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76)백제 출격

결국 도살성으로…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형님, 제가 잘 데려왔습니까?”

“그래, 잘 데려왔다. 그것도 미랑으로 말이야.”

흡족한 표정으로 미랑을 바라보던 연개소문이 병을 들어 둘의 잔을 채웠다. 그리고는 술병을 미랑에게 건넸다. 미랑이 조신하게 연개소문의 잔을 채웠다.

“대감, 조문 사절로 누구를 보낼 계획입니까?”

“책사의 의견은 어떻소?”“이번에는 왕과 가까운 사람을 보내야 할 듯합니다.”


“왜 내가 직접 가면 아니 되겠소?” 

조문 사절 결정

“너무 위험부담이 크지요.”

“부담이라니요?”

“저들이 행여나 막리지 대감을 살려두겠습니까? 저들의 왕을 죽인 당사자인데요.”

“하기야.”

말을 하다 말고 연정토를 주시했다.


“왜 저는 바라보십니까?”

“이번 사절로 자네가 다녀오라는 의미일세.”

“네!”

선도해와 연정토가 동시에 반문했다. 

연개소문이 그를 모른 체하고 잔을 들어 한 번에 비우고 미랑에게 건넸다. 

미랑의 눈이 동그랗게 변해갔다. 그도 그럴 것이 상대는 산천초목도 떠는 연개소문이었던 탓이었다.

미랑이 한껏 고개를 숙이고 잔을 받자 두 사람 역시 잔을 비우고 곁에 있는 여인들에게 잔을 넘기고 채워주었다.

“연정토 장군을 조문 사절로 보내시렵니까?”

“그래야지요.”

연개소문이 말을 하며 눈을 찡긋거리자 연정토가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형님, 도대체 무슨 말씀입니까?”

“말은 무슨 말. 왕자 중에 한명을 모시고 다녀오라는 이야기지.”


“왕자들이 어리니까. 함께 다녀오라는 말씀이십니다.”

연개소문이 답을 하지 않고 미랑을 바라보았다.

“어서 잔 넘기지 않고 무엇 하는 겐가.”

미랑이 멈칫하더니 조심스럽게 잔을 비우고 술을 따랐다.

“하면 어느 왕자를 보내실 계획입니까?”

“장남인 남복은 곤란하고 둘째인 임무가 합당하겠지요.”


연정토가 임무를 되뇌며 역시 자신의 옆에 있는 여인에게 술을 비우고 잔 넘길 것을 종용했다.

“이제 알겠느냐?”

연개소문이 가벼이 혀를 차며 미랑의 손을 잡아끌었다.

“형님은 당태종의 애첩을 취하며 즐기고 저는 조문 사절로 다녀오란 말씀입니다.”

“즐기다니 이 사람아. 이런 애첩을 두고 떠나간 당태종을 위로하는 게지.”

일순간 파안대소가 일어났고 미랑의 얼굴은 방금 마신 술기운 탓인지 발갛게 물들어갔다.

신라 지원군의 핵심인 당태종이 사망한 사실을 접한 의자왕이 그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장군 은상에게 좌평인 정복을 군사로 장군 정중을 부장으로 하여 장군 자견 등 정예 군사 일만 명을 주어 출정시켰다.

당태종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던 신라는 백제의 침입을 예측 못했고 결국 석토성(石吐城, 지금의 충청북도 진천군 백곡면 문안산성) 등 일곱 성을 빼앗겼다.

백제군이 여세를 몰아 도살성(道薩城, 충북 청주)으로 진군하자 신라는 급히 김유신과 진춘ㆍ천존·죽지 등을 보내 백제 군사를 맞도록 했다. 

신라의 지원군이 도살성에 도착했을 무렵 백제군 역시 그와 멀지 않은 곳까지 이르렀다.

은상이 내처 도살성을 치려는 순간 바람에 펄럭이는 김유신 기가 눈앞에 아른거리자 멈추어서 그를 살피는 중에 군사인 정복이 다가왔다.

