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등골브레이커’ 해외전지훈련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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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8.01.02 10:50:20
  • 호수 11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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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부 동계훈련 대안은 없나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서울과 경기 지역서 고등학교 야구선수로 아들을 키우고 있는 대부분의 부모들은 몸살을 앓는다. 바로 ‘돈’ 때문이다.
 

지난 2017년 1월과 2월에 50일 동안 서울 A중학교의 야구부 1, 2학년 18명은 세 차례의 동계 전지훈련을 50일 동안 부산 지역으로 오고 가며 치러냈다. 한 번은 장기간의 동계훈련이었고, 나머지는 두 번에 걸친 프리시즌의 지방 대회에 참가였다. 18명의 선수가 그 기간 동안에 전지훈련과 대회의 참가 등을 위해 지출했던 총 비용은 3870만원. 선수 1인당 부담된 비용은 215만원이었다.

평균 300만원

비록 상대적인 비교겠지만 최근 서울과 경기도 지역서 동해안이나 남쪽 지방의 동계전지훈련을 떠나는 중학교 야구부들이 선수 1인당 부담하는 동계훈련 평균 금액인 300만원보다는 낮은 비용이다. 

그러나 취재과정서 만났던 서울의 B중학교 야구선수 학부모는 이런 의견을 들려줬다.

“국내의 전지훈련이라고 해서 해외 전지훈련보다 비용이 저렴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아이들이 한 달 이상 집을 떠나있는데, 방관하고 있을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 그 기간 동안 한두 차례 이상 전지훈련지를 방문해서 아이들 회식도 시키고, 코칭스탭 접대도 한다. 감독한테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다. 교통비와 체류비 회식비와 접대비 등을 합산하면 외국으로 전지훈련 보내는 비용보다 더 지출하게 된다. 차라리 해외로 전지훈련을 보내는 것이 비용을 덜 들게 하는 방법이다.”


약 7∼8년 전만 해도 지방은 물론 서울과 경기도 지역의 중학교 야구부서 장기간 비싼 비용을 들여가며 전지훈련을 하던 예는 없었다. 그 시절에는 짧게는 일주일, 길어도 약 열흘 정도 평소 교류가 있었던 지방의 야구부가 있는 중학교나 고등학교로 가서 친선 교류의 연습시합이나 합동연습을 하고 돌아오는 정도였다.

50일 부산 지역 오갔더니…
중학생 선수 1인 215만원

선수들의 숙박은 현지 야구부의 숙소를 이용한다든지 아니면 현지 선수들의 집에 나뉘어져 홈스테이의 형태로 머물다 오는 것이었다. 별도의 전지훈련의 비용도 거의 부담하지 않았다.

선수들의 학부모들이 동행하거나 아니면 그 기간 중에 합류해 회식 정도의 비용을 각출하거나 아니면 연습시합서 대활약한 선수의 부모가 한 번 기분 좋게 회식비용을 감당하는 정도였을 뿐이다.

겨울에 지방 현지의 야구부 지도자와 그 학부모들에게 신세를 지고 나면 시즌이 시작돼 해당 지역의 야구부 선수들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원정을 왔을 때 이번에는 답례의 형태로 선수들을 건사해주는 아주 훌륭한 상호교류의 관습이 있었다.
 

그 시절에는 초등학교는 물론 중학교에서도 겨울철 동안은 선수들을 충분히 휴식하게 함으로써 한창 성장기에 있는 학생선수들의 체력증진과 성장에 우선을 두는 지도자들의 개념이 최우선시 됐다.

겨울철이 지나면 어떤 선수는 키가 십 센티, 또 어떤 선수는 십오 센티가 자랐다는 것이 중학교를 비롯한 유소년 야구계서 회자되곤 했던 주요 관심사였다.


지도자들도 가급적이면 겨울철 동계훈련은 물론 여름철의 하계훈련서도 어떻게 해서든지 학부모들의 추가적인 비용의 부담 없이 효율적으로 선수들을 지도하기 위해 자신들의 인맥을 총동원하고 머리를 짜내어 훈련 계획과 일정에 관한 연구를 거듭했었다.

그런데 리틀야구단 등의 유소년 야구클럽 활성화로 엘리트 야구선수의 지망생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최근 수년 동안 고등학교 야구부의 해외 전지훈련은 물론, 중학교 야구부의 장기간에 걸친, 많은 비용이 요구되는 겨울철 지방으로의 전지훈련이 일반화돼버렸다. 

수요자가 충족되기에 시장이 형성되는 자본의 논리가 충실하게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중고교 야구부들이 고비용을 들여가며 장기간의 겨울철 전지훈련을 수행하는 것에 대해 훈련의 효율성은 어떻게 평가돼야 할까.

취재 중 만나봤던 야구 지도자들과 관계자, 선수와 학부모 등 모든 이들의 의견은 찬반의 양론으로 나뉜다. 가장 인상적인 의견이 하나 있었다. 그 의견을 피력했던 사람은 야구와는 아무 관계가 없지만 국내 체육학 권위자 중 한 사람으로 명문 H대학교 대학원 체육학과 교수다.

성장에 저해

그에 따르면 야구를 비롯한 유소년과 청소년기 스포츠 선수들의 겨울철 훈련 개념은 ‘휴식기’라는 차원서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라나는 청소년기의 선수들은 이 시기에 가장 활발한 성장을 이룬다. 골격을 이루는 뼈의 성장과 함께 근육의 양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의 충분한 수면과 영양섭취는 해당 청소년의 성장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유소년·청소년기 겨울은 휴식기
충분한 수면과 영양섭취로 보내야

이 기간 동안의 과도한 운동은 신체적인 성장에도 저해가 될 뿐이며, 결국 시즌 중 부상의 결정적인 사유가 된다. 굳이 필요하다면 런닝을 위주로 한 체력 보강운동과 수영 들을 통한 유연성의 개발만이 요구되는 시기라고 했다.

종목별 스킬을 익히는 종목은 우리나라의 기후적 환경서, 한 겨울을 넘긴 채 기후가 따뜻해지는 시기에 맞추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그의 의견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었다.

협회 결단 필요

국내 고교들의 인기 해외 전지훈련지인 일본의 경우 야구협회 차원서 모든 유소년과 중학교, 고등학교 야구부들로 하여금 매해 1월부터 2월20일까지는 체력 훈련을 제외한 모든 야구부의 단체훈련을 금지시키고 있다.


이 기간 동안에는 모든 야구훈련과 연습시합조차도 금지되며 이를 어길 시에는 대회 출전 금지를 시키거나 혹은 야구부를 해체까지 시키는 강력한 벌칙이 적용된다. 선수를 보호하고, 부상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취지다. 그 기간 동안 야구를 하는 것은 단지 선수 개인에 한해서다.
 

초창기 일본으로 해외 전지훈련을 떠났던 국내 고교 야구팀들은 전지훈련 기간 동안 일본의 이러한 제도에 무지한 상태였기 때문에 현지에서 연습시합 상대를 찾지 못해 애를 먹었던 사례가 빈번했다. 그만큼 국내 야구가 국제적인 정보와 동향에 어둡다는 증거다.

굳이 야구의 종주국인 미국까지 가지 않더라도 야구에 관한 한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야구 시스템과 교육체계에서 우리는 배워야 할 것들이 아직도 무수히 많기만 하다.

이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바로 이 시점서 작금의 유소년과 중고교 야구부의 현실을 과감하게 개선할 수 있는 계획과 실천을 보여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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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