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사정’ 숨죽인 코오롱맨 추적

의혹마다 등장하는 ‘코오롱 라인’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의 칼날이 예사롭지 않다. 검찰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뿐만 아니라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부터 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 이 전 대통령과 관련한 의문점을 낱낱이 들여다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계속되는 사이 이상득 전 자유한국당 의원도 검찰의 용의선상에 올랐고 이참에 이 전 의원과 한몸처럼 움직이던 ‘코오롱 라인’이 재조명 받고 있다. 
 

최근 검찰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뿐 아니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불법수수 의혹,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 여부 등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스 실소유 관련 의혹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와 서울동부지검서 나눠 맡고 있다. 

용의선상
MB 사람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이 하는 국군 사이버사 댓글공작 수사는 군 자체 조사에서 수사를 축소·은폐한 의혹이 실체를 드러내면서 최근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향후 수사에서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이나 당시 청와대 관련자들이 축소·은폐에 관여한 정황이 나온다면 ‘윗선’인 이 전 대통령에게도 수사가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의 동시다발적인 수사가 이뤄지면서 이 전 대통령의 친인척들도 수사 대상에 대거 포함됐다. 이 전 의원 역시 검찰의 칼날을 피할 수 없었다. 

지난달 22일 검찰은 이 전 의원의 성북구 성북동 자택과 여의도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국정원 고위 관계자로부터 이 전 의원이 억대의 불법 자금을 받았다는 진술을 근거로 압수수색을 실시해 각종 장부와 문서,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국정원이 이 전 의원 혹은 측근에도 수억원대 특수활동비를 건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확보한 자료가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속단하긴 이르다. 다만 이 전 의원이 이명박정부 시절 막강한 힘을 행사해 왔기에 압수수색서 예기치 않은 자료가 발견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이 전 의원과 코오롱그룹의 연결고리가 다시금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생 먹여살린 
형님의 인맥

이 전 의원과 코오롱그룹의 인연은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전 의원은 이 명예회장과 동향인데다 코오롱 출신 인사들이 그의 정치 인생에 조력자로 자주 등장했다. 

이 전 대통령과 기업을 잇는 고리인 김주성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역시 이동찬 회장의 비서실장을 거쳐 그룹 부회장까지 오른 인물로 이웅렬 회장을 지근 보좌했다가 사내서 ‘이상득 라인’으로 분류됐다. 
 

김 전 실장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일 때 세종문화회관 관장을 지냈고 2008년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발탁됐을 때 파격적인 인사로 분류됐다. 정보기관과는 무관한 사기업 출신이 국가기관의 곳간지기를 맡았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적폐 청산 과정서 김 전 실장이 국정원 주도의 블랙리스트를 기획한 인물로 지목되면서 고난이 시작됐다. 


한화테크윈 사외이사로 재계 커리어를 이어가던 김 전 실장은 검찰의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뒤 한 달 만에 사직했고 이후 검찰 수사를 받는 신세가 됐다. 다만 소환조사 이후에도 구속을 피하면서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실장과 더불어 이 전 대통령 일가를 겨눌 중요한 증인이라는 평가가 계속됐다.

이 전 의원이 국회의원 재직 당시 의원실 관계자 대부분이 코오롱 출신 인사로 채워졌다는 점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기업들로부터 10억원대 뒷돈을 받아 2013년 대법원서 징역형이 확정된 박배수 보좌관이 대표적이다. 

박 보좌관은 각종 청탁 명목으로 챙긴 수억원대 검은 돈 중 일부가 코오롱 직원 명의로 관리됐다는 의혹의 중심에 서있던 인물이다. 

2011년 박 보좌관이 구속됐을 당시 7억5000만원대 뭉칫돈과 함께 일부 자금을 세탁하는 과정에 역시 코오롱 출신인 5급 비서관과 임직원이 가담한 정황이 포착됐으며 이들은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비서관 계좌서 발견된 수억원의 뭉칫돈이 코오롱서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던 상태였다. 하지만 관련 증언 확보에 실패하면서 구체적인 혐의로 확정되지는 않았다.

이명박과 함께 이상득도 전방위 압박
만사형통 올가미?…키맨들 좌불안석

이 전 의원과 코오롱그룹의 연결고리는 단순히 인맥에 그치는 게 아니다. 이 전 의원부터가 코오롱 출신이다. 이 전 의원은 1980년대 코오롱, 코오롱상사 사장으로 재직하며 35년 가까이 회사에 몸담았다. 

