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린터 데뷔’ 박태환

‘멀리 가던’ 마린보이에서 ‘빨리 가는’ 마린가이로~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멀리 가던’ 마린보이가 ‘빨리 가는’ 마린가이로 진화했다. 박태환은 지난달 열린 상하이세계수영선수권 대회에서 ‘스프린터’로 데뷔식을 치렀다. 비록 남자 100m 준결승에서 결승행이 좌절되긴 했지만 스프린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자유형 400m 우승, 200m 4위, 100m 14위를 기록
400m서 최악의 1번 레인 배정…오히려 호재로 작용

‘마린보이’ 박태환이 상하이에서 열린 2011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대회를 모두 마쳤다. 이번 대회에서 박태환은 400m 우승, 200m 4위, 100m 14위를 기록했다. 가장 먼저 메달사냥에 나선 400m에선 선호하는 레인인 3번이나 6번을 배정받기 위해 컨디션을 조절하다 그만 준결승을 7위로 통과하면서 1번 레인을 배정받고 말았다. 1번이나 8번 레인은 수영장 벽면에 물살이 부딪치고 되돌아올 때 물의 저항을 받아 기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아주 불리한 곳이다.

400m 자유형
금메달 수확

생애 처음으로 1번 레인에서 경기를 하게 된 박태환은 오히려 초반부터 무서운 질주를 펼쳐 2위 쑨양(중국)을 1초차 이상으로 따돌리면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쑨양과 파울 비더만(독일) 등 선두권 선수들이 멀리 떨어진 박태환을 전혀 견제하지 못한 게 호재로 작용했다. 불리한 1번 레인을 받은 게 전화위복이 된 셈이었다.

박태환은 400m에 이어 200m에서도 반란을 노렸지만 아쉽게 4위에 그쳤다. 출발반응 속도는 가장 빨랐다. 초반 스피드를 내지 못한 게 패인이었다. 박태환 초반 6위까지 쳐졌고 마지막 50m를 남긴 상황에서 장기인 막판 스퍼트로 4위까지 올라선 뒤 경기를 마쳤다. 1위와는 불과 0.48초 차이였다. 10m 정도만 더 남아있었더라면 충분히 역전에 성공해 메달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컸던 만큼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마지막 100m는 박태환이 스프린터로서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경기였다. 박태환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00m에 처음 출전해 아시아 선수 중 유일하게 준결승까지 올라 아시아 최초 결승 진출을 노렸으나 조 6위, 전체 14위를 기록해 아쉽게 기회를 놓쳤다.

이번에도 출발반응속도는 빨랐다. 그러나 전문 스프린터가 아닌 박태환은 50m를 돌때 최하위까지 처졌고, 막판 스퍼트로 2명의 선수를 따라잡는 데 그쳤다. 이번 경기에서 박태환은 아쉬움이 남는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하지만 원래 중장거리 선수였던 박태환이 스프린터로 변신한 지 불과 6개월 지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특히 1년 앞으로 다가온 런던 올림픽에서 자유형 400m 2연패는 물론 자유형 200m에서도 세계 최강자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에 충분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처럼 세계를 무대로 맹활약하고 있는 박태환이지만 지금의 그가 있기까지는 숱한 좌절과 눈물이 있었다. 박태환이 처음 태극마크를 단 것은 중학교 3학년이던 2004 아테네올림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는 15세 소년이 감당하기엔 너무도 벅찼다. 박태환은 자유형 400m 예선에서 긴장한 탓에 출발 부저가 미처 울리기도 전 물속으로 뛰어들었고, 결국 헤엄도 쳐보지 못한 채 실격 당했다. 어린 박태환은 화장실 문을 잠그고 2시간 동안 서글픈 눈물을 훔쳤다.

그러나 당시 흘린 눈물은 현재 세계 최고 수영선수가 되는 밑거름이 됐다. 눈물을 닦고 피땀을 흘려가며 연습에 매진한 박태환은 이듬해 4월 상하이에서 열린 쇼트코스(25m)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그리고 그해만 무려 8개의 한국 신기록을 쏟아냈다. 특히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3관왕에 오르며 대회 MVP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그가 ‘국민 남동생’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이 때부터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태환은 2007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를 통해 세계적인 선수로 급부상했다. 자유형 400m에서 세계 최고의 중장거리 스타인 그랜트 해켓(호주)을 누르고 금메달을 차지했으며, 200m에서는 ‘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 등에 이어 동메달을 따냈다.

당시 미국과 호주 언론은 앞다퉈 박태환의 활약상을 보도했다. 새로운 수영 영웅이 탄생했음을 알렸다. 당시 박태환의 나이는 불과 18세. 미처 성인이 되지도 않은 소년이 세계 수영계를 뒤흔든 것이다.

지금에 오기까지
숱한 눈물과 한숨

박태환의 거침없는 질주는 2008 베이징올림픽까지 이어졌다. 400m에서 한국수영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며 국민적 영웅이 됐다. 200m에서는 펠프스에 이어 은메달을 따냈다. 나중에는 펠프스와도 해볼만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불과 6개월 만에 스프린터 변신 성공 “기대된다”
런던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턴과 스타트 보완해야

항상 좋은 일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2009 로마세계선수권대회 400m, 200m, 1500m 세 종목에서 모두 결선진출에 실패하는 충격적인 부진을 겪기도 했다. 세계최고급 선수의 추락에 국민들과 언론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박태환 스스로도 은퇴를 생각할 정도였다. 선수생활의 가장 큰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박태환은 딛고 일어났다. 박태환은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 200m, 400m, 100m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다. 자유형 1500m에서도 은메달을 땄다. 2006도하아시안게임에 또다시 이어 3관왕에 등극하는 위업을 달성한 것. 이 대회를 통해 박태환은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가 가지고 있던 한국 수영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 기록(5개)도 갈아치웠다. 피나는 노력의 결과였다.

그리고 이번 대회를 통해 스프린터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하지만 동시에 과제도 남겼다. 턴과 스타트가 바로 그것이다. 최대 목표로 삼고 있는 런던올림픽 금메달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본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출발 반응 속도는 빠르지만 잠영이 짧아 실질적으로 불리한 입장이라는 것이다. 박태환은 100m 예선을 마친 뒤 “내가 개선해야 할 것은 레이스 운영도 있지만 턴과 스타트 등이다”라고 말했다. “부족한 부분이 100이라고 하면 그 중 턴이 40%, 스타트는 60%”라는 구체적인 설명도 덧붙였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돌핀킥이다. 박태환은 마이클 볼(호주) 전담코치의 지도 아래 돌핀킥 기술을 집중 연마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잠영 거리가 평소 7∼8m에서 10m까지 늘어났다. 자유형 400m에서는 여유가 있어 연습한 성과가 나왔다. 하지만 자유형 200m와 100m에서는 조급함을 버리지 못하고 돌핀킥의 횟수가 1~2회에 그쳤다. 게다가 입수 후 너무 일찍 떠올라 경쟁자들에 비해 손해를 봤다. 이는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반드시 보완해야 할 과제다.

천식 앓던 약골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박태환은 어린 시절 천식을 앓던 약골 소년이었다. 수영을 시작한 것도 약한 몸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소년이 성장해 수영 불모지인 한국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성장했다. 선수 생활의 위기도 거뜬히 넘겼다. 오히려 한층 업그레이드 된 모습으로 돌아왔다. 시행착오를 성공의 발판으로 삼은 것이다. 그리고 이번 대회 이후에도 박태환은 한단계 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2 로마올림픽이 간절히 기다려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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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