설립했다. 당시 정 회장은 사재 1500억원을 출연해 사회복지재단을 만들었다. 기존에 현대차그룹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회공헌활동이 있기 때문에 중복해서 재단을 설립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해비치재단이라는 공식 채널이 있는데 아산나눔재단에 별도로 출연하면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정 회장이 현대가의 장자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아산나눔재단 설립을 계기로 해비치재단에 추가로 출연해 기부 효과를 극대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각 형편에 따라 참여를 결정한다는 것은 현재 경영여건이 좋지 않은 현정은 회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 실패 이후 두문불출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그룹의 불참과 관련해서는 현대가 경영권 분쟁의 후유증이라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현대가에서 벌어진 경영권 다툼은 그야말로 ‘진흙탕’이었다. ‘왕자의 난’을 시작으로 ‘시숙의 난’과 ‘시동생의 난’에 이르기까지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숱한 경영권 분쟁
인해 마음에 앙금?

우선 ‘왕자의 난’은 정주영 창업주 타계 전인 지난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형제간 더 좋은 계열사를 차지하려는 욕심이 도화선이 됐다. 결국 현대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차그룹으로 ‘파이’를 나누면서 분쟁은 종결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들 마음속엔 앙금이 남았다. 현재까지도 이들은 서로 왕래가 뜸한 상태다.

남편 정몽헌 회장이 타계한 지난 2003년 경영권을 이어받은 현 회장은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숙부의 난’이 불거진 것. 정 명예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매입하면서 현대그룹 경영에 간섭하기 시작했다. KCC와 현대그룹간의 경영권 분쟁은 이듬해 3월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총회에서 현 회장이 승리할 때까지 8개월간 지속되면서 현 회장을 끈질기게 괴롭혔다. 정 명예회장이 주변의 시선을 의식, 황급히 분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KCC는 아직 현대그룹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화의 씨앗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어 지난 2006년에는 정 의원과도 한바탕 싸움을 벌였다. 이른바 ‘시동생의 난’이다. 이 사태는 현대중공업이 현대그룹의 핵심인 현대상선의 지분 26.68%을 매입해 현대상선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촉발됐다.

현대중공업은 ‘백기사’를 자처하며 경영권 보호와 단순투자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현대그룹은 믿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이 6.26%의 지분을 보유한 KCC와 연합할 경우 지분율은 33%에 이르러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현 회장의 현대상선 지분은 35%로 2%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 사태 역시 형님 회사를 빼앗으려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에 정 의원이 한걸음 물러나면서 일단락됐다.

현 회장은 지난 2010년 말 현대건설 인수 문제로 정몽구 회장과도 맞섰다. 현 회장에게 현대건설은 절실했다.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당시 현대상선은 현대중공업이 17.6%를, 현대중공업의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이 7.9%를, KCC가 4.9%를 소유하고 있었다. 만약 범현대가가 현대건설을 삼킬 경우 현대그룹으로선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장담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었다.

현정은 회장은 회심의 풀베팅을 했고, 현대건설을 거머쥐는 듯했다. 하지만 자금 출처 논란이 불거져 나오면서 판도변화가 생겼다. 그 틈을 노리고 현대차그룹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 끝에 현대건설의 새 주인으로 현대차그룹이 결정됐다. 이처럼 불편한 관계로 인해 정 의원이 재단 설립 문제와 관련해 현 회장에 참여를 권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반대로 정 의원이 참여를 권했더라도 현 회장이 이를 받아들였을지는 미지수다.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 프로필

■학력
~2011 강원대학교 경영학 명예박사 
~2011 전주대학교 경영학 명예박사 
~2002 한국체육대학교 명예박사 
~1993 존스홉킨스대학교대학원 국제정치학 박사 
~1980 매사추세츠공과대학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1970~1975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1967~1970 중앙고등학교 
1964~1967 중앙중학교 
1958~1964 장충초등학교  

■경력
2009.09~2010.06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2008.05~제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2008.01~2009.09 한나라당 최고위원
2007.06 FIFA 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
2004~2008.05 제17대 국회의원
2002 2002 월드컵 조직위원회 위원장
2001~아산재단 이사장
2000 제16대 국회의원
1997 2002 월드컵 조직위원회 부위원장
1996 아산재단 이사
1996 제15대 국회의원
1994~2011.01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1993.01~2009.01 대한축구협회 회장
1992 제14대 국회의원
1991 현대중공업 고문
1988 제13대 국회의원
1987 현대중공업 회장
1983 울산대학교 이사장
1982 현대중공업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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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