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여행 ④부산 기장군·수영구

부산에서 가장 빨리 바다를 만나는 동해선 전철

2016년 12월 부산에 동해선이 개통했다. 부전에서 일광까지 14개 역, 총 28.5km에 이른다. 부산 도심(부전역)에서 바다가 지척인 기장(일광역)까지 37분이면 도착하고, 주말·공휴일 기준으로 44회 왕복 운행한다. 동해선을 전철 이용하면 빠르고 알뜰하게 기장군까지 여행할 수 있다. 이제 동해선을 타고 떠나보자.

부산 도심에 자리한 동해선 벡스코역에서는 수영사적공원이 가깝다. 141번·63번 버스로 갈아타고 수영사적공원 앞 정류장에 내려 3~4분 걸어가면 된다. 수영사적공원은 조선 시대 경상좌도 수군절도사영이 있던 곳이다. 수영성은 성곽이 대부분 사라지고, 주작문이라 불린 남문이 일부 남았다. 홍예문과 일부 성곽이 있고, 문 앞에는 화강암으로 조각한 박견 한 쌍이 있다. 

조선 유적지 ‘수영사적공원’

공원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 두 그루가 있다. 부산 좌수영성지 푸조나무(천연기념물 311호)와 부산 좌수영성지 곰솔(천연기념물 270호)이다. 좌수영의 역사를 고스란히 지켜보았을 고목이다. 수령 500년이 넘는 푸조나무는 할머니 당산나무로 불리고, 곰솔은 좌수영 군사들이 무사를 기원하며 신성시했다고 한다. 경상좌수영 수군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가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의 땅이며, 다시는 침범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받아 온 안용복 장군의 사당도 공원에 있다.


해운대의 장산 자락을 휘감고 신해운대역과 송정역을 지나면 기장군에 들어선다. 오시리아역에서 국립부산과학관이 700m 거리다. 걷기 힘들면 1번 출구 건너편에서 185번 버스를 탄다. 국립부산과학관은 직접 만지고 체험하며 즐기는 과학기술 체험관이다. 내부는 자동차·항공우주관, 선박관, 에너지·방사선의학관 등 3개 상설전시관으로 구성되고, 외부에 천체투영관과 사이언스에코파크 등이 있다.


티켓 발권 체험과 선착순 체험으로 나뉘는 탑승 체험물이 가장 인기 있다. 비행 시뮬레이션, 월면 걷기, 자이로스코프 등은 선착순으로 티켓을 발권 받아야 한다. 2층 무인 티켓 발권기에서 오전 9시 30분부터 선착순으로 발매하며, 키 130cm 이상 어린이가 이용할 수 있다. 국립부산과학관은 아침에 가면 더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미취학 아동은 1층 어린이관을 이용한다. 어린이 놀이 시설에 과학을 더해 놀면서 배우는 공간이다. 


동해선 따라 <드림> <보안관> 등 촬영지 구경
기장 대표산물 멸치 관광지 기장역 방문

기장역에서는 죽성드림성당과 대변항이 가깝다. 죽성드림성당은 기장역 2번 출구로 나와 죽성사거리에서 기장군 6번 버스(약 30분 간격 운행)를 타고 두호마을 정류장에서 내리면 지척이다. 해안가 절벽에 세워진 죽성드림성당은 SBS-TV 드라마 〈드림〉의 촬영 세트장이다. 최근 리모델링해 문을 열었다. 회색 벽돌과 흰 벽체, 주황색 지붕이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아름답다. 내부에는 미술 전시회가 열린다.


죽성드림성당 인근에 있는 죽성리왜성과 죽성리해송은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기장죽성리왜성(부산기념물 48호)은 임진왜란 때 두호마을 뒤 해발 60m 남짓한 구릉에 둘레 960m 규모로 쌓은 일본식 성이다. 죽성만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선창을 끼고 있어 함선의 출입이 용이했을 터. 지금은 두호마을과 죽성리 주변의 바다 풍광을 즐기는 전망대로 좋다. 두호마을 정류장 인근에 죽성리왜성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나무 계단을 따라 오르면 왜성의 흔적과 경사지게 쌓은 일본식 성곽이 눈에 들어온다. 


