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2018년 국민이 바라는 희망뉴스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쓰고 싶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7년 붉은 닭띠가 가고 2018년 황금 개띠가 찾아왔다. 2017년은 여느 때보다 다사다난한 해였다. 3월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5월 새 정부가 들어섰다. 각 분야에서 진행된 적폐청산 움직임에 사회가 들썩였고 각종 사건·사고가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일요시사>는 저무는 2017년을 뒤로하고 2018년 국민들이 바라는 희망뉴스를 전하고자 한다.
 

<교수신문>은 지난 2001년부터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하고 있다. 전국 교수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 한 해를 가장 잘 표현한 사자성어를 고른다. 2017년 올해의 사자성어로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이 선정됐다. 

파사현정은 ‘그릇된 것을 깨뜨려 없애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의미다.

최재목 영남대 동양철학과 교수는 “사회 곳곳의 곪고 썩어 문드러진 환부를 시원히 도려낼 힘과 용기는 시민들의 촛불서 나왔다”며 “최근 적폐청산의 움직임이 제대로 이뤄져 올바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내년에도
적폐 청산

2017년은 각 분야에 적폐 청산의 기조가 섰던 해였다. 2016년 하반기 불거진 국정 농단 사태는 지난 3월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 문재인정부를 향한 국민들의 요구는 명확했다. 우리 사회에 쌓인 폐단을 제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달라는 것.

지난 겨울 광장에 나온 시민들은 촛불집회를 통해 지난해 <교수신문>이 선정한 사자성어인 ‘군주민수’(군주는 배고 백성은 물이라는 뜻으로,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 있다)를 현실화했다. 

올해 초까지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서울시 한모씨는 “지난해와 올해는 적폐 청산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 해”라며 “내년은 정부가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해야 할 해”라고 강조했다.

▲남북관계 개선 = 2017년 남북관계는 긴장과 충돌의 연속이었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 나흘 만인 5월14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발사했고, 같은 달 21일에도 ‘북극성-2형’을 발사하는 등 5월에만 4차례 도발을 자행했다. 거듭된 북한의 도발에 미국에서는 ‘북폭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등 발언 수위가 높아졌다.
 

통일부는 지난 26일 ‘2017년 북한 정세 평가 및 2018년 전망’서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내년 3월 평창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 참가를 염두에 둔 듯한 북한의 준비 정황이 포착되면서 의외로 남북관계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방송 정상화 박차 = KBS, MBC 노동자들은 지난 9월 총파업에 돌입했다. 경영진 퇴진과 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는 양대 공영방송사의 공동파업은 5년 만이다. 2012년에도 언론노조 KBS·MBC본부는 각각 최장기간 파업을 벌였지만 사장 퇴진 요구까지는 관철시키지 못했다. 물꼬를 튼 건 MBC였다. MBC는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구도 재편 후 김장겸 사장이 해임되면서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군주민수에서 파사현정으로
시민의 요구, 국가가 답해야

KBS는 MBC보다는 더디지만 사태 해결의 단추를 차례로 꿰어가고 있다. 배우 정우성씨는 지난 21일 KBS 총파업을 지지하고 정상화를 기원하는 영상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참 많은 실수를 했다”고 비판하면서도 “인내와 끈기를 갖고 진정성 있는 목소리를 이어간다면 국민들의 눈과 귀가 여러분에게도 KBS에게도 돌아오리라 생각한다”며 격려했다.

▲활짝 열린 취업시장 = 지난 5월 문재인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일자리 상황판이 청와대에 설치될 정도로 취업은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됐다. 최악의 경기 불황이 우리나라를 덮친 이때 취업률은 모든 사람에게 민감한 이슈가 된 모양새다. 특히 청년들의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청년실업률 줄이기는 정부 최대의 고민거리로 자리 잡았다.

2018년에는 공공기관 신규 채용 규모가 증가하는 등 ‘역대급’ 채용이 예정돼있다. 정부의 공공일자리 확대 기조에 발맞춰 2만2000여명에 이르는 신입 채용이 이뤄질 전망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에겐 최대의 희소식이다. 또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어 근무환경 개선 가능성도 제기된다.

▲나아진 출산환경 = 저출산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위협으로 떠올랐다. 출산율 감소가 우리나라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통계청 등은 올해 국내 출생아수를 36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간 40만명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여기에 가임기(15∼49세)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숫자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1.06∼1.07명으로 추정된다.

망가진 곳
원상태로

역대 정부가 120조원가량 쏟아 붓고도 실패한 출산정책에 문재인정부가 특효약을 제시했다. 임신기에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임신초기 12주 이내 또는 조산 위험이 있는 출산 전 36주 이후만 허용하던 임신기 근로시간 2시간 단축제도를 임신 전 기간으로 확대 도입한다. 

출산율 목표를 제시하기보다는 출산환경 개선으로 방향을 바꾼 정부 정책에 힘입어 출산율 상승이 예상된다.

▲국가가 책임지는 치매 = 치매 국가책임제는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 과제 중 하나다. 치매 의료비의 90%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치매는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들의 고통이 크다는 점에서 최악의 질환으로 여겨진다. 국민 100명 중 1명,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다. 국민의 4%가 치매 질환의 영향력 아래 있는 셈이다.
 

