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동계올림픽> ‘미리 보는 평창’ 발로 뛰는 총수들

‘세계적 잔치’ 회장님도 발 벗고 나섰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올해 초 대한민국은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큰 행사를 치른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은 곳에서 수많은 국민의 손길이 행사를 더욱 돋보이게 할 전망이다. 재계도 발벗고 나섰다. 그 가운데에는 기업의 총수의 의지가 있다. 발로 뛰는 총수들을 정리했다.
 

국가 대행사 평창동계올림픽은 보이지 않은 곳에서의 지원을 통해 더욱 융성해질 전망이다. 주요 기업들도 한국을 찾는 손님맞이에 분주한 모습이다. 평창올림픽 행사에 힘을 실어주는 기업 총수들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선수들 배려
따뜻한 마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번 평창올림픽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신 회장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근교 베르사유 궁전서 열린 ‘프랑스 국제 비즈니스 회담’에 참석해 평창올림픽을 홍보했다.

당시 자리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에두아르 필립 국무총리를 비롯해 프랑스 정부 고위 관계자와 주요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신 회장은 이날 자리에서 주요기업 인사들과의 교류를 통해 자연스럽게 평창올림픽에 대한 홍보를 했다. 신 회장은 대한스키협회장을 맡을 만큼 동계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10대 총수 가운데서 최초로 성화봉송 주자로 나섰다는 점이다. 신 회장은 평창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며 지난 14일 잠실 일대를 달렸다. 

신 회장이 재계 인사 가운데 처음으로 성화 봉송에 나선 것은 롯데그룹이 올림픽 개최에 많은 지원을 한 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신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주최로 지난달 10일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후원기업 신년 다짐회서 “우리나라는 이번 올림픽서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도움과 후원 덕분에 여러 종목에서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롯데그룹도 올림픽 후원사로 참여할 수 있어서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스포츠에서는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저는 이번 평창 동계 올림픽이 대한민국과 동북아, 그리고 전 세계에 평화를 조성하는 피스메이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모두가 마음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의 평창올림픽 관심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 참석해 선수들을 격려하기도 하는 등 지원사격이 계속되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그의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지난달 14일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섰다. 평창올림픽 사업에 공로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재계의 부자가 성화봉송 주자로 나선 것은 처음이다. 조 사장이 먼저 프레스센터서 파이낸스빌딩 사이를 뛰었고 조 회장은 파이낸스빌딩서 세종대로 구간을 달렸다. 

조 회장은 평창올림픽이 유치되기 전부터 높은 관심을 기울였다. 2009년 9월부터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으로 활동하며 2011년 7월 올림픽 유치에 기여했다. 2014년 7월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해 2년동안 경기장 신설, 스폰서십 확보 등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진그룹도 평창올림픽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양새다. 조 회장이 조직위원장서 물러난 뒤에도 한진그룹은 직원 48명을 조직위원회에 파견해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직원 45명보다 많은 숫자다. 

대회기간 인천-양양간 내항기를 운항하기로 한 것도 평창올림픽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노선이지만 선수단 및 관계자 등이 원활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한 배려다.

꾸준한 관심
민간외교관

사실 한진그룹은 2016년 2월 평창올림픽 공식물류업체로 선정된 이후 꾸준한 지원을 보내고 있다. 

한진은 인천공항, 여주, 원주, 평창, 강릉, 인천항, 부산항 등 7개 주요 거점과 함께 평창 11개, 강릉 6개의 세부 거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경기물자에 대한 국제운송부터 통관, 보관, 현지 경기장 및 주요 시설 국내운송 등 일괄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대회서 한진은 봅슬레이 등과 같은 특수운송이 필요한 장비 및 각종 경기용품, 계측기, 방송장비, 식음료, 생필품 등 다양한 품목을 전문 물류서비스를 통해 운송한다. 

이를 위해 전세계 주요 방송국 및 스폰서 업체, NOC(National Olympic Committee), NPC(National Paralympic Committee) 등과 공고히 협력하고 있으며, 본사의 추가 인력도 파견하는 등 성공적인 대회 진행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진 관계자는 “이번 동계올림픽대회와 같은 국제경기 및 행사 물류업무는 가변적인 현장 상황에 신속하고 탄력적인 대응이 필수적인 전문 물류서비스 역량과 함께 경기 스케줄 등을 고려한 적시 수송이 가장 중요하다”며 “국내외 네트워크 및 SCM(Supply Chain Management) 체계 최적화를 통해 완벽한 물류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평창올림픽 성공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의중에 따라 전사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SK그룹은 500억원 이상을 지원하는 후원사(티어1)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공식 파트너 명칭 활용 ▲대회마크 사용 프로모션 ▲올림픽 현장 내 홍보관 운영 등 마케팅 권리를 제공받았다.


