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블랙리스트 파문> 묻힌 ‘판사 게이트’ 추적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1.29 10:49:40
  • 호수 11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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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스트’ 터질까 벌벌 떨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법조계가 충격에 빠졌다. 박근혜정부 시절 판사들의 동향을 수집한 ‘판사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드러난 것. 그런데 대법원이 정운호 법조게이트 때 브로커 이동찬과 최유정 변호사의 재판 동향도 보고 받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내막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대국민사과서부터 시작된다. 
 

지난 23일,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발표한 ‘사법부 블랙리스트’ 조사 결과를 보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조직적으로 일선 법관들을 뒷조사한 정황이 확인됐다. 2016년 8월24일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작성했다는 ‘각급 법원 주기적 점검 방안’ 문건이 대표적이다. 

양승태 대법관 
사과 내막은?

법원행정처는 대법원이 추진하는 사안에 비판적 목소리를 낸 법관들을 추려 특정 연구회 회원 여부, 정치적 성향을 비롯해 법원 내부 통신망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까지 파악해 문건을 작성했다. 

핵심그룹과 주변그룹까지 나누는 등 문화계 블랙리스트 못지않은 사찰 항목을 완성했다. 

그런데 서초동 안팎에선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더 조사하면 정운호 법조게이트 때 로비를 받은 의혹이 있는 판사들과 관련된 내용도 줄줄이 나올 것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정운호 법조게이트와 관련이 깊은 법조인 A씨의 말을 들어보자. 

“법원행정처 컴퓨터를 다 뒤지면 법조브로커 최유정 변호사와 이동찬과 관련된 내용이 나올 것이다”며 “법원이 주시하고 있던 사건이었으며 이들이 재판할 때마다 보고서가 올라간 것으로 알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 판사 사찰 문건 파문 
정운호 법조비리에 재판 동향까지 파악

현재 최 변호사는 2심서 징역 6년을 선고 받았으며, 대법원에선 일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이동찬씨는 2심서 징역 8년에 추징금 25억원이 선고됐다. 

이에 대해 A씨는 “당시 법원 분위기는 이들이 법조계를 흐려놨다며 중형을 선고했다”며 “법원은 이들이 아무 말도 못하게 확실히 묻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은 사법 정의를 허물었다. 그 과정 수많은 판사가 연루됐다. 

정운호 법조 게이트는 상습도박 혐의로 기소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검사장 출신인 홍만표 변호사와 부장판사 출신인 최유정 변호사에게 수십억원에 달하는 수임료를 주며 법조브로커 이동찬씨를 통해 판·검사에게 로비한 사건. 


건국 이래 최대 법조 스캔들이었다.

당시 이동찬씨가 판사들에게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명 ‘이동찬 리스트’다. 여기에는 재판을 앞두고 수차례 전관 변호사와 통화한 판사부터 법조 브로커와 여행을 다녀온 판사 등도 포함된다. 사건이 불거지자 검찰은 이들 판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검 1명 판 1명
단 2명만 기소 

법원은 충격에 빠졌다. 그러다 ‘레인지로버 판사’로 알려진 김모 전 부장판사가 뇌물수수 혐의로 2016년 9월5일 구속됐다. 그는 정 전 대표에게 각종 재판 청탁 명목으로 1억8000만원 상당의 금품과 물품을 받은 혐의였다. 

김 전 판사는 정 전 대표가 타던 레인지로버를 시세보다 싼 값에 산 뒤 그 돈을 돌려받았다. 딸이 네이처리퍼블릭 후원 미인 선발대회서 입상하며 정 전 대표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다음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법 역사상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06년 조관행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금품 수수 혐의로 구속된 이후 10년 만이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사과문을 통해 “부끄럽고 송구스러운 마음일지언정 이 일이 법관 사회 안에서 일어났다는 것 자체로 먼저 국민께 머리 숙여 사과하고 깊은 자성과 절도 있는 자세로 법관의 도덕성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있는 힘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양 전 대법원장은 정말 국민들에게 송구스러웠을까 의문이다.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검찰에 이제 그만하자’라는 사인을 보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사건의 방향은 이들 예측대로 흘러갔다. 검찰은 당시 정 전 대표를 비롯해 이동찬씨와 연관된 판사를 이 잡듯이 수사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이 사과문을 발표 한 이후 다른 판사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검찰은 정 전 대표에게 금품을 받은 박모 전 부장검사와 수사관 두 명을 기소했다. 박 전 검사는 정 전 대표에게 감사원 감사 무마 대가로 1억원을 받은 혐의다. 