또 이 전 의원은 1988년 코오롱그룹서 퇴사한 이후 24년간 고문직을 유지하며 고문료 및 고문활동비, 차량과 운전기사를 지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내용은 2012년 11월12일 이 전 의원이 저축은행과 코오롱그룹으로부터 수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됐을 때 재판을 통해 공개된 것들이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원범)의 심리로 열린 이 전의원에 대한 네번째 공판서 증인으로 출석한 전 FnC코오롱 대표 제모씨는 회사를 보호하는 차원서 이 전 의원에게 매달 수백만원 상당의 고문활동비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검찰 측은 이날 지난 2008년 4월 코오롱 측 임원들에게 지급된 ‘임원 급여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는 비상근 고문인 이 전의원에게 지급된 급여 450만원과 고문활동비 300만원 및 차량지원 내역이 기재돼있었다.

또 회계처리방식의 편법성을 지적한 검사의 질문에 제씨는 “이 전 의원 측으로부터 영수증을 제출받아야 하지만 인사팀 직원들의 개인 영수증을 끌어모아 300만원을 맞췄다”고 답했다.


그는 “인사팀 직원들의 영수증이 모자랄 경우 마트 및 의류구입 등 다른 팀의 영수증도 끌어모았다”며 “박배수 측으로부터 영수증을 받기가 번거로워 편법을 썼다”고 털어놨다.

좁혀오는 검찰
드러나는 흔적

흥미로운 점은 이 전 의원과 오랜 기간 함께했던 코오롱 라인이 이 전 대통령과 이 전 의원을 옥죄는 족쇄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김 전 실장은 지난달 17일 검찰조사에서 2008년 4∼5월 경 김성호 국정원장의 지시로 국정원 예산관을 시켜 1만원권 2억원을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서 김 전 실장이 이 전 대통령을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서 독대하고 ‘국정원 돈이 청와대로 전달될 경우 사고가 날 수 있다’고 보고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김 전 실장의 보고 후에도 청와대는 또다시 국정원 특활비를 요구했는데 당시는 원세훈 국정원장 재임 시절이다. 

김 전 실장이 2010년 쇼핑백 2개에 5만원권으로 현금 2억원을 직원을 통해 김 전 기획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반면 김 전 실장으로부터 2억원을 전달받은 인물로 지목된 김 전 기획관은 지난 16일 열린 영장심사에서 돈을 받았다는 혐의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원 전 원장과 김 전 실장의 진술과 실제로 특활비를 전달한 국정원 전 예산관 2명을 대질신문하면서 진술의 신빙성이 충분하다 판단하고 김 전 기획관을 구속시킨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4대강 수질개선사업에 코오롱워터텍(현 코오롱이엔지니어링)이 참여할 때 불거졌던 특혜 의혹도 재조명받고 있다. 코오롱워터텍은 4대강 수질개선 프로젝트인 ‘총인(Total Phosphorus) 처리 사업’을 대거 수주하면서 급성장했한 회사로,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80%가량 지분을 갖고 있었다.

특수관계인까지 합치면 지분율이 95%에 달하는 코오롱워터텍은 이 회장 개인 회사에 가까웠다.

코오롱워터텍을 위시한 코오롱의 수처리사업은 ‘한반도대운하’서 ‘4대강 사업’으로 이어지는 이명박정권의 핵심 과제와 결이 같았기 때문에 한껏 주목받았다. 2010년 이 회장은 “2015년까지 연매출 2조원 규모의 세계 10대 수처리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당시 코오롱은 수처리 산업에 투자를 거듭하던 상황이었다. 

코오롱워터텍 말고도 코오롱그룹은 코오롱워터앤에너지, 코오롱엔솔루션, 코오롱환경서비스 등 줄잡아 4∼5개의 관련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었다. 코오롱환경서비스 등 다른 계열사 역시 이 회장이 직접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캐나다 폐기물 처리업체와의 합작, 또 다른 글로벌 기업과의 합병을 속속 성사시키며 공격적 투자에 열심이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서 일부 담합행위가 적발되면서 정권 실세와 코오롱의 유착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13년 당시 한 문건을 공개했는데, 이는 코오롱워터텍이 4대강 수질개선작업의 핵심인 총인사업에 참여하면서 심의위원과 관계 공무원들에게 10억원대 금품을 2009년부터 3년에 걸쳐 뿌렸음을 입증하는 자료였다. 

