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선상 오른 친MB기업 추적

서슬 퍼런 검날에 숨죽인 재계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불법 자금 수수 혐의로 강도 높은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재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소환 조사 후 검찰의 칼끝이 재벌기업을 겨냥할거란 우려 때문이다. 소위 ‘친MB기업’으로 분류되는 몇몇 재벌기업들은 숨죽이며 사태를 지켜봐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 소환을 앞둔 검찰은 막판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오는 14일 오전 9시30분 이 전 대통령을 청사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관련 뇌물수수, 탈세, 횡령 등 혐의를 비롯해 국정원 특수활동비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게 된다. 

조여 오는 그물망
어디까지 밝혀지나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소환해 다스 실소유주 문제, 국정원 특수활동비 뇌물수수 의혹, 각종 민간 불법자금 수수 의혹 등에 대해 직접 조사할 방침이다. 그간 조사를 통해 검찰은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인 것으로 사실상 결론지은 상태다.

이 전 대통령 소환까지 남은 시간 동안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측근 다수가 연루된 불법자금 수수 의혹 등에 대해 마무리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압수수색 대상이 됐던 송정호 전 법무부장관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이 전 대통령 소환에 앞서 조사가 필요한 인물로 꼽힌다. 이들은 여러 불법자금 수수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7일에는 2011년 초 직접 억대의 특활비를 챙긴 혐의를 받던 이상득 전 의원이 재소환됐다. 지난 1월26일 검찰에 출석했던 이 전 의원은 병환을 이유로 3시간 만에 귀가한 바 있다. 당시 이 전 의원은 혐의를 전반적으로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재소환 된 이 전 의원에게 국정원 특활비를 받는 과정서 이 전 대통령의 지시나 개입이 있었는지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 전 대통령 사위인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 이 전 의원에게 뇌물을 건넨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 결과를 종합하면 이 전 대통령에게는 100억원대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검찰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2008년과 2010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4억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 방조)로 구속 기소하면서 “이 전 대통령이 주범”이라고 밝혔다.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2011년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 측에 전달한 국정원 돈 1억여원에 대해서도 검찰은 뇌물로 보고 있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2007년부터 2011년 사이 이 전 대통령의 사위인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를 통해 인사청탁 등의 명목으로 건넨 22억5000만원과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이 2008년 총선 공천헌금으로 건넨 4억원도 확인했다.

전방위로 확대되는 수사 
대기업부터…시작에 불과?

MB정부 시절 청와대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했던 것으로 드러난 유력 경제인도 검찰의 용의 선상에 이름을 올렸다. 이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정권과 결탁설이 끊이지 않던 대보그룹이 대표적이다. 

대보그룹은 전국 각지서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과 교통정보시스템 관리 등을 주 업무로 하는 중견기업이다.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계약이 이 회사에 편중되면서 국정감사 때마다 한국도로공사와의 유착 의혹이 제기됐었다.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은 200억대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됐다가 지난해 징역 3년형이 확정돼 현재 수감 중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이 중견기업 대보그룹으로부터 수억원대 불법 자금을 건네받은 정황을 포착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지난달 말 수사를 본격 진행했다. 
 

검찰 측은 대보그룹이 MB정부 시절인 2010년 무렵 관급공사 수주청탁을 하며 이 전 대통령 측근 인사에게 수억원대 금품을 건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보그룹 측이 금품을 전달한 금품의 진짜 목적지가 이 전 대통령일 경우 적용될 뇌물 혐의액은 한층 늘어나게 된다. 

엄청난 후폭풍
누가 타깃 될까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 수사는 단순한 정치적 이슈가 아니다. 당연히 재계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우려할 부분은 검찰의 칼끝이다.

검찰은 대보그룹을 용의선상에 올린 것 이외에는 아직까지 재계에 적극적은 공세를 취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수사가 확대되지 말란 보장은 없다. 이 경우 훨씬 더 많은 재벌 총수들이 검찰의 용의선상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친MB 성향’을 의심받던 곳들이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포스코는 MB정부 시절 18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날린 것과 이 전 의원과 연결고리를 의심받고 있다. 포스코는 2011년 ‘산토스CMI’라는 회사를 800억원에 인수했는데 실제 가치는 100억원도 안 된다는 평가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산토스CMI는 적자를 거듭했고 포스코는 결국 지난해 이 회사를 인수금의 8분의 1도 안 되는 단 68억원에 원소유자에게 되팔았다.

