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단독보도> 6년 후…드디어 터진 삼양식품 미스터리

회장님이 키운 정체불명 좀비회사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터질 게 터졌다. 검찰의 수사망이 삼양식품 오너 일가를 정조준하고 나선 것이다. 정체불명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막대한 이득을 취해왔다고 의심받던 찰나에 벌어진 일이다. 굳이 말하자면 이미 예견된 일이다. <일요시사>가 2012년부터 눈여겨본 실체 불명의 삼양식품 관련 회사를 검찰이 대대적으로 들여다보는 형국이다. 

삼양식품 오너 일가가 거액의 횡령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이동수 부장검사)는 최근 전인장 회장과 부인 김정수 사장을 잇따라 소환 조사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두 사람 모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앞서 검찰은 삼양식품 본사를 압수수색과 함께 주요 경영진을 출국 금지했다. 

서슬퍼런 검날
오너가 정조준

검찰은 전 회장 부부가 페이퍼컴퍼니(위장회사)를 만들어 삼양식품에 특정 품목을 납품하는 방식으로 수백억원을 횡령하는 데 가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SY캠퍼스(옛 비글스)는 페이퍼컴퍼니 논란의 핵심이다. 

SY캠퍼스는 전 회장의 아들 병우씨가 100% 소유한 회사인 데다 사실상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다. SY캠퍼스는 2007년 2월 비글스라는 이름으로 설립됐고 2016년 SY캠퍼스로 이름을 바꿨다. 

2007년 당시 13살이었던 병우씨가 지분 100%를 가진 이 회사의 자본금은 5000만원이었지만 이 회사는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렸다. 문제는 SY캠퍼스의 실체가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사실이다.  


2008년부터 2012년 3월까지 본점 주소지로 돼있던 서울시 양천구 목동파라곤 B601호 자리에 사우나가 있었다는 점이 의혹의 주된 이유였다.

이후 SY캠퍼스는 2012년 3월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로 주소지를 옮겼다. 공교롭게도 SY캠퍼스를 취재한 2012년 3월12일자 <일요시사> 기사가 나간 직후였다(관련기사: <단독> 간판도 없는 삼양식품 ‘비밀곳간’ 추적). 

그러나 유령회사 의혹은 여전했다. 이곳 역시 간판도 없는 빈 사무실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특히 전 회장의 최측근인 심의전씨가 SY캠퍼스의 유일한 직원이라는 점도 의혹에 무게를 실었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금 5000억원, 종업원 1명인 SY홀딩스가 매출 수천억원 규모의 삼양식품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다”며 “도대체 무슨 사업으로 매출을 내고, 무슨 자금으로 내츄럴삼양 지분을 인수했는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체 불분명
의혹투성이

페이퍼컴퍼니 논란에 휘말린 삼양식품 관련 회사는 SY캠퍼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테라윈프링팅, 와이더웨익홀딩스, 프루웰, 알이알 등도 의심받는 건 마찬가지다. 

현재 삼양식품은 테라윈프린팅을 통해 포장용지를 공급받고 있으며 와이더웨익홀딩스서 라면 스프 원료, 라면박스는 프루웰과 알이알을 통해 구매하고 있다. 


테라윈프린팅는 SY캠퍼스의 직접적인 지배를 받고 있다. SY캠퍼스는 설립과 동시에 삼양식품그룹의 알짜회사 테라윈프린팅을 그룹서 분리해 가져갔다. 이들 회사에서도 SY캠퍼스와 마찬가지로 심의전씨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테라윈프린팅의 경우 SY캠퍼스가 50%, 심의전씨가 각각 5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창업주 전중윤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심의전씨는 SY캠퍼스, 새아침, 삼양내츄럴즈, 테라윈프린팅의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와이더웨이홀딩스, 프루웰, 알이알 역시 오너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거나 오너 일가 측근이 대표이사로 등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삼양식품 오너 일가에 이 회사 임원 월급 명목으로 매월 수천만원이 지급됐다.   

