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군이 집값을 올린다

다자녀 시대가 가고 소자녀 시대에 접어들면서 하나만 낳아서 잘 키우자는 열풍으로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교육열을 반영하듯 학세권 단지의 몸값이 높게 형성되면서 학세권을 품은 단지의 청약 성적도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역세권’은 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상업과 업무활동이 일어나는 세력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아파트 단지가 역세권 내에 있다는 것은 지하철역과 인접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역세권에서 비롯된 신조어인 ‘학세권’은 자녀 교육에 대한 의욕이 높은 요즘 실수요자들인 30~40대의 교육 열기가 만들어낸 용어로 ‘학교+세권’의 합성어를 말한다. 

도보 통학 가능
자녀 안전 확보

2016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한국의 사회지표’자료에 따르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5만6000원이다. 특히 부모세대의 주택 구입시기와 맞물리는 중학생 자녀들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27만5000원. 고등학생 26만2000원, 초등학생 24만1000원에 비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통적인 서울 대표 3대 명품 학군으로 손꼽히는 노원구와 양천구 목동, 강남구 대치동을 찾는 수요자들처럼 학군에 대한 인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추세에 따라, 우수한 학군을 갖춘 단지들은 몸값이 높게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KB부동산 시세자료를 보면 서울 노원구 월계동 ‘롯데캐슬 루나(2006년 11월 입주)’전용면적 84㎡ 평균매매가는 4억7000만원이다. 이 단지는 200m 내에 월계초, 신창중, 염광고가 있다. 500m 내에 월계중, 염광여자메디텍고, 월계고 등이 있는 원스톱 학세권 단지다. 

반면 같은 지역에 있는 ‘초안산 쌍용 스윗닷홈(2006년 3월 입주)’같은 면적 평균매매가는 3억8500만원으로 롯데캐슬 루나보다 약 8500만원 낮다. 이 단지는 비교적 학교가 멀리 있는 단지로 같은 해에 입주했음에도 시세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대표 학군인 강남, 목동, 평촌 등은 집값이 비싸고 주거환경도 노후화돼 인기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에 최근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깨끗한 주거환경과 국제학교, 특목고 등이 유치되는 등 자녀를 키우기 좋은 신흥 명문 학군을 찾아다니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분양물량이 쏟아지고 있는데다 대출규제,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는데 이런 시기에 부동산 투자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할지 고민들이 많을 것이다. 업계에서는 당연 ‘학군’을 투자 포인트로 꼽고 있다. 높은 교육열이 부동산 시세의 하락을 막는 안전장치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제2의 대치동’‘지방의 강남’어디?
학세권은 스테디셀러…높은 몸값 자랑

학세권의 시초는 ‘강남 8학군’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강남 8학권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강북 개발 억제책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70년대 강남 개발은 서울 시민들을 한강 이남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하나의 국정 과제로 삼아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인구가 강남으로 이전하지 않자, 강북 명문 고등학교의 강남 이전카드를 빼들었던 것이다.

결국 종로구에 있던 경기고등학교의 강남구 이전을 시작으로 서울 도심에서 이전한 학교 20곳 가운데 15곳이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이른바 강남권으로 옮겨지게 된다. 이후 보다 좋은 교육을 받게 하려는 맹모들의 의지로 강남으로의 주거 이전이 촉진되며 지금의 강남 8학군이 탄생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들로 강남이 오늘날 최고의 학군으로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서울 강남 외에 대구 수성구, 부산 해운대, 천안 불당 등도 명문학군을 형성하고 있는 대표 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명문학군 외에 또 다른 공통점이 존재하는데 바로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소위 ‘지방의 강남’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대구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꼽히는 수성구 아파트 3.3㎡당 평균가격은 1069만원으로 대구 전체 평균(854만원)보다 200만원 이상 높다. 천안 불당동 아파트도 마찬가지로 이 지역의 3.3㎡당 평균 아파트 가격은 877만원으로 천안시 평균인 630만원과 비교하면 200만원 이상 높다. 

유해시설 없고
주거환경 쾌적

학군이 집값을 금값으로 만들었다고 장담하는 이유다. 최근에는 학세권이란 이름으로 학군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학세권은 학교와 학원가 등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권역을 말한다. 특히 초·중·고교를 모두 품은 단지는 그 인기가 상당히 높다. 명문학군 인프라를 통한 질 높은 자녀교육을 기대할 수 있는데다 자녀들의 안전까지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 송파구 리센츠(주공2단지)로 초등학교를 비롯해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단지 내에 모두 갖춰져 있다. 결과 이 단지의 3.3㎡당 평균가격은 3257만원으로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만이 자리한 잠실트리지움의 3.3㎡당 평균(2920만원)보다 300만원가량 높다.

이런 현상은 학교부지가 내정돼 있는 신도시 및 택지지구 등에서 분양 성패를 가르기도 한다. 지난해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에서 분양한 ‘다산신도시 아이파크’와 ‘다산신도시 유승한내들’이 대표적인 예다. 아이파크는 초·중·고교 부지가 단지 바로 앞에 조성되는 입지로 평균 10.99대1의 1순위 청약경쟁률을 보인 반면 학교와 다소 거리가 있는 유승한내들은 1순위에서 3.56대1을 기록했다.

