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②특별대담- 정세균 국회의장에 묻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2.12 10:12:44
  • 호수 11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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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와 국민 좁혀졌다면 성공한 거죠”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2018년 2월은 대한민국의 이정표로 기억될 공산이 높다. 평창동계올림픽(이하 평창올림픽)이라는 국가적 행사가 지난 9일 개막식을 열고 본격적인 일정에 돌입,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는 온 국민의 염원이 설 연휴 기간을 따뜻하게 데울 것으로 전망된다. 여의도에서는 개헌이라는 국가적 과제가 여야 합의를 기다리고 있다. 오는 5월 임기를 마치는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회발 개헌안 발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족 최대 명절 설을 앞두고 국회의 보폭이 빨라지고 있다. 연휴 기간 지역 민심 다지기에 주력해야 하기에 쟁점 법안을 논의할 절대적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야는 2월 임시국회 첫날 소방3법 개정안을 처리하며 산뜻하게 출발하는 듯했다. 

그러나 개헌을 비롯해 권력기관 개혁 등이 여야 쟁점법안으로 떠오르면서 순항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국회 지휘자’ 정세균 의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각기 다른 5개 정당의 목소리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2월 임시국회가 불협화음으로 얼룩질지, 아니면 하모니를 만들어낼지 결정된다. <일요시사>는 정 의장을 만나 설 연휴 계획과 개헌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정 의장과의 일문일답.

- 이번 설 명절에 어떤 일정을 소화하실 계획입니까?
▲재래시장 등 현장을 방문하여 국민들과 소통하려고 합니다. 특히 이번 설에는 지속되는 한파에 설 명절 특수 등 여러 요인들이 겹쳐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당히 뛰었다고 들었습니다. 소비자 부담은 물론이고 상인들 소득도 늘지 않는다고 하니, 재래시장을 돌아보면서 설 물가도 점검하고 애로사항도 들으며 두루두루 인사를 드릴까 합니다.

- 국회의장으로서 맞는 마지막 설 명절입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만.
▲감회보다는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 우리 국민들이 따뜻한 명절을 보내실 수 있도록 민생을 더욱 챙겨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특히 국회 밖에서 평창올림픽이라는 세계인의 축제가 개최되고 있습니다만, 이와는 별도로 국회는 국회대로 해야 할 일들을 꼼꼼하게 챙길 필요가 있습니다.

개헌과 관련해서도 각 당이 합의를 시작할 수 있는 구체적 안들이 나와야 하고, 지방선거를 위한 법적 정비도 선거일정을 고려할 때 이번 임시회서 미룰 수 없는 숙제입니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지키는 사항에 대해서는 세밀하게 규제해서 제도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되, 우리 청년들의 일자리를 늘리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해소시킬 수 있는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이번 설 명절에 가장 듣기 싫은 말 1위가 “취업은 했니?”라고 합니다.
▲3포(연애, 결혼, 출산) 세대에 이어 청년이라서 죄송하단 말이 나올 정도로 고용상황이 심각합니다. 통계청이 내놓은 2017년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의 실업률은 9.9%, 체감실업률은 22.7%로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국회도 청년실업률 악화의 심각성을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인데, 현실은 비정규직과 임시직 일자리가 대부분이고 사회진입을 위해 한시적으로 운용됐던 인턴과 같은 일자리가 정규노동력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민간기업이 고용을 확대하기 위한 여건 또한 희망적이지 않습니다. 

- 청년 취업 문제 해결을 위한 국회 차원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국회 역할은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제도적인 길을 터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공일자리뿐 아니라 민간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혁하고 혁신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공공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아직 그 성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습니다만, 지난해 국회서 추경예산안을 처리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청년 고용촉진특별회계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청년고용촉진특별회계를 재원으로 공공부문에서 청년 미취업자 고용확대를 지원하는 내용인데, 조속히 통과돼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보탬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장기적으로는 민간주도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국회가 관련 입법을 적극적으로 심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변화의 흐름에 맞추어 중소·중견기업이 혁신 성장을 거둘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주고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개헌의 가장 큰 중심은 ‘국민’
국민-국회-정부 함께 만들어야