죽성리왜성에서 150m 떨어진 곳에는 기장죽성리해송(부산기념물 50호)이 있다. 해송 다섯 그루가 모여 한 그루처럼 보이지만, 수형이 아름답고 위풍당당하다. 해송 사이에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비는 자그마한 당집이 들어선 것이 특이하다. 가지가 넓게 드리워 커다란 그늘을 만들고, 해송 아래 벤치가 있어 바다를 보며 쉬기 좋다. 


대변항은 미역과 다시마, 멸치로 유명하다. 죽성드림성당에서 남쪽으로 월전항을 지나 기장해안로를 따라가면 대변항에 닿는다. 대변항까지 3km 남짓한 거리로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이 길은 갈맷길 1-2구간에 속한다. 대변항의 여정은 월드컵기념등대부터 멸치광장, 죽도까지 이어진다. 월드컵기념등대는 방파제 입구에서 600m 걸어가야 만날 수 있다. 2002한일월드컵 공인구 피버노바를 담았다. 방파제 너머로 마징가Z등대, 태권V등대라 불리는 장승등대도 손에 잡힐 듯하다. 대변항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멸치광장에는 멸치를 모티프로 한 조형물이 설치되었다. 


대변항 남쪽에는 기장팔경 중 2경인 죽도가 있다. 기장군의 유일한 섬으로 다리가 놓여 건너갈 수 있지만, 개인 소유가 돼 철조망이 쳐진 지 오래다. 대신 죽도로 들어가는 다리에서 바라보는 대변항의 풍경이 좋다. 겨울 철새 붉은부리갈매기의 비상도 대변항 풍경에 한몫한다.


동해선의 종착역은 일광역이다. 역에서 나와 700m 정도 걸어가면 일광해수욕장에 닿는다. 강송교에서 시작해 완만한 호를 그리며 육지 쪽으로 깊숙이 들어온 해변을 차분히 산책해보자. 대변항, 일광해수욕장, 강송교, 학리마을과 방파제는 영화 〈보안관〉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바다 여행이 조금 아쉽다면 송도해상케이블카를 타고 입체감이 느껴지는 바다를 만나자. 송도해상케이블카는 하부 송도베이스테이션과 상부 송도스카이파크 사이 1.62km 해상을 오간다. 높이 86 m 바다를 지나 주변 풍광 또한 시원하다. 총 39기 가운데 13기는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 캐빈이어서, 발아래로 짜릿함이 느껴진다. 송도해수욕장과 송도의 풍경,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송도 앞바다와 송도구름산책로도 인상적이다.


케이블카가 도착하는 송도스카이파크의 옥상전망대에 오르면 천혜의 비경이 펼쳐진다. 푸른 바다 위에 점점이 떠오는 케이블카, 바다 건너 영도 봉래산과 흰여울문화마을, 남항대교와 높이 120m 부산타워도 눈에 들어온다. 저녁에는 야경이 화려하다. 송도스카이파크 지하 1층에는 도펠마이어월드뮤지엄이 있다. 케이블카의 역사와 원리, 실물 케이블카를 만날 수 있어 들러보면 좋다.

바다 위 ‘송도해상케이블카’

