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을 만나다> ‘용산중 농구부’ 박민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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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8.02.26 10:49:52
  • 호수 11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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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인 지도는 옛말! 알아가는 게 중요하죠”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용산중학교는 농구 명문으로 불린다. 김국찬, 안영준, 허훈 등을 배출한 학교로 허훈의 아버지 허재 또한 용산중학교를 대표하는 농구인 중 한 명이다. 숱한 유망주를 프로로 진출시키며 ‘유망주 제조기’라 불리는 박민재 감독을 만나봤다.
 

박민재 감독은 잦은 부상으로 인해 대학교 3학년 때 농구 코트를 떠났다. 당시 지도자에 관심을 가졌던 박민재 감독이지만 도움 받을 곳이 없어 회사를 다니며 평범한 직장인이 됐다. 그렇게 선수가 아닌 평범한 회사원으로 사회에 적응해나가던 박 감독은 은사님으로부터 지도자 제의를 받게 됐다. 

디테일한 가르침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던 박 감독은 은사님의 제의를 수락했고, 현재까지 지도자로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쉽지만은 않았다. 삼광초등학교 지도자 시절, 선수 수급의 어려움을 겪던 박 감독은 지인들에게 수소문해가며 선수 영입을 시도했다.

“지도자 처음 시작할 때 정말 힘들게 했었어요. 무작정 뛰었어요. 발품 팔고 다니며 아이들 교육법부터 선수 수급까지 안 한 게 없었던 것 같아요. 특히 허재(현 농구 국가대표 감독) 선배님께 첫째 (허)웅이만 농구 시키려고 하시는 걸 (허)훈이도 시키라고 설득하기도 했어요.”


야구나 축구에 비해 농구는 초등학교 때 생활체육이 아닌 엘리트로 시작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렇기에 선수 수급은 더욱더 힘들었다. 또한 맨땅의 헤딩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을 위해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쳤다.

“어려움도 물론 따르지만 디테일하게 가르칠 수 있어 좋았어요.” 박 감독은 삼광초등학교 지도자 시절을 떠올렸다.

요즘 농구 스타플레이어 위주
5명이 끈끈한 동료애로 뭉쳐야

반면 조금 더 나아진 환경이리라 생각했던 중학교는 의외의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초등학생들은 선수 개개인의 특성 파악이 쉬웠어요. 그런데 중학생들은 집에서 하는 모습과 학교서 보이는 모습이 달라 어렵더라고요. 지금 또 한참 예민할 때다 보니까 무슨 사고를 칠지 몰라서 방과 후나 훈련이 없는 날이면 너무 불안해요.”

그도 그럴 것이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사춘기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숨 쉴 공간을 마련해주기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최선의 방향을 찾아가던 박 감독은 학생들과의 교류를 선택했다.

“용산중학교서 지도자를 시작하고부터는 상담록을 작성하고 있어요. 한창 사춘기 겪을 아이들이다 보니 알아가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과 면담을 통해 운동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요. 물론 아이들뿐 아니라 학부모님과도 많은 대화를 하려고 하고요. 더불어 다른 학교 팀 지도자들과 대화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일방적인 가르침을 받았던 과거와 달리 수평적인 관계를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요즘, 팀을 꾸려 나감에서도 남들과는 다른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저희가 ‘지적 노트’라는 걸 작성해요. 쉽게 말하면 오답 노트 같은 것인데 훈련을 하다 보면 저한테 지적받는 부분들을 작성하는 거예요. 그게 쌓이다 보면 일관되게 겹치는 분명히 나오게 돼있어요. 그럼 그 부분을 개인 훈련 시간에 연습하는 거죠”

“이렇게 하면서 일주일 혹은 이 주일에 한 번씩 공책을 걷어 선수 개개인 별로 피드백을 작성해주고 있어요. 이런 것처럼 다른 학교와 차별화를 둔다면 사람들은 ‘왜 이 학교가 농구 명문이라고 불리는지 알겠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용산중학교는 농구 명문으로의 재도약을 위해 반복 훈련 대신 몇 개의 프로그램을 갖고 2주에 한 번 혹은 한 달에 한 번씩 바꿔가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가져온 것은 학부모님과 학교의 관심 때문이었다. 아이들의 가능성을 믿고 기다려준 이들을 위해 박민재 감독은 제72회 종별 농구선수권대회 우승으로 보답했다.

