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68) 전면전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8.01.23 08:17:23
  • 호수 11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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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소탕작전 개시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우리 흉내를 내보겠다는 의미가 아니겠는지요.”

“하면 우리를 당나라 영토로 끌어들이겠다는.”

연개소문이 말을 하다 말고 잠시 생각에 빠져들었다는 듯 턱을 괴고 침묵을 지켰다.

“이 놈들 그냥 박살내버리지요!”

연정토의 분노의 소리를 들으며 연개소문이 선도해를 주시했다.


“하문 있으십니까?”

“아니오. 내가 직접 그를 확인해보고 싶어 그러오.”

“직접 현장에 가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저들의 진정이 무엇인지 현장에서 살펴보아야겠소.”

“어디로 가시렵니까?”

파안대소

“우진달이란 놈의 행태를 보아야겠소. 어차피 이세적이란 놈은 일전에 부딪친 적이 있으니.”


연개소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선도해가 두루마리 지도를 펼쳤다.

당나라와 고구려의 국경 그리고 고구려의 성들이 일목요연하게 그려져 있었다.

“이세적의 부대가 이리로 온다면.”

요동을 지적하던 연개소문이 압록수(압록강)로 시선을 돌렸다.

“이세적의 부대가 요동으로 진군하고 있다면 우진달의 군사들은 바로 이곳으로 들어올 것입니다.”

선도해가 압록수 가까이 위치한 석성(石城)과 적리성(積利城)을 가리켰다.  

“혹시나.”

“말씀하시지요, 전하!”

“저들이 곧바로 평양성으로 오지 않을까 그런다오.”

연개소문이 연정토를 주시했다.

“전하, 소장이 신명을 바쳐 보필하겠사옵니다.”

연정토의 걸쭉한 소리에 모두가 파안대소했다.


“대감, 그러면 소신은 어찌할까요?”

“책사는 이세적이 들어오는 요동으로 가서 그들의 행태를 살피시지요.”

선도해와 그의 경호를 위해 소수의 정예병을 요동으로 보낸 연개소문이 압록수로 향했다.

혹여나 모를 일이었다.

적리성 근처에 있는 박작성에 들러 작금의 상황을 전하며 지시사항을 하달하고 곧바로 석성으로 이동했다.

석성에 도착하여 성주에게 당나라 군사들의 모습이 나타나면 백성들을 적리성으로 보내고, 병사들로 하여금 나가 싸우다가 적의 변죽을 올리고 곧바로 퇴각하라는 지시사항을 하달하고 적리성으로 이동했다. 


석성의 경우 이만의 적군을 감당하기에는 여건이 열악했고 또한 당나라 군사들이 고구려 군사를 유인하고자 하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면 조금이라도 고구려 영토로 끌어들여 역으로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우진달의 당군이 고구려 영토에 들 즈음 요동의 선도해로부터 시시각각 전황이 전해졌다.

결국 이세적은 요동의 조그마한 성 몇 개를 공격하였는데 결국 선도해의 소개 작전으로 조그마한 이익도 건지지 못하고 애꿎은 성에 불만 지르고 철군했다는 어처구니없는 보고를 접했다.

선도해가 연개소문이 머물러 있는 적리성에 도착했을 무렵 우진달이 이끄는 당군이 석성까지 밀고 들어왔다.

그를 살핀 석성의 성주가 연개소문의 지시대로 움직였다.

속사정을 알 길 없는 당군이 석성에서의 승리에 도취되어 거침없이 진군하여 적리성에 이르렀다.

그곳에 이르자 곧바로 공격을 감행하지 않고 성 가까이 진을 치기 시작했다.

진이 완성되자 당군에서 한 사람이 말을 몰아 가까이 다가왔다.

“나는 황제 폐하의 명을 받고 고구려를 벌하기 위해 온 이해안이다. 성주는 어서 항복하여 목숨을 건사하라.”

