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여행 ④부산 기장군·수영구

부산에서 가장 빨리 바다를 만나는 동해선 전철

2016년 12월 부산에 동해선이 개통했다. 부전에서 일광까지 14개 역, 총 28.5km에 이른다. 부산 도심(부전역)에서 바다가 지척인 기장(일광역)까지 37분이면 도착하고, 주말·공휴일 기준으로 44회 왕복 운행한다. 동해선을 전철 이용하면 빠르고 알뜰하게 기장군까지 여행할 수 있다. 이제 동해선을 타고 떠나보자.

부산 도심에 자리한 동해선 벡스코역에서는 수영사적공원이 가깝다. 141번·63번 버스로 갈아타고 수영사적공원 앞 정류장에 내려 3~4분 걸어가면 된다. 수영사적공원은 조선 시대 경상좌도 수군절도사영이 있던 곳이다. 수영성은 성곽이 대부분 사라지고, 주작문이라 불린 남문이 일부 남았다. 홍예문과 일부 성곽이 있고, 문 앞에는 화강암으로 조각한 박견 한 쌍이 있다. 

조선 유적지 ‘수영사적공원’

공원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 두 그루가 있다. 부산 좌수영성지 푸조나무(천연기념물 311호)와 부산 좌수영성지 곰솔(천연기념물 270호)이다. 좌수영의 역사를 고스란히 지켜보았을 고목이다. 수령 500년이 넘는 푸조나무는 할머니 당산나무로 불리고, 곰솔은 좌수영 군사들이 무사를 기원하며 신성시했다고 한다. 경상좌수영 수군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가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의 땅이며, 다시는 침범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받아 온 안용복 장군의 사당도 공원에 있다.


해운대의 장산 자락을 휘감고 신해운대역과 송정역을 지나면 기장군에 들어선다. 오시리아역에서 국립부산과학관이 700m 거리다. 걷기 힘들면 1번 출구 건너편에서 185번 버스를 탄다. 국립부산과학관은 직접 만지고 체험하며 즐기는 과학기술 체험관이다. 내부는 자동차·항공우주관, 선박관, 에너지·방사선의학관 등 3개 상설전시관으로 구성되고, 외부에 천체투영관과 사이언스에코파크 등이 있다.


티켓 발권 체험과 선착순 체험으로 나뉘는 탑승 체험물이 가장 인기 있다. 비행 시뮬레이션, 월면 걷기, 자이로스코프 등은 선착순으로 티켓을 발권 받아야 한다. 2층 무인 티켓 발권기에서 오전 9시 30분부터 선착순으로 발매하며, 키 130cm 이상 어린이가 이용할 수 있다. 국립부산과학관은 아침에 가면 더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미취학 아동은 1층 어린이관을 이용한다. 어린이 놀이 시설에 과학을 더해 놀면서 배우는 공간이다. 

동해선 따라 <드림> <보안관> 등 촬영지 구경
기장 대표산물 멸치 관광지 기장역 방문

기장역에서는 죽성드림성당과 대변항이 가깝다. 죽성드림성당은 기장역 2번 출구로 나와 죽성사거리에서 기장군 6번 버스(약 30분 간격 운행)를 타고 두호마을 정류장에서 내리면 지척이다. 해안가 절벽에 세워진 죽성드림성당은 SBS-TV 드라마 〈드림〉의 촬영 세트장이다. 최근 리모델링해 문을 열었다. 회색 벽돌과 흰 벽체, 주황색 지붕이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아름답다. 내부에는 미술 전시회가 열린다.


죽성드림성당 인근에 있는 죽성리왜성과 죽성리해송은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기장죽성리왜성(부산기념물 48호)은 임진왜란 때 두호마을 뒤 해발 60m 남짓한 구릉에 둘레 960m 규모로 쌓은 일본식 성이다. 죽성만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선창을 끼고 있어 함선의 출입이 용이했을 터. 지금은 두호마을과 죽성리 주변의 바다 풍광을 즐기는 전망대로 좋다. 두호마을 정류장 인근에 죽성리왜성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나무 계단을 따라 오르면 왜성의 흔적과 경사지게 쌓은 일본식 성곽이 눈에 들어온다. 


