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76)백제 출격

결국 도살성으로…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형님, 제가 잘 데려왔습니까?”

“그래, 잘 데려왔다. 그것도 미랑으로 말이야.”

흡족한 표정으로 미랑을 바라보던 연개소문이 병을 들어 둘의 잔을 채웠다. 그리고는 술병을 미랑에게 건넸다. 미랑이 조신하게 연개소문의 잔을 채웠다.

“대감, 조문 사절로 누구를 보낼 계획입니까?”

“책사의 의견은 어떻소?”“이번에는 왕과 가까운 사람을 보내야 할 듯합니다.”


“왜 내가 직접 가면 아니 되겠소?” 

조문 사절 결정

“너무 위험부담이 크지요.”

“부담이라니요?”

“저들이 행여나 막리지 대감을 살려두겠습니까? 저들의 왕을 죽인 당사자인데요.”

“하기야.”

말을 하다 말고 연정토를 주시했다.


“왜 저는 바라보십니까?”

“이번 사절로 자네가 다녀오라는 의미일세.”

“네!”

선도해와 연정토가 동시에 반문했다. 

연개소문이 그를 모른 체하고 잔을 들어 한 번에 비우고 미랑에게 건넸다. 

미랑의 눈이 동그랗게 변해갔다. 그도 그럴 것이 상대는 산천초목도 떠는 연개소문이었던 탓이었다.

미랑이 한껏 고개를 숙이고 잔을 받자 두 사람 역시 잔을 비우고 곁에 있는 여인들에게 잔을 넘기고 채워주었다.

“연정토 장군을 조문 사절로 보내시렵니까?”

“그래야지요.”

연개소문이 말을 하며 눈을 찡긋거리자 연정토가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형님, 도대체 무슨 말씀입니까?”

“말은 무슨 말. 왕자 중에 한명을 모시고 다녀오라는 이야기지.”


“왕자들이 어리니까. 함께 다녀오라는 말씀이십니다.”

연개소문이 답을 하지 않고 미랑을 바라보았다.

“어서 잔 넘기지 않고 무엇 하는 겐가.”

미랑이 멈칫하더니 조심스럽게 잔을 비우고 술을 따랐다.

“하면 어느 왕자를 보내실 계획입니까?”

“장남인 남복은 곤란하고 둘째인 임무가 합당하겠지요.”


연정토가 임무를 되뇌며 역시 자신의 옆에 있는 여인에게 술을 비우고 잔 넘길 것을 종용했다.

“이제 알겠느냐?”

연개소문이 가벼이 혀를 차며 미랑의 손을 잡아끌었다.

“형님은 당태종의 애첩을 취하며 즐기고 저는 조문 사절로 다녀오란 말씀입니다.”

“즐기다니 이 사람아. 이런 애첩을 두고 떠나간 당태종을 위로하는 게지.”

일순간 파안대소가 일어났고 미랑의 얼굴은 방금 마신 술기운 탓인지 발갛게 물들어갔다.

신라 지원군의 핵심인 당태종이 사망한 사실을 접한 의자왕이 그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장군 은상에게 좌평인 정복을 군사로 장군 정중을 부장으로 하여 장군 자견 등 정예 군사 일만 명을 주어 출정시켰다.

당태종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던 신라는 백제의 침입을 예측 못했고 결국 석토성(石吐城, 지금의 충청북도 진천군 백곡면 문안산성) 등 일곱 성을 빼앗겼다.

백제군이 여세를 몰아 도살성(道薩城, 충북 청주)으로 진군하자 신라는 급히 김유신과 진춘ㆍ천존·죽지 등을 보내 백제 군사를 맞도록 했다. 

신라의 지원군이 도살성에 도착했을 무렵 백제군 역시 그와 멀지 않은 곳까지 이르렀다.

은상이 내처 도살성을 치려는 순간 바람에 펄럭이는 김유신 기가 눈앞에 아른거리자 멈추어서 그를 살피는 중에 군사인 정복이 다가왔다.