문재인정부는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치매환자 줄이기에 나선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치매 국가책임제의 후속대책에 따라 국가차원의 치매 극복 기술 연구개발 지원이 본격화된다. 치매의 원인규명, 예방부터 진단, 치료, 돌봄까지 근본적인 대책마련 연구가 병행된다.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보다
나은 내년

▲자살자를 줄여라 = 우리나라는 2003년 이후 15년 동안 자살률 분야서 OECD 국가 중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8.7명으로 18.7명인 2위 일본과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인의 사망원인은 33년째 암이 1위를 차지했지만 10∼30대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자살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는 오래됐지만 자살률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인기 연예인의 자살 이후 자극적인 보도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면서 자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제 예술계 ‘한류’ = 올해는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지휘자 차웅은 제10회 토스카니니 지휘 콩쿠르서 한국인 최초로 1위 없는 2위를 수상했고, 피아니스트 손정범은 제66회 뮌헨 ARD 국제 음악콩쿠르 피아노 부문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블랙리스트·성추행 등으로 얼룩진 문단도 작가들의 해외 문학상 소식으로 회복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작가 한강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 초 고은 시인이 이탈리아 로마재단서 수여하는 국제 시인상을 수상했다. 

작가 이정명은 이탈리아 출판 관련 업자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문학상을 수상해 작품의 우수성을 널리 알렸다. 2018년에도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해외서 높게 평가받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아동이 행복한 세상 =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많았던 해였다. 부모는 아이에게 끓는 물을 끼얹고 밥을 주지 않았다. 아동학대의 가해자는 부모인 경우가 80%에 달한다. 피해 아동은 도망치지도 못하고 반복적으로 학대에 노출된다. 부모뿐만 아니라 보육교사도 아이에게 손찌검을 한다. 올해 아동기관 30곳이 아동학대 전력이 확인돼 폐쇄 등의 조치를 받았다.

아동실종 건수는 줄어들었지만 그 끝이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의 시작은 아동의 실종이었다. 실종신고에 안일하게 대처한 경찰의 태도에 마주한 건 싸늘한 주검이다. 전북 전주서 실종된 다섯 살배기 고준희양은 범죄에 의한 실종 가능성이 높지만 언제 없어졌는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장기 아동실종자도 전국에 분포돼있다.

5월 들어선 정부에 기대감
다시 한 번 통합의 시대로

전문가들은 아동 대상 범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공권력이 실종신고 등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실제 이영학 사건 이후 경찰의 실종신고 대처가 눈에 띄게 변했고, 실종아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태다.

▲줄어든 학교 폭력 =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여학생의 사진에 대중은 충격을 받았다. 무릎을 꿇은 여학생의 얼굴은 피로 범벅이 된 상태였다. 동급생들은 손과 발은 물론 주변 물건까지 이용해 피해 학생을 때렸다. 

이 사건 외에도 올해엔 경악할 만한 학교폭력 사건이 자주 불거졌다. 어른 싸움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폭행 수위는 상상을 초월했다. 10대 청소년들은 ‘소년법’을 무기로 망설임 없이 폭행을 저지르고 있다.
 

학교 폭력의 심각성은 매년 제기되고 있지만 대책은 미비한 상황이다. 학교 내에서 발생한 폭력사건을 논의하기 위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유명무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당국은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징계 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교육청, 전교조 등은 교육당국의 방안에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내년까지 갑론을박이 이어질 예정이다.

▲내년에도! 한국 선수의 힘 = 올해는 말 그대로 손흥민의 해였다. 손흥민은 올 한 해 토트넘서 23득점을 올렸다. 1월9일 새해 첫 골을 포함 1월에만 4골을 꽂아 넣더니 지난 27일 사우샘프턴과의 올해 마지막 경기에서 1골 2어시스트를 기록, 유종의 미를 거뒀다. 

빼어난 활약으로 EPL 이달의 선수상을 두 차례나 수상하는 등 상복도 따랐다. 2018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골을 넣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중국 이적 후 폭발적인 득점력을 선보이고 있는 김연경이 펼칠 활약도 2018년 관전 포인트다. 김연경은 압도적인 기량으로 소속팀을 이끌고 있다. 소속팀 상하이는 지난 26일 중국 산둥에서 열린 예선 마지막 경기서 상대 산둥을 꺾고 승리해 2라운드에 진출했다. 김연경은 한국, 일본, 터키를 넘어 중국서도 우승을 노린다.

▲적폐 청산 끝까지 = 2017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적폐 청산이다. 지난 5월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세워진 적폐 청산의 기조는 해가 바뀌어도 계속될 전망이다. 검찰의 칼날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넘어 이명박정부까지 향하고 있다. 국정원, 재계, 정치권 등은 적폐 청산 분위기에 숨을 죽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6일 국무위원들과의 만찬 자리서 적폐 청산 기조를 임기 마지막까지 이어가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재명 성남시장 역시 “적폐 청산은 끝까지 마지막 한 조각까지 남김없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들 역시 내년에도 사회의 적폐를 처단해야 한다는 데 지지를 보내고 있다.

▲무술년 국민대통합 = 새 정부는 등장과 동시에 적폐 청산과 국민대통합을 새로운 대한민국의 두 축으로 삼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대선 기간 동안 분열된 민심을 하나로 모아 변화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국가적 행사
국민 힘으로

그러나 2017년은 분열의 연속이었다. 정치권은 물론 사회에 등장한 혐오현상이 분열을 부채질했다. 지역감정은 과거에 비해 옅어졌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거진 남녀 갈등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첨예해졌다. 

소통과 통합은 다시 한 번 시대의 과제로 떠올랐다. 올해는 우리나라서 첫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태극전사들은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한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지방선거도 예정돼 있다. 국민의 힘이 다시금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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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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