죽성리왜성에서 150m 떨어진 곳에는 기장죽성리해송(부산기념물 50호)이 있다. 해송 다섯 그루가 모여 한 그루처럼 보이지만, 수형이 아름답고 위풍당당하다. 해송 사이에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비는 자그마한 당집이 들어선 것이 특이하다. 가지가 넓게 드리워 커다란 그늘을 만들고, 해송 아래 벤치가 있어 바다를 보며 쉬기 좋다. 


대변항은 미역과 다시마, 멸치로 유명하다. 죽성드림성당에서 남쪽으로 월전항을 지나 기장해안로를 따라가면 대변항에 닿는다. 대변항까지 3km 남짓한 거리로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이 길은 갈맷길 1-2구간에 속한다. 대변항의 여정은 월드컵기념등대부터 멸치광장, 죽도까지 이어진다. 월드컵기념등대는 방파제 입구에서 600m 걸어가야 만날 수 있다. 2002한일월드컵 공인구 피버노바를 담았다. 방파제 너머로 마징가Z등대, 태권V등대라 불리는 장승등대도 손에 잡힐 듯하다. 대변항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멸치광장에는 멸치를 모티프로 한 조형물이 설치되었다. 


대변항 남쪽에는 기장팔경 중 2경인 죽도가 있다. 기장군의 유일한 섬으로 다리가 놓여 건너갈 수 있지만, 개인 소유가 돼 철조망이 쳐진 지 오래다. 대신 죽도로 들어가는 다리에서 바라보는 대변항의 풍경이 좋다. 겨울 철새 붉은부리갈매기의 비상도 대변항 풍경에 한몫한다.


동해선의 종착역은 일광역이다. 역에서 나와 700m 정도 걸어가면 일광해수욕장에 닿는다. 강송교에서 시작해 완만한 호를 그리며 육지 쪽으로 깊숙이 들어온 해변을 차분히 산책해보자. 대변항, 일광해수욕장, 강송교, 학리마을과 방파제는 영화 〈보안관〉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바다 여행이 조금 아쉽다면 송도해상케이블카를 타고 입체감이 느껴지는 바다를 만나자. 송도해상케이블카는 하부 송도베이스테이션과 상부 송도스카이파크 사이 1.62km 해상을 오간다. 높이 86 m 바다를 지나 주변 풍광 또한 시원하다. 총 39기 가운데 13기는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 캐빈이어서, 발아래로 짜릿함이 느껴진다. 송도해수욕장과 송도의 풍경,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송도 앞바다와 송도구름산책로도 인상적이다.


케이블카가 도착하는 송도스카이파크의 옥상전망대에 오르면 천혜의 비경이 펼쳐진다. 푸른 바다 위에 점점이 떠오는 케이블카, 바다 건너 영도 봉래산과 흰여울문화마을, 남항대교와 높이 120m 부산타워도 눈에 들어온다. 저녁에는 야경이 화려하다. 송도스카이파크 지하 1층에는 도펠마이어월드뮤지엄이 있다. 케이블카의 역사와 원리, 실물 케이블카를 만날 수 있어 들러보면 좋다.

바다 위 ‘송도해상케이블카’

