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고-억울한 사람들> (64)갑자기 잘린 강사들

“잡무 시키더니 ‘필요 없다’며 해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예순네 번째 주인공은 갑작스럽게 해고통지를 받은 영주영어체험센터 내국인 강사들 입니다.
 

“그동안 열심히 일해 온 것이 있는데 너무 억울합니다. 교육을 받는 당사자인 학생들의 교육환경은 생각하지도 않은 처사입니다. 비정규직이라고 정규직으로 전환해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무기계약을 해달라는 것입니다.”

일방적 통지

영주영어체험센터 내국인 강사들은 울음 섞인 목소리로 억울함을 토로했다. 영주관 내 4개 영어체험센터 내국인 강사 10명 전원이 지난달 22일, 2018년 2월 말일자로 해고통지를 받았다. 해고통지서에는 “상기자는 계약기간 만료에 의거 해고되었음을 통보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일반적으로 기간을 정해 한시적 계약인 경우에는 이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들은 다르다. 이들은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대상서 제외돼 해고통지를 받은 것이다. 그동안의 업무에 대한 심사도 없었다.

이들은 약 2년부터 길게는 10년 동안 비정규직으로 일해 왔다.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했지만 지금까지 퇴직금을 계속 적립해왔다. 


강사로 수업뿐만이 아니라 프로그램 모집기획부터 운영관리, 원어민보조교사 관리지원, 학부모상담, 센터홍보 등 여러 가지 업무도 도맡아 왔다.

약 5년 전부터 공공기관의 무기계약직 전환이 이뤄져 건의했으나 강사신분에 해당 안 된다는 답변만 되풀이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경북도교육청은 하루 8시간 일하는 내국인 강사보다 근무시간이 더 짧은 돌봄강사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이후 직명은 ‘돌봄전담사’로 바꿨다.

10명 전원 업무 심사도 없이 쫓겨나
강사명칭 이유로 “무기전환 안된다”

매년 이들 계약서에는 영어체험센터 운영이 한시적인 사업이라 무기계약 전환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함께 센터서 근무한 사무원은 무기계약으로 전환됐다.
 

이에 대해 강사들은 “한시적 사업이라고 말하지만 경북도교육청에는 현 교육감의 공약내용에 ‘사교육비 부담, 더 줄이겠다’라는 제목으로 사업목표와 우선순위에 중장기사업이라고 명시돼있다”며 “이행절차에는 거점형 영어교육지원센터 설치운영이 들어가 있고 기간도 2014년부터 지속추진이라고 명시돼 결코 한시적 사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같은 사업이 내국인 강사에게는 한시적이고 사무원에게는 상시사업이 적용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10년 가까이 이뤄지는 한시적인 사업도 있는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시는 글로벌 인재양성 특구지정의 일환으로 2020년까지 예산지원이 확정된 상황이다. 갑작스레 일자리를 잃은 내국인 강사들은 무기계약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2020년까지 근무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강사 A씨는 “현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면서 내국인 강사는 시청도, 시교육청도 책임을 못 진다고 한다”며 “나름대로 영어교육의 사교육비 절감에 공헌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해 왔는데 해고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강사 B씨도 “원어민은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아 생활거주부터 학생, 학부모들과의 소통까지 수업과 행정업무 외의 일까지 중간역할을 해 왔다”며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가장 염려되는 것은 저소득층 학생들과 학생별 맞춤형 지도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행정업무에도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현재 영주초등학교 홈페이지에는 1월31일자로 영주영어체험센터에 3명의 원어민교사 채용공고를 올렸다. 영주초 뒤 영주영어체험센터(관내 초등전체), 영일초(서부초등), 풍기(풍기북부, 봉현, 안정초등), 부석(순흥초, 옥대초) 4곳을 담당할 인력을 모집하는 것이다.

강사 C씨는 “해고통보를 듣고 아이가 ‘엄마에게 교육받으며 좋아했던 아이들은 어떻게 해’라고 하는데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며 “학교 측에서는 도에서 지시를 받았다고 하고 도교육청에서는 해고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만 답했다. 이번 해고가 과연 정당한 해고인지 다시 한 번 묻고 싶다”고 울먹였다.

“끝까지 알릴 것”

한 내국인 강사는 “내국인 강사임에도 직원 채용도 하라고 지시가 내려와 한 바 있고 다른 행정업무로 과로에 시달렸다”며 “영어 외에 업무자료를 수집해놨다. 끝까지 이 억울함을 알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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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