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군이 집값을 올린다

다자녀 시대가 가고 소자녀 시대에 접어들면서 하나만 낳아서 잘 키우자는 열풍으로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교육열을 반영하듯 학세권 단지의 몸값이 높게 형성되면서 학세권을 품은 단지의 청약 성적도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역세권’은 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상업과 업무활동이 일어나는 세력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아파트 단지가 역세권 내에 있다는 것은 지하철역과 인접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역세권에서 비롯된 신조어인 ‘학세권’은 자녀 교육에 대한 의욕이 높은 요즘 실수요자들인 30~40대의 교육 열기가 만들어낸 용어로 ‘학교+세권’의 합성어를 말한다. 

도보 통학 가능
자녀 안전 확보

2016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한국의 사회지표’자료에 따르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5만6000원이다. 특히 부모세대의 주택 구입시기와 맞물리는 중학생 자녀들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27만5000원. 고등학생 26만2000원, 초등학생 24만1000원에 비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통적인 서울 대표 3대 명품 학군으로 손꼽히는 노원구와 양천구 목동, 강남구 대치동을 찾는 수요자들처럼 학군에 대한 인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추세에 따라, 우수한 학군을 갖춘 단지들은 몸값이 높게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KB부동산 시세자료를 보면 서울 노원구 월계동 ‘롯데캐슬 루나(2006년 11월 입주)’전용면적 84㎡ 평균매매가는 4억7000만원이다. 이 단지는 200m 내에 월계초, 신창중, 염광고가 있다. 500m 내에 월계중, 염광여자메디텍고, 월계고 등이 있는 원스톱 학세권 단지다. 


반면 같은 지역에 있는 ‘초안산 쌍용 스윗닷홈(2006년 3월 입주)’같은 면적 평균매매가는 3억8500만원으로 롯데캐슬 루나보다 약 8500만원 낮다. 이 단지는 비교적 학교가 멀리 있는 단지로 같은 해에 입주했음에도 시세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대표 학군인 강남, 목동, 평촌 등은 집값이 비싸고 주거환경도 노후화돼 인기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에 최근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깨끗한 주거환경과 국제학교, 특목고 등이 유치되는 등 자녀를 키우기 좋은 신흥 명문 학군을 찾아다니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분양물량이 쏟아지고 있는데다 대출규제,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는데 이런 시기에 부동산 투자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할지 고민들이 많을 것이다. 업계에서는 당연 ‘학군’을 투자 포인트로 꼽고 있다. 높은 교육열이 부동산 시세의 하락을 막는 안전장치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제2의 대치동’‘지방의 강남’어디?
학세권은 스테디셀러…높은 몸값 자랑

학세권의 시초는 ‘강남 8학군’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강남 8학권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강북 개발 억제책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70년대 강남 개발은 서울 시민들을 한강 이남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하나의 국정 과제로 삼아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인구가 강남으로 이전하지 않자, 강북 명문 고등학교의 강남 이전카드를 빼들었던 것이다.

결국 종로구에 있던 경기고등학교의 강남구 이전을 시작으로 서울 도심에서 이전한 학교 20곳 가운데 15곳이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이른바 강남권으로 옮겨지게 된다. 이후 보다 좋은 교육을 받게 하려는 맹모들의 의지로 강남으로의 주거 이전이 촉진되며 지금의 강남 8학군이 탄생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들로 강남이 오늘날 최고의 학군으로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서울 강남 외에 대구 수성구, 부산 해운대, 천안 불당 등도 명문학군을 형성하고 있는 대표 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명문학군 외에 또 다른 공통점이 존재하는데 바로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소위 ‘지방의 강남’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대구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꼽히는 수성구 아파트 3.3㎡당 평균가격은 1069만원으로 대구 전체 평균(854만원)보다 200만원 이상 높다. 천안 불당동 아파트도 마찬가지로 이 지역의 3.3㎡당 평균 아파트 가격은 877만원으로 천안시 평균인 630만원과 비교하면 200만원 이상 높다. 

유해시설 없고
주거환경 쾌적

학군이 집값을 금값으로 만들었다고 장담하는 이유다. 최근에는 학세권이란 이름으로 학군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학세권은 학교와 학원가 등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권역을 말한다. 특히 초·중·고교를 모두 품은 단지는 그 인기가 상당히 높다. 명문학군 인프라를 통한 질 높은 자녀교육을 기대할 수 있는데다 자녀들의 안전까지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 송파구 리센츠(주공2단지)로 초등학교를 비롯해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단지 내에 모두 갖춰져 있다. 결과 이 단지의 3.3㎡당 평균가격은 3257만원으로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만이 자리한 잠실트리지움의 3.3㎡당 평균(2920만원)보다 300만원가량 높다.

이런 현상은 학교부지가 내정돼 있는 신도시 및 택지지구 등에서 분양 성패를 가르기도 한다. 지난해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에서 분양한 ‘다산신도시 아이파크’와 ‘다산신도시 유승한내들’이 대표적인 예다. 아이파크는 초·중·고교 부지가 단지 바로 앞에 조성되는 입지로 평균 10.99대1의 1순위 청약경쟁률을 보인 반면 학교와 다소 거리가 있는 유승한내들은 1순위에서 3.56대1을 기록했다.

