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공수사권 경찰이 잡으면 생길 일

하는 일 없이 뒤룩뒤룩 살만 찌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국가정보원이 그동안 논란이 돼왔던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기로 사실상 결정했다. 하지만 대공수사권 이관의 길은 순탄치 않다. 일각에선 방첩기능 약화와 경찰조직의 비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경찰은 이러한 우려들을 불식시키겠다고 장담하며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국정원이 지난 9일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넘기는 데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청도 “국민을 위한 안보수사 전문기관으로 거듭나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야당의 거센 반발
방첩기능 약화 지적

입법 과정서 세부 사항이 변할 가능성도 있지만 대공수사권 경찰 이전이라는 큰 흐름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정원 출신의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찰청과 국정원 간의 협의가 있었고 대통령 공약사항인만큼 당정청의 논의가 있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 전문인력을 경찰로 돌리는 조직 개편과 기능 조정 차원”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안보수사 공백을 우려하는 야당의 반발이다.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30일 국정원 개혁위가 대공수사권 이전 방침을 밝히자 “국가 안보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반발했다.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에 대해 다수 안보 전문가들도 “남북 대치 상황서 대공수사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성급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대외 첩보·공작과 국내 보안·방첩 기구의 분리가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서 북한의 대남공작이 활발한 점을 고려할 때 국가 핵심 정보·보안기구의 양대 기능을 분할하는 방안이 자칫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종찬 전 국정원장은 “정보수집과 수사가 엄격하게 구분이 안 되는 새로운 안보영역이 생겨나고 있는 게 세계적 추세”라며 “미국도 이런 흐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자 2001년 9·11테러 이후 16개 정보기관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국가정보국장(DNI)직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고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대공수사 업무를 담당했던 수사관들도 경찰로 기능이 이관되는 경우 대공수사의 효율성이 떨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 “남북대치 상황 무시 성급한 결정”
수사권 조정·자치경찰제 난제 해결이 먼저 

이기동 전 국정원 대공수사관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은 그 경계가 모호할 수밖에 없고 정보수집과 수사가 이뤄지는 범위도 국내·국외 구분이 없는데 이걸 분리한다는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고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수십년간 정보기관에 축적된 대공수사 노하우와 그 기능을 하루 아침에 폐지한다는 것은 정보기관 역량을 약화하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전직 수사관은 “우리 조직 성격상 다른 기관으로 대공수사권이 넘어가면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는 절대 공유가 되지 못할 것”이라며 “국정원보다 권력에 더 취약한 경찰이 과연 독립적인 대공수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북한의 온·오프 상 대남공작이 갈수록 진화하는 와중에 구체적 대안 없이 분단국가서 정보기관의 핵심기능인 대공수사권을 건드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대선 댓글 공작, 정치 개입과 같은 국정원의 정치적 일탈은 방지해야 하지만 국정원의 힘을 빼는 게 아니라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국정원서 북한기획담당관(1급)을 지낸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대한민국의 존재를 위협하는 국가전복 활동 정보수집 및 수사활동은 정보기관의 최우선 과제이자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보다 
잘 하려나?

경찰은 이미 대공수사 업무를 하고 있다. 2008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국가보안법 위반 피의자 739명 중 531명(71%)은 경찰이, 187명(25%)은 국정원이 수사했다. 나머지 31명(4%)은 군 검찰이나 기무사 등이 처리했다. 

하지만 경찰이 맡아 처리한 사건은 상당수가 이적표현물 게시 등 단순 사건이라 간첩 수사 등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도 안보수사 공백 우려를 최소화할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9일 “대공 수사가 질적인 문제에 대해 우려가 없도록 하겠다. 국정원에 우리가 갖고 있지 않은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이에 따라 전문수사인력을 충원하는 등 안보 수사 역량을 대폭 확충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조직은 기존 경찰청 보안국을 확대 개편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청장은 “국정원 쪽의 숙련된 인력의 지원을 받는 등의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방첩기능 악화보다 더 우려되는 부분은 경찰 조직 비대화다. 경찰은 대공수사권이 이관되면 관련 첩보 수집도 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경우 국내 정보 수집은 경찰이 사실상 독점하게 된다. 
 

대공수사 기능이 경찰에 흡수될 경우 이승만정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처럼 경찰 조직과 권한이 비대해질 수도 있다. 대공수사권 이관의 전제로 자치경찰제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2019년까지 국가안보 및 공안범죄 등을 다루는 국가경찰과 민생치안을 담당하는 자치경찰을 분리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권력기관의 기본 원칙은 견제와 균형이다. 대공수사권 이관은 결국 경찰 분권화와 연계돼있다. 


또 자치경찰제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도 얽혀있다. 실타래 같은 권력기관간의 문제를 시급히 정리해야 한다.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인 양홍석 변호사는 “경찰만 국내정보를 독점하게 되는 상황서 대공수사와 다른 모든 분야 수사권을 경찰이 가진다면 또 다른 괴물이 될 수 있다. 미세하게 견제와 균형이 작동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침해를 우려하는 이도 적지 않다.

