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74)희생

온군해 김춘추와 옷을 바꾸고…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내 명색이 당나라 황제로서 그대 보기 민망하오.”

손사래를 치는 당태종의 얼굴에서 아직도 지난 전투의 상흔이 그대로 드러났다. 

비록 안대를 했으나 눈뿐 아니라 안면 신경체계에 적지 않은 이상이 보일정도로 심하게 경련을 일으키고는 했다.

“폐하, 저희 폐국(弊國, 폐습이 많아 어지러운 나라 혹은 자기 나라를 낮추어 이르는 말)의 불찰이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춘추가 다시 머리를 조아리자 이세민이 흡족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안대를 지그시 눌렀다.


“경에 대한 이야기는 전에 입조한 사람을 통해 이미 잘 알고 있네만, 황제의 나라를 방문한 느낌은 어떠하오?”

당태종의 환대

“황제 폐하를 알현할 수 있는 이 자체가 그저 커다란 광영이옵니다.”

“그 이야기는?”

“저희 폐국이 황제 폐하를 지극정성으로 섬기는 모습을 시기한 백제의 지속적인 침공이 황제 폐하의 명으로 중지되어 직접 뵐 수 있으니 그로 족합니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지.”

“오로지 폐하의 황은에 감읍할 따름입니다.”“요즈음 백제와의 사이는 어떠하오?”


“황제 폐하의 은총으로 소강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오나 워낙 변덕이 심한 자들이라 언제 다시 침공할지 불안하옵니다.”

“그런 사실은 내 이미 익히 알고 있거늘.”

“하여 황제 폐하께서 지속적으로 하늘과 같은 위엄으로써 다스려주지 않는다면 저들은 기필코 폐국을 침범하고 조공을 바칠 수 있는 기회조차 막고자 할 것입니다. 그것이 걱정스럽습니다.”

“고얀놈들이로고.”

“그런 경우 오로지 바닷길로만 상국에 들 수 있는 저희는 황제 폐하를 뵙는 일조차 불가능해 질 수 있습니다.”

“결코 그런 일이 있을 수는 없소.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내 친히 대군을 이끌고 백제를 정벌할 것이오.”

말을 하는 이세민의 얼굴이 가볍게 떨렸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그건 그렇게 처리하기로 하고, 일전에 입조했던 사람이 경과 김유신이란 자에 대해 극구 칭찬하던데 그 자는 어떠하오?”

“폐하, 유신이 비록 약간의 재주를 가지고 있으나 그 모든 바탕에는 황제 폐하의 위엄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혹여 조금이라도 폐하의 위엄이 함께하지 않는다면 그 조그마한 재주 역시 무용지물에 불과하옵니다.”

“당연히 그러하겠지.”

이세민이 거들먹거리며 말을 받고는 턱을 가볍게 쓸었다.


“금번에 짐이 고구려를 친 이유도 그런 맥락이었소.”

“말씀 주십시오, 폐하.”

“짐은 항상 그대 나라에 대해 연민의 정을 지니고 있소. 그런 연유로 그대 나라가 고구려뿐만 아니라 백제에 끊임없이 침략 당하는 모습을 어여삐 여겨 그 본을 보이고자 한 것이오.”

“그 사실은 폐국의 산천초목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런 연유로 여주가 신으로 하여금 지극정성으로 사은하라는 엄명을 주었습니다.”

이세민이 거듭되는 춘추의 치사에 가벼이 밭은기침을 했다.

“고구려와 백제가 지속적으로 그대 나라에 위해를 가한다면 당나라의 모든 병력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정벌하고 평양성 이남의 땅은 모두 신라에게 주도록 하겠소.”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황제 폐하!”

춘추가 평양성 이남을 되뇌면서 다시 고개를 조아리자 이세민이 곁에 시립한 장수를 바라보았다.

“짐의 말을 소정방 장군은 항상 염두에 두고 즉각 출전할 차비를 갖추고 있도록 하라!”

“폐하를 위해서라면 목숨조차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전이 울릴 정도로 우렁차게 답하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한눈에 대단한 용력의 소유자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김춘추, 당태종 환대 속에 사신임무 완수
돌아가는 길 마주친 고구려 배 ‘일촉즉발’

“폐하, 소신에게 한 가지 청이 있사옵니다.”“청이라니, 기탄없이 말해보오.”

“저희 폐국이 황제 폐하를 섬겨온 지 여러 해가 흘렀는데 아직 미숙하여 상국의 복제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여 저희 폐국이 상국의 복제를 따를 수 있도록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허허, 그런 일이 있었소. 당연히 그리할 일이오.”

