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는 청량리정신병원 ‘소문과 진실’

제2의 곤지암정신병원 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국내 1호 정신의료기관인 청량리정신병원이 이달 말 문을 닫는다. 1945년 8월 해방과 동시에 설립된 지 73년 만이다. 현재 청량리정신병원의 폐업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혐오시설 논란, 인력난, 경영난 등 온갖 설이 제기되고 있다. <일요시사>는 병원 내부 관계자에게 청량리정신병원의 속사정을 들어봤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에 소재한 청량리정신병원은 1945년 8월 청량리 뇌병원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1980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고, 1981년부터 500병상 규모의 병원으로 운영돼왔다. 화가 이중섭이 1956년 입원했다가 당시 원장이던 고 최신해 설립자에게 정신 이상이 아니라는 진단을 받고 퇴원한 곳이기도 하다. 시인 천상병도 이 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있다.

정신병원 산 역사

1980년대 이전 해방과 6·25를 거치면서 거리의 정신질환자들이 청량리 정신병원으로 몰렸다. 입원 환자가 급증하고 면회 오는 가족들이 병원 주변서 생활하면서 마을이 형성되기도 했다.

최근 한국 정신병원의 산 역사로 불리던 청량리정신병원이 이달 말 폐업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청량리서 한 평생을 산 60대 남성은 “청량리정신병원은 청량리 588(집창촌)과 함께 청량리 명물 아니었느냐”고 말했다.

당초 의료계에 따르면 장동산·최문식 청량리정신병원장은 직원들에게 이달 말까지만 병원을 운영한다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병원 내부 관계자의 말은 달랐다. 청량리정신병원 내부 관계자는 “원래 폐업 시기는 2월 말이었던 것으로 안다. 경영진은 일부 직원들에게 1월 말 ‘2월 말에 병원 문을 닫는다’고 통보했다”며 “전 직원이 알게 된 것은 2월 초쯤이었다”고 말했다.

이중섭·천상병 입원 국내 1호 정신병원
70년 역사 뒤로 하고 급작스런 폐업 결정

폐업 시기가 2월 말에서 3월 말로 밀린 이유로는 해고 예고 기간을 맞추지 못해서인 것으로 파악됐다. 근로기준법 26조 ‘해고의 예고’에 따르면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해야 하고, 30일 전에 예고하지 않았을 때는 30일 분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돼있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30조 3 ‘폐업·휴업 시 조치사항’에도 의료기관 개설자가 의료업을 폐업하는 때에는 신고예정일 30일 전까지 환자 또는 그 보호자에게 직접 안내문의 내용을 알려야 한다. 

청량리정신병원은 지난달 28일 병원장 명의로 “당 병원 사정으로 인해 2018일 3월31일자로 폐원하게 되었음을 알려드리니 환자 및 보호자 여러분께서는 이점 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는 내용의 공지문을 병원 내에 붙였다.

청량리정신병원의 폐업 이유는 ▲혐오시설 논란 ▲인력난 ▲경영악화 등으로 알려져 있다. 정신병원을 혐오시설로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을 끝내 바꾸지 못했고 인력을 구하기 어려웠으며 더 이상 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경영이 악화됐다는 것. 

하지만 이 역시 내부 관계자의 주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내부 관계자는 “우리 병원을 혐오 시설로 보고 주민들이 민원을 넣는 일은 최근 들어서는 거의 없었다. 10∼15년 전이라면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지만 지금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털어놨다. 
 

경영 악화에 대한 부분도 “말 그대로 경영이 악화되고 있을 뿐 손해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내부 관계자는 70년 넘는 역사를 가진 병원이 불과 세 달 새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폐업하는 이유에 대해 “도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23일 기준으로 청량리정신병원에 남아있는 입원환자는 90여명이다. 일부 환자들은 30∼40년 동안 청량리정신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왔다. 일생의 대부분을 청량리정신병원서 보낸 일부 환자들의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한 환자 가족은 병원 폐업 소식이 전해지자 반대 탄원서를 낼 생각도 했다고 한다.

환자들은 이제 다른 병원을 알아봐야 한다. 보호자가 없는 환자들은 이미 전원을 마친 상태다. 아직 남아있는 환자들은 마지막 날까지 청량리정신병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싶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과 깊은 인연을 맺은 것은 환자뿐만이 아니다. 청량리정신병원에 소속된 70여명의 직원 가운데는 20∼30년씩 근무한 사람들도 있다. 직원들은 처우나 복지가 좋아서 병원에 남아있던 게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에 따르면 간호사를 제외한 대부분 직원들의 월급은 장기간 그대로였다.
 

그렇다고 병원 시설이 좋았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실제 청량리정신병원을 방문했던 몇몇 환자들이 남긴 후기를 보면 “수용소 같다”는 묘사가 등장한다. 

그동안 외벽 공사를 한 차례 진행하고, 고장 난 부분을 조금씩 수리한 것을 빼면 청량리정신병원은 지난 20∼30년 동안 리모델링 한 번 없이 유지됐다.

‘이러쿵저러쿵’ 뒷말 무성
내부인이 전한 속사정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였지만 직원들은 “가족적인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병원서 함께 근무하는 동안 직원들끼리 쌓인 정, 환자와의 유대관계 등이 일의 강도나 월급을 잊게 해줄 정도로 괜찮았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아쉬움을 표하던 직원들도 이제 하나둘씩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근무기간은 수십 년이었지만 떠나는 데는 채 3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내부 관계자는 대화 도중 “우리 병원은 역사를 간직한 병원이고…”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겉으로 보이는 건물은 노후했지만 환자에 대한 의료의 질은 최고였다고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주일 후면 70여년 역사를 간직한 청량리정신병원은 사라진다. 일부 사람들의 시선은 병원 폐업 이후로 조준돼있다. 5400㎡(1600여평)의 병원 부지가 어떻게 활용될 지 관심을 갖고 있는 것.

지난 13일 동대문구의회서 진행된 제277회 임시회서 이영남 동대문구의원은 “정부나 서울시서(청량리정신병원의) 토지매입 방안을 모색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매입 후 지역 복지, 문화시설을 건설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청장에게 물었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부지활용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정해진 게 없다”면서도 “가능하다면 동대문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테마파크 설립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청량리정신병원 부지의 땅값이 약 30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관련사업 추진을 위한 약 800억원의 국·시비 확보가 숙제라고 언급했다.

부지 활용은?

한 청량리 주민은 “(내가 듣기론)병원 부지를 3년 정도 묵혀뒀다가 사람들 기억서 잊힐 때쯤 대형마트가 들어온다던데…”라며 “이미 여러 건설업체가 그 부지에 눈독을 들이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량리정신병원 측은 “언론의 취재에 따로 응하고 있진 않다”면서도 폐업 시기가 2월 말에서 3월 말로 바뀌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3월 말이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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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