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②특별대담- 정세균 국회의장에 묻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2.12 10:12:44
  • 호수 11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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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와 국민 좁혀졌다면 성공한 거죠”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2018년 2월은 대한민국의 이정표로 기억될 공산이 높다. 평창동계올림픽(이하 평창올림픽)이라는 국가적 행사가 지난 9일 개막식을 열고 본격적인 일정에 돌입,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는 온 국민의 염원이 설 연휴 기간을 따뜻하게 데울 것으로 전망된다. 여의도에서는 개헌이라는 국가적 과제가 여야 합의를 기다리고 있다. 오는 5월 임기를 마치는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회발 개헌안 발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족 최대 명절 설을 앞두고 국회의 보폭이 빨라지고 있다. 연휴 기간 지역 민심 다지기에 주력해야 하기에 쟁점 법안을 논의할 절대적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야는 2월 임시국회 첫날 소방3법 개정안을 처리하며 산뜻하게 출발하는 듯했다. 

그러나 개헌을 비롯해 권력기관 개혁 등이 여야 쟁점법안으로 떠오르면서 순항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국회 지휘자’ 정세균 의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각기 다른 5개 정당의 목소리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2월 임시국회가 불협화음으로 얼룩질지, 아니면 하모니를 만들어낼지 결정된다. <일요시사>는 정 의장을 만나 설 연휴 계획과 개헌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정 의장과의 일문일답.

- 이번 설 명절에 어떤 일정을 소화하실 계획입니까?
▲재래시장 등 현장을 방문하여 국민들과 소통하려고 합니다. 특히 이번 설에는 지속되는 한파에 설 명절 특수 등 여러 요인들이 겹쳐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당히 뛰었다고 들었습니다. 소비자 부담은 물론이고 상인들 소득도 늘지 않는다고 하니, 재래시장을 돌아보면서 설 물가도 점검하고 애로사항도 들으며 두루두루 인사를 드릴까 합니다.

- 국회의장으로서 맞는 마지막 설 명절입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만.
▲감회보다는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 우리 국민들이 따뜻한 명절을 보내실 수 있도록 민생을 더욱 챙겨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특히 국회 밖에서 평창올림픽이라는 세계인의 축제가 개최되고 있습니다만, 이와는 별도로 국회는 국회대로 해야 할 일들을 꼼꼼하게 챙길 필요가 있습니다.


개헌과 관련해서도 각 당이 합의를 시작할 수 있는 구체적 안들이 나와야 하고, 지방선거를 위한 법적 정비도 선거일정을 고려할 때 이번 임시회서 미룰 수 없는 숙제입니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지키는 사항에 대해서는 세밀하게 규제해서 제도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되, 우리 청년들의 일자리를 늘리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해소시킬 수 있는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이번 설 명절에 가장 듣기 싫은 말 1위가 “취업은 했니?”라고 합니다.
▲3포(연애, 결혼, 출산) 세대에 이어 청년이라서 죄송하단 말이 나올 정도로 고용상황이 심각합니다. 통계청이 내놓은 2017년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의 실업률은 9.9%, 체감실업률은 22.7%로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국회도 청년실업률 악화의 심각성을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인데, 현실은 비정규직과 임시직 일자리가 대부분이고 사회진입을 위해 한시적으로 운용됐던 인턴과 같은 일자리가 정규노동력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민간기업이 고용을 확대하기 위한 여건 또한 희망적이지 않습니다. 

- 청년 취업 문제 해결을 위한 국회 차원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국회 역할은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제도적인 길을 터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공일자리뿐 아니라 민간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혁하고 혁신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공공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아직 그 성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습니다만, 지난해 국회서 추경예산안을 처리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청년 고용촉진특별회계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청년고용촉진특별회계를 재원으로 공공부문에서 청년 미취업자 고용확대를 지원하는 내용인데, 조속히 통과돼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보탬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장기적으로는 민간주도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국회가 관련 입법을 적극적으로 심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변화의 흐름에 맞추어 중소·중견기업이 혁신 성장을 거둘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주고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개헌의 가장 큰 중심은 ‘국민’
국민-국회-정부 함께 만들어야


