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②특별대담- 정세균 국회의장에 묻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2.12 10:12:44
  • 호수 11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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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와 국민 좁혀졌다면 성공한 거죠”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2018년 2월은 대한민국의 이정표로 기억될 공산이 높다. 평창동계올림픽(이하 평창올림픽)이라는 국가적 행사가 지난 9일 개막식을 열고 본격적인 일정에 돌입,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는 온 국민의 염원이 설 연휴 기간을 따뜻하게 데울 것으로 전망된다. 여의도에서는 개헌이라는 국가적 과제가 여야 합의를 기다리고 있다. 오는 5월 임기를 마치는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회발 개헌안 발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족 최대 명절 설을 앞두고 국회의 보폭이 빨라지고 있다. 연휴 기간 지역 민심 다지기에 주력해야 하기에 쟁점 법안을 논의할 절대적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야는 2월 임시국회 첫날 소방3법 개정안을 처리하며 산뜻하게 출발하는 듯했다. 

그러나 개헌을 비롯해 권력기관 개혁 등이 여야 쟁점법안으로 떠오르면서 순항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국회 지휘자’ 정세균 의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각기 다른 5개 정당의 목소리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2월 임시국회가 불협화음으로 얼룩질지, 아니면 하모니를 만들어낼지 결정된다. <일요시사>는 정 의장을 만나 설 연휴 계획과 개헌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정 의장과의 일문일답.

- 이번 설 명절에 어떤 일정을 소화하실 계획입니까?
▲재래시장 등 현장을 방문하여 국민들과 소통하려고 합니다. 특히 이번 설에는 지속되는 한파에 설 명절 특수 등 여러 요인들이 겹쳐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당히 뛰었다고 들었습니다. 소비자 부담은 물론이고 상인들 소득도 늘지 않는다고 하니, 재래시장을 돌아보면서 설 물가도 점검하고 애로사항도 들으며 두루두루 인사를 드릴까 합니다.

- 국회의장으로서 맞는 마지막 설 명절입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만.
▲감회보다는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 우리 국민들이 따뜻한 명절을 보내실 수 있도록 민생을 더욱 챙겨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특히 국회 밖에서 평창올림픽이라는 세계인의 축제가 개최되고 있습니다만, 이와는 별도로 국회는 국회대로 해야 할 일들을 꼼꼼하게 챙길 필요가 있습니다.

개헌과 관련해서도 각 당이 합의를 시작할 수 있는 구체적 안들이 나와야 하고, 지방선거를 위한 법적 정비도 선거일정을 고려할 때 이번 임시회서 미룰 수 없는 숙제입니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지키는 사항에 대해서는 세밀하게 규제해서 제도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되, 우리 청년들의 일자리를 늘리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해소시킬 수 있는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이번 설 명절에 가장 듣기 싫은 말 1위가 “취업은 했니?”라고 합니다.
▲3포(연애, 결혼, 출산) 세대에 이어 청년이라서 죄송하단 말이 나올 정도로 고용상황이 심각합니다. 통계청이 내놓은 2017년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의 실업률은 9.9%, 체감실업률은 22.7%로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국회도 청년실업률 악화의 심각성을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인데, 현실은 비정규직과 임시직 일자리가 대부분이고 사회진입을 위해 한시적으로 운용됐던 인턴과 같은 일자리가 정규노동력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민간기업이 고용을 확대하기 위한 여건 또한 희망적이지 않습니다. 

- 청년 취업 문제 해결을 위한 국회 차원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국회 역할은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제도적인 길을 터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공일자리뿐 아니라 민간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혁하고 혁신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공공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아직 그 성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습니다만, 지난해 국회서 추경예산안을 처리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청년 고용촉진특별회계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청년고용촉진특별회계를 재원으로 공공부문에서 청년 미취업자 고용확대를 지원하는 내용인데, 조속히 통과돼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보탬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장기적으로는 민간주도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국회가 관련 입법을 적극적으로 심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변화의 흐름에 맞추어 중소·중견기업이 혁신 성장을 거둘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주고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개헌의 가장 큰 중심은 ‘국민’
국민-국회-정부 함께 만들어야