황령산도 부산의 풍경을 내려다보는 전망대로 손꼽힌다. 황령산 정상 턱밑까지 도로가 나서 오르기 쉽다. 주차장에서 정상 전망대까지 350m, 넉넉히 10분이면 도착한다. 전망대는 광안대교 방면, 부산시청 방면, 서면 방면 등 모두 세 곳으로 시야가 확 트였다. 남쪽으로 해운대부터 영도 봉래산까지, 북쪽으로 금정산부터 해운대 장산까지, 서쪽으로 부산의 중심지인 서면 일대부터 엄광산과 백양산 사이로 낙동강도 보인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일광역→일광해수욕장→기장죽성리왜성과 해송→죽성드림성당→대변항→기장역→오시리아역→국립부산과학관→벡스코역→수영사적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일광역→일광해수욕장→기장죽성리왜성과 해송→죽성드림성당→대변항→기장역→오시리아역→국립부산과학관 
[둘째 날] 송도해상케이블카→흰여울문화마을→국립해양박물관→부산삼진어묵(부산어묵체험·역사관)→벡스코역→수영사적공원→황령산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부산시 문화관광 http://tour.busan.go.kr/index.busan
- 부산관광공사 부산관광정보 https://bto.or.kr/renewal/06_visitor/a01.php
- 수영구 문화관광 www.suyeong.go.kr/tour/main.asp
- 기장군 문화관광 www.gijang.go.kr/tour/index.gijang
- 국립부산과학관 www.sciport.or.kr
- 송도해상케이블카 www.busanaircruise.co.kr  

문의 전화
- 부산관광공사 051)780-2168 
- 부산종합관광안내소 051)253-8253
- 수영구관광안내소 051)610-4261
- 수영사적공원 051)752-2947
- 국립부산과학관 051)750-2300 
- 송도해상케이블카 051)247-9900
- 삼목선착장(세종해운) 032)751-2211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부산,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20~40분 간격(06:00∼다음 날 02:00) 운행, 약 4시간20분 소요.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부산종합버스터미널 1577-9956, www.bxt.co.kr 
[기차] 서울역-부산역, KTX 하루 40여 회(05:15~22:50) 운행, 약 2시간40분 소요. 용산역-부산역, KTX 하루 7회(05:30~21:10) 운행, 약 3시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88-7788, www.letskorail.com 
[동해선] 부전역-일광역, 하루 44~48회(05:30~23:45) 운행, 37분 소요. 
*문의: 부산교통공사 1544-5005, www.humetro.busan.kr

자가운전
- 남해고속도로 냉정 JC→남해제2고속도로지선→서부산톨게이트→진양램프에서 서면교차로 방면 오른쪽→삼전교차로에서 우회전→부전역
- 경부고속도로 노포 JC→부산외곽순환도로 기장 IC→기장일광IC교차로에서 기장군청 방면 오른쪽→삼덕길에서 좌회전→고가차도 옆길로 나가 새싹삼 거리에서 일광 방면 우회전→이화로로 직진→일광삼거리에서 우회전→일광역   

숙박 정보
- 베니키아프리미어마리안느호텔: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051)606-0600 
- 호텔더마크 해운대: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298번길, 051)501-9440, www.hotelthemark.co.kr
- 유니크스테이: 부산진구 부전로, 051)808-5577, www.uniqstay.co.kr 
- 더무빙: 기장군 장안읍 해맞이로, 1577-8446, www.themoving.kr
- 별이그린바다펜션: 기장군 기장읍 기장해안로, 051)966-1234, http://seastarpension.co.kr


식당 정보  
- 선비식당(토암정식): 기장군 기장읍 대변로, 051)721-2231
- 어촌밥상(생선구이정식): 기장군 기장읍 연화2길, 051)724-1342 
- the 최고집왕갈비탕 수영본점(왕갈비탕): 수영구 연수로, 051)753-3789 
- 키친로쏘(피자·파스타): 기장군 기장읍 기장해안로, 051)722-5585 
- 한끼밥상(한끼세트): 부산진구 중앙대로, 051)803-0648 
- 경성국수(회비빔국수): 부산진구 동성로, 051)808-4090
- 송정집(송정비빔밥): 해운대구 송정광어골로, 051)704-0577
- 부산고등어(참고등어숙성초밥): 서구 충무대로82번길, 051)231-3312

주변 볼거리
부산시민공원, 영화의전당, 국립해양박물관, 송도해안산책로, 동해남부선 옛길, 청사포다릿돌전망대, 송정해수욕장, 해동용궁사, 칠암항 야구등대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