성루 한쪽에서 그를 바라보던 연개소문이 적리성 성주인 종덕에게 눈짓을 주었다.

종덕이 느릿느릿 성루 한 가운데로 이동했다.

“어서 오시오, 장군. 적리성 성주인 종덕이오.”

종덕의 부드러운 말투에, 혹은 말소리가 너무 작아 알아듣지 못했는지 이해안이 거리를 좁혔다.

연개소문 계략…당나라 유인책
우진달의 죽음…전의 상실한 당

“성주는 어서 항복하지 않고 뭐하는 게요. 어서 황제 폐하의 명을 받잡도록 하시오!” 

“지금 황제 폐하라 하였소?”

“그렇소, 황제 폐하요!”

종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왜 그러는 게요.”

“내 익히 들었는데, 당나라 왕은 황제 폐하가 아니라 쥐새끼라고.”

이해안이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모양으로 멍한 표정으로 종덕을 응시했다.

“말귀가 어두운 모양인데 내 다시 일러 주리오?” 

그제야 정신 들었는지 이해안의 얼굴이 벌겋게 변해갔다.

“네 이놈, 죽지 못해 환장했느냐!”

“돌아가서 쥐새끼에게 전하시게. 조만간 고구려가 네 놈들을 소탕할 것이라고.”

종덕의 차분한 말에 이해안이 기수를 돌려 당의 진지로 돌아가기를 잠시 후 함성과 함께 당의 공격이 감행되었다.

그를 살피던 연개소문이 즉각 지시 내리자 고구려 군 역시 성문을 열고 부대를 출정시켰다.

이어 접전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흡사 용호상박의 형태로 진행되다 오래지 않아 고구려군이 밀리기 시작했다.

성루에서 그를 살펴본 연개소문이 퇴각의 북소리를 울리자 고구려군이 슬금슬금 후퇴하여 성으로 들어왔다.

“성주 이놈, 어서 항복하지 못하겠느냐!”

고구려군을 바짝 뒤쫓던 당군이 내친 김에 바로 적리성 아래 도열한 시점 한 장수가 앞으로 나섰다.

“네놈은 또 누구냐!”

“나는 청구도행군대총관인 우진달이다. 어서 항복하여 황제 폐하의 명을 받들라!”

“이보시게 나 알겠는가!”

성주 곁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선도해가 나섰다.

우진달이 잠시 선도해를 주시하다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놈은!”

“놈이 아니라 대 고구려의 책사인 선도해라 하느니라.”우진달이 막상 말은 해놓고 선도해를 알아보지 못하겠다는 듯 시선을 집중했다.

“내 일찍이 너희들이 황제 폐하라고 하는 쥐새끼 상태를 점검하러 들어갔었던 분이니라. 그런데 아직도 정신 차리지 못하고 고구려를 넘보다니 너희들이 정녕 죽지 못해 환장한 게로구나.”

“뭐라, 네 이놈!”

우진달이 분에 겨운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순간 성루에서 삼족오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네 이놈, 나 대 고구려의 막리지 연개소문이다. 가서 이세민에게 조만간 내 직접 목을 취하겠노라 전하거라!”

삼족오기 

말을 마침과 동시에 연개소문의 활에서 화살이 떠났다. 잠시 후 기세등등했던 우진달이 고통소리와 함께 칼을 떨어트리자 어깨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고구려 진영에서 북소리와 함성이 이어지고 갑작스런 상황에 전의를 상실한 당군이 갈팡질팡하기 시작했다. 

“저놈들을 모두 죽이도록 하라!”

연개소문의 외침과 함께 성문이 열리며 고구려 군사들이 급하게 치고나가자 당나라 진영이 어지러워지며 급격하게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살피던 연개소문이 선도해에게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대감, 기병을 보낼까요?”

“당연하오. 한 놈도 살아 돌아가지 못하도록 해야겠소.”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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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