학세권은 최근 신규 분양시장에서 더욱 중요해졌다. 기본적으로 자녀 수가 적은데다 자녀 교육에 대한 의욕이 높기 때문이다. 학세권에 자리하는 아파트는 스테디셀러로 꼽히는데, 일반적으로 수요가 충분하고 거래가 활발해 환금성도 뛰어나서다. 도보 통학이 가능해 자녀의 안전도 확보된다는 점도 학세권 아파트가 주목 받는 이유다. 유해시설이 일대에 없는 만큼 주거환경이 쾌적한 점도 학세권이 수요층의 인기를 끄는 또 하나의 이유다. 

상황이 이렇자 학세권 아파트 선호 현상은 집값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KB 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한화꿈에그린’은 단지 바로 앞에 공덕초가 있다. 이 단지 전용면적 84㎡의 평균 매매가는 5억8500만원으로 1년 전 5억3000만원에서 5500만원 올랐다. 반면 초등학교가 1㎞ 정도 떨어져 있는 공덕동 ‘공덕래미안 5차’는 같은 기간 2000만원 정도 오르는 데 그쳤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분당신도시 수내동은 탄탄한 학군 수요가 집값에도 고스란히 반영, 분당 맹모들의 파워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때문에 학세권 아파트는 분양시장에서 수요층의 관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선 송도, 판교, 광교 등 2기 신도시가 신흥 명문 학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방에서도 ‘제2의 대치동’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구 수성, 부산 해운대, 제주도 등이다. 지방 아파트값 상승은 제2의 대치동을 꿈꾸는 학군의 역할도 크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초·중·고 인근 ‘원스톱 학세권’ 
소자녀 시대, 교육 프리미엄 주목

대표적인 곳이 대구 수성구 일대다. 경신고·대륜고·경북고 등 우수 학교들이 포진해 있는 이 지역은 아파트 3.3㎡당 매매가가 지방 최초로 1000만원을 돌파했다. 가구당 매매가도 3억6875만원에 이른다. 

부산 역시 우수 학군으로 인정받는 동래구(2억7125만원), 수영구(3억3128만원), 해운대구(3억1559만원)가 매년 가격 상승을 거듭하며 지방 최고 수준의 집값을 기록하고 있다. 명문 학교와 학원들이 밀집해 있는 울산 남구(2억6415만원), 대전 유성구(2억7433만원) 등도 학부모들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지역 내 가장 높은 집값을 형성하고 있다.


제주 영어교육도시 ‘꿈에그린’은 한화건설이 제주 영어교육도시 D-7블록에 공급하는 영어교육도시 최초 브랜드 아파트다. 지난해 6월 3일간 진행된 청약접수 결과 평균 12.3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 했다. 이노건설이 제주국제영어교육도시 O-5블록에 분양한 ‘이노에듀파크’도 정당계약기간내 오피스텔 100% 분양을 완료했다. 상업시설도 마감했으며 ‘이노에듀파크’보다 앞서 분양한 ‘이노에듀타운’‘남영에듀클래스’역시 분양이후 단기간에 오피스텔과 상업시설 모두 완판을 이루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초·중·고등학교가 인근에 있어 ‘원스톱 학세권’을 누릴 수 있는 단지의 경우 인근에 유해시설이 비교적 적기 때문에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다”면서 “계속되는 저출산 현상으로 한 자녀 가정이 증가함에 따라 학세권 단지들은 몸값이 높게 형성되고, 청약 성적도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교육 프리미엄이 기대되는 분양단지.

▲화정 자인채(오피스텔)= 화정동은 고양의 대치동으로 불리며 학원가를 형성하고 있다. 사업지 반경 500m 안에 지동초등학교·신농초등학교·지동중학교 등이 있다.

▲김포 풍무 꿈에그린 유로메트로(아파트)= 유현초·풍무중이 단지 앞에 바로 위치하고 있다. 김포시 명문학군인 풍무고를 비롯해 김포고, 사우고 등으로 통학이 가능하다.

▲청주 동남 시티프라디움(아파트)= 동남지구는 향후 1만4768세대, 3만6000여명을 수용하는 청주 내 최대 규모의 주거지로 거듭날 예정이다. 단지 앞 유치원을 비롯해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조성될 예정이라 학령기 자녀를 둔 학부모의 관심이 예상된다. 

저출산 현상으로
몸값 높게 형성


▲제주 협재 에메랄드 캐슬(타운하우스)= 12㎞ 떨어진 제주영어교육도시는 생활과 교육을 영어로 하는 국제도시로 조성된다. 약 379만㎡에 조성되며, 초중고 국제학교 7개가 들어선다. 이미 영국 명문 사립고인 노스런던 컬리지잇스쿨이 자리를 잡았고, 한국국제학교 제주캠퍼스도 문을 열었다. 캐나다 명문여학교인 프랭섬홀이 설립되어 운영 중이며, 미국 사립학교인 세이트존스버리 아카데미도 곧 개교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