지역별 프로젝트에 따라 영업비 현금집행 내역이 포함됐는데 일례로 진주총인의 경우 심의위원과 지방자치단체에 각각 1200만원, 1350만원을 할당했고 구체적인 살포시기도 책정돼있었다.

혹시나 하는
찜찜한 구석

현재 코오롱의 수처리산업에 대한 투자 의지는 한풀 꺾인 상태다. 코오롱워터텍은 2014년 6월 코오롱이엔지니어링으로 사명이 변경됐다. 코오롱워터앤에너지는 지난해 8월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하면서 그룹과 완전히 결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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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사법개혁 진짜 속내

민주당 사법개혁 진짜 속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안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사법부가 빌미를 제공했단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당리당략을 위해 허점이 많은 법안을 밀어붙인단 비판도 있다. 대통령 재판중지법 추진을 엮어 이재명 대통령까지 패로 쓰려 했던 민주당의 진짜 속내는 뭘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달 20일 ▲대법관 증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변경 ▲법관 평가에 변호사협회 평가 반영 ▲하급심 판결문 전면 공개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사전심문제 도입 등 5대 사법개혁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법 왜곡죄 신설과 재판소원 제도는 별도로 추진할 예정이다. 5대 개혁안 확정 발표 민주당의 사법개혁안 발표 이후 대법원과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대법원이 특히 반발했던 개혁안은 대법관 증원이었다. 민주당 안에 따르면, 현행 14명인 대법관은 4년 동안 매년 4명씩 늘려 30명까지 채운다.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내에 신임 대법관 16명과 임기 만료 후 교체되는 대법관 10명 등 총 26명을 임명한다.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실에 “대법관 증원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대법원은 “대법관 과반수 또는 절대다수가 일시에 임명되면, 정치적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후임 대법관 임명 때마다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도 지난달 22일 국회서 진행된 ‘민주당의 입법에 의한 사법 침탈 긴급 토론회’에서 “민주당의 사법개혁안은 사법 해체안”이라며 “사법부의 중립성은 온데간데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사법부 스스로 민주당에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빌미로 작용하는 구체적 사례는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부장판사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등이다. 지 부장판사는 지난 3월 윤 전 대통령 측의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핵심 근거는 “수사 관련 서류가 법원에 있었던 시간은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않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었다. 이어 “기술이 발달해 정확한 서류 접수·반환 시간을 확인할 수 있고, 관리하는 게 어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을 시간 단위로 계산한 후 “구속 기한이 만료됐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 제66조 제1항은 “구속기간의 초일은 시간을 계산하지 않고, 1일로 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 부장판사가 집필에 참여해 지난 2022년 발간된 <주석 형사소송법>도 “구속기간 계산은 시간이 아닌 일(日)로 한다”며 “구속기간은 날짜 단위 계산법을 따른다”고 명시했다. 검찰이 지 부장판사의 구속 취소에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아 반발은 더욱 커졌다. 이후 지 부장판사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재판을 비공개하거나 “보석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밝히는 등 물의를 일으켰다. 지난 5월부터는 “고급 룸살롱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대법원은 제21대 대통령선거를 33일 앞둔 지난 5월1일 이 대통령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지난 3월28일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이 대통령 사건 기록을 받았고, 4월22일 전원합의체에 넘겼다. 이로부터 불과 9일 후 상고심 선고가 진행됐기 때문에 논란이 발생했다. 빌미 제공한 사법부에 몰아치는 민주 왜? 당리당략 위해 여야 번갈아 “대법관 증원” 민주당은 “기록 6만쪽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졸속 재판”이라고 반발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듣도 보도 못한 초고속 절차 진행”이라며 “대법원은 왜 정치를 하느냐는 국민적 비판까지 감수한 무리한 행동을 하느냐”는 반발이 나왔다. 이후 범여권은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사법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특유의 일사불란한 몰아치기 전술로 사법개혁안을 한꺼번에 처리하려 하고 있다. 보복을 위해 대법원을 무력화하려는 것일 가능성도 스스로 노출하고 있다. 사법개혁안 중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추진 ▲법 왜곡죄 신설 등이다. 대법관 증원론은 1994년부터 제기됐다. 상고허가제는 밀려드는 상고심 접수에 대응하기 위해 1981년부터 운영됐다가 위헌 논란이 제기돼 1990년 폐지됐다. 대법관 증원론은 상고허가제 폐지 이후 대안으로 거론됐다. 대법원은 당시에도 반대 의견을 밝혔다.