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사춘기’ 직장인 우울증 실태

“회사 출근하기 싫어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제2의 사춘기를 겪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최근 직장인들은 “회사 가기 싫어”라는 말을 습관처럼 한다. 마치 학생일 때 “학교 가기 싫어”를 외치던 모습과 닮았다. 문제는 그 강도가 “싫다” “좋다” 수준을 넘어 몸과 마음이 상하는 우울증으로 번지고 있다는 데 있다. <일요시사>가 직장인의 신종 질환으로 떠오른 회사 우울증을 들여다봤다.
 

일요일 저녁이 되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다가오는 월요일을 고통스러워하는 이용자들의 글이 우후죽순처럼 올라온다. 주말이 왜 이렇게 짧은지에 대한 푸념,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두려움, 주말에 제대로 쉬지 못한 아쉬움 등 온갖 감정이 버무려진 글의 향연은 매주 반복된다.

학생은 ‘학교 가기 싫다’, 직장인은 ‘회사 가기 싫다’고 입을 모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말을 습관처럼 내뱉으면서도 막상 한 주가 시작되면 학교나 회사에 적응해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그러나 최근에는 직장 우울증, 회사 우울증이라고 불리는 신종 질환을 앓는 사람이 늘었다. 회사에 가기 싫어 우울증까지 겪는 직장인이 많아지고 있는 것.

자살 충동도?

#1. 인천 남동구 모 통신사의 텔레마케터로 근무 중인 박모씨는 일요일 저녁이 되면 자살충동에 시달린다고 고백했다. 월요일 아침 회사에 가야하는 현실이 끔찍하게 싫기 때문이다. 박씨의 충동은 출근길까지 이어진다. 출근을 하다가 지하철에 뛰어들거나 차도에 눕는 상상이 끝없이 박씨를 덮친다. 박씨는 결국 심리상담센터를 찾았다.


#2. 경기도 파주의 한 출판사에서 일하는 윤모씨는 취업준비생 시절 스트레스로 인해 빠졌던 살이 회사에 입사하면서 10㎏ 넘게 쪘다. 퇴근하면 집에서 야식을 시켜먹는 게 습관이 됐기 때문이다. 윤씨는 “회사에서 나가는 순간 축 쳐졌던 몸 상태가 회복된다”며 “퇴근 이후에야 진짜 하루가 시작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10명 중 7명 ‘출근 기피’
10명 중 1명 그대로 방치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남녀 직장인 910명을 대상으로 회사 우울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직장인 10명 중 7명이 회사 우울증에 시달린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우울증은 밖에서는 활기차지만 출근만 하면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는 증상을 말한다.

회사 우울증을 느끼는 비율은 여성이 76.9%로 남성(63.8%)보다 높게 나타났다. 직급별로는 주임·대리급 직장인들이 76.6%로 가장 높았고, 사원(67.8%), 차장(65.6%), 부장·임원급(60.6%) 순으로, 대체적으로 직급이 낮을수록 회사 우울증을 앓는 경향이 많았다.

직무별로는 마케팅·홍보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이 82.9%로 가장 높았다. 디자인(80.6%), 고객 상담·서비스(74.5%), 재무·회계(74.15), 영업·영업 관리(71.6%), 인사·총무(70.9%) 등의 직업서 평균(68.8%)을 웃도는 비율을 보였다.

회사 우울증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은 그 이유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비전’을 1순위로 꼽았다. ‘회사에 대한 불확실한 비전’ ‘과도한 업무량’ ‘업적 성과에 따라 이뤄지지 않는 급여 인상’ ‘상사와의 관계’ 등이 뒤를 이었다.

회사 일로 인해 우울감을 느끼는 직장인의 숫자가 늘어난 것은 SNS서도 손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다음소프트가 분석한 직장인 사춘기 관련 빅데이터 자료를 보면 2016년 우울증 연관어로 회사나 직장이 언급된 게시글은 1만2652건으로 집계됐다. 그리고 불과 1년 새 3.1배인 3만8972건으로 늘었다. 

야근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경우는 196건서 1416건으로 7.2배나 폭증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국민 가운데 73.4%는 직장서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연령별로는 30대(80.9%)와 40대(78.7%)에서 가장 높은 스트레스 체감도를 보였다. 그 다음이 20대(73.4%)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최근 5년 새 불안장애를 호소하는 환자는 10만명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역시 40대 직장인서 특히 높은 발병률을 보였다.

정부는 2013년부터 업무상 재해의 범위를 정신적 스트레스로까지 확대했다. 업무와 연관된 스트레스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까지 산업재해에 포함한 것.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은 부하 직원의 사망 사고를 처리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사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업무상 재해로 판단하지 않았지만 법원은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또 “회사 측의 무리한 업무지시와 징계해고 등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을 정도로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합리적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해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우울증을 앓는 직장인들은 번아웃 증후군, 범불안장애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불태워 없어진다’는 뜻의 번아웃 증후군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정신적 피로감을 느끼면서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사회초년생인 1∼5년차 직장인들이 많이 겪는다. 스트레스와 과도한 압박을 느끼는 경우 나타날 수 있다.

정신장애의 일종인 범불안장애는 다양한 주제와 일상에 대해 특별한 원인 없이 만성적으로 불안을 경험하고, 신체적 각성을 비롯한 증상을 6개월 이상 경험할 때 진단된다. 불안을 직접적으로 유발한 만한 사건이나 대상이 없는 경우에도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 예상보다 부정적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상황임에도 최악의 결과를 상상해 불안이 더욱 심화되는 경우도 있다.

퇴근하고 나가면 ‘펄펄∼’
취미생활 만들어 해소해야


회사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늘어나다보니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와이미(Why me) 증후군’ ‘샌드위치 증후군’ 등의 신조어도 쏟아지고 있다.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은 ‘항상 밝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화가 나거나 슬플 때도 무조건 웃는 것을 말한다. 겉으로 보기엔 밝은 표정을 유지하지만 속으로는 늘 우울해하고 식욕·성욕 등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억누른 채 고객을 응대해야 하는 감정노동자들에게 많이 발견된다.

와이미 증후군은 직장에서 자신의 편이 하나도 없고 자신만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말 그대로 “왜 나한테만 그래?”라는 생각을 자꾸 떠올리는 증후군이다. 부정적 상황의 원인을 외부서 찾기 때문에 자신을 희생양으로 생각하거나 피해의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샌드위치 증후군은 밑으로는 부하 직원에게, 위로는 경영층의 압박을 받는 중간 관리자의 고통을 가리킨다.

방치했다 큰일


회사 우울증은 일단 회사를 벗어나면 줄어들기 때문에 일반 우울증과는 다르다. 그렇기에 당사자조차 회사 우울증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제 회사 우울증을 앓고 있는 직장인 10명 중 1명 정도는 술, 담배, 운동 등의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보다는 그대로 방치하는 방법을 택한다.

전문가들은 회사 우울증 극복을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확실히 파악하고, 취미생활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규칙적인 운동과 적절한 수면시간, 가족이나 친구와 대화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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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