정 전 대표가 감사원의 서울메트로 감사를 무마하기 위해 감사원 고위 간부와 인연이 있는 박 전 검사에게 돈을 건넸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박 전 검사를 상대로 의혹을 확인하려 했지만, 정운호 법조 게이트가 터지자 그는 뇌출혈로 쓰러졌다. 


그는 지난해 5월 불구속 기소됐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선 판·검사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로 검찰 관계자는 “검찰 고위 간부는 수사조차 하지 않고 수사관들만 줄줄이 기소했다. 사건의 본질을 흐렸다”고 비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의혹 많던 판사들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검찰에게 법원은 갑이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다. 

이후 서초동에서는 무사히(?) 넘어간 판사들에 대한 온갖 이야기들이 오갔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OOO 판사다. 그를 두고 ‘OOO 판사 살았네’ ‘수십억 받은 가장 확실한 판사였는데…’ ‘그냥 옷 벗고 나갔더라’ 등의 얘기가 돌았다. 

실제로 OOO 판사는 정운호 법조 게이트서 로비 의혹이 가장 짙은 판사였다. 앞서 OOO 판사는 최 변호사가 변론한 이숨투자자문 대표였던 송창수씨의 사기 사건 항소심에서는 형량을 절반 이상으로 줄여 준 바 있다. 

송씨는 서울구치소서 함께 수감돼있던 정 전 대표에게 최 변호사를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 한 장본인이다. 


법조 비리
은폐 의혹

OOO 판사의 이름은 정 전 대표의 원정도박 사건 항소심에도 등장한다. 최 변호사가 정 전 대표의 항소심을 맡았다. 하지만 사건 배당 날 정 전 대표의 핵심 법조 브로커인 이민희씨와 저녁 식사를 대접 받고 “선처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이후 OOO 판사는 회피 신청을 해 재판부가 바뀌는 일도 있었다. 
 

최 변호사가 맡았던 2건의 항소심 사건에 모두 OOO 판사가 등장한 것. 이 외에도 OOO 판사는 이민희씨와 연예인, 모델까지 동석한 술자리에 참석한 의혹도 일었다. 사건이 불거진 이후 사표를 냈지만 법원은 이를 수리하지 않았다. 

당시 대법원은 “법원 자체조사를 통해 사실확인을 한 뒤 사표를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많은 판사 연루됐지만 
1명만 총대 메고 수습

하지만 양 전 대법관이 사과문을 발표한 이후 OOO 판사는 특별한 수사 없이 지난해 법복을 벗었고 현재는 서초동서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복수의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검찰은 이런 사안을 제대로 수사도 하지 않은 채 덮었다”고 입 모았다.

이런 배경에는 검찰이 판·검사 1명씩 기소하는 걸로 사건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는 전언도 있다. 

수사 대상에 올랐던 B씨의 지인은 “검찰이 이 사건 다 까버리면 법원은 정말 난리 나는 상황이었다”며 “당시 OOO 판사의 수뢰혐의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양 전 대법원장의 대국민 사과로 묻혀버렸다”고 말했다. 

앞서 법조인 A씨는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조사하면 이동찬씨를 비롯한 비리 판사들에 관한 보고서도 등장할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당시 법원에서는 더 이상 일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침소봉대했을 뿐. 

또 나올라
노심초사

국민 10명 중 7명은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시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검찰이나 특별검사가 강제로 수사하는 것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은 사법부 블랙리스트 3차 조사를 담당할 별도 조사 기구를 꾸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운호 법조 게이트와 관련된 문건이 나온다면 법조 비리의 새로운 서막을 예고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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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