- 설 연휴 기간 국가적으로 큰 행사인 평창올림픽이 열립니다. 올림픽 선전을 기원하는 의미서 우리 대표팀에게 한 말씀 전한다면?
▲그동안 우리는 경제적 성과도 거두고 민주주의도 성숙해서 사회 각 방면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때때로 어렵고 힘든 난관의 시기에 스포츠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우리는 이제 명실상부한 스포츠 강국입니다. 이미 4개의 세계대회(동·하계올림픽, 세계육상선수권대회, FIFA월드컵)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이번 올림픽의 개최도 국민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며 선수들의 플레이는 우리 국민들의 큰 자부심입니다. 저를 포함한 국민들께서 우리 선수들에게 무한한 격려를 보낼 것이며, 한 장면 한 장면 놓치지 않고 지지할 것입니다. 그동안 땀 흘리며 노력한 우리 선수들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응원하겠습니다.

- 설 연휴 기간 국가적으로 “평창올림픽을 통해 남북대화는 물론 북미·국제사회와의 대화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 위해 현 정부가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이번 평창올림픽에는 북한을 포함한 21개국 정상급 인사들의 방문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 및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남북간 대화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바랍니다. 
 

또 한반도서 형성되고 있는 평화의 모멘텀을 잘 살려 남북대화와 비핵화 대화가 평화적인 해결원칙 하에 선순환으로 이어지도록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 줄 것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저도 그동안 국회 차원에서 남북간 대화를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만, 남은 임기동안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의회 외교 차원의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 이번 개헌정국서 각 정당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개헌의 가장 큰 중심은 ‘국민’이며, ‘국민과 국회와 정부가 함께 만드는 개헌’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을 추진하는 것은 대다수 국민들의 요구사항이며 특히 각 당에서도 지난 대선 때 국민과 약속했던 사안입니다. 

정파적 이익에 따라 시기를 놓치고 정쟁만 벌인다면 헌법에 새로운 시대정신을 반영해야 할 국회의원들 본연의 책무를 져버리는 것입니다. 각 당이 개헌안을 내놓고 있는 만큼 남은 시간 동안 충분한 논의를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협의할 것입니다.

- 여야의 정쟁이 이대로 이어질 경우 6월 지방선거·개헌 동시 투표를 장담할 수 없는데요. 3월 개헌안 발의를 위한 여야 대타협 가능성을 어떻게 내다보십니까?
▲대선 당시 각 당의 대표들이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르기 위해 3월 초까지 합의하기로 약속했으니, 그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믿습니다. 국민 대다수와 국회의원 대다수가 이번이 개헌의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역사의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개헌 필요성에는 모두들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각 쟁점들에 대한 결단과 합의만이 남아있는 것이고, 결국에는 국회 주도의 합의안이 도출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얼마 전 여당에서는 개헌에 대한 당론을 채택한 바 있고, 조만간 야당서도 개헌에 대한 당론을 정할 것입니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하기는 하지만 최선을 다해 예정된 로드맵에 따라 개헌절차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재래시장 돌며 물가 점검
5월 퇴임 “끝까지 최선”

- 여야가 각자 개헌 당론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갈등만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를 타협의 과정으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갈등의 신호로 봐야 할까요?
▲국회 개헌특위를 통해 권력구조, 기본권, 지방자치 등 각론에 대해 많이 논의해 왔고 다듬어 왔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개헌안을 효율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서는 각 정당별 입장을 제시되어야 합니다.

 각 당의 입장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개헌특위를 운영한들 현실적으로 타협을 이루기가 어렵고, 무엇을 어떻게 논의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뿐 만 아니라, 먼발치서 이견을 좁히기도 어려워 공전을 거듭할 뿐입니다. 

따라서 하루빨리 자신들이 생각하는 개헌안을 확정해주길 바라고, 이를 토대로 타협하는 장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권력구조 개편과 같은 핵심적인 부분에 대해서 지도부 차원의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나머지는 양보와 타협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의장님께서 최근 주요간부회의에 참석해 국민투표법의 신속한 개정을 주문하셨습니다. 언제가 마지노선이 될까요?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하루빨리 처리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2014년 7월에 주민등록이나 국내 거소신고가 안 된 재외국민의 투표권 행사를 제한하는 국민투표법 관련조항에 대해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2015년 말까지 법을 보완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개헌이라는 큰 과제가 아니더라도 국회는 개별 법률들이 헌법정신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 위헌시비가 없는지 수시로 점검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위헌소지가 발견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이를 개정해서 굳이 헌법재판소의 훈수를 받기 전에 법률을 고치는 자정노력이 필요합니다. 

