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군이 집값을 올린다

다자녀 시대가 가고 소자녀 시대에 접어들면서 하나만 낳아서 잘 키우자는 열풍으로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교육열을 반영하듯 학세권 단지의 몸값이 높게 형성되면서 학세권을 품은 단지의 청약 성적도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역세권’은 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상업과 업무활동이 일어나는 세력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아파트 단지가 역세권 내에 있다는 것은 지하철역과 인접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역세권에서 비롯된 신조어인 ‘학세권’은 자녀 교육에 대한 의욕이 높은 요즘 실수요자들인 30~40대의 교육 열기가 만들어낸 용어로 ‘학교+세권’의 합성어를 말한다. 

도보 통학 가능
자녀 안전 확보

2016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한국의 사회지표’자료에 따르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5만6000원이다. 특히 부모세대의 주택 구입시기와 맞물리는 중학생 자녀들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27만5000원. 고등학생 26만2000원, 초등학생 24만1000원에 비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통적인 서울 대표 3대 명품 학군으로 손꼽히는 노원구와 양천구 목동, 강남구 대치동을 찾는 수요자들처럼 학군에 대한 인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추세에 따라, 우수한 학군을 갖춘 단지들은 몸값이 높게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KB부동산 시세자료를 보면 서울 노원구 월계동 ‘롯데캐슬 루나(2006년 11월 입주)’전용면적 84㎡ 평균매매가는 4억7000만원이다. 이 단지는 200m 내에 월계초, 신창중, 염광고가 있다. 500m 내에 월계중, 염광여자메디텍고, 월계고 등이 있는 원스톱 학세권 단지다. 


반면 같은 지역에 있는 ‘초안산 쌍용 스윗닷홈(2006년 3월 입주)’같은 면적 평균매매가는 3억8500만원으로 롯데캐슬 루나보다 약 8500만원 낮다. 이 단지는 비교적 학교가 멀리 있는 단지로 같은 해에 입주했음에도 시세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대표 학군인 강남, 목동, 평촌 등은 집값이 비싸고 주거환경도 노후화돼 인기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에 최근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깨끗한 주거환경과 국제학교, 특목고 등이 유치되는 등 자녀를 키우기 좋은 신흥 명문 학군을 찾아다니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분양물량이 쏟아지고 있는데다 대출규제,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는데 이런 시기에 부동산 투자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할지 고민들이 많을 것이다. 업계에서는 당연 ‘학군’을 투자 포인트로 꼽고 있다. 높은 교육열이 부동산 시세의 하락을 막는 안전장치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제2의 대치동’‘지방의 강남’어디?
학세권은 스테디셀러…높은 몸값 자랑

학세권의 시초는 ‘강남 8학군’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강남 8학권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강북 개발 억제책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70년대 강남 개발은 서울 시민들을 한강 이남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하나의 국정 과제로 삼아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인구가 강남으로 이전하지 않자, 강북 명문 고등학교의 강남 이전카드를 빼들었던 것이다.

결국 종로구에 있던 경기고등학교의 강남구 이전을 시작으로 서울 도심에서 이전한 학교 20곳 가운데 15곳이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이른바 강남권으로 옮겨지게 된다. 이후 보다 좋은 교육을 받게 하려는 맹모들의 의지로 강남으로의 주거 이전이 촉진되며 지금의 강남 8학군이 탄생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들로 강남이 오늘날 최고의 학군으로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서울 강남 외에 대구 수성구, 부산 해운대, 천안 불당 등도 명문학군을 형성하고 있는 대표 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명문학군 외에 또 다른 공통점이 존재하는데 바로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소위 ‘지방의 강남’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대구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꼽히는 수성구 아파트 3.3㎡당 평균가격은 1069만원으로 대구 전체 평균(854만원)보다 200만원 이상 높다. 천안 불당동 아파트도 마찬가지로 이 지역의 3.3㎡당 평균 아파트 가격은 877만원으로 천안시 평균인 630만원과 비교하면 200만원 이상 높다. 

유해시설 없고
주거환경 쾌적

학군이 집값을 금값으로 만들었다고 장담하는 이유다. 최근에는 학세권이란 이름으로 학군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학세권은 학교와 학원가 등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권역을 말한다. 특히 초·중·고교를 모두 품은 단지는 그 인기가 상당히 높다. 명문학군 인프라를 통한 질 높은 자녀교육을 기대할 수 있는데다 자녀들의 안전까지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 송파구 리센츠(주공2단지)로 초등학교를 비롯해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단지 내에 모두 갖춰져 있다. 결과 이 단지의 3.3㎡당 평균가격은 3257만원으로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만이 자리한 잠실트리지움의 3.3㎡당 평균(2920만원)보다 300만원가량 높다.

이런 현상은 학교부지가 내정돼 있는 신도시 및 택지지구 등에서 분양 성패를 가르기도 한다. 지난해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에서 분양한 ‘다산신도시 아이파크’와 ‘다산신도시 유승한내들’이 대표적인 예다. 아이파크는 초·중·고교 부지가 단지 바로 앞에 조성되는 입지로 평균 10.99대1의 1순위 청약경쟁률을 보인 반면 학교와 다소 거리가 있는 유승한내들은 1순위에서 3.56대1을 기록했다.