- 설 연휴 기간 국가적으로 큰 행사인 평창올림픽이 열립니다. 올림픽 선전을 기원하는 의미서 우리 대표팀에게 한 말씀 전한다면?
▲그동안 우리는 경제적 성과도 거두고 민주주의도 성숙해서 사회 각 방면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때때로 어렵고 힘든 난관의 시기에 스포츠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우리는 이제 명실상부한 스포츠 강국입니다. 이미 4개의 세계대회(동·하계올림픽, 세계육상선수권대회, FIFA월드컵)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이번 올림픽의 개최도 국민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며 선수들의 플레이는 우리 국민들의 큰 자부심입니다. 저를 포함한 국민들께서 우리 선수들에게 무한한 격려를 보낼 것이며, 한 장면 한 장면 놓치지 않고 지지할 것입니다. 그동안 땀 흘리며 노력한 우리 선수들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응원하겠습니다.

- 설 연휴 기간 국가적으로 “평창올림픽을 통해 남북대화는 물론 북미·국제사회와의 대화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 위해 현 정부가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이번 평창올림픽에는 북한을 포함한 21개국 정상급 인사들의 방문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 및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남북간 대화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바랍니다. 
 

또 한반도서 형성되고 있는 평화의 모멘텀을 잘 살려 남북대화와 비핵화 대화가 평화적인 해결원칙 하에 선순환으로 이어지도록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 줄 것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저도 그동안 국회 차원에서 남북간 대화를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만, 남은 임기동안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의회 외교 차원의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 이번 개헌정국서 각 정당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개헌의 가장 큰 중심은 ‘국민’이며, ‘국민과 국회와 정부가 함께 만드는 개헌’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을 추진하는 것은 대다수 국민들의 요구사항이며 특히 각 당에서도 지난 대선 때 국민과 약속했던 사안입니다. 

정파적 이익에 따라 시기를 놓치고 정쟁만 벌인다면 헌법에 새로운 시대정신을 반영해야 할 국회의원들 본연의 책무를 져버리는 것입니다. 각 당이 개헌안을 내놓고 있는 만큼 남은 시간 동안 충분한 논의를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협의할 것입니다.

- 여야의 정쟁이 이대로 이어질 경우 6월 지방선거·개헌 동시 투표를 장담할 수 없는데요. 3월 개헌안 발의를 위한 여야 대타협 가능성을 어떻게 내다보십니까?
▲대선 당시 각 당의 대표들이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르기 위해 3월 초까지 합의하기로 약속했으니, 그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믿습니다. 국민 대다수와 국회의원 대다수가 이번이 개헌의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역사의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개헌 필요성에는 모두들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각 쟁점들에 대한 결단과 합의만이 남아있는 것이고, 결국에는 국회 주도의 합의안이 도출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얼마 전 여당에서는 개헌에 대한 당론을 채택한 바 있고, 조만간 야당서도 개헌에 대한 당론을 정할 것입니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하기는 하지만 최선을 다해 예정된 로드맵에 따라 개헌절차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재래시장 돌며 물가 점검
5월 퇴임 “끝까지 최선”

- 여야가 각자 개헌 당론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갈등만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를 타협의 과정으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갈등의 신호로 봐야 할까요?
▲국회 개헌특위를 통해 권력구조, 기본권, 지방자치 등 각론에 대해 많이 논의해 왔고 다듬어 왔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개헌안을 효율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서는 각 정당별 입장을 제시되어야 합니다.

 각 당의 입장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개헌특위를 운영한들 현실적으로 타협을 이루기가 어렵고, 무엇을 어떻게 논의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뿐 만 아니라, 먼발치서 이견을 좁히기도 어려워 공전을 거듭할 뿐입니다. 

따라서 하루빨리 자신들이 생각하는 개헌안을 확정해주길 바라고, 이를 토대로 타협하는 장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권력구조 개편과 같은 핵심적인 부분에 대해서 지도부 차원의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나머지는 양보와 타협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의장님께서 최근 주요간부회의에 참석해 국민투표법의 신속한 개정을 주문하셨습니다. 언제가 마지노선이 될까요?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하루빨리 처리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2014년 7월에 주민등록이나 국내 거소신고가 안 된 재외국민의 투표권 행사를 제한하는 국민투표법 관련조항에 대해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2015년 말까지 법을 보완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개헌이라는 큰 과제가 아니더라도 국회는 개별 법률들이 헌법정신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 위헌시비가 없는지 수시로 점검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위헌소지가 발견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이를 개정해서 굳이 헌법재판소의 훈수를 받기 전에 법률을 고치는 자정노력이 필요합니다. 