이세민이 바로 그 자리에서 당의 화려한 의복을 내려주고 김춘추와 아들 인문에게 당의 벼슬을 내려줄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시간이 이어졌다.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사절임무를 마친 춘추 일행이 바야흐로 신라로 돌아갈 시점이 다가왔다. 

소식을 접한 당태종의 파격적인 환대가 이어졌다. 

그 일환으로 당나라 조정의 3품 이상의 모든 관리들을 소집하여 전송하게 했다.

그에 감읍한 춘추가 다시 당태종에게 부복했다.

“황제 폐하의 하해와 같은 황은에 보답하기 위해 소신의 아들로 하여금 이곳에 남아 숙위(宿衛, 황제를 호위하던 의장대)할 수 있도록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아들로 하여금 숙위라.”

“신에게는 아들 일곱이 있사오니 금번에 함께 온 아들이 황제 폐하께 충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옵소서.”

당태종이 흡족한 미소를 머금으며 기꺼이 허락했다.

춘추가 홀가분한 마음으로 배에 올라 당항성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서해 바다 한 가운데 이르자 저 멀리서 여러 척의 배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식을 접한 춘추가 혹여나 자신을 환영하기 위해 나온 신라의 선박이 아닐까하는 호기심에 부풀어 한참을 주시했다. 

그러다 한 순간 흐릿하게 보이는 깃발을 보고 기겁했다.

정확하게 보이지는 않으나 깃발의 글씨 중에 ‘大高句麗’(대고구려)란 글자가 시선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순간 고개를 돌렸다. 

저만치 어디엔가 당나라 영토가 보이리라 생각했는데 그저 보이는 거라고는 망망대해뿐이었다. 

다시 고개를 돌려 고구려의 배들을 주시했다. 

분명 고구려 병사들이 승선하고 있을 빠른 배를 자신이 타고 있는 배로 도망칠 수 없다는 판단이 섰다. 

시선을 주위로 돌렸다. 

뒤에서 작은 배가 따라오고 있었다.

순간 갈등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당나라에 사신으로 다녀오는 자신의 정체를 고구려 군사들이 알아챈다면 그야말로 답은 죽음밖에 없었다. 

이미 고구려에서 연개소문을 만났을 때 당나라와의 관계를 청산하겠다고 약속했던 터였다. 

그 생각이 일어나자 여하한 경우라도 살아남지 못하리라는 절박감이 온몸으로 번져갔다.

한참 갈등에 사로잡혀 있을 즈음 인부들과 하인들이 승선하고 있는 작은 배가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감지하고 춘추의 배 옆으로 붙어 섰다. 

멀거니 그 배를 바라보는 중에 종사관인 온군해가 춘추의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다가섰다.

“대감, 저 배들은 고구려 배들이 확실하지요?”

“그러네, 바로 고구려 배라네.”

“그렇다면 무얼 그리 망설이십니까?”

“그게 무슨 소린가?”

“어서 옷을 벗으십시오.”

“옷이라니.”

“서둘러 제 옷과 바꾸어 입자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대감께서는 빨리 작은 배로 신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온군해의 말을 들으니 춘추의 가슴에 뭉클한 기운이 치솟았다.

“그럴 수는 없네.”

“이놈도 사람답게 살고 갔다는 이름을 남기고 싶습니다. 그동안 이 놈은 대감 덕분에 호의호식하였습니다. 그러니 대감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온군해가 말을 마치고는 그 자리에서 큰 절을 올렸다. 

순간 춘추가 고개를 돌려 배에 달린 깃발을 바라보았다.

온군해의 희생

‘新羅 角干 金春秋’(신라 각간 김춘추) 아뿔싸 하는 생각과 함께 춘추가 엎어져 있는 온군해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자네의 진정에 그저 고마울 따름이네.”

춘추의 눈동자가 붉게 충혈되었다.

“아니옵니다, 대감. 그저 이 몸이 조금이라도 소용될 수 있음에 그저 감읍할 따름입니다.” 

“이보게, 아니 대아찬!”

대아찬(大阿飡)이라는 소리에 온군해의 눈이 동그랗게 변해갔다. 

그도 그럴 것이 대아찬은 십칠 관등 중 다섯째로 진골만이 오를 수 있는 관등이었고 온군해는 결코 그 직급에 오를 수 없는 육두품의 신분이었다.

“내 자네의 희생을 결코 헛되이 하지 않겠네.”

“어찌 저 같은 놈이. 대아찬이라니 당치않으십니다.”

“그도 부족하이. 여하튼 자네 가족을 위해 죽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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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