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72)포위

당군의 조바심을 자극하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무슨 표정이 그럽니까?”

“고 장군 이 사람. 동작 한번 빠르네.”

선도해가 마치 빈정대듯이 한마디 하자 연정토가 자신의 뒷덜미를 긁적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모두가 박장대소를 터트리자 급기야 연정토의 눈이 동그랗게 변해갔다. 

선도해가 더 이상 놀려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했는지 세세하게 설명을 곁들였다.


“아니 설부터 형님은.”

“그건 그렇고 고문 장군은 내 말을 반드시 명심하도록 하시게.”

연개소문이 연정토의 말을 무시하고 고문에게 지시하기 시작하자 연정토가 다시 한 번 머쓱한 표정을 지었고 모두가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박작성 전투

“마저 말씀주시지요, 막리지 대감.”

“저놈들이 아마도 우리가 펼쳤던 전술을 역으로 이용하려는 모양인데, 그를 우리가 이용하도록 해야겠소.”

연개소문이 선도해에게 눈짓을 주었다.


“당나라가 고구려를 침입한 이래 지속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고 그러니 소규모 병력으로 우리의 변죽을 올려 당나라 영토로 침입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술책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장군은 박작성 근처에 있는 안지성과 오골성에서 각기 일만 오천 씩 도합 삼만의 군사를 징발해서 박작성을 후원하되 저들의 의도를 역으로 이용해 주시오.”

“하면, 어떻게?”    

“박작성에 전령을 보내 저들을 우리 영토 깊숙이 끌어들이라 할 터이니 당나라 놈들 모두  압록수에 쓸어 넣으라는 이야기입니다.”

“그 놈들, 이 추운 날씨에 정신 번쩍 들겠군.”

연정토의 걸쭉한 말투에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고문이 연개소문의 지시에 따라 오골성과 안지성에서 병사를 징발하여 진용을 갖추고 박작성으로 향할 즈음 당군은 압록수 하구를 따라 올라와 박작성에서 불과 육십여 리 떨어진 곳에 군영을 설치했다.

이미 전령을 통해 연개소문의 지시사항을 전달받은 소부손 성주 역시 그들의 움직임에 행보를 같이하여 성내의 보병과 기병 일만 명을 이끌고 성에서 나와 저지선을 구축했다. 

이어 고구려군의 움직임을 살핀 설만철은 수적 우세를 믿고 강하게 고구려 군사를 밀어붙였다.

양 진영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전개되던 어느 순간 고구려 군사들이 열세에 몰리게 되자 소부손이 진지를 파하고 급히 성으로 퇴각할 것을 명했다. 

이에 고무된 당나라 군사들이 박작성 가까이 진을 치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부손은 당의 독전에도 불구하고 수성으로 오로지하며 당나라 군사들의 조바심을 자극했고 이 무렵 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고문이 이끄는 증원군이 도착했다. 

고문이 진격에 앞서 당군의 배치를 살피고 박작성으로 전령을 보냈다.


고문의 전령이 박작성에 들기를 잠시 후 성문이 열리고 고구려 군사들이 당군을 향해 달려 나갔다. 

고구려군의 거센 기습공격에 일시적으로 당황했던 당군이 전세를 가다듬고 총공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를 틈타 고문이 증원군을 두 개의 부대로 나누어 이동시켜 당나라의 측면과 배후에 자리 잡았다. 배치가 끝날 즈음 박작성 군사들이 다시 성으로 퇴각했다. 

결국 당나라 군사는 압록수를 옆으로 두고 고문의 증원군과 박작성 군사들로 포위당하는 형국에 처했다.  

성루에서 그를 확인한 소부손이 다시 성문을 열고 당나라 군사들을 향해 재공격을 감행하자 진의를 알지 못하는 당나라 군사들이 박작성에 집중했다. 

이어 당군과 박작성의 고구려군이 막 부딪칠 무렵 뒤와 옆에서 북소리와 함성이 천지를 가르기 시작했다.


“당나라 오랑캐 놈들, 한 놈도 빠트리지 말고 모두 압록수에 수장시키도록 하라!”

고문의 우렁찬 소리마냥 고구려 군사들의 함성이 높아갔고 그와 반대로 당군은 혼비백산하기 시작했다. 