“부임한 첫해에도 종별 선수권 대회서 준우승을 거뒀는데 6년 만에 똑같은 대회서 우승했어요. 올해 큰 활약을 해줬던 (여)준석이나 (김)동현이는 이제 고등학교로 진학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초등학교서 올라오는 친구들과 현재 1·2학년들의 팀워크가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한 팀을 만들기 위해 스카우트에도 매진하고 있어요.”

팀을 꾸려나가는 것에 대한 걱정으로도 부족할 박 감독에겐 더 큰 걱정거리가 있었다. 바로 농구가 단체 운동임에도 불구하고 개인 운동으로 탈바꿈하는 것이었다.

“요즘 농구가 한 명의 스타플레이어와 네 명의 서브 선수로 경기해 나가는 것 같아요. 저는 그런 것들이 싫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농구는 다섯 명이 하는 종목이니 끈끈한 동료애를 다졌으면 좋겠다고 말해요.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처럼 잘하는 선수들은 잘한다고 거들먹거리기보다는 겸손한 자세로 동료들과 어울린다면 단체 속 개인이 나오는 일은 없을 거로 생각해요.”

“채워나가는 아이들 보면
제가 더 부족함을 느껴요”

박 감독은 다방면으로 고민에 고민을 더하며 더욱 더 나은 환경이 아이들에게 주어질 수 있게 힘썼다. 그 결과 ‘유망주 제조기’라는 별명을 얻으며 지도자로서 입지를 다져나갔다.

“아이들을 하도 관찰하다 보니 장단점이 말하지 않아도 보여요. 그중에 잠재돼있던 모습들을 끄집어 내주니까 성적도 잘 나오고 그랬던 게 아닌가 생각해요. (안)영준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167cm, (허)훈이가 152cm밖에 안 됐어요. 그때 작은 아이들 데리고 큰 애들을 이기려고 훈련을 하다 보니 진짜 힘들었거든요. 그러한 것들이 하나씩 쌓이면서 제 노하우가 된 것 같아요. 뭐 유망주 제조기라는 표현도 물론 감사하지만 과분하죠.”

약 10여년 전 초·중학교 시절을 박 감독과 함께했던 허훈은 2017 KBL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 1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도 안영준이 4순위, 김국찬이 5순위에 나란히 지명되며 박민재 감독을 미소 짓게 했다.

“이 친구들을 만나 이러한 소식을 듣게 되기까지 50%의 운과 50%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이 친구들은 제가 아닌 다른 지도자를 만났더라도 성공했을 친구들이지만 제 밑에서 농구를 배우게 됐으니 일단 상대가 누구든 피하기보다는 부딪혀보자는 마음을 갖게끔 만드는 걸 우선시했어요.” 


“그래서 그걸 만들어주기 위해 다른 학교에 비해 체력훈련을 많이 했죠. 체력이 바탕이 되면 자신감은 자연스레 따라오게 될 거라고 믿었거든요. 당시에는 힘들었을지 몰라도 그러한 것들이 선수들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 것 같아 기분 좋네요.”

첫 시작은 50%의 운과 50%의 노력으로 시작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100%의 노력으로 용산중학교를 꾸려나가고 있는 박 감독은 내년 시즌에 대한 걱정과 기대를 동시에 드러냈다.

“올해에 비해 내년은 조금 약한 느낌이 있어요. 센터에 있는 친구가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미래지향적인 친구예요. 키도 크고, 훈련도 열심히 따라오려고 하고 있고요. 아무래도 큰 친구들이 주축이 돼서 경기를 이끌어 가야 하는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다 보니까 팀워크가 조금 안 맞아요.” 

“그래서 불협화음을 조금 줄여나가는 걸 시작으로 내년 준비에 들어가려고 해요. 아이들도 공격적인 면에서는 본인들이 부족하다 느끼는지 수비를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포기하지 않고 무언가 하나라도 더 해보려고 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같이 분발해야겠다 싶었어요.”

다양한 프로그램

부족하지만 그 부족함을 채워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이 오히려 부족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박 감독. 아이들이 경기에 이기고 지고를 떠나 자신들이 준비한 플레이를 펼쳤나 그러지 못했나에 더 신경 썼으면 좋겠다고 한다. 결과에 연연하는 선수가 아닌 과정 속 내가 해내지 못한 것들에 대해 더 생각하는 선수가 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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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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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