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레포츠즐기기 ①서울 노원구 화랑로

서울 도심에서 즐기는 겨울 레포츠

찬 바람이 볼을 에는 듯한 겨울, 몸이 후끈 달아오르는 레포츠로 추위를 이겨보자. 미끄러지듯 얼음 위를 달리는 스케이팅이나 컬링, 빙벽 등반 등을 배우고 즐기다 보면 어느새 움츠렸던 몸이 풀린다. 겨울을 맞아 전국 각지에 스케이트장이 개장했다.  
 

태릉선수촌에 위치한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은 규모와 빙질이 압도적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로 건립된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과 더불어 400m 국제 규격을 갖춘 빙상장이다. 
 

반짝이는 도시 야경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은 지난 2000년 실내 아이스링크로 탈바꿈하면서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연면적 2만7067㎡(8187평)에 지상 3층 규모다. 링크에 들어서면 차원이 다른 규모에 놀란다. 

관계자에 따르면 최대 500~600명이 한꺼번에 이용해도 서로 방해받지 않고 스케이팅을 즐길 수 있단다. 또 냉동 설비와 아이스링크 보수작업으로 국제 대회를 개최할 만큼 우수한 경기장 상태를 유지한다.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는 국가 대표 선수가 훈련하는 모습, 전국 대회에 참여한 선수들의 경기도 자연스레 관람이 가능하다. 대표 선수 훈련이나 대회가 열릴 때 일반인 이용객은 중앙의 보조링크를 이용해야 한다. 보조링크는 2면으로 링크 양쪽에 스케이트 갈아 신을 벤치가 마련됐다. 
 


이곳에는 피겨·스피드 스케이트 3000 켤레가 있다. 파란색 피겨 스케이트는 신발 사이즈보다 한 치수 작게 신는 것을 권한다. 스케이트가 10mm 단위로 있으니 235mm를 신는다면 230mm를 대여해야 벗겨지지 않고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스피드 스케이트는 반대다. 발볼이 좁은 형태여서 5mm 정도 크게 신는 것이 좋다. 장갑과 헬멧 착용은 필수다. 연마실서 헬멧은 대여, 장갑은 판매한다. 보관함도 500개 있으니 소지품은 모두 넣어두고 가볍게 링크로 나가자. 
 

스케이트를 신고 링크에 들어서면 두 발이 내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균형을 잡아가다 보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순간이 온다. 스케이팅이 처음이라면 빙판에 서 있는 것부터 시도하자. 

스케이팅서 이색 레포츠 빙벽 등반까지 
다양한 먹거리·볼거리 함께 즐길 수 있어 

이후 빙판 위를 걷는 느낌에 익숙해지면 몸에 힘을 빼고 조금 속도를 내면서 즐긴다. 아이가 부모의 손을 잡고 빙판 위 균형 잡기에 한창이다. 딱딱한 빙판에 연신 엉덩방아를 찧으면서도 얼굴에 미소가 묻어난다. ​링크 한가운데 김연아 선수를 꿈꾸는 꼬마들이 연습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신나게 스케이팅하다 보면 허기가 진다. 운동 후 뜨끈한 가락국수와 어묵이 빠질 수 없다. 어묵 한입 베어 물면 긴장이 풀리고 몸이 사르르 녹는다. 겨울방학을 맞아 아이와 함께 스케이팅을 제대로 배워볼 기회도 있다. 

6세 이상 어린이와 청소년, 성인을 대상으로 스피드·피겨 스케이팅 특강이 있으니 참고할 것. 태릉국제스케이트장 이용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다. 
 


평일 퇴근 후 가족이나 연인과 겨울 레포츠를 즐길 수 없을까? 반짝이는 도시의 야경을 배경으로 스케이팅해보고 싶다면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이 안성맞춤이다. 

지난달 22일 개장한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은 2015년 이후 2년 만에 찾아온 도심 한복판의 스케이트장이다. 그 기다림만큼 이용객도 설렘 가득하다. 스케이트 대여를 포함한 이용료가 1회(1시간) 1000원으로 부담 없다. 
 

해가 지면 서울광장을 밝힌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낭만을 더한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은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폐막하는 2월25일까지 66일간 운영한다. 성인 링크와 어린이 링크, 스케이트 착탈실, 의무실 등을 갖췄다. 

평일 오전 10시~오후 9시30분, 주말에는 오후 11 시까지 이용 가능하다. 2월에는 컬링을 비롯한 동계올림픽 종목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 이용권은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홈페이지에서 예매하거나 동쪽 매표소에서 현장 구매한다. 온라인 당일 예매는 불가하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바로 앞에 서울도서관이 있다. 옛 서울시청사가 책의 정원으로 탈바꿈한 것. 장서 20만여 권뿐만 아니라 카페, 기획 전시실, 옛 시장실 등 둘러볼 곳이 많아 스케이팅 전후 휴식처로 안성맞춤이다. 
 

