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선상 오른 친MB기업 추적

서슬 퍼런 검날에 숨죽인 재계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불법 자금 수수 혐의로 강도 높은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재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소환 조사 후 검찰의 칼끝이 재벌기업을 겨냥할거란 우려 때문이다. 소위 ‘친MB기업’으로 분류되는 몇몇 재벌기업들은 숨죽이며 사태를 지켜봐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 소환을 앞둔 검찰은 막판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오는 14일 오전 9시30분 이 전 대통령을 청사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관련 뇌물수수, 탈세, 횡령 등 혐의를 비롯해 국정원 특수활동비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게 된다. 

조여 오는 그물망
어디까지 밝혀지나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소환해 다스 실소유주 문제, 국정원 특수활동비 뇌물수수 의혹, 각종 민간 불법자금 수수 의혹 등에 대해 직접 조사할 방침이다. 그간 조사를 통해 검찰은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인 것으로 사실상 결론지은 상태다.

이 전 대통령 소환까지 남은 시간 동안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측근 다수가 연루된 불법자금 수수 의혹 등에 대해 마무리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압수수색 대상이 됐던 송정호 전 법무부장관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이 전 대통령 소환에 앞서 조사가 필요한 인물로 꼽힌다. 이들은 여러 불법자금 수수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7일에는 2011년 초 직접 억대의 특활비를 챙긴 혐의를 받던 이상득 전 의원이 재소환됐다. 지난 1월26일 검찰에 출석했던 이 전 의원은 병환을 이유로 3시간 만에 귀가한 바 있다. 당시 이 전 의원은 혐의를 전반적으로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재소환 된 이 전 의원에게 국정원 특활비를 받는 과정서 이 전 대통령의 지시나 개입이 있었는지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 전 대통령 사위인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 이 전 의원에게 뇌물을 건넨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 결과를 종합하면 이 전 대통령에게는 100억원대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검찰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2008년과 2010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4억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 방조)로 구속 기소하면서 “이 전 대통령이 주범”이라고 밝혔다.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2011년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 측에 전달한 국정원 돈 1억여원에 대해서도 검찰은 뇌물로 보고 있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2007년부터 2011년 사이 이 전 대통령의 사위인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를 통해 인사청탁 등의 명목으로 건넨 22억5000만원과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이 2008년 총선 공천헌금으로 건넨 4억원도 확인했다.

전방위로 확대되는 수사 
대기업부터…시작에 불과?

MB정부 시절 청와대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했던 것으로 드러난 유력 경제인도 검찰의 용의 선상에 이름을 올렸다. 이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정권과 결탁설이 끊이지 않던 대보그룹이 대표적이다. 

대보그룹은 전국 각지서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과 교통정보시스템 관리 등을 주 업무로 하는 중견기업이다.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계약이 이 회사에 편중되면서 국정감사 때마다 한국도로공사와의 유착 의혹이 제기됐었다.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은 200억대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됐다가 지난해 징역 3년형이 확정돼 현재 수감 중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이 중견기업 대보그룹으로부터 수억원대 불법 자금을 건네받은 정황을 포착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지난달 말 수사를 본격 진행했다. 
 

검찰 측은 대보그룹이 MB정부 시절인 2010년 무렵 관급공사 수주청탁을 하며 이 전 대통령 측근 인사에게 수억원대 금품을 건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보그룹 측이 금품을 전달한 금품의 진짜 목적지가 이 전 대통령일 경우 적용될 뇌물 혐의액은 한층 늘어나게 된다. 

엄청난 후폭풍
누가 타깃 될까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 수사는 단순한 정치적 이슈가 아니다. 당연히 재계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우려할 부분은 검찰의 칼끝이다.

검찰은 대보그룹을 용의선상에 올린 것 이외에는 아직까지 재계에 적극적은 공세를 취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수사가 확대되지 말란 보장은 없다. 이 경우 훨씬 더 많은 재벌 총수들이 검찰의 용의선상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친MB 성향’을 의심받던 곳들이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포스코는 MB정부 시절 18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날린 것과 이 전 의원과 연결고리를 의심받고 있다. 포스코는 2011년 ‘산토스CMI’라는 회사를 800억원에 인수했는데 실제 가치는 100억원도 안 된다는 평가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산토스CMI는 적자를 거듭했고 포스코는 결국 지난해 이 회사를 인수금의 8분의 1도 안 되는 단 68억원에 원소유자에게 되팔았다.

