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70)섬멸

수적 열세…사기로 압도하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왜 그러십니까?”

“저놈들의 계략인 듯해서 그러네.”

“계략이라니요?”

“저놈 죽이면 필히 다른 놈이 다시 나와 죽임을 당하고. 그러다가 사기가 떨어져 있는 신라 병사들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면 한꺼번에 들고 나서겠다는 게지.”

“그러면!”


“결과는 예측하지 말게. 일단 나가서 저 놈을 단칼에 죽여 버리게. 그리하여 저놈들의 계략을 역으로 이용하세.”

동춘, 응수하다

“아닙니다, 장군. 하찮은 놈을 치는데 어찌 동춘 장군의 수고로움이 필요하겠습니까. 제가 나가 단칼에 놈을 베어 저놈들의 사기를 땅으로 거꾸로 처박아 버리겠습니다.”

곁에 있던 동춘의 하급 무장인 무성이 앞으로 나섰다.

“자네가 말인가?”

“소장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의직이 동춘과 무성을 번갈아 보다 비령자를 주시했다.


“자네가 저 놈을 단칼에 베어버릴 수 있겠는가?”

“반드시 단칼에 저승으로 보내겠습니다.”

“자네는 나서지 말게!”

동춘이 마뜩치 않은 표정으로 무성을 주시하다 시선을 의직에게 주었다.

“아니야, 자네가 직접 처리하는 것보다 무성이 나서는 게  이로울 수도 있겠네.”

“그래야 저 놈들의 사기가 곤두박질 칠 일입니다.”

막상 저지는 했지만 의직과 무성의 이야기를 살피니 한편 그럴싸하게 들린 모양으로 동춘이 한걸음 물러섰다.

“무성으로 하여금 저 놈을 베고, 더욱 겁에 질리도록 만들어 아예 남아 있는 기운마저 빼앗으라는 말씀입니다.”

동춘이 의직의 표정을 살피며 자신의 등에 있던 칼을 뽑아 무성에게 건넸다.

 그 의미를 몰라 잠시 머뭇하던 무성이 동춘의 칼을 받아들고 곧바로 말에 올랐다.

구축된 진지에서 벗어난 무성이 기세등등하게 비령자에게 정면으로 달려 나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비령자 역시 칼을 뽑아들고 무성을 향해 박차를 가했다. 


“네 이놈, 비령자인지 빌어먹은 놈인지 내 칼을 받아라!”

둘의 말이 서로를 비켜가는 순간 무성이 이거저거 가리지 않고 힘차게 칼을 휘둘렀다. 

그러나 단칼에 베어버리려는 조급함으로 칼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고, 칼이 비령자를 비켜가면서 몸의 중심이 흔들렸다. 

그 순간을 이용해 비령자의 칼이 아래서 위로 무성의 목을 관통했다. 

비명을 지를 겨를도 없이 무성의 몸이 말에서 굴러 떨어졌고 무산성에서 그를 바라보던 신라 병사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그 장면을 바라보던 동춘이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왼손에는 창을 들고 말의 고삐를 잡고 오른 손으로는 곁에 서 있던 병사의 칼을 뽑아들고 곧바로 말에 올라 비령자를 향해 달려 나갔다. 


“의직 이놈이 그리도 죽는 게 겁이 나 자꾸 네놈들을 내보내는 게냐!”

“이 놈이 기고만장한 게로구나. 어디 의직 장군이 너 같은 애숭이와 겨루겠느냐. 나는 의직 장군의 부장인 동춘이란 분이시다!”

우레와 같은 소리를 지른 동춘이 서둘러 다가가 칼을 휘두르자 비령자가 다시 그 허점을 이용해 동춘의 목으로 칼을 뻗었다. 

방금 전 무성의 경우와 똑같은 방식으로 대처한 비령자의 칼끝이 막 동춘의 목에 닿았으리라 생각한 그 순간 동춘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창으로 비령자의 목을 찔렀다.

비령자, 무성을 죽이고 장렬히 전사
거진, 합절 만류에도 아버지 곁으로

단 한방에 비령자가 맥없이 땅으로 떨어졌다.

시간과 상대만 다를 뿐 방금전 상황과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그 이어지는 장면을 보고 있던 신라 진영에서는 허탈함이 가득한 한숨이 반면 백제 진영에서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동춘이 그 기세를 몰아 신라 진영으로 곧바로 달려갔다.

“신라의 쥐새끼 김유신은 더 이상 숨어 있지 말고 어서 나와 칼을 받아라!”

사기를 올리려했던 일이 수포로 돌아가자 신라 진영은 한껏 침울하게 변해갔다. 

그러기를 잠시 후 무산성의 성문이 열리며 앳된 소년이 말을 이끌고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소년의 옆에는 한 젊은 사람이 손을 잡고 마치 밖으로 나서지 못하게 완강하게 저지하는 듯 보였다.

동춘이 의아한 표정으로 주시하기를 잠시 소년, 거진이 급히 칼을 뽑아 자신을 잡고 있는 젊은이, 합절의 손을 내리쳤다. 

순간적으로 통증에 밀려 손을 놓은 틈을 타서 거진이 말위에 올라 동춘에게 달려 나갔다.

그를 살피던 의직이 급하게 북을 쳐 후퇴하라 지시 내렸다. 

그러나 이미 거진의 말이 동춘에 가까이 이르렀고 또한 동춘이 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외마디 소리와 함께 창을 뻗었다. 

순간 거진이 피를 쏟으며 말에서 떨어졌다.

“신라의 쥐새끼들아, 젖비린내 풍기는 아기 말고 김유신을 내보내라!”  

동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금 전 소년에 의해 팔이 베인 젊은이가 급히 말에 올라 박차를 가하며 다가왔다.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기를 잠시 칼도 제대로 겨누지 못하는 합절에게 달려들어 역시 한칼에 승부를 결정지었다. 

순간 뒤에서 퇴각의 북소리가 들려와 뒤를 바라보았다. 

저만치 멀리에 있는 의직 장군의 얼굴이 굳어 있는 모습이 시선에 들어왔다. 

순간 아뿔싸 하는 생각으로 말머리를 돌려 백제군 진영으로 돌아갔다. 

속사정을 알 리 없는 백제 진영에서는 함성이 가득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동춘이 의직에게 다가서 곁에 나란히 했다.

“저 김유신, 정말 무서운 쥐새끼로고.”

의직의 한탄이 멈출 그 시점 무산성의 문이 열리더니 신라 군사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앞 다투어 총공격을 감행했다. 

부자의 죽음

수적으로 열세였지만 사기로 신라군을 압도했던 백제군이 죽기로 덤벼드는 신라군을 당할 재간이 없었고 결국 백제군은 참패를 면치 못하고 의직을 포함 소수만이 목숨을 부지하여 백제로 후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백제군을 섬멸한 김유신은 아무도 모르게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비령자, 거진 그리고 합절의 시체를 정성스럽게 다루어 경주로 보내고 아울러 그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많은 부상을 내렸다.     
 

<다음 호에 계속>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