북소리와 함성이 천지를 가르다
설욕전…다시 신라 함정에 빠지다

“전하, 이번에는 소장을 보내주십시오!”

“아니오. 의직 장군에게 지난번 패배를 설욕할 기회를 주는 게 타당하오.”

의자왕이 완강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성충에게 나지막하게 말을 이었다.

“장군, 소장이 다시 나서 이번에는 확실하게 신라를 공격하여 승전보를 바치도록 할 터이니 기회를 주십시오!”

성충이 간절하게 이야기하는 의직과 의자왕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반드시 설욕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장군. 신이 함께 출정하여 도움을 주도록 하겠습니다.”

의직에 이어 좌평인 중상이 나서자 성충이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주시했다.

“다만 승리를 바랄뿐이오. 그러나 만약에 신라군의 장수로 김유신이 등장하면 신중에 신중을 기하시오.”

“그 말씀은?”

의직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받았다.

“김유신은 꼼수의 달인이오. 즉 자력으로 당당하게 전투를 치르기보다는 항상 주변 여건을 활용하고 있소. 그 과정에서 사람이건 지형지물이건 가리지 않는 인물이오. 그러니 이 점 유념하고 전투에 임하시오.”

의직이 성충의 말을 헤아리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중상을 군사로 백제의 정예병 삼천을 거느린 의직이 다시 신라의 서쪽 국경지역을 공략하기 시작하여 요거성(腰車城, 상주의 옛 요제원 일대) 등 십여 성을 빼앗았다. 

그 소식을 접한 신라는 급히 김유신으로 하여금 압량주의 정예병을 이끌고 맞이하게 하였다.

요거성에 다다른 김유신이 멀찌감치 떨어져 성을 바라보았다. 

성루에 의직의 장군기가 나부끼는 모습을 살피며 잠시 생각에 잠겨들었다. 

비록 수적으로 우세하지만 백제군의 용맹성, 아울러 지난 전투에 패한 의직의 각오를 헤아리며 회심의 미소를 머금었다. 

유신이 뒤를 바라보았다. 백화산이 시선에 들어왔다. 

그를 살피며 급히 수하 장수들을 불러 작전에 관해 지시 내리고 말머리를 돌려 다수의 병사들을 이끌고 백화산의 옥문곡으로 이동했다.

김유신이 떠나고 잠시 후 오백여 명의 신라 군사들이 고함과 함께 요거성으로 진격을 감행했다. 

성루에서 미처 김유신의 대군이 슬그머니 꼬리를 튼 사실을 알지 못한 백제의 의직이 성문을 열고 접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접전을 벌이기를 잠시 수적으로 열세인 신라군이 슬금슬금 후퇴하기 시작했다. 

사기가 충전된 백제군이 그야말로 저돌적으로 추격을 감행했다. 

순간 성루에서 그를 살피던 중상의 시선에 멀리서 보이는 깃발이 들어왔다.

급히 북을 쳐서 회군하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함성에 묻혀 들리지 않는지 백제군이 공격을 지속했다. 

중상이 급하게 성루에서 내려와 말에 박차를 가하여 백화산 초입에서 백제군의 후미를 따라잡았다.

“장군은 멈추시오!”

“왜 그러시오, 대감.”

옥문곡 전투

막 신라군을 잡았다고 생각하던 시점에 갑자기 나타난 중상의 멈추라는 소리에 의직이 의아한 표정으로 주시했다.  

“신라군의 함정 같소!”

“함정이라!”

“성루에서 가만히 살피니 저 산 안쪽에서 신라의 깃발이 언뜻언뜻 비치더이다.”

순간적으로 성충이 했던 말이 떠올랐는지 의직이 즉각 백제군의 공격을 멈추도록 지시하고 숨을 몰아쉬었다. 

아울러 신라군의 후미가 사라진 지점으로 수색병을 내보냈다.

“정녕 함정이란 말입니까?”

“확실하지는 않으나 산속에서 펄럭이는 깃발을 보았소.”

“혹시 잘못 보신 거 아니오?”

“그렇지 않을 거요.”

확실하게 답을 하지 못하는 중상을 의직이 의심스런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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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