검찰은 지난 1일 이상은 다스 회장 소환 당시 포스코그룹이 사들인 도곡동 땅 실소유주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포스코건설(당시 포스코개발)은 1995년 이상은 회장과 이 전 대통령 처남인 고 김재정씨 공동명의로 된 도곡동 땅을 263억원에 매입했다. 

그러나 매각대금이 이 회장이 아닌 이 전 대통령 아들 이시형 다스 전무에게 일부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이 일면서 다스와 마찬가지로 이 전 대통령이 도곡동 땅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세청이 지난달 초 포스코건설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도 도곡동 땅 매입과 관련된 장부를 들여다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이른바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1심 공판서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되면서 창업 51년 만에 최초로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롯데가 이명박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MB정부 시절 청와대가 제2롯데월드 건설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담긴 ‘제2롯데월드 건설추진 관련 여론관리 방안’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은 이 전 의원이 국가기록원을 열람해 기록해온 것으로 여기에는 제2롯데월드 건설 인허가를 비롯해 여론관리까지 청와대가 직접 지침을 내린 정황이 담겼다. 

삼독이 된 긴밀한 연결고리
밝혀지는 이권 개입 정황

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다스 소송비 논란에 이름을 올린 상황이다. 검찰은 다스가 BBK투자자문으로부터 투자금 140억원을 회수한 과정을 수사하는 과정서 삼성전자가 지난 2009년 다스의 미국 로펌 '에이킨 검프(Akin Gump)'에 소송비용 40억원을 대납한 정황을 포착했다. 

지난달 15일에는 삼성 2인자로 불리던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이 전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소송비용 대납을 승인했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그룹도 다스의 로펌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당시 현대차그룹 고위 임원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와 별도로 현대차 협력업체이던 다스의 매출이 급증하는 과정서 특혜가 있었는지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다.


한 몫 잡으려다
다함께 엮일 판

코오롱, 효성, 서희건설 등은 이 전 대통령 측근들과 긴밀한 연결고리로 인해 친MB기업으로 분류되는 분위기다. 코오롱은 이 전 의원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뒤 이 전 의원을 보좌하던 코오롱 계열 출신의 직원들이 사건에 연루되면서 관계마저 의혹을 사고 있다. 
 

이 전 의원이 의정활동을 하던 시기에 의원실 관계자 대부분은 코오롱 출신인사로 구성됐다. 여기에는 이상득 전 의원부터가 코오롱 출신이라는 점이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은 1980년대 코오롱, 코오롱상사 사장으로 재직하며 35년 가까이 회사에 몸담았다. 

이 전 의원은 1988년 코오롱그룹서 퇴사한 이후 24년간 고문직을 유지하며 고문료 및 고문활동비, 차량과 운전기사를 지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코오롱은 회계법을 위반해 이 전고문을 지원했던 것으로 드러나 이동찬 회장이 곤혹에 처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코오롱그룹이 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4대강 수질개선사업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재조명받는 상황이다. 코오롱워터텍(현 코오롱이엔지니어링)은 4대강 수질개선 프로젝트인 ‘총인 처리 사업’을 대거 수주하면서 급성장했한 회사로,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80%가량 지분을 갖고 있었다.

이효성그룹은 전 대통령과 혈연으로 맺어져 있다. 조석래 전 효성 회장의 동생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며느리가 이 전 대통령의 딸 수연씨다. 조현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과 수연씨는 지난 2001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효성그룹과 이 전 대통령은 사돈관계인 셈이다.

이 같은 연결고리 탓에 효성은 MB정부 시절 각종 특혜 및 정경유착 의혹과 관련해 그 이름이 가장 빈번하게 거론됐다. 지난해 11월17일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가 효성 본사와 관계사 4곳, 관련자 주거지 4곳 등 총 8곳을 압수수색한 뒤 이 같은 견해에 더욱 힘이 실리기도 했다.

다만 효성그룹이 아직까지 MB정부서 어떤 이득을 얻었는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진 게 없다. 지난해 검찰의 압수수색의 경우 2014년 7월 효성의 부동산 계열사의 1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에 대한 것이었다. 
 

이 전 대통령 측과 연결고리를 의심받는 기업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역시 뇌물죄 적용 가능성이다. 개별적으로 추가 지원하려한 정황이 있거나 해당 시점에 이해관계가 발생했을 경우 엄중한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부분이 수사에서 드러나면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긴장 상태
삐끗하면 끝

검찰은 일부 기업서 2008년 이후 자료를 제출받아 박근혜정부서 MB정부까지 폭넓게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선 이들 기업의 정권유착형 비리에 대한 수사가 재계 전반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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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