최 회장은 지난 25일 저녁 다보스 인터콘티넨탈호텔서 열린 ‘한국 평창의 밤’ 행사서 행사에 참가하는 전세계 정치·경제 리더를 대상으로 국가적 행사인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을 알리고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노력을 하기도 했다.

SK그룹의 주력 계열사 SK하이닉스의 경우 평창올림픽 티켓 대거 구입해 올림픽을 후원하는 한편 확보한 티켓을 소외계층에게 지원하는 사회적 활동을 펼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에 문화소외계층을 초대하기 위한 ‘해피투게더 기금’ 5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해피투게더는 평창올림픽을 맞아 취약계층의 문화격차 해소와 강원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진행되는 사업으로, 전국 700여명의 다문화가정 및 저소득가정의 아동, 독거어르신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평창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관람 및 대관령 하늘목장, 눈꽃축제, 오죽헌, 월정사 등 강원도 명소 탐방을 통해 문화적 시야를 넓힐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을 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번 기탁은 단순 지원이 아닌 사회적 배려계층의 문화체험과 올림픽 지역의 경제활성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도 평창올림픽에 관심이 많다. 올해 신년사를 통해 “평창올림픽이 개최되고, 새해를 맞아 대한민국이 세계중심에 서는 행사인 만큼, 우리도 적극 동참해 힘을 보태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평창올림픽 성공을 위해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지난 26일 에드윈 퓰너(Edwin J. Feulner Jr.) 미국 헤리티지 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을 만나 평창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한 민간외교 활동을 펼쳤다.

“적극 동참해 
 힘을 보태야”

당시 김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은 국민적 염원이 담긴 국가적 행사로, 성공적 개최는 물론 남북한 화해의 장으로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화그룹도 물심양면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관심이 많은 만큼 지원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사측에 따르면 한화는 2018년 평창올림의 조직위가 행사에 250억원 상당을 후원할 방침이다.

올림픽 제작 중 열리는 불꽃행사는 D-500, D-365, D-100, 평창올림픽 및 패럴림픽 개·폐막식 등 33회에 걸쳐 개최되는데 이 행사에 한화 측이 지원한다. 한화는 성화봉 제작에도 참여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이다. 

올림픽의 대표 상징물인 성화봉도 9640개가 제공됐다.

한화시스템 임직원은 평창올림픽 지원 부대를 방문해 격려하고 위문품을 전달했다. 사측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은 지난 24일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영공방위 임무를 수행 중인 공군 방공포대를 방문해 위문품을 전달했다.

이수재 한화시스템 레이다항공사업부장(상무)은 “전 세계인의 축제를 국가가 무사히 치를 수 있도록 매서운 추위에도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부대원의 헌신적인 노고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낀다”며 “앞으로 한화시스템은 국군장병 여러분들이 긍지를 갖고 국토 수호에 임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활동을 펼치겠다”고 전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역시 평창올림픽 성공을 위한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단에 격려금 1억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이재근 선수촌장, 전충렬 사무총장, 김지용 평창동계올림픽 선수단장 등이 참석한 격려금 전달식 행사에서 1억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이날 행사에서 정 회장은 “모든 선수가 올림픽 폐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국민에게 기쁨을 안겨주길 바란다”며 “선수단의 열정과 국민적 성원이 어우러져 평창 동계올림픽이 전 세계에 큰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또 올해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숙박 시설을 제공하기로 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2일 강원 정선군에 개관한 ‘웰니스 리조트 파크로쉬(PARK ROCHE)’를 올림픽 기간 동안 세계 각국 올림픽 관계자 지원 숙소로 제공할 예정이다.

폐막 후에는 호텔로 본격 운영에 나설 방침이다. 파크로쉬는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 482에 지하 2층∼지상 12층 총 204실 규모로 조성됐다.

티켓 대거 구입
소외계층에 지원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은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국가의 큰 행사인 평창올림픽에서 기업들이 발벗고 나서는 것은 회사 이미지도 제고하고 사회적인 책임을 다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활동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