더욱이 개헌을 추진하기 위해 국민투표법 개정을 놓쳤다면 이것은 중대한 직무유기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조속히 관련 상임위에서 국민투표법을 심사해서 개헌이라는 국가적 대사를 추진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도록 처리해주길 바라겠습니다.

-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보십니까?
▲아무래도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가 이번 개헌의 핵심 의제가 될 것입니다. 권력구조의 구체적인 형태에 관해서는 여야별, 의원 개인별, 일반 국민들과 전문가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모델이 서로 다른 것이 현실이나,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자 하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대통령 권력을 그대로 두고 4년 중임제를 하면 그건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며, 분권이라고 하는 방향에만 합의를 한다면 4년 중임이든 단임이든 혼합형대통령제 든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의장실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결과,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자는 여론이 79.8%가 나왔고, 대통령임기는 4년 중임제가 72.3%로 압도적으로 나왔습니다. 저도 국민들의 뜻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뜻을 모아 임기는 ‘4년 중임’ 정부형태는 ‘분권형 대통령제’가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청소근로자 직접고용’ ‘국회 미래연구원’ 등 의장님 임기 동안 달성한 성과가 상당합니다.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습니까?
▲국회가 해야 할 일은 국민의 뜻을 담아내고 국가의 미래를 밝혀주는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그 원동력이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이러한 차원서 20대 국회가 시작할 때부터 저는 국회를 운영하는 주요원칙과 철학을 제시했고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가 되자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 결과 2016년 12월, 국회 청소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중앙 공공기관이 청소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첫 사례를 만들어냈고 지난해 12월에는 ‘국회 미래연구원법’을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특히 국회 미래연구원의 경우 그 필요성에 대해 꾸준히 생각해왔습니다. 정권교체 때마다 되풀이되는 정책번복에 부수되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는 실정입니다. 국가정책에 대한 국민들 신뢰가 훼손되어가고 국가성장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젠 장기적인 안목서 특정정권의 영향에 따라 좌우되지 않는, 오롯이 ‘국가 경쟁력’과 ‘국민 행복’만 바라볼 수 있는 중장기적인 국가전략이 절실히 요구될 때입니다. 입법부 산하에 설치되는 미래연구원이 정파를 뛰어 넘는 협치의 실천이자 산물이 될 수 있기를 늘 기원하고, 그 성과가 국민행복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싱크탱크가 되기를 바랍니다.

- 국회의장직이 정치인으로서 마지막 행선지인지 궁금합니다.
▲지금 맡은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최선의 목표입니다. 그 이후 국회와 국민의 거리가 저로 인해 조금이라도 좁혀졌다면 저는 성공한 의장이었다고 자부할 것 같습니다. 항상 그랬듯이 의장 퇴임 후에도 제게 맡겨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 5월말 임기가 종료됩니다. 의원 신분으로 복귀하시면 어떤 점에 집중해 의정활동을 할 계획이십니까?
▲그동안 의장으로 있으면서 국회를 대표하고 여야를 아우르는 조정자 내지 중재자로서의 역할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의장이 끝나면 평의원으로서 남은 임기 2년을 마치게 될 텐데 그동안 부족했던 지역주민들과의 소통은 물론 원래 정당으로 돌아가 정당의 구성원, 의원들과 활발히 소통할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어디서든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 설 명절을 맞은 국민들께 덕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해지는 설 명절입니다. 입춘도 지난 지금, 아직 겨울추위가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만, 우리기 처해있는 민생 현실 또한 녹록치 않은 때입니다. 그러나 국민 여러분 모두가 어려움을 떨쳐내고 고향의 따뜻한 정을 함께 나누시길 기원합니다. 평창올림픽을 지켜보시면서 모두 모여 서로를 격려하며 즐거운 민족 명절이 되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chm@ilyosisa.co.kr>


[정세균 의장은?]

▲전라북도 진안 출생
▲전 쌍용그룹 상무이사
▲제9대 산업자원부장관
▲전 민주당 대표
▲제15·16·17·18·19·20대 국회의원
▲제20대 국회 전반기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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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