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로또 닮은꼴 보니…

다시 꾸는 인생역전의 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SNS는 물론 뉴스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가상화폐’다. 가상화폐 열풍은 이제 광풍으로 변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번진 가상화폐 바람은 2003년 휘몰아친 로또광풍을 떠올리게 한다. <일요시사>가 15년을 사이에 둔 ‘인생역전의 꿈’을 들여다봤다.
 

경기불황과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일확천금으로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회사월급이나 사업으로 목돈을 만지기 어려운 시대가 되자 ‘한탕’을 바라는 분위기가 사회 전체에 스며드는 형국이다. ‘평생 벌어도 내 집 한 채 못 사는데…’라는 자조적인 생각은 사람들의 시선을 로또나 가상화폐로 돌려놨다.

경기 나쁠수록

일부 사람들은 가상화폐를 ‘행복한 꿈’이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12월28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가상화폐 규제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의 제목은 ‘가상화폐규제반대: 정부는 국민들에게 단 한 번이라도 행복한 꿈을 꾸게 해본 적 있습니까?’였다.

청원자는 “우리 국민들은 가상화폐로 인해서 여태껏 대한민국서 가져보지 못한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었다” “내 집 하나 사기도 힘든 대한민국서 어쩌면 집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 생활에 조금 보탬이 돼서 숨 좀 돌릴 수 있을지 모른다”며 정부 규제에 반대했다.

지난해 12월28일 정부는 국무조정실 주관의 ‘가상통화에 대한 정부 입장’ 브리핑서 특별대책을 내놨다. 특별대책에는 가상통화 실명제 도입, 시세조작이나 자금세탁 등 거래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 검찰과 경찰, 금융당국의 합동조사를 통해 엄정 대처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지금의 열풍, 2003년 때와 유사
정부 규제 후 부활한 한탕 유혹

정부 발표는 청원 참여에 불을 붙였다.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규제 반대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18일 기준으로 21만9000여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30일의 청원 기간 중 20만명 이상의 추천을 받을 경우 청와대 수석이나 각 부처 장관이 청원 마감 이후 30일 이내에 답변하도록 하고 있다. 청와대는 구체적인 답변보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화폐 광풍은 정부 규제 발표 이후 더욱 불붙는 모양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일부 사람들의 전문용어 같던 가상화폐, 비트코인 등은 이제 전 국민이 다 아는 단어가 됐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도 심심하면 오르내릴 정도. 특히 취업난에 허덕이는 2030세대는 가상화폐를 유일한 돌파구로 여기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최근 가상화폐에 대한 높은 관심은 2003년 로또 열풍과 오버랩된다. 로또는 최고 당첨금액의 제한이 없는 복권으로 2002년 12월 시작됐다. 

구매자가 로또 판매단말기서 직접 번호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구매 후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당첨등위를 확인하는 구매자 중심의 참여형 복권이다. 1971년 미국 뉴저지서 판매된 이래 캐나다나 오스트레일리아 및 유럽, 아시아권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서 발매되는 로또는 1부터 45까지의 숫자 중에 자신이 원하는 6개의 숫자를 고르는 방식이다. 5등(5000원), 4등(5만원)을 제외한 1~3등 당첨금은 확정돼있지 않고 판매금액에 따라 당첨금액이 올라간다.

6개 숫자를 모두 맞춰야 하는 1등 당첨확률은 814만5060분의 1이다. 로또 1등 당첨확률은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보다 낮다. 하지만 당첨되면 ‘벼락부자’가 될 수 있다.

로또는 첫 발매 직후였던 2003년 판매액 정점을 찍는 등 그해 내내 열풍이 불었다. 특히 초기에는 1등 당첨자가 없어 당첨금이 다음회로 이월돼 수백억씩 누적되면서 열풍은 광풍으로까지 번졌다. 2003년 로또 판매액은 무려 3조8000억원이 넘었고 성인 1명 당 구매액도 10만원을 상회했다.

2003년 4월 당첨금 이월로 1등 당첨자 1명이 사상 최대 당첨금인 407억2000만원을 받았다. 2월엔 무려 835억9000만원을 13명이 나눠 가지면서 사재기가 성행하기도 했다. 역시 같은 해 40대 남성이 3000만원 상당의 로또를 샀다가 당첨금이 적자 지하철서 투신하는 사건까지 있었다.

로또 때문에 재산을 탕진하거나 삶의 의욕을 잃는 사람이 늘어났다. 정부가 사행산업을 부추긴다는 비난 여론도 불거졌다. 

결국 2004년 정부는 로또 규제를 위한 칼을 빼들었다. 당첨금 이월 횟수를 2회로 제한했고, 1인이 한 번에 살 수 있는 상한액을 10만원으로 묶었다. 게임의 가격 또한 2000원서 1000원으로 낮췄다.
 

규제 정책의 효과는 바로 다음 해부터 나타났다. 그러나 한풀 꺾였던 로또 열기는 금융 위기가 터진 2009년부터 꾸준히 증가세로 돌아서더니 지난해 역대 판매량 2위 기록을 세웠다.

지난 10일 복권 수탁 사업자인 나눔로또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로또복권 판매액은 약 3조7948억원(추첨일 기준)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통계청 추정인구인 5144만명으로 판매량을 나눠보면, 한국인 1명 당 로또를 74번 샀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루 평균 로또 판매액은 104억원이었다. 사상 최대였던 2003년 105억원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100억원을 넘어섰다. 판매액 기준으로 역대 2위 기록이지만 역대 1위인 2003년은 게임의 가격이 2000원이었던 터라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적었다. 한 게임당 1000원으로 가격이 내린 이후 지난해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것.

여기저기서 ‘돈 벌었다’ 입소문
2030세대 ‘최후의 로또’에 몰두

정부는 로또복권 판매 증가 요인을 판매점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작년 새 점포가 635개 늘어나 총 판매점은 총 7230개가 됐다. 로또 판매 증가와 경기 국면과는 관계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복권은 경기가 나쁠수록 소비가 늘어나는 불황형 상품인 만큼 체감 경기가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분석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로또 열풍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요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삶이 팍팍하고 돈벌이가 시원찮아 사람들이 ‘한방’을 노리던 모습은 최근 경기불황과 취업난에 지친 2030세대의 그것과 닮았다. 2003년 일확천금의 꿈을 좇는 이들에게 로또는 구원의 동아줄로 여겨졌다.

덕분에 ‘로또 맞았다’는 벼락처럼 쏟아진 행운을 뜻하는 고유명사로 자리 잡았다.

최근 가상화폐는 ‘최후의 로또’ ‘마지막 흙수저 탈출구’ ‘계층 이동의 마지막 통로’ ‘마지막 인생역전 기회’ 등으로 불리고 있다. 앱 분석업체에 따르면 비트코인 앱 이용자 연령층은 30대가 32.7%로 가장 많았고, 20대(24.0%), 50대(15.8%) 순으로 나타났다. 2030세대가 전체 이용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일확천금 노린다

‘가상화폐로 떼돈을 벌었다’ ‘한 번에 학자금 대출 빚을 다 갚았다’ 등의 소문과 인증글은 가상화폐 열기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는 강력한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가상화폐 열풍이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 분석한다. 

평생 벌어도 금수저를 따라잡기 힘든 현실에 지친 2030세대가 인생역전의 꿈을 꾸는 한 열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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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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