- 설 연휴 기간 국가적으로 큰 행사인 평창올림픽이 열립니다. 올림픽 선전을 기원하는 의미서 우리 대표팀에게 한 말씀 전한다면?
▲그동안 우리는 경제적 성과도 거두고 민주주의도 성숙해서 사회 각 방면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때때로 어렵고 힘든 난관의 시기에 스포츠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우리는 이제 명실상부한 스포츠 강국입니다. 이미 4개의 세계대회(동·하계올림픽, 세계육상선수권대회, FIFA월드컵)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이번 올림픽의 개최도 국민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며 선수들의 플레이는 우리 국민들의 큰 자부심입니다. 저를 포함한 국민들께서 우리 선수들에게 무한한 격려를 보낼 것이며, 한 장면 한 장면 놓치지 않고 지지할 것입니다. 그동안 땀 흘리며 노력한 우리 선수들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응원하겠습니다.

- 설 연휴 기간 국가적으로 “평창올림픽을 통해 남북대화는 물론 북미·국제사회와의 대화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 위해 현 정부가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이번 평창올림픽에는 북한을 포함한 21개국 정상급 인사들의 방문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 및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남북간 대화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바랍니다. 
 

또 한반도서 형성되고 있는 평화의 모멘텀을 잘 살려 남북대화와 비핵화 대화가 평화적인 해결원칙 하에 선순환으로 이어지도록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 줄 것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저도 그동안 국회 차원에서 남북간 대화를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만, 남은 임기동안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의회 외교 차원의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 이번 개헌정국서 각 정당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개헌의 가장 큰 중심은 ‘국민’이며, ‘국민과 국회와 정부가 함께 만드는 개헌’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을 추진하는 것은 대다수 국민들의 요구사항이며 특히 각 당에서도 지난 대선 때 국민과 약속했던 사안입니다. 

정파적 이익에 따라 시기를 놓치고 정쟁만 벌인다면 헌법에 새로운 시대정신을 반영해야 할 국회의원들 본연의 책무를 져버리는 것입니다. 각 당이 개헌안을 내놓고 있는 만큼 남은 시간 동안 충분한 논의를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협의할 것입니다.

- 여야의 정쟁이 이대로 이어질 경우 6월 지방선거·개헌 동시 투표를 장담할 수 없는데요. 3월 개헌안 발의를 위한 여야 대타협 가능성을 어떻게 내다보십니까?
▲대선 당시 각 당의 대표들이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르기 위해 3월 초까지 합의하기로 약속했으니, 그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믿습니다. 국민 대다수와 국회의원 대다수가 이번이 개헌의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역사의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개헌 필요성에는 모두들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각 쟁점들에 대한 결단과 합의만이 남아있는 것이고, 결국에는 국회 주도의 합의안이 도출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얼마 전 여당에서는 개헌에 대한 당론을 채택한 바 있고, 조만간 야당서도 개헌에 대한 당론을 정할 것입니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하기는 하지만 최선을 다해 예정된 로드맵에 따라 개헌절차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재래시장 돌며 물가 점검
5월 퇴임 “끝까지 최선”

- 여야가 각자 개헌 당론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갈등만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를 타협의 과정으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갈등의 신호로 봐야 할까요?
▲국회 개헌특위를 통해 권력구조, 기본권, 지방자치 등 각론에 대해 많이 논의해 왔고 다듬어 왔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개헌안을 효율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서는 각 정당별 입장을 제시되어야 합니다.

 각 당의 입장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개헌특위를 운영한들 현실적으로 타협을 이루기가 어렵고, 무엇을 어떻게 논의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뿐 만 아니라, 먼발치서 이견을 좁히기도 어려워 공전을 거듭할 뿐입니다. 

따라서 하루빨리 자신들이 생각하는 개헌안을 확정해주길 바라고, 이를 토대로 타협하는 장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권력구조 개편과 같은 핵심적인 부분에 대해서 지도부 차원의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나머지는 양보와 타협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의장님께서 최근 주요간부회의에 참석해 국민투표법의 신속한 개정을 주문하셨습니다. 언제가 마지노선이 될까요?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하루빨리 처리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2014년 7월에 주민등록이나 국내 거소신고가 안 된 재외국민의 투표권 행사를 제한하는 국민투표법 관련조항에 대해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2015년 말까지 법을 보완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개헌이라는 큰 과제가 아니더라도 국회는 개별 법률들이 헌법정신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 위헌시비가 없는지 수시로 점검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위헌소지가 발견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이를 개정해서 굳이 헌법재판소의 훈수를 받기 전에 법률을 고치는 자정노력이 필요합니다. 