“왜 멈추십니까?”

“저기 성루에 펄럭이는 깃발을 보시오.”

정복이 시력이 시원치 않은지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고 은상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김유신 기군요. 그새 지원군이 도착한 모양입니다.”

“군사의 생각은 어떻소. 내친 김에 성을 공략할까요?”

연개소문은 미랑을 취하고…연정토는 사절로
의자왕, 당태종 사망소식에 군사 일만명 출정

“아니오, 장군. 내 익히 김유신에 대해 성충 장군 등 여러 사람에게 들은 말이 있소. 항상 꼼수를 조심하라고. 그러니 우리도 이곳에 진을 치고 신중하게 처신하도록 하시지요.”

은상이 정중에게 진을 치라 지시하고 정복과 함께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물론 지형을 탐색하기 위함이었다. 

성 앞으로 낮게 펼쳐진 구릉지를 살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신라군이 불시에 위에서 여러 갈래로 치고 내려온다면 힘든 싸움이 될 수 있었다.

지형을 세심하게 살핀 두 사람은 한창 진을 치고 있는 곳에서 뒤로 물려 반달형으로 진을 치도록 했다. 신라군이 선공한다면 여러 갈래에서 나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진을 치고 한창 휴식을 취할 즈음 신라군이 성에서 나와 다섯 갈래로 군사를 나누어 쳐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를 살피던 은상과 정복이 도살성 성루를 바라보았다. 

김유신이 여러 장수들과 함께 조만간 전쟁터로 변할 현장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를 살피고는 즉각 말을 타고 선두에 선 병사들에게 수진으로 임하라 지시하고 역시 뒤로 물러나서 그곳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구릉을 내려온 신라 군사들이 곧바로 백제 진영을 공격하자 일대 혼란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도 잠시 반달형의 견고한 백제군의 수진에 신라군이 오히려 포위되는 형국이 연출되었다.

순간 신라 진영에서 퇴각의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에 따라 백제 군사들이 퇴각하는 그들을 향해 돌진하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그 모습을 살피던 은상이 북소리를 울려 군사들의 행동을 저지했다.

수진을 선택한 은상의 백제군은 여러 날에 걸쳐 신라의 산발적인 침입을 받으면서 지쳐가고 있었다. 

“장군, 결단 내리시지요.”

군사 정복이 초췌한 얼굴의 은상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운을 떼었다.

“수성이 아닌 수진이 힘들기는 힘들구려. 그렇다고 공격할 수도 없고.”

“그러면 철수하는 편이 이롭지 않겠습니까?”

“지금 철수라 하였소?”

“지금 군사들의 사기가 말이 아닙니다.”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난번 의직의 실패를 설욕하겠다고 의자왕과 대신, 장군들에게 호언장담했던 터라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전에는 결코 돌아설 수 없었다.

“조금만 더 저들의 동정을 살펴봅시다. 어차피 저들도 지원군이 온 마당에 마냥 수성만 하지 않으리란 생각이 드는구려.”

“물론 그러합니다만, 저 김유신이란 작자가 워낙에 간계에 능해서.”“우리는 군사가 있지 않소.”

도살성 전투

은상이 은근히 정복을 치켜세우자 정복이 가볍게 헛기침했다.

“그러면 장군의 말 대로 며칠 더 관망해보도록 하지요.”

말을 마치고 두 사람이 도살성을 응시하자 성문이 열리면서 김유신 기를 필두로 천천히 앞으로 나오고 있었다. 

바짝 긴장하며 주시하자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둔 지점에서 신라군이 멈추어서 저들도 진을 세우기 시작했다.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주시하자 진만 치고는 그만이었다.

“군사, 무슨 속셈인 게요?”

“결판을 내겠다고 간주해야 하지 않는지요.”

“결판이라, 그러면 좋지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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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