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심리불속행 기각 특례는 1994년 도입됐다. 하지만 상고심 접수는 나날이 늘었다. 지난해에 접수된 상고심 접수 건수는 동일인에 의한 과다 소송을 제외하면 1만3026건이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설치를 시도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사건만 전담하고, 상고법원은 그 외 상고심을 맡아 사실상 4심 법원 체제로 운영하려던 시도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법원행정처를 내세워 ▲불법 로비 ▲재판 거래 ▲판사 사찰 등을 저질렀단 의혹이 불거졌다. 양 전 대법원장 등 당시 대법원 수뇌부는 현재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상고허가제는 “국민이 상고심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있어 섣불리 꺼내기 어렵다. 상고법원 설치는 금기시됐다. 심리불속행 기각 특례는 누가 봐도 한계에 부딪힌 지 오래다. 남은 대안은 대법관 증원밖에 없다. 하지만 대법원은 대법관 증원론이 거론될 때마다 강하게 반대해 왔다. 사법부는 1994년에도 “인구 1억2000만명인 일본의 대법관 수도 15명”이라며 “법령 해석의 통일이라는 대법원의 고유 기능 측면에서 볼 때, 대법관 13명도 많은 숫자”라고 주장했다. 이후 대법원은 대법관 증원론이 제기될 때마다 ▲전원합의체 유지 ▲파기환송 증가로 인한 송사 비용 증가 ▲재판 지연 ▲인사청문회·임명 지연 등 논점을 제시하면서 반대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정략적으로 접근한다. 국민의힘의 전신 한나라당은 지난 2010년 우리법연구회 좌편향 논란을 제기하면서 대법관 증원을 시도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비법관 출신 8명을 포함해 대법관을 24명으로 늘리자”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명박정부가 사법부를 장악하려고 한다”며 반발하는 등 현시점에선 기시감이 느껴지는 상황이 이어졌다. 대법원은 당시에도 크게 반발했다. 여야는 대법관을 20명으로 늘리기로 합의했다가 곧 백지화시켰다. 돌고 도는 직권남용 당시 한나라당이 우리법연구회 소속 법관들을 겨냥해 대법관을 늘리기로 한 것처럼, 민주당도 대법원의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이후 급하게 대법관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 재판에 대한 보복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발생했다. 우리 정치권은 눈앞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긴 안목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을 급하게 밀어붙여 부작용을 양산하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법 왜곡죄 신설은 지난해에 이어 다시 추진된다. 범여권은 꾸준히 법 왜곡죄 신설을 시도했다. 제20대 국회에선 정의당 심상정 전 의원이 발의했으나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제21대 국회에선 민주당 김남국 당시 의원(현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발의했다. 지난해엔 민주당 이건태 의원이 발의했다. 지난해까진 검사·사법경찰관 등 수사 업무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발의됐으며, 이번 추진엔 법관도 포함된다. 1년여 동안 법관도 법 왜곡죄 적용 대상에 포함돼야 할 정도로 달라진 변수는 지 부장판사 관련 논란과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엔 심각한 오류들이 있다. 민주당은 이미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쪼개는 검찰 해체 법안 통과를 완수했다. 이에 따르면, 중대범죄수사청에 소속될 검사는 수사관 신분으로 전환된다. 공소청에서 근무할 검사는 기소·공소 유지만 맡는다. 부장검사를 지낸 김상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는 지난 6월 발표한 <법 왜곡죄에 관한 소고>에서 “기소 이후엔 절차 지휘권이 법원으로 넘어간다”며 “검사는 판사에 의한 법 왜곡죄의 공범으로 가담할 수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해체 이후 검사에겐 수사권이 없고, 공소 유지는 법관이 전담하는데, 검사가 어떻게 법 왜곡죄를 저지르는 주체가 되느냐”는 취지의 반박이다. 김 부교수는 법관을 법 왜곡죄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민주당의 시도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법 왜곡죄 도입이 특정인의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두고 추진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도저히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법안엔 검사 등 수사기관으로 규율 범위가 한정됐지만, 대법원이 특정인에게 불리한 판결을 선고하자, 12일 만에 법관을 적용 대상에 추가해 발의했다”고 꼬집었다. 대통령 구하기? 그러면서 “이 의심은 막연한 추정이 아니라 고도의 개연성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 왜곡죄는 독일 형법으로부터 비롯됐다. 독일의 법 왜곡죄는 “법관 등이 재판 등을 하면서 당사자 일방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법을 왜곡하면 징역형에 처한다”는 취지의 법률이다.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면 처벌한다”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이하 직권남용죄)의 법관 전용 특별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법 왜곡죄에 대해선 “법관에 대해서도 이미 있는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있다”면서 “굳이 신설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울러 직권남용죄에 대해서도 “정치권이 정치 보복 목적으로 활용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다수의 고위공직자에게 직권남용죄가 본격적으로 적용된 시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루자들에 대한 것이었다. 