더욱이 개헌을 추진하기 위해 국민투표법 개정을 놓쳤다면 이것은 중대한 직무유기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조속히 관련 상임위에서 국민투표법을 심사해서 개헌이라는 국가적 대사를 추진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도록 처리해주길 바라겠습니다.

-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보십니까?
▲아무래도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가 이번 개헌의 핵심 의제가 될 것입니다. 권력구조의 구체적인 형태에 관해서는 여야별, 의원 개인별, 일반 국민들과 전문가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모델이 서로 다른 것이 현실이나,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자 하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대통령 권력을 그대로 두고 4년 중임제를 하면 그건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며, 분권이라고 하는 방향에만 합의를 한다면 4년 중임이든 단임이든 혼합형대통령제 든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의장실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결과,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자는 여론이 79.8%가 나왔고, 대통령임기는 4년 중임제가 72.3%로 압도적으로 나왔습니다. 저도 국민들의 뜻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뜻을 모아 임기는 ‘4년 중임’ 정부형태는 ‘분권형 대통령제’가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청소근로자 직접고용’ ‘국회 미래연구원’ 등 의장님 임기 동안 달성한 성과가 상당합니다.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습니까?
▲국회가 해야 할 일은 국민의 뜻을 담아내고 국가의 미래를 밝혀주는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그 원동력이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이러한 차원서 20대 국회가 시작할 때부터 저는 국회를 운영하는 주요원칙과 철학을 제시했고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가 되자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 결과 2016년 12월, 국회 청소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중앙 공공기관이 청소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첫 사례를 만들어냈고 지난해 12월에는 ‘국회 미래연구원법’을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특히 국회 미래연구원의 경우 그 필요성에 대해 꾸준히 생각해왔습니다. 정권교체 때마다 되풀이되는 정책번복에 부수되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는 실정입니다. 국가정책에 대한 국민들 신뢰가 훼손되어가고 국가성장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젠 장기적인 안목서 특정정권의 영향에 따라 좌우되지 않는, 오롯이 ‘국가 경쟁력’과 ‘국민 행복’만 바라볼 수 있는 중장기적인 국가전략이 절실히 요구될 때입니다. 입법부 산하에 설치되는 미래연구원이 정파를 뛰어 넘는 협치의 실천이자 산물이 될 수 있기를 늘 기원하고, 그 성과가 국민행복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싱크탱크가 되기를 바랍니다.

- 국회의장직이 정치인으로서 마지막 행선지인지 궁금합니다.
▲지금 맡은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최선의 목표입니다. 그 이후 국회와 국민의 거리가 저로 인해 조금이라도 좁혀졌다면 저는 성공한 의장이었다고 자부할 것 같습니다. 항상 그랬듯이 의장 퇴임 후에도 제게 맡겨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 5월말 임기가 종료됩니다. 의원 신분으로 복귀하시면 어떤 점에 집중해 의정활동을 할 계획이십니까?
▲그동안 의장으로 있으면서 국회를 대표하고 여야를 아우르는 조정자 내지 중재자로서의 역할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의장이 끝나면 평의원으로서 남은 임기 2년을 마치게 될 텐데 그동안 부족했던 지역주민들과의 소통은 물론 원래 정당으로 돌아가 정당의 구성원, 의원들과 활발히 소통할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어디서든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 설 명절을 맞은 국민들께 덕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해지는 설 명절입니다. 입춘도 지난 지금, 아직 겨울추위가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만, 우리기 처해있는 민생 현실 또한 녹록치 않은 때입니다. 그러나 국민 여러분 모두가 어려움을 떨쳐내고 고향의 따뜻한 정을 함께 나누시길 기원합니다. 평창올림픽을 지켜보시면서 모두 모여 서로를 격려하며 즐거운 민족 명절이 되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chm@ilyosisa.co.kr>


[정세균 의장은?]

▲전라북도 진안 출생
▲전 쌍용그룹 상무이사
▲제9대 산업자원부장관
▲전 민주당 대표
▲제15·16·17·18·19·20대 국회의원
▲제20대 국회 전반기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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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