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및 박물관 여행 ②서대문자연사박물관과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공룡시대부터 1987년까지 '빅 히스토리'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2003년 우리나라 최초로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기획해 만들었다. 이후 전국 곳곳에 들어선 자연사박물관의 맏형 격으로, ‘동생들’보다 규모는 작지만 해마다 수십만명이 찾는 박물관이다. 본격적인 인간의 역사, 그중에서도 20세기 한반도의 역사를 보려면 이곳에서 3km 남짓 떨어진 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 자리를 옮기자.

입구에 들어서면 거대한 공룡과 고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몸길이 10.5m인 아크로칸토사우루스 화석과 16m에 이르는 향유고래 모형. 아크로칸토사우루스는 백악기 전기(1억1500만~1억500만년 전)에 지구를 지배했고, 향유고래는 지금도 전 세계 바다를 누빈다. 입이 떡 벌어지는 전시물 크기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이곳은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서울도심 내부라는 지리적 이점뿐 아니라 생생한 디오라마와 자체 제작한 동영상,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인기에 한몫했다. 

경성감옥이 역사박물관으로

본격적인 관람은 3층 지구환경관에서 시작한다. 빅뱅부터 태양계와 지구의 탄생, 한반도 자연사 기행으로 이어지는 물질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2층 생명진화관은 생명이 탄생한 뒤 진화를 통해 다양하고 풍성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생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고생대, 공룡의 시대인 중생대, 포유류의 전성기인 신생대를 거쳐 인간이 등장하는 생명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우주의 탄생부터 인간의 역사까지 ‘빅 히스토리(big history)’의 전반부를 보는 셈이다. 1층 인간과자연관은 이름처럼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주제로 삼았다. 인간의 환경 파괴로 신음하는 자연과 사라져가는 생명을 돌아보고, 환경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을 생각하게 만든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1908년 일제가 세운 경성감옥으로 시작했다. 일제는 조선을 병탄하기 전에 거대한 감옥부터 지은 것이다. 이후 서대문감옥, 서대문형무소로 이름이 바뀌었으며, 일제강점기 내내 수많은 애국지사가 여기서 옥고를 치르고 목숨을 잃기도 했다. 


해방 후 독립투사들은 석방되었으나, 독재 정권을 거치면서 민주화를 위해 싸우던 사람들이 투옥되었다. 서대문형무소는 서울형무소, 서울교도소, 서울구치소로 이름이 바뀌었을 뿐, 불의에 저항하는 이들을 가두는 역사는 계속된 셈이다. 그러다 대한민국의 민주화가 시작된 1987년에 서울구치소가 경기도 의왕시로 이전하고, 이곳은 1998년 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공룡·우주·자연 등 볼거리 가득
20세기 한반도의 역사를 한눈에

망루와 육중한 철문이 있는 옛 교도소 정문은 그대로 역사관 정문이 되었고, 보안과 청사로 쓰이던 건물은 다양한 유물을 볼 수 있는 역사전시관으로 거듭났다. 이곳에는 유관순 열사를 비롯한 독립운동가의 사진과 유품, 일제의 잔혹한 고문 도구 등이 전시된다. 옥사도 다양한 테마로 꾸며놓았는데, 특히 11옥사에서는 민주화 운동가들의 수감 생활을 살펴볼 수 있다.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다 고문을 당한 김근태 전 의원 등 민주화 운동가들이 수감된 방마다 관련 유물을 전시한다. 


옥사 바깥 가장 구석진 자리에는 사형장이 옛 모습 그대로 있다. 여기서 수많은 독립투사와 박정희 정권의 인혁당 희생자들이 최후를 맞았다. 사형장 담장 옆에는 그들이 마지막으로 보았을 ‘통곡의 미루나무’가 여전히 자리를 지킨다. 