“왜 멈추십니까?”

“저기 성루에 펄럭이는 깃발을 보시오.”

정복이 시력이 시원치 않은지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고 은상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김유신 기군요. 그새 지원군이 도착한 모양입니다.”

“군사의 생각은 어떻소. 내친 김에 성을 공략할까요?”

연개소문은 미랑을 취하고…연정토는 사절로
의자왕, 당태종 사망소식에 군사 일만명 출정

“아니오, 장군. 내 익히 김유신에 대해 성충 장군 등 여러 사람에게 들은 말이 있소. 항상 꼼수를 조심하라고. 그러니 우리도 이곳에 진을 치고 신중하게 처신하도록 하시지요.”

은상이 정중에게 진을 치라 지시하고 정복과 함께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물론 지형을 탐색하기 위함이었다. 

성 앞으로 낮게 펼쳐진 구릉지를 살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신라군이 불시에 위에서 여러 갈래로 치고 내려온다면 힘든 싸움이 될 수 있었다.

지형을 세심하게 살핀 두 사람은 한창 진을 치고 있는 곳에서 뒤로 물려 반달형으로 진을 치도록 했다. 신라군이 선공한다면 여러 갈래에서 나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진을 치고 한창 휴식을 취할 즈음 신라군이 성에서 나와 다섯 갈래로 군사를 나누어 쳐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를 살피던 은상과 정복이 도살성 성루를 바라보았다. 

김유신이 여러 장수들과 함께 조만간 전쟁터로 변할 현장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를 살피고는 즉각 말을 타고 선두에 선 병사들에게 수진으로 임하라 지시하고 역시 뒤로 물러나서 그곳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구릉을 내려온 신라 군사들이 곧바로 백제 진영을 공격하자 일대 혼란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도 잠시 반달형의 견고한 백제군의 수진에 신라군이 오히려 포위되는 형국이 연출되었다.

순간 신라 진영에서 퇴각의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에 따라 백제 군사들이 퇴각하는 그들을 향해 돌진하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그 모습을 살피던 은상이 북소리를 울려 군사들의 행동을 저지했다.

수진을 선택한 은상의 백제군은 여러 날에 걸쳐 신라의 산발적인 침입을 받으면서 지쳐가고 있었다. 

“장군, 결단 내리시지요.”

군사 정복이 초췌한 얼굴의 은상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운을 떼었다.

“수성이 아닌 수진이 힘들기는 힘들구려. 그렇다고 공격할 수도 없고.”

“그러면 철수하는 편이 이롭지 않겠습니까?”

“지금 철수라 하였소?”

“지금 군사들의 사기가 말이 아닙니다.”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난번 의직의 실패를 설욕하겠다고 의자왕과 대신, 장군들에게 호언장담했던 터라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전에는 결코 돌아설 수 없었다.

“조금만 더 저들의 동정을 살펴봅시다. 어차피 저들도 지원군이 온 마당에 마냥 수성만 하지 않으리란 생각이 드는구려.”

“물론 그러합니다만, 저 김유신이란 작자가 워낙에 간계에 능해서.”“우리는 군사가 있지 않소.”

도살성 전투

은상이 은근히 정복을 치켜세우자 정복이 가볍게 헛기침했다.

“그러면 장군의 말 대로 며칠 더 관망해보도록 하지요.”

말을 마치고 두 사람이 도살성을 응시하자 성문이 열리면서 김유신 기를 필두로 천천히 앞으로 나오고 있었다. 

바짝 긴장하며 주시하자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둔 지점에서 신라군이 멈추어서 저들도 진을 세우기 시작했다.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주시하자 진만 치고는 그만이었다.

“군사, 무슨 속셈인 게요?”

“결판을 내겠다고 간주해야 하지 않는지요.”

“결판이라, 그러면 좋지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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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