학세권은 최근 신규 분양시장에서 더욱 중요해졌다. 기본적으로 자녀 수가 적은데다 자녀 교육에 대한 의욕이 높기 때문이다. 학세권에 자리하는 아파트는 스테디셀러로 꼽히는데, 일반적으로 수요가 충분하고 거래가 활발해 환금성도 뛰어나서다. 도보 통학이 가능해 자녀의 안전도 확보된다는 점도 학세권 아파트가 주목 받는 이유다. 유해시설이 일대에 없는 만큼 주거환경이 쾌적한 점도 학세권이 수요층의 인기를 끄는 또 하나의 이유다. 

상황이 이렇자 학세권 아파트 선호 현상은 집값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KB 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한화꿈에그린’은 단지 바로 앞에 공덕초가 있다. 이 단지 전용면적 84㎡의 평균 매매가는 5억8500만원으로 1년 전 5억3000만원에서 5500만원 올랐다. 반면 초등학교가 1㎞ 정도 떨어져 있는 공덕동 ‘공덕래미안 5차’는 같은 기간 2000만원 정도 오르는 데 그쳤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분당신도시 수내동은 탄탄한 학군 수요가 집값에도 고스란히 반영, 분당 맹모들의 파워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때문에 학세권 아파트는 분양시장에서 수요층의 관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선 송도, 판교, 광교 등 2기 신도시가 신흥 명문 학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방에서도 ‘제2의 대치동’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구 수성, 부산 해운대, 제주도 등이다. 지방 아파트값 상승은 제2의 대치동을 꿈꾸는 학군의 역할도 크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초·중·고 인근 ‘원스톱 학세권’ 
소자녀 시대, 교육 프리미엄 주목

대표적인 곳이 대구 수성구 일대다. 경신고·대륜고·경북고 등 우수 학교들이 포진해 있는 이 지역은 아파트 3.3㎡당 매매가가 지방 최초로 1000만원을 돌파했다. 가구당 매매가도 3억6875만원에 이른다. 

부산 역시 우수 학군으로 인정받는 동래구(2억7125만원), 수영구(3억3128만원), 해운대구(3억1559만원)가 매년 가격 상승을 거듭하며 지방 최고 수준의 집값을 기록하고 있다. 명문 학교와 학원들이 밀집해 있는 울산 남구(2억6415만원), 대전 유성구(2억7433만원) 등도 학부모들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지역 내 가장 높은 집값을 형성하고 있다.

제주 영어교육도시 ‘꿈에그린’은 한화건설이 제주 영어교육도시 D-7블록에 공급하는 영어교육도시 최초 브랜드 아파트다. 지난해 6월 3일간 진행된 청약접수 결과 평균 12.3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 했다. 이노건설이 제주국제영어교육도시 O-5블록에 분양한 ‘이노에듀파크’도 정당계약기간내 오피스텔 100% 분양을 완료했다. 상업시설도 마감했으며 ‘이노에듀파크’보다 앞서 분양한 ‘이노에듀타운’‘남영에듀클래스’역시 분양이후 단기간에 오피스텔과 상업시설 모두 완판을 이루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초·중·고등학교가 인근에 있어 ‘원스톱 학세권’을 누릴 수 있는 단지의 경우 인근에 유해시설이 비교적 적기 때문에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다”면서 “계속되는 저출산 현상으로 한 자녀 가정이 증가함에 따라 학세권 단지들은 몸값이 높게 형성되고, 청약 성적도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교육 프리미엄이 기대되는 분양단지.

▲화정 자인채(오피스텔)= 화정동은 고양의 대치동으로 불리며 학원가를 형성하고 있다. 사업지 반경 500m 안에 지동초등학교·신농초등학교·지동중학교 등이 있다.

▲김포 풍무 꿈에그린 유로메트로(아파트)= 유현초·풍무중이 단지 앞에 바로 위치하고 있다. 김포시 명문학군인 풍무고를 비롯해 김포고, 사우고 등으로 통학이 가능하다.

▲청주 동남 시티프라디움(아파트)= 동남지구는 향후 1만4768세대, 3만6000여명을 수용하는 청주 내 최대 규모의 주거지로 거듭날 예정이다. 단지 앞 유치원을 비롯해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조성될 예정이라 학령기 자녀를 둔 학부모의 관심이 예상된다. 

저출산 현상으로
몸값 높게 형성

▲제주 협재 에메랄드 캐슬(타운하우스)= 12㎞ 떨어진 제주영어교육도시는 생활과 교육을 영어로 하는 국제도시로 조성된다. 약 379만㎡에 조성되며, 초중고 국제학교 7개가 들어선다. 이미 영국 명문 사립고인 노스런던 컬리지잇스쿨이 자리를 잡았고, 한국국제학교 제주캠퍼스도 문을 열었다. 캐나다 명문여학교인 프랭섬홀이 설립되어 운영 중이며, 미국 사립학교인 세이트존스버리 아카데미도 곧 개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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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