황령산도 부산의 풍경을 내려다보는 전망대로 손꼽힌다. 황령산 정상 턱밑까지 도로가 나서 오르기 쉽다. 주차장에서 정상 전망대까지 350m, 넉넉히 10분이면 도착한다. 전망대는 광안대교 방면, 부산시청 방면, 서면 방면 등 모두 세 곳으로 시야가 확 트였다. 남쪽으로 해운대부터 영도 봉래산까지, 북쪽으로 금정산부터 해운대 장산까지, 서쪽으로 부산의 중심지인 서면 일대부터 엄광산과 백양산 사이로 낙동강도 보인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일광역→일광해수욕장→기장죽성리왜성과 해송→죽성드림성당→대변항→기장역→오시리아역→국립부산과학관→벡스코역→수영사적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일광역→일광해수욕장→기장죽성리왜성과 해송→죽성드림성당→대변항→기장역→오시리아역→국립부산과학관 
[둘째 날] 송도해상케이블카→흰여울문화마을→국립해양박물관→부산삼진어묵(부산어묵체험·역사관)→벡스코역→수영사적공원→황령산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부산시 문화관광 http://tour.busan.go.kr/index.busan
- 부산관광공사 부산관광정보 https://bto.or.kr/renewal/06_visitor/a01.php
- 수영구 문화관광 www.suyeong.go.kr/tour/main.asp
- 기장군 문화관광 www.gijang.go.kr/tour/index.gijang
- 국립부산과학관 www.sciport.or.kr
- 송도해상케이블카 www.busanaircruise.co.kr  

문의 전화
- 부산관광공사 051)780-2168 
- 부산종합관광안내소 051)253-8253
- 수영구관광안내소 051)610-4261
- 수영사적공원 051)752-2947
- 국립부산과학관 051)750-2300 
- 송도해상케이블카 051)247-9900
- 삼목선착장(세종해운) 032)751-2211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부산,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20~40분 간격(06:00∼다음 날 02:00) 운행, 약 4시간20분 소요.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부산종합버스터미널 1577-9956, www.bxt.co.kr 
[기차] 서울역-부산역, KTX 하루 40여 회(05:15~22:50) 운행, 약 2시간40분 소요. 용산역-부산역, KTX 하루 7회(05:30~21:10) 운행, 약 3시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88-7788, www.letskorail.com 
[동해선] 부전역-일광역, 하루 44~48회(05:30~23:45) 운행, 37분 소요. 
*문의: 부산교통공사 1544-5005, www.humetro.busan.kr

자가운전
- 남해고속도로 냉정 JC→남해제2고속도로지선→서부산톨게이트→진양램프에서 서면교차로 방면 오른쪽→삼전교차로에서 우회전→부전역
- 경부고속도로 노포 JC→부산외곽순환도로 기장 IC→기장일광IC교차로에서 기장군청 방면 오른쪽→삼덕길에서 좌회전→고가차도 옆길로 나가 새싹삼 거리에서 일광 방면 우회전→이화로로 직진→일광삼거리에서 우회전→일광역   

숙박 정보
- 베니키아프리미어마리안느호텔: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051)606-0600 
- 호텔더마크 해운대: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298번길, 051)501-9440, www.hotelthemark.co.kr
- 유니크스테이: 부산진구 부전로, 051)808-5577, www.uniqstay.co.kr 
- 더무빙: 기장군 장안읍 해맞이로, 1577-8446, www.themoving.kr
- 별이그린바다펜션: 기장군 기장읍 기장해안로, 051)966-1234, http://seastarpension.co.kr

식당 정보  
- 선비식당(토암정식): 기장군 기장읍 대변로, 051)721-2231
- 어촌밥상(생선구이정식): 기장군 기장읍 연화2길, 051)724-1342 
- the 최고집왕갈비탕 수영본점(왕갈비탕): 수영구 연수로, 051)753-3789 
- 키친로쏘(피자·파스타): 기장군 기장읍 기장해안로, 051)722-5585 
- 한끼밥상(한끼세트): 부산진구 중앙대로, 051)803-0648 
- 경성국수(회비빔국수): 부산진구 동성로, 051)808-4090
- 송정집(송정비빔밥): 해운대구 송정광어골로, 051)704-0577
- 부산고등어(참고등어숙성초밥): 서구 충무대로82번길, 051)231-3312

주변 볼거리
부산시민공원, 영화의전당, 국립해양박물관, 송도해안산책로, 동해남부선 옛길, 청사포다릿돌전망대, 송정해수욕장, 해동용궁사, 칠암항 야구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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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