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시즌’ 눈치보는 대기업 속사정

인정사정없는 큰손 ‘재계가 떤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상장사 정기 주주총회가 본격화되고 있다. 배당금 증액 등 주주친화 정책이 현안으로 부각된 만큼 주가부양을 위한 액면분할이나 자사주 매입 등이 안건으로 상정될 전망이다. 기존 경영진에 대한 재선임 안건이 어떻게 결정될지 지켜보는 일도 나름의 관전 포인트다.
 

수년 전부터 금융당국은 상장사들의 주주총회가 특정일에 집중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주총일 분산을 독려해왔다. 하지만 올해도 12월 결산 상장사 10곳 중 6곳의 비율로 주총일이 특정 3일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슈퍼 주총데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매주 금요일
예고된 쏠림

한국상장사협의회 따르면 주총 일정을 신고한 12월 결산 상장사 1025곳(코스피 401곳, 코스닥 624곳) 중 30%가량인 287곳(28%)의 주총일이 오는 23일로 잡혔다. 12월 결산 코스피시장 법인이 746개사임을 감안하면 5개사 중 1개 꼴로 이날 주총을 개최하는 셈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GS, KB금융 등 그룹 계열사가 해당한다.

그 다음으로 28일 204곳(19.9%), 3월22일 128곳(12.5%) 순이었다. 특정 3일에 쏠림 현상은 지난해 주총이 많이 열렸던 상위 3개 날짜의 주총 비중(70.6%) 대비 10%포인트 낮아졌지만 일본(48.5%), 미국(10.3%), 영국(6.4%) 등에 비해선 여전히 높다. 

코스닥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코스닥협회가 조사한 결과 153개사가 3월 마지막 수요일인 28일 주총을 예고했다. 3월 22일에는 72개사가 주총을 열 방침이다. 같은 달 27일과 23일에는 각각 71개사, 66개사가 주총을 계획하고 있다. 


12월 결산 코스닥시장 법인의 30%가 이들 4개 날짜에 주총을 몰아넣었다. 

앞서 금융당국은 특정일에 주총을 여는 기업이 200개를 넘으면 ‘주총 집중일’로 보고 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 주도로 주총 날짜 분산을 유도한다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같은 날짜에 200개 회사가 주총을 여는데도 그날 주총을 개최하려는 회사는 그 사유를 거래소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했다. 

금융당국이 상장사 주총일을 분산하려는 건 지난해말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 제도 일몰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섀도보팅은 주총 참석 주주 수가 부족해 주총이 무산되지 않도록 예탁결제원이 주총 안건에 대한 참석 주주의 찬성과 반대 비율대로 참석하지 않은 주주의 의결권을 행사해 정족수를 충족시켜주는 제도다. 

올해부터 섀도보팅이 폐지됨에 따라 특정일에 주총이 몰리면 정족수 부족으로 주총이 무산될 수도 있다.

갈등의 내막
이사 재선임

올해 기업들의 정기 주총에서는 다수의 전문 경영인이 시장의 재평가를 받게 된다. 지난해는 일부 그룹 총수일가 경영진의 등기이사 재선임 안건이 이슈였으나 올해는 2인자급 전문 경영인 다수의 임기 만료가 임박한 것이 눈에 띈다. 
 

LG는 하현회 부회장의 임기가 만료돼 재선임 안건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 부회장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관련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LG그룹 계열사가 총 78억원을 출연한 2015년 말∼2016년 초 당시 LG의 대표이사로 있었다. 


포스코는 지난 13일 이사회서 오인환 사장이 사내이사 후보로 재추천 받았다. 오 사장은 2015년 사내이사 후보에 올랐을 당시 결격사유가 없어 시장서도 특별히 반대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신설된 최고운영책임자(COO·철강부문장)에 선임되며 권오준 회장 체제 2기의 새 주역으로 주목받았다. 재단 출연 이슈가 있으나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의 집중조사를 받았던 최정우 사장은 이번에 재선임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올해도 여지없이 ‘슈퍼주총’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뭐기에

금융권에선 근래에 보기 힘든 표 대결이 펼쳐질 예정이다. 대표이사 회장과 사외이사 등 이사회를 핵심 멤버들이 이번 주총서 주주들의 선택을 받는다. 특히 정부와 연기금, 노조 등이 지배구조 혁신의 필요성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이사회는 유석렬·박재하 이사의 연임과 선우석호·최명희·정구환 후보의 신규 선임을 제안하는 안건을 올렸고, KB국민은행 노조는 주주제안을 통해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지난해 11월 임시주총서 하승수 변호사를 추천했지만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대비 13.73%, 출석 주식수 대비 17.73%로 부결됐다.