검찰은 지난 1일 이상은 다스 회장 소환 당시 포스코그룹이 사들인 도곡동 땅 실소유주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포스코건설(당시 포스코개발)은 1995년 이상은 회장과 이 전 대통령 처남인 고 김재정씨 공동명의로 된 도곡동 땅을 263억원에 매입했다. 

그러나 매각대금이 이 회장이 아닌 이 전 대통령 아들 이시형 다스 전무에게 일부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이 일면서 다스와 마찬가지로 이 전 대통령이 도곡동 땅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세청이 지난달 초 포스코건설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도 도곡동 땅 매입과 관련된 장부를 들여다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이른바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1심 공판서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되면서 창업 51년 만에 최초로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롯데가 이명박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MB정부 시절 청와대가 제2롯데월드 건설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담긴 ‘제2롯데월드 건설추진 관련 여론관리 방안’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은 이 전 의원이 국가기록원을 열람해 기록해온 것으로 여기에는 제2롯데월드 건설 인허가를 비롯해 여론관리까지 청와대가 직접 지침을 내린 정황이 담겼다. 

삼독이 된 긴밀한 연결고리
밝혀지는 이권 개입 정황

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다스 소송비 논란에 이름을 올린 상황이다. 검찰은 다스가 BBK투자자문으로부터 투자금 140억원을 회수한 과정을 수사하는 과정서 삼성전자가 지난 2009년 다스의 미국 로펌 '에이킨 검프(Akin Gump)'에 소송비용 40억원을 대납한 정황을 포착했다. 

지난달 15일에는 삼성 2인자로 불리던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이 전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소송비용 대납을 승인했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그룹도 다스의 로펌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당시 현대차그룹 고위 임원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와 별도로 현대차 협력업체이던 다스의 매출이 급증하는 과정서 특혜가 있었는지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다.


한 몫 잡으려다
다함께 엮일 판

코오롱, 효성, 서희건설 등은 이 전 대통령 측근들과 긴밀한 연결고리로 인해 친MB기업으로 분류되는 분위기다. 코오롱은 이 전 의원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뒤 이 전 의원을 보좌하던 코오롱 계열 출신의 직원들이 사건에 연루되면서 관계마저 의혹을 사고 있다. 
 

이 전 의원이 의정활동을 하던 시기에 의원실 관계자 대부분은 코오롱 출신인사로 구성됐다. 여기에는 이상득 전 의원부터가 코오롱 출신이라는 점이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은 1980년대 코오롱, 코오롱상사 사장으로 재직하며 35년 가까이 회사에 몸담았다. 

이 전 의원은 1988년 코오롱그룹서 퇴사한 이후 24년간 고문직을 유지하며 고문료 및 고문활동비, 차량과 운전기사를 지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코오롱은 회계법을 위반해 이 전고문을 지원했던 것으로 드러나 이동찬 회장이 곤혹에 처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코오롱그룹이 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4대강 수질개선사업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재조명받는 상황이다. 코오롱워터텍(현 코오롱이엔지니어링)은 4대강 수질개선 프로젝트인 ‘총인 처리 사업’을 대거 수주하면서 급성장했한 회사로,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80%가량 지분을 갖고 있었다.

이효성그룹은 전 대통령과 혈연으로 맺어져 있다. 조석래 전 효성 회장의 동생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며느리가 이 전 대통령의 딸 수연씨다. 조현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과 수연씨는 지난 2001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효성그룹과 이 전 대통령은 사돈관계인 셈이다.

이 같은 연결고리 탓에 효성은 MB정부 시절 각종 특혜 및 정경유착 의혹과 관련해 그 이름이 가장 빈번하게 거론됐다. 지난해 11월17일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가 효성 본사와 관계사 4곳, 관련자 주거지 4곳 등 총 8곳을 압수수색한 뒤 이 같은 견해에 더욱 힘이 실리기도 했다.

다만 효성그룹이 아직까지 MB정부서 어떤 이득을 얻었는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진 게 없다. 지난해 검찰의 압수수색의 경우 2014년 7월 효성의 부동산 계열사의 1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에 대한 것이었다. 
 

이 전 대통령 측과 연결고리를 의심받는 기업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역시 뇌물죄 적용 가능성이다. 개별적으로 추가 지원하려한 정황이 있거나 해당 시점에 이해관계가 발생했을 경우 엄중한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부분이 수사에서 드러나면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긴장 상태
삐끗하면 끝

검찰은 일부 기업서 2008년 이후 자료를 제출받아 박근혜정부서 MB정부까지 폭넓게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선 이들 기업의 정권유착형 비리에 대한 수사가 재계 전반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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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