이후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검찰도 박근혜정부 인사들에게 직권남용죄를 적용해 기소하는 사례가 많았다. 문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을 지내면서 직권남용죄를 다수 적용했던 사람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다. 실제로 검찰의 직권남용죄 총처분 건수는 2011년 4057건서 2020년엔 1만4050건으로 늘어난 통계도 제시됐다. 직권남용죄에 대해선 “개념이 모호해서 악용될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의 직권은 어디까지인지, 무엇이 남용인지, 직권과 행사에 방해를 받은 권리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는 취지의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이렇게 하면 범죄가 성립돼 처벌을 받는다”고 명확하게 규정돼야 한다는 법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 수사·기소를 하는 수사기관과 판단을 하는 법관의 재량에 판단이 좌우되는 일이 많다. 권성 전 헌법재판관은 지난 2006년 직권남용죄에 대한 헌법소원 당시 “조항이 모호해서 정권교체 후 정치 보복을 위한 고위공직자 처벌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며 위헌 취지의 소수 의견을 냈다. 이 파기환송에 “판사 법 왜곡 처벌” 수사권 없어지는데 검사도 포함 추진 권 전 재판관은 지난 2022년 <법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남용을 방지하려면 요건을 명백히 규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위헌 의견을 냈다”며 “우려했던 현상들이 현실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가 의견을 밝혔을 때 서둘러 개정했다면, 좋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진 않았을 거라서 아쉽다”고 덧붙였다. 권 전 재판관이 발언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약 5개월이 지난 시기였다. 문정부도 직권남용죄의 함정에 빠져, 문 전 대통령 재임 중인 지난 2019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이 직권남용죄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에 대한 징역 2년형을 확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통일부에 대해서도 “인사권과 관련된 직권남용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연루돼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은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2022년 10월엔 ‘서해 피격 공무원 월북 조작’ 의혹과 관련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문정부 인사들이 불구속 기소됐다. 문정부 검찰총장으로서 다수의 직권남용을 지휘했던 윤 전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다수의 직권남용 혐의 때문에 구속 기소됐다. 민주당은 한동안 “대통령 재임 중엔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중지한다”는 취지의 대통령 재판중지법을 추진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전 다수의 형사재판을 받고 있었고,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던 사건도 있었던 현실을 고려한 법안 추진이었다. 발의 시점도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다음 날인 지난 5월2일이었다. 민주당은 ‘국정안정법’이란 별명까지 붙여가면서 이달 안에 처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반발은 정작 대통령실에서 나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3일 “재판중지법은 불필요하단 게 대통령실의 일관적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도 “여당에 사법개혁안 중 대통령 재판중지법 제외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후 “민주당이 이 대통령까지 옭아매 패로 쓰려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대통령 재판중지법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이 받는 형사재판은 임기 중에만 중지된다. 퇴임 이후엔 다시 진행되기 때문에 유죄를 선고받으면 수감 생활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따라서 일각에선 “진짜 이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공소 취소”라고 주장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지난 6월 “공소를 취소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후 비판받은 사람은 민주당 정청래 대표였다. ▲유엔 총회 ▲아세안 정상회의 ▲APEC 정상회의 등 이 대통령의 정상외교 일정이 겹친 시기에 대통령 재판중지법을 강하게 추진한 사람이 정 대표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선 “대통령을 구했다는 프레임을 설정해서 당 대표 재선에 활용하고, 차기 대권까지 노리려는 것”이란 일각의 분석도 나온다. 법률적 이해관계 민주당의 사법개혁안엔 이 대통령의 법률적 이해관계가 묶인 내용이 다수 포함돼있다. 아울러 “특정 정치인이 자기 정치를 위해 현임 대통령까지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법률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오류에 대한 지적에도 개의치 않는다. “보복·당리당략·자기 정치를 위해 막 던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데도 특유의 몰아치기가 작동한다. 민주당이 사법개혁을 추진하는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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