하나금융 주총에선 김정태 회장의 연임을 놓고 공방이 예상된다. KEB하나은행, 하나카드, 하나금융투자 노조로 구성된 하나금융 공동투쟁본부는 연임반대 입장이다.
 

오는 22일로 예정된 신한금융 주총에선 사외이사 10명 중 임기가 만료되는 8명의 후임 인선이 결정된다. 5명의 임기를 연장하고 3명은 교체하는 안건이 상정됐다. 신한은행 노조는 4.72%의 지분을 보유한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견제 장치 도입
이번엔 다를까

이런 가운데 정기 주총 시즌의 주요 관전포인트 중 하나로 ‘스튜어드십코드’가 떠올랐다. 지난해 스튜어드십코드가 제정된 후 첫 주총인만큼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일종의 행동강령으로, 기관투자가들이 자산을 맡긴 수탁자를 위해 기업에 적극적으로 관여(engagement)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수익률을 더 높이기 위해 기업을 편법 운영을 감시하고,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라는 지침이다.

지난해 제정된 스튜어드십코드엔 미래에셋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큐캐피탈파트너스·스틱인베스트먼트 등 23개 주요 운용사·투자사가 참여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KB국민은행·IBK투자증권 등 대형 운용사와 은행·증권사들도 40여곳의 기관도 참여 계획서를 제출한 상태다.


주요 연기금 중에선 한국교직원공제회와 지방행정공제회, 한국투자공사(KIC)가 도입을 결정하고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행정공제회의 경우 올해 주총부터 스튜어드십코드에 의거해 의결권 자문사로부터 자문을 받고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기관 주주의 정기주총 안건 반대 비율은 2013년 0.7%, 2014년 1.5%에 그쳤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주도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정기주총 안건의 19.4%에 대해 반대를 권고한 2015년에도 기관 주주의 반대표 행사율은 1.5%에 불과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7개 원칙 중 5번 원칙으로 ‘충실한 의결권 행사’를 규정하고 있다. 의결권 행사 지침과 절차, 세부기준을 마련해 공개하고, 의결권 행사의 구체적인 내용과 사유도 공개해야 한다. ‘묻지마 찬성표’를 던지기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기관들은 공정한 ‘의결권 행사 사유’ 기재를 위해 지배구조원, 서스틴베스트, 대신경제연구소 등 의결권 자문기관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스튜어드십코드에 참여한 주요 기관은 대부분 이들 중 한 곳 이상과 자문계약을 맺고 있다. 행정공제회의 경우 세 곳으로부터 모두 자문을 받을 계획이다.

국민연금이 어느 수준까지 발언권을 낼 것인가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경제민주화 기류 속에 의결권 대리 행사 의무, 거수기 주총 견제에 대한 사회적 요구로 그간 국민연금공단은 주총장 보폭을 조금씩 달리 해왔다. 정권이 바뀌기 전 지난해 정기 주총 때만 해도 국민연금의 반대 안건 비율이 전년보다 소폭 올랐었다.


게다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16년 국내 기업의 배당 현황을 파악했고 이를 바탕으로 10개 안팎의 저배당 기업 리스트를 만들고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국내 상장사들의 배당 현황과 배당 결정요인, 해외 연기금의 배당정책 등을 조사하는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황이다. 

오는 9월까지 진행하는 이 연구를 통해 국민연금은 자체 배당 관련 정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이와 함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전략을 마련하는 연구용역도 함께 발주했다. 

더욱 큰 이슈는 감사 선임이다. 감사 선임엔 최대 주주의 의결권이 최대 3%로 제한돼 기관 및 소액주주들의 발언권이 커진다. 지난해 국민연금 등 기관 주주들의 반대로 효성의 감사인 선임이 주총서 무산된 일도 있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재계도 주주친화정책에 적극성을 띄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배당이다. 

그동안 총수기업집단은 내부 자본이 외부로 유출되는 배당에 인색했으나 실적 개선과 더불어 유보금 이슈, 총수 일가의 지분 상속비용 급전이 필요해진 사정 등 복합적 요인이 배당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을 비롯해 SK, 롯데, GS, 신세계, 두산, CJ 등의 상장사들이 대체로 전년보다 오른 지난해 결산 배당 계획을 세웠다.

주주 눈치껏
배당 늘리나

정부의 재벌개혁 과제나 상법 개정안 등이 요구하는 지배구조 개편 방안도 재계가 잇따라 내놓고 있다. SK에 이어 한화, LS 등이 주주총회 분산개최 또는 전자투표제 도입 확산 계획을 내놨으며, 현대차는 투명경영위원회의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 후보를 주주들에게서 추천받기로 했다. 이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의 재벌 기업 면담 이후 자발적 개혁 사례로 인용되며 다른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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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