더욱이 개헌을 추진하기 위해 국민투표법 개정을 놓쳤다면 이것은 중대한 직무유기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조속히 관련 상임위에서 국민투표법을 심사해서 개헌이라는 국가적 대사를 추진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도록 처리해주길 바라겠습니다.

-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보십니까?
▲아무래도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가 이번 개헌의 핵심 의제가 될 것입니다. 권력구조의 구체적인 형태에 관해서는 여야별, 의원 개인별, 일반 국민들과 전문가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모델이 서로 다른 것이 현실이나,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자 하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대통령 권력을 그대로 두고 4년 중임제를 하면 그건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며, 분권이라고 하는 방향에만 합의를 한다면 4년 중임이든 단임이든 혼합형대통령제 든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의장실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결과,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자는 여론이 79.8%가 나왔고, 대통령임기는 4년 중임제가 72.3%로 압도적으로 나왔습니다. 저도 국민들의 뜻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뜻을 모아 임기는 ‘4년 중임’ 정부형태는 ‘분권형 대통령제’가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청소근로자 직접고용’ ‘국회 미래연구원’ 등 의장님 임기 동안 달성한 성과가 상당합니다.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습니까?
▲국회가 해야 할 일은 국민의 뜻을 담아내고 국가의 미래를 밝혀주는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그 원동력이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이러한 차원서 20대 국회가 시작할 때부터 저는 국회를 운영하는 주요원칙과 철학을 제시했고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가 되자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 결과 2016년 12월, 국회 청소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중앙 공공기관이 청소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첫 사례를 만들어냈고 지난해 12월에는 ‘국회 미래연구원법’을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특히 국회 미래연구원의 경우 그 필요성에 대해 꾸준히 생각해왔습니다. 정권교체 때마다 되풀이되는 정책번복에 부수되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는 실정입니다. 국가정책에 대한 국민들 신뢰가 훼손되어가고 국가성장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젠 장기적인 안목서 특정정권의 영향에 따라 좌우되지 않는, 오롯이 ‘국가 경쟁력’과 ‘국민 행복’만 바라볼 수 있는 중장기적인 국가전략이 절실히 요구될 때입니다. 입법부 산하에 설치되는 미래연구원이 정파를 뛰어 넘는 협치의 실천이자 산물이 될 수 있기를 늘 기원하고, 그 성과가 국민행복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싱크탱크가 되기를 바랍니다.

- 국회의장직이 정치인으로서 마지막 행선지인지 궁금합니다.
▲지금 맡은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최선의 목표입니다. 그 이후 국회와 국민의 거리가 저로 인해 조금이라도 좁혀졌다면 저는 성공한 의장이었다고 자부할 것 같습니다. 항상 그랬듯이 의장 퇴임 후에도 제게 맡겨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 5월말 임기가 종료됩니다. 의원 신분으로 복귀하시면 어떤 점에 집중해 의정활동을 할 계획이십니까?
▲그동안 의장으로 있으면서 국회를 대표하고 여야를 아우르는 조정자 내지 중재자로서의 역할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의장이 끝나면 평의원으로서 남은 임기 2년을 마치게 될 텐데 그동안 부족했던 지역주민들과의 소통은 물론 원래 정당으로 돌아가 정당의 구성원, 의원들과 활발히 소통할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어디서든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 설 명절을 맞은 국민들께 덕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해지는 설 명절입니다. 입춘도 지난 지금, 아직 겨울추위가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만, 우리기 처해있는 민생 현실 또한 녹록치 않은 때입니다. 그러나 국민 여러분 모두가 어려움을 떨쳐내고 고향의 따뜻한 정을 함께 나누시길 기원합니다. 평창올림픽을 지켜보시면서 모두 모여 서로를 격려하며 즐거운 민족 명절이 되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chm@ilyosisa.co.kr>


[정세균 의장은?]

▲전라북도 진안 출생
▲전 쌍용그룹 상무이사
▲제9대 산업자원부장관
▲전 민주당 대표
▲제15·16·17·18·19·20대 국회의원
▲제20대 국회 전반기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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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