학세권은 최근 신규 분양시장에서 더욱 중요해졌다. 기본적으로 자녀 수가 적은데다 자녀 교육에 대한 의욕이 높기 때문이다. 학세권에 자리하는 아파트는 스테디셀러로 꼽히는데, 일반적으로 수요가 충분하고 거래가 활발해 환금성도 뛰어나서다. 도보 통학이 가능해 자녀의 안전도 확보된다는 점도 학세권 아파트가 주목 받는 이유다. 유해시설이 일대에 없는 만큼 주거환경이 쾌적한 점도 학세권이 수요층의 인기를 끄는 또 하나의 이유다. 

상황이 이렇자 학세권 아파트 선호 현상은 집값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KB 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한화꿈에그린’은 단지 바로 앞에 공덕초가 있다. 이 단지 전용면적 84㎡의 평균 매매가는 5억8500만원으로 1년 전 5억3000만원에서 5500만원 올랐다. 반면 초등학교가 1㎞ 정도 떨어져 있는 공덕동 ‘공덕래미안 5차’는 같은 기간 2000만원 정도 오르는 데 그쳤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분당신도시 수내동은 탄탄한 학군 수요가 집값에도 고스란히 반영, 분당 맹모들의 파워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때문에 학세권 아파트는 분양시장에서 수요층의 관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선 송도, 판교, 광교 등 2기 신도시가 신흥 명문 학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방에서도 ‘제2의 대치동’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구 수성, 부산 해운대, 제주도 등이다. 지방 아파트값 상승은 제2의 대치동을 꿈꾸는 학군의 역할도 크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초·중·고 인근 ‘원스톱 학세권’ 
소자녀 시대, 교육 프리미엄 주목

대표적인 곳이 대구 수성구 일대다. 경신고·대륜고·경북고 등 우수 학교들이 포진해 있는 이 지역은 아파트 3.3㎡당 매매가가 지방 최초로 1000만원을 돌파했다. 가구당 매매가도 3억6875만원에 이른다. 

부산 역시 우수 학군으로 인정받는 동래구(2억7125만원), 수영구(3억3128만원), 해운대구(3억1559만원)가 매년 가격 상승을 거듭하며 지방 최고 수준의 집값을 기록하고 있다. 명문 학교와 학원들이 밀집해 있는 울산 남구(2억6415만원), 대전 유성구(2억7433만원) 등도 학부모들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지역 내 가장 높은 집값을 형성하고 있다.


제주 영어교육도시 ‘꿈에그린’은 한화건설이 제주 영어교육도시 D-7블록에 공급하는 영어교육도시 최초 브랜드 아파트다. 지난해 6월 3일간 진행된 청약접수 결과 평균 12.3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 했다. 이노건설이 제주국제영어교육도시 O-5블록에 분양한 ‘이노에듀파크’도 정당계약기간내 오피스텔 100% 분양을 완료했다. 상업시설도 마감했으며 ‘이노에듀파크’보다 앞서 분양한 ‘이노에듀타운’‘남영에듀클래스’역시 분양이후 단기간에 오피스텔과 상업시설 모두 완판을 이루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초·중·고등학교가 인근에 있어 ‘원스톱 학세권’을 누릴 수 있는 단지의 경우 인근에 유해시설이 비교적 적기 때문에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다”면서 “계속되는 저출산 현상으로 한 자녀 가정이 증가함에 따라 학세권 단지들은 몸값이 높게 형성되고, 청약 성적도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교육 프리미엄이 기대되는 분양단지.

▲화정 자인채(오피스텔)= 화정동은 고양의 대치동으로 불리며 학원가를 형성하고 있다. 사업지 반경 500m 안에 지동초등학교·신농초등학교·지동중학교 등이 있다.

▲김포 풍무 꿈에그린 유로메트로(아파트)= 유현초·풍무중이 단지 앞에 바로 위치하고 있다. 김포시 명문학군인 풍무고를 비롯해 김포고, 사우고 등으로 통학이 가능하다.

▲청주 동남 시티프라디움(아파트)= 동남지구는 향후 1만4768세대, 3만6000여명을 수용하는 청주 내 최대 규모의 주거지로 거듭날 예정이다. 단지 앞 유치원을 비롯해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조성될 예정이라 학령기 자녀를 둔 학부모의 관심이 예상된다. 

저출산 현상으로
몸값 높게 형성


▲제주 협재 에메랄드 캐슬(타운하우스)= 12㎞ 떨어진 제주영어교육도시는 생활과 교육을 영어로 하는 국제도시로 조성된다. 약 379만㎡에 조성되며, 초중고 국제학교 7개가 들어선다. 이미 영국 명문 사립고인 노스런던 컬리지잇스쿨이 자리를 잡았고, 한국국제학교 제주캠퍼스도 문을 열었다. 캐나다 명문여학교인 프랭섬홀이 설립되어 운영 중이며, 미국 사립학교인 세이트존스버리 아카데미도 곧 개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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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