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에’ 사활 건 자유한국당, 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2.12 09:21:42
  • 호수 11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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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세월호 때도 지켰는데…”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6·13 지방선거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지사와 부산시장 자리가 여야 최대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해당 지역은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하기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수성을 하는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입장서 단 한 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 높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문재인정부 출범 첫 지방선거를 통해 해당 지역을 차지하길 희망하고 있다.
 

역대 경기도지사를 보면 민주당 입장서 ‘이번에야 말로’라는 생각이 들법하다. 앞선 네 차례 지방선거서 모두 보수정당에게 경기도지사 자리를 내줬다. 31대 손학규 경기도지사와 32·33대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었으며, 34대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새누리당이었다가 탄핵 정국 때 바른정당으로 건너갔고, 최근 다시 한국당으로 복귀했다. 

16년 치욕

민주당의 마지막 경기도지사는 30대 임창열 경기도지사다. 그는 지난 2002년 6월 임기를 마쳤다. 그로부터 자그마치 16년 동안 보수정당으로부터 경기도지사 자리를 탈환하는 데 실패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2010년 지방선거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 분위기 속에 치러졌음에도 경기도지사에 김문수 후보가 당선됐다. 

세월호 참사 직후 치러진 2014년 지방선거 또한 남경필 후보가 승리하며 새누리당이 경기도지사 자리를 챙겼다.

역대 부산시장은 시간을 더욱 거슬러 올라간다. 12대 문정수 부산시장은 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 소속이었으며, 13·14대 안상영 부산시장과 15·16·17대 허남식 부산시장은 한나라당, 18대 서병수 부산시장은 새누리당·한국당 소속이다. 


민선으로 바뀐 후 23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부산은 민주당의 불모지로 남아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추미애 대표는 신년기자회견서 “6월 지방선거의 관심은 수도권과 영남”이라며 “민주당은 이른바 ‘동진(東進)’에 초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권력 교체의) 마무리는 지방선거 승리”라며 “한 번도 바꿔보지 못한 곳을 바꿔내 켜켜이 쌓인 지방 적폐를 걷어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민주당이 약세를 보였던 부산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현 정부의 성공적인 운항이 민주당의 기대감을 높게 만드는 요인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실시한 2018년 1월 5주차 주간집계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대비 2.7%포인트 오른 63.5%를 기록했다. 큰 폭으로 지지층이 이탈했던 지난 3주 동안의 하락세를 멈추고 60%대 초중반으로 반등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민주당은 문 대통령과 자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을 무기로 지방선거 압승을 노리고 있다. 광역단체장 선거 목표를 ‘9석 플러스 알파(α)’로 정한 것에서 자신감이 묻어난다. 

여기서 앞파에 해당하는 곳은 지난 선거서 패했던 경기도지사와 인천시장, 부산시장, 경남·북도지사, 제주도지사로 풀이된다. 경기도지사와 부산시장은 각 지역의 핵심 거점이라는 점에서 지방선거 승리의 토대이자 바로미터인 셈이다.


현재까지 분위기도 좋다. 이름값 있는 민주당 후보들이 두 지역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경기도지사의 경우 대선 후보로서 문 대통령과 경합을 벌였던 이재명 성남시장, ‘3철’로 불리며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분류되는 전해철 의원, 재선에 성공한 양기대 광명시장 등이 출마를 고려 중이거나 이미 출마 선언을 한 상태다.

밀리는 인지도, 영입도 여의치 않아
체급도 밀려…믿을 건 ‘문’ 때리기?

부산시장도 마찬가지다. 각종 여론조사서 우위를 보였던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장관이 민주당 경선에 참여할 뜻을 밝혔다. 그는 지난 5일 자신의 SNS에 “부산의 정치권력만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민주당의 승리를 위한 당내 경선 참여도 조건 없이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오 전 장관의 경선 참여 의사는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의 출마 고사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불출마 선언으로 활력을 잃은 부산 지역 민주당 지방선거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정경진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과 부산 남을 현역인 민주당 박재호 의원 등이 더해져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한국당은 지역 수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경기도지사의 경우 남경필 지사의 재선 도전이 사실상 확실시되면서 그나마 후보 걱정서 자유롭다. 그러나 남 지사와 경선서 대결할 후보들의 체급이 약하다는 점이 불안 요소다. 

본선 상대가 이재명·전해철 등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이들이 될 가능성이 높아 경선 바람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서 남 지사의 개인기에만 의지하기엔 여러모로 불안하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부산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병수 부산시장의 재선 도전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이종혁 전 최고위원, 김세연 의원 등과 경선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복수의 가상대결에서 서 시장이 민주당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 오거돈 전 장관에게 오차범위를 넘어 밀리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어 문제다. 

또 리얼미터가 매달 공개하는 ‘월간 정례 광역단체장 평가 조사’에 따르면 부산 시정에 대한 긍정평가 순위는 최하위권에 머물러왔다. 

이름값 밀려

가장 최근인 지난 2017년 12월 자료에서도 17개 시·도 중 16위를 기록, 부산시민들이 서 시장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정적으로 민주당에게는 아직 이호철 전 수석 불출마 번복 카드가 남은 데 반해, 한국당은 뚜렷히 내세울 만한 카드가 전무한 상태다. 한국당이 강도 높은 대정부·대여 투쟁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철수의 색다른 해석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개헌과 관련해 색다른 해석을 내놔 눈길을 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 이슈로 논란을 증폭시켜 이를 지방선거에 이용한다는 해석이다. 

안 대표는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서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공식적으로 대통령 발의 개헌안 준비를 지시했다”며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협의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상황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 문재인표 개헌을 만들어내 오히려 한국당의 반대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낸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시중에 떠돌던 청와대발 개헌 시나리오가 그대로 맞아 들어가는 모양새”라며 “결국 국회 반대로 개헌이 무산됐다고 뒤집어씌우고 지방선거에 이용하려는 얄팍한 수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속이 뻔히 보이는 수로 30년 만에 개헌을 무의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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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