페이퍼컴퍼니로 횡령 혐의 받는 오너 
최측근 심고 내부거래로 몸집 키워

검찰은 삼양식품이 이들 자회사를 통해 라면용 박스와 스프원료 등을 비싸게 공급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오너 일가가 지위를 이용해 업무상 부당 행위를 저질러 사익을 추구했을 개연성을 주목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삼양식품 측은 오너의 사익 추구를 위한 페이퍼컴퍼니 설립 논란을 지속적으로 부인해왔다. 페이퍼컴퍼니 의혹을 받는 관련 회사들과 거래규모 자체도 크지 않다는 것이다. 

경쟁사와 가격 차이에 관해서는 자회사의 경우 90% 이상 삼양식품의 제품을 만드는 만큼 전문회사와 비교하면 가격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의심의 눈길이 계속되는 건 페이퍼컴퍼니로 의심받는 회사들의 모호한 실체 때문이다. 와이더웨익홀딩스·프루웰·알이알 등은 강원도 원주시의 삼양식품 원주공장에, 테라윈프린팅 역시 원주시 문막읍의 삼양식품 유가공공장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이들 업체는 모두 해당 공장의 대표 전화번호를 공유한다. 

일각에서는 이들 회사가 실질적인 역할은 없고 ‘통행세’를 위해 존재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미 삼양식품은 통행세가 적발된 전례가 있는 만큼 의혹을 섣불리 거둬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전적 화려한
통행세 그림자

삼양식품은 2014년 통행세를 챙긴 사실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과징금 26억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특정 대형마트에 라면을 납품하는 과정에 계열사 삼양내츄럴스를 넣어 수수료를 챙기도록 한 것이 문제가 됐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삼양내츄럴즈는 삼양식품과 2008년부터 5년 동안 1612억원 규모의 거래를 하면서 이 가운데 70억원을 수수료로 챙겼다.

공정위는 삼양내츄럴스의 오너 일가 지분율이 90% 이상이라는 점을 들어 이 일을 오너 일가에 대한 부당 지원 사례로 판단했다. 그러나 삼양식품은 이후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2016년 대법원서 승소했다.

2015년에는 삼양식품이 계열사 에코그린캠퍼스를 부당 지원한 사실이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3억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기도 했다. 삼양식품 임직원 13명은 대관령 삼양목장을 운영하는 에코그린캠퍼스서 근무했고, 삼양식품은 7년간 셔틀버스 450대를 무상으로 대여해 준 것이 문제가 됐다. 

공정위는 지원 금액을 인력(13억원)과 차량(7억원)을 더해 총 20억원으로 판단했다. 당시 에코그린캠퍼스의 오너 일가 지분율이 50% 이상인 관계로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 논란이 불거졌다. 

삼양식품은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일각에서는 이번 검찰 조사 역시 오너 일가 경영권 싸움의 연장선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앞서 삼양식품의 전 회장은 동생인 전문경 대표와 북미 경영권을 두고 1조원대 소송을 준비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받은 바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 1997년 창업주 전중윤 전 회장의 둘째 딸 전문경 사장에게 삼양USA를 넘겼다. 이후 삼양식품은 장남 전 회장이, 삼양USA는 전 사장이 경영을 맡게 됐다.

잘나가더니
오너리스크

당시 삼양식품과 삼양USA는 북미 경영권에 대해 삼양USA가 100년간 독점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계약이 부당하다고 느낀 삼양식품은 2007년부터 타 업체를 통해 자사 제품을 북미에 수출했다.

삼양식품은 삼양USA에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이를 부당하다고 느낀 삼양USA는 계약해지를 막아달라며 미국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삼양식품은 지난 7일 공시를 통해 미국법원의 중재 절차에 의거 원고와 원만히 합의, 합의금 41만달러(한화 약 44억원)로 종결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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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