참여연대 김남근 변호사는 “국정원 수사인력 상당수가 경찰로 넘어가면 안보수사 공백은 최소화될 것”이라며 “전문성보다는 인권침해 우려가 더 큰데 경찰로 바로 다 이관하기 보다는 별도의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갈 경우 조직개편이 필연적이지만 이 역시도 간단치 않은 문제다. 문 대통령 공약에 따르면 대공수사권 이관의 전제 조건은 자치경찰제 시행이다. 

“우려 불식 노력” 
대대적 개편 예고


정부 정책과 경찰개혁위원회 권고에 따라 2019년까지 국가안보 및 공안 범죄·전국단위 범죄·국제범죄 등을 다루는 국가경찰과 민생치안을 담당하는 자치경찰을 분리하기로 했지만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 반발이 거세다. 경찰은 우선 기존 보안국을 확대 개편할 계획이다. 

자치경찰제는 또 검·경 수사권 조정과도 밀접하게 연관돼있다. 수사권이 조정되지 않은 채 자치경찰이 시행될 경우 자치경찰을 통솔하는 지자체장이 검찰 지휘를 받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공약대로 대공수사권을 국가경찰 산하 안보수사국이 이어받기 위해서는 자치경찰제·수사권 조정이라는 큰 산부터 넘어야 한다. 

경찰청은 지난 9일 “안보수사 분야의 인권침해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고 국민을 위한 안보수사 전문기관으로 새롭게 거듭날 것”이라며 안보수사체계의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경찰청은 이날 오후 서면으로 낸 ‘대공 수사권 이관 관련 경찰청 입장’ 자료를 통해 “경찰청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과 관련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경찰청은 안보수사에 대한 정치적 중립 확보 일환으로 “시민 대표들로 구성된 경찰위원회가 경찰행정 작용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지위와 권한을 강화하고, 독립적·중립적 외부통제기구인 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해 경찰권 남용과 인권침해 행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관서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 폐지 등 일반경찰의 부당한 수사 관여를 차단하는 장치도 마련해 경찰수사의 공정성을 더욱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안보수사 과정서의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방안과 관련해선 “변호인 참여권과 진술녹음제 등 실효적인 인권보장제도를 도입해 수사 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의 모든 조직·제도·정책이 인권의 가치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인권영향평가제도 도입, 경찰관대상 인권교육 프로그램 마련도 제시됐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에 따라 안보수사 담당 인력에 대한 전문성도 높여 나갈 계획이다. 

경찰청은 “철저한 직무분석을 토대로 변화된 업무환경에 적합한 안보수사 조직 체계를 정비하는 한편, 보안경과제를 강화하고 전문수사인력을 충원하는 등 안보 수사역량을 대폭 확충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보수집 유일기관
조직 비대화 우려도

이와 함께 “안보 관련 유관기관 간 상시 정보교류가 가능한 ‘통합 정보관리 시스템’ 등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안보수호에 조금의 빈틈도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청은 대공수사권 이양 작업을 차질없이 준비하기 위해 본청 보안국을 중심으로 조직개편 방향과 예산·인력 운영 방안 등을 세부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국정원서 하던 업무의 공백이 없도록 기존 보안국을 어떻게 확대 개편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국내는 물론 해외 연계 부분은 우리가 취약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국정원의 대공수사 기법이나 그동안 갖춰진 인프라, 노하우를 바로 구축할 수 없다”며 “필요하다면 국정원의 첩보 수집을 포함한 대공수사 인력을 지원받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의 대공수사권 확대에 따른 조직 비대화나 경찰권 남용 등과 같은 부작용을 우려하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민이 우려하는 경찰권의 남용이나 수사 문제들에 대해서는 민주적인 통제를 내외부적으로 하겠다”며 “결과적으로 얼마나 투명하게 운영하느냐, 국민들이 얼마나 제도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은 이 청장을 비롯한 지휘부의 영화 <1987> 관람에 대해 “고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 등 경찰의 부끄러운 과거를 되돌아보며 다시는 경찰의 인권침해가 없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며 “다시 한 번 희생자와 유족들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에게 깊이 사죄드린다”고 지난 과오를 인정하기도 했다. 

국정원 성과 미미
전환 결과에 주목

한 전문가는 “국정원의 중요한 기능은 정보 수집·분석인데, 그런 면에 집중한다면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은)시도해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며 “그간 국정원서 간첩 색출한다고 하면서도 성과를 냈는지 의문이니, 경찰에 맡긴다고 특별히 대공수사가 약해질 것이라고 볼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원은 원장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한 스타일의 조직이고, 경찰은 수가 많고 전국적으로 퍼져 있어 감시의 눈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권한 남용 우려도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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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