스케이팅이 겨울에 즐기는 대중 레포츠라면, 빙벽 등반은 이색 레포츠다. 우이동 코오롱등산학교에 실내 빙벽장이 있다. 냉동 창고처럼 두꺼운 문이 철커덩 열리면 세계 기네스북에 등재된 높이 20m 빙벽과 마주한다. 빙벽 안쪽으로 냉각기를 설치하고, 빙벽 겉면은 얼음을 분쇄해 일일이 수작업으로 붙인 결과물이다.

실내 온도는 -20℃. 거대한 장벽 같은 인공 얼음벽을 한 발씩 오르면 온몸이 열기로 채워진다. 안전을 위한 준비물 체크는 기본. 빙벽화와 밑창에 부착해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크램폰, 허벅지와 허리에 착용하는 안전벨트, 아이스바일과 헬멧, 장갑이 기본 세트다. 추위를 막아줄 패딩까지 대여하니 준비물 걱정은 없다. 
 

빙벽 등반은 초보자나 무경험자도 사전 교육을 받고 바로 체험이 가능하다. 다만 장비에 의지해 수직으로 오르기 때문에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주의 사항을 숙지한 뒤 첫발을 떼야 한다. 

빙벽 등반은 2인 1조로 호흡을 맞추는 운동이다. 확보자가 등반자의 상태를 확인하며 로프로 안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등산학교에 가기 전에 동반자를 찾아 짜릿한 빙벽 등반을 경험해보자.

겨울 레포츠로 추위를 이겨낸 뒤에는 태릉국제스케이트장 주변을 둘러봐도 좋다. 태릉선수촌 인근에는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40기 가운데 서울 태릉과 강릉(사적 201호)이 있다. 

불암산 자락 서쪽의 태릉은 중종의 세 번째 왕비 문정왕후의 능이고, 강릉은 문정왕후의 아들 명종과 그 비 인순왕후의 쌍릉이다. 태릉과 강릉은 3~6월, 9~11월 주말 오전 10시와 오후 2시 해설사와 동행해야 둘러볼 수 있다. 

능을 살펴보지 못해도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상쾌한 공기를 마시기에 적당하다. 태릉에 있는 조선왕릉전시관은 국장 절차와 왕릉의 관리 등을 상세히 소개한다. 
 


낭만 여행지 ‘경춘선 기찻길’

서울 구 화랑대역(등록문화재 300호) 주변으로 조성된 경춘선 기찻길은 옛 추억을 떠올리는 낭만 여행지다. 더불어 지난 11월 경춘선숲길 육사삼거리부터 구리시 경계까지 2.5km 구간이 개방되면서 많은 이들이 찾는다. 예전 모습 그대로 보존된 구 화랑대역과 협궤열차, 증기기관차 등이 볼거리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태릉국제스케이트장→강릉→태릉→서울 구 화랑대역(경춘선숲길)→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태릉국제스케이트장→강릉→태릉→서울 구 화랑대역(경춘선 숲길)→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둘째 날] 코오롱등산학교 실내 빙벽장→북서울꿈의숲→서울광장 스케이트장→서울도서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노원구청 문화체육관광 http://www.nowon.kr/new/tour/tour.jsp?mid=560101
- 태릉국제스케이트장 http://www.icerink.or.kr
-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http://www.seoulskate.or.kr
- 코오롱등산학교 http://www.kolonschool.com
- 서울도서관 http://lib.seoul.go.kr


문의 전화
- 노원구청 문화관광과 02)2116-3776
- 태릉국제스케이트장 02)970-0501
-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070-4206-3895~6
- 코오롱등산학교 02)3677-8519
- 문화재청 태릉관리사무소 02)972-0370
- 서울도서관 02)2133-0300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 1번 출구서 82A번·82B번·73번·1155번·1156번 버스,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정류장 하차, 도보 7분.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http://www.seoulmetro.co.kr
[버스] 202번·1155번·1156번 버스,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정류장 하차, 도보 7분.
*문의: 서울시교통정보센터 
http://topis.seoul.go.kr

자가운전
서울시청→세종대로→종로→신설동역서 동대문구청 방면 우회전→천호대로→동대문구청서 성동구청 방면 우회전→고산자로→서울시설공단서 내부순환로·청계9가 방면 우회전→내부순환로→월곡역→화랑로→육사삼거리서 태릉 방면→태릉국제스케이트장 

숙박 정보
- 노블레스관광호텔: 노원구 노해로77길, 02)935-7161, http://www.hotelnoblesse.co.kr
- 더플라자: 중구 소공로, 02)771-2200, http://www.hoteltheplaza.com 

식당 정보
- 가가와(김치우동·샤부샤부): 노원구 화랑로, 02)977-7100
- 돈가쓰먹는용만이(까르보돈가스): 노원구 한글비석로20길, 02)931-8870
- 공릉동닭한마리 본점(닭한마리): 노원구 동일로, 02)972-7459

주변 볼거리
수락산, 육군사관학교, 태릉선수촌, 북서울꿈의숲,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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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