서대문구에서 시작된 여행은 종로구로 이어진다. 우선 가볼 곳은 북촌한옥마을에 이어 ‘핫 플레이스’로 뜨는 서촌(세종마을)이다. 경복궁의 서쪽이라 서촌, 세종대왕의 생가가 있던 곳이라 세종마을로 불린다. 윤동주와 이상, 이중섭, 천경자 등 예술가들이 살던 서촌은 예쁜 골목 사이에 자그마한 갤러리와 아트 숍이 들어앉아 찾는 이가 많다. 서정주와 이상, 이중섭의 아지트였다는 ‘보안여관’은 오래된 간판 그대로 갤러리가 되었다. 태풍에 쓰러져 거대한 밑동만 남은 통의동 백송 터 인근에는 지금도 옛 한옥이 옹기종기 모였다. 독립운동가이자 정치인 해공 신익희 선생이 살던 집과 왕실의 사묘가 있던 선희궁 터, 근대 화단을 대표하는 청전 이상범 화백의 집과 화실 등도 서촌의 문화 유적이다. 


서촌에서 서울지방경찰청 방향으로 난 새문안로3길을 따라 20분 남짓 걸으면 서울역사박물관이다. 이곳에선 600년 수도 서울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조선 시대의 서울’ ‘개항, 대한제국기의 서울’ ‘일제강점기의 서울’ ‘고도성장기의 서울’ 등 상설전시관을 따라 역사 속 서울을 살펴보고, ‘도시모형영상관’에 이르면 현재 서울의 모습을 1/1500 비율로 정교하게 축소한 초대형 미니어처를 만난다. 기획전시실에서는 〈운현궁, 하늘과의 거리 한 자 다섯 치〉전이 열린다. 3월4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서울역사박물관 최대 컬렉션을 자랑하는 운현궁의 유물을 선보인다. 

아픈 역사 담긴 ‘경희궁’

서울역사박물관과 이웃한 경희궁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철저하게 파괴된 궁궐이다. 한때 전각이 100채가 넘고 부속 건물까지 1000여칸에 이르렀지만, 지금까지 남은 옛 건물은 정문인 흥화문과 후원에 있던 황학정뿐이다. 그나마 흥화문은 원래 자리에서 300m쯤 떨어진 곳에, 황학정은 사직단 뒤로 옮겨졌다. 복원한 건물은 숭정전, 자정전, 태령전 등에 불과하다. 하지만 아픈 역사도 의미 있는 법. 쓸쓸한 경희궁을 거닐며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자.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서대문자연사박물관→서대문형무소역사관→서촌(세종마을)→서울역사박물관→경희궁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서대문자연사박물관→서대문형무소역사관→안산자락길→사직단 
[둘째 날] 서촌(세종마을)→서울역사박물관→경희궁→정동길→덕수궁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서대문자연사박물관 http://namu.sdm.go.kr
- 서대문형무소역사관 www.sscmc.or.kr/newhistory/index_culture.asp
- 서울역사박물관 www.museum.seoul.kr  

문의 전화
- 서대문자연사박물관 02)330-8899
- 서대문형무소역사관 02)360-8590
- 서울역사박물관 02)724-0274~6
- 경희궁 02)724-0274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 지하철 3호선 홍제역 4번 출구에서 7738번 버스 이용,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입구 정류장 하차.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버스] 110B·153번 간선버스, 7017· 7720· 7738번 지선버스, 567번 일반버스, 서대문03번 마을버스 이용,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입구 정류장 하차. 
*문의: 서울시교통정보센터 http://topis.seoul.go.kr 

자가운전
중부고속도로 하남 JC→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 북부간선도로 방면→홍은 IC→세검정로→내부순환로→서대문구청 방면→연희로 서대문구청 방면→서대문자연사박물관 

숙박 정보
- 호텔이채1: 서대문구 연세로2길, 02)365-0801
- 그랜드힐튼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02)3216-5656, www.grandhiltonseoul.com
- 호텔가을: 서대문구 연세로2나길, 02)393-3990, https://blog.naver.com/hotelgaeul  

식당 정보
- 한옥집 서대문본점(김치찜): 서대문구 통일로9안길, 02)362-8653 
- 아하바브라카(파스타·스테이크): 중구 정동길, 02)753-7003, http://abraka.co.kr 
- 콩두(한식): 중구 덕수궁길, 02)722-7002, http://congdu.co.kr 

주변 볼거리
독립문,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종묘, 광화문광장, 종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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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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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