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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아트인> ‘정통 리얼리즘’ 작가 황재형머리카락에 담긴 탄광촌의 삶
  • 장지선 기자
  • 등록 2018-01-08 10:16:46
  • 승인 2018.01.09 09:49
  • 호수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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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한국인의 경우 평균적으로 5만~7만개 정도의 머리카락을 갖고 있다. 정상적인 사람은 하루에 50~70개의 머리카락이 빠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머리카락은 흔하고 하찮은 것이지만 작가 황재형에게는 다르다. 황 작가는 “머리카락은 개개인의 삶이 기록되는 필름과도 같다”고 말했다.
 

▲15 가나아트, 황재형, 眞如(진여), 2017년 9월, 캔버스에 흑연, 162.1x227.3cm

작가 황재형이 2010년 ‘쥘 흙과 뉠 땅’ 개인전 이후 7년 만에 가나아트로 돌아왔다. 황 작가는 정통 리얼리즘에 입각해 본연의 조형 언어를 창조하고 민중 미술 1세대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는 인물이다.

1981년 중앙대 회화과를 졸업한 그는 1982년 ‘임술년’의 창립동인으로 활동했다. 황 작가가 이종구, 송창 등과 함께 조직한 임술년은 1970년대 중반부터 등장한 모노크롬 경향서 탈피해 모순된 사회 현실에 저항하는 리얼리즘 정신에 입각한 민중 미술 운동이다.

민중 미술

임술년의 정신을 이어받은 황 작가는 태백 탄광촌에 들어가 광부로서 노동자의 생활 현장을 생생하게 겪었다. 그리고 그곳의 풍광을 밀도 있게 형상화하는 작업을 전개해나갔다. 그의 작품은 리얼리즘을 기조로 한다. 단순한 재현서 벗어나 존재의 진정성, 물리적 사실성에 다가가려는 시도다.

황 작가는 탄광촌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즉 삶의 흔적이 진하게 스며든 일상의 오브제를 활용해 노동자의 삶과 현실을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여기에는 “궁극적인 목표는 그림에 나의 삶과 이상을 녹여 내는 것”이라는 작가의 미학이 담겨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실제 경험서 인식한 객관적 사실과 작가의 주관적인 태도가 함께 드러난다.

광부들의 참된 삶 온전히 담고자
태백지역 미용실서 머리카락 모아

물감을 구입하지 못해 석탄과 황토, 백토 등을 개서 발라 삶의 현장성을 살렸고, 붓 대신 나이프로 강한 터치를 가해 거친 삶과 노동의 현장을 표현했다. 시대정신을 사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조형언어에 대해 고민하고 현실 비판을 통해 사회 변화를 촉구하고자 했던 작가의 생각이 잘 드러난 부분이다.
 

▲10 가나아트, 황재형, 변매화, 2017년 7월, 캔버스에 머리카락, 60.6x50cm

이번 전시 ‘십만 개의 머리카락’은 사람의 머리카락이 가진 정신성과 물질성에 대한 작가의 관심에서 기인한다. 

황 작가는 “한 인간의 머리에서 자라나는 십만개의 머리카락은 한날한시에 태어나는 경우가 없고 동시에 죽어가는 법 없이 독립돼 제 기능을 다한다”며 “어떤 인간이라도 영혼이 거주하는 머리를 보호하는 머리카락이 아름답지 않을 수 없다”고 예찬했다.

신작은 태백 지역 미용실서 직접 모은 머리카락을 활용했다. 그는 생명과 에너지를 가진 머리카락에 개개인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와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다고 봤다.

한민족의 뿌리를 찾아
흑연으로 바이칼 호수

수십여 년 동안 지하 막장서 헌신해온 탄광촌 광부와 그 가족들의 고단한 삶의 여정을 캔버스에 담아 왔지만, 그들의 참된 삶을 온전히 담을 수 없어 미안했던 작가의 헌사이기도 하다. 머리카락을 이용한 작업은 작가 자신에게 위로를 줬고, 붓과 색채를 이용한 작업보다 더욱 생생한 표현력과 힘을 얻게 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황 작가가 흑연으로 그린 회화 작품들도 볼 수 있다. 문지를수록 더욱 빛이 나는 흑연 고유의 특성을 이용해 자연의 장엄함과 신비로움을 담아냈다. 민족의 시원을 찾아 떠난 여행서 바이칼 호수를 만난 작가는 2500만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호수를 보면서 우리 민족의 뿌리를 생각했다.
 

▲01 가나아트, 황재형, 드러난 얼굴, 2017년 1월, 캔버스에 머리카락, 162.2x130.3cm

전 세계서 가장 크고 차가우며 깊고 오래된 바이칼 호수는 시베리아의 진주라고 불린다. 작가는 흑연으로 이 호수를 표현함으로써 거대한 침묵 속에 담긴 한민족의 뿌리를 조명하려 했다.

호수와 한민족

가나아트센터 관계자는 “황재형은 1980년 중앙미술대전에 ‘황지 330’이라는 작품으로 데뷔한 이후 40여년간 한국 사회에 대한 예리한 현실 인식을 기반으로 작업을 전개해왔다”며 “다양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담고 있는 황재형의 이번 전시를 통해 진정한 리얼리즘의 미학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오는 28일까지.


<jsjang@ilyosisa.co.kr>

 

[황재형은?]

▲학력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 졸업(1981)

▲개인전

‘십만 개의 머리카락’ 가나아트센터(2017)
‘제1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작가전’ 박수근미술관(2017)
‘삶의 주름 땀의 무게’ 광주시립미술관/전북도립미술관(2013)
‘쥘 흙과 뉠 땅’ 가나아트뉴욕/가나아트센터(2010)
‘쥘 흙과 뉠 땅’ 가나아트센터(2007)
‘쥘 흙과 뉠 땅’ 가나화랑(1991)
‘쥘 흙과 뉠 땅’ 온다라 미술관(1988)
‘쥘 흙과 뉠 땅’ 백송화랑(1987)
‘쥘 흙과 뉠 땅’ 제3미술관, 서울 아카데미화랑(1984)

▲수상

제1회 박수근미술상(2016)
제7회 민족미술상(2013)
제3회 민족미술상(1993)
제5회 중앙미술대전 장려상(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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