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자꾸 쓰러지는 이유

정부 정책 때문에 죽어나간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2017년은 ‘타워크레인 안전사고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타워크레인 사고가 유난히 많았다. 2012년 사망자 3명, 2013년 사망자 8명, 2014년 사망자 4명. 2015년 사망자 2명으로 사망자수 한 자리 수던 것이 2016년 사망자수 10명으로 두 자리 수로 갑자기 증가하더니 2017년 17명으로 대폭 늘었다. 2017년은 가장 많은 건설기술자가 타워크레인 안전사고로 아까운 목숨을 잃은 한 해가 되고 말았다.
 

크레인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는 것을 두고 한국타워크레인사업자협동조합(이하 타워크레인조합)은 ‘인재’라고 주장했다. 타워크레인조합은 지난해 12월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조합 소속 기술위원들의 사고 분석 결과 최근 발생한 타워크레인 사고 원인은 설치와 해체 작업자 과실서 비롯된 인재”라고 밝혔다. 

팽팽한 의견 대립

지난해 5월 발생한 경기 남양주시 크레인 사고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사제장비인 보조 폴 파손을 원인으로 지목했으나 파손이 일어나도 사고가 일어날 수 없다는 기술 검증이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의정부 크레인 사고, 이달 발생한 용인과 평택 크레인 사고 역시 안전작업절차 위반이 사고 원인이다는 것이 타워크레인조합의 주장이다. 타워크레인조합은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 정부의 허술한 정책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에 등록된 타워크레인은 2005년 기준 2000여대서 2017년 현재 6000여대로 2배가량 증가한 반면,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인력은 2005년 850여명 수준서 올해 650여명으로 감소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타워크레인에 대해 전혀 무지한 이들도 36시간 교육을 이수한 뒤 현장에 바로 투입되는 탓에 전문성이 떨어지고, 소규모 업체로 하청받는 도급구조로 이어지는 불안한 고용구조가 주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불안정한 인력수급이 현장에서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사고가 잇따른다는 것이다. 

타워크레인조합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관계기관에 인력수급에 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라며 “이는 타워크레인 수요가 느는 상황서 설치·해체 전문가 수급이 왜곡되면 안전사고 위험이 예상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2년간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전문 업체 고용인력은 매년 10%이상씩 줄었다”며 “설치·해체 전문 업체들이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양성하는 구조를 기대할 수 없다면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타워크레인 사고의 근본적인 예방을 위해 크레인 사업자와 근로자들은 ‘전문 인력 양성’을 꼽았다. 
 

한국노총 전국타워크레인 설치·해체 노조(타워크레인 노조)는 지난 2일부터 한시적 휴업에 돌입했다. 앞서 지난해 12월26일 서울 여의도에서 600여명(자체 추산)이 참여한 가운데 ‘노후·불량 장비를 사용하는 나쁜작업을 거부하겠다’ 등의 주장을 열며 결의대회를 연 데 이어 재차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평택 사고까지 사망자 17명 역대 최다
사업자 “인재”근로자 “근무환경 탓”


타워크레인 노조는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에 사고 예방을 위해 요구한 전달사항이 관철되도록 계속해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현실적인 타워크레인 교육과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한 2시간 특별안전교육 준수, 근로 환경 개선이 주된 내용이다.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타워크레인 중대 재해사고 예방 예산 42억원을 삭감한 국회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타워크레인 노조는 “안전한 작업을 보장하기 위해 크레인 자격제도 도입을 정부가 약속했는데 예산이 삭감됐다”며 “타워크레인 중대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예산 42억이 국회 예산안에서 빠졌다”고 지적했다. 

타워크레인 노조 관계자는 “2017년도에만 19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 사고가 벌어졌는데 예산을 삭감한 국회는 어느 나라 국회냐”고 규탄했다.

고용부는 올 상반기부터 실습 6시간을 포함한 36시간이었던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교육시간을 144시간으로 늘리고, 실습 3주, 이론 1주 등 한 달에 걸쳐 받도록 개편하기로 했다. 하지만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자격제도 도입을 위한 예산 42억원이 국회서 삭감되는 등 정부 대책이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타워크레인 노조 관계자는 “교육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현실적인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제 타워크레인 설치·해체와 관련해 십수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 교육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 6월부터 추진하기로 했다가 42억원의 예산이 삭감되면서 불투명해진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전문자격제도 도입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행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렇듯 사업자와 근로자들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전문성 있는 인력 확보’를 꼽았지만, 그간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서는 의견이 달랐다. 타워크레인노조는 일몰 이후 작업, 연식을 조작하는 불량 장비, 노후 장비가 사고 원인으로 꼽고 있으며, 타워크레인조합은 작업자들의 작업절차 미준수를 주된 원인으로 지적했다. 

타워크레인노조 관계자는 “사고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시점에서 조합에서는 인재로 몰고 가고 있다”라며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업무의 현실을 모르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타워크레인조합 측은 “장비가 원인이 아니라면, 사람이 원인이고 올해 경기 남양주, 의정부, 용인, 평택에서 발생한 사고는 자체 분석 결과 인재로 파악됐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사고 원인을 두고 다른 의견을 나타냈으나 궁극적으로는 결국 철저한 안전교육을 받은 작업자, 까다로운 검사를 통과한 기계가 현장에 배치돼야 한다는 점에는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나라 타워크레인 안전검사 합격률이 무려 97%, 형식적 안전검사 개혁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 인력 필요

한 전문가는 “정부는 안전대책서 나아가 관계 기관서 안전검사를 형식적으로 하는 것은 아닌지, 작업자들에게 현실적인 타워크레인 교육과 법에서 규정한 안전교육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등 안전대책 실행도 철저히 감독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새해에는 정부가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잘 세워서 지난해와 같은 인재 사고를 철저히 방지해야 한다”며 “말뿐인 안전대책이라면 사고는 재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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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