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65)접견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8.01.02 10:17:05
  • 호수 11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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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의 혼을 주지시키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왕의 친서를 거론하자 접빈들의 태도가 누그러지고 결국 당태종이 선도해 일행을 접견하겠다는 통보가 왔다.

소식을 접한 선도해가 일행들에게 고구려의 혼을 주지시키고 궁궐로 들어갔다.

철저한 몸수색을 거치고 대전에 들어서자 용상을 제외하고 온통 당나라 대신들과 호위 군사로 가득했다.

그를 살피며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자리하자 잠시 후 당태종이 입실한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흘낏 고개를 돌려 추선을 바라보았다.


비록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담담한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곁에 있는 또 다른 여인을 바라보았다.

미세하게 떨고 있음이 감지되었다.

심호흡을 하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대전으로 들어서는 당태종의 얼굴이 시선 가득 들어왔다.

얼굴 반쪽이 붕대에 가려진 이상한 몰골의 사내가 용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가벼운 신음과 함께 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대는 누구요?”

왕의 친서

당태종의 목소리에 이어 옆에 선 환관에게 똑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소신은 고구려의 대대로로 선도해라 하옵니다.”

환관을 통해 대대로라는 소리가 다시 귓전에 울렸다.

“무슨 염치로 왔소?”

“소신은 고구려 임금의 명으로 금번 사태에 대해 황제 폐하께 충심으로 사과하기 위해 왔습니다.”

“사과라.”

“지난 번 일도 그러하였지만 금번 일 역시 전적으로 막리지인 연개소문 개인의 일로 고구려 임금과는 하등 상관없는 사건이었습니다.”

“뭐라!”

“하여 보장왕의 친서 그리고 사죄의 의미에서 고구려의 두 여인을 황제 폐하께 바치라는 임무를 받잡았습니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선도해가 곁에 선 환관에게 두루마리를 건넸다.


환관이 종종걸음으로 이세민에게 전달하고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이 글이 고구려 임금의 진정이오?”

“조금도 거짓이 있을 수 없습니다, 폐하.”

선도해를 주시하던 당태종이 시선을 두 여인에게 주었다.

“저 두 여인이 사죄에 대한 진상품이란 말이오?”

선도해가 두 여인에게 자리에서 일어설 것을 주문하자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여인을 바라보던 이세민이 돌연 시선을 돌려 두루마리를 다시 바라보았다.

“내 이미 연개소문의 극악무도함을 잘 알고 있소. 아울러 그의 행적 역시 우리 사신들의 입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바 그대 임금에게 죄를 묻지 않을 것이오. 다만 연개소문을 치기 위해 이른 시일에 다시 군사를 움직일 터이니 그런 경우 고구려군도 힘써 연개소문을 치도록 하오.”

“하오시면 폐하께서 다시 거둥하시렵니까?”

“그는 아직 말할 수 있는 입장이 되지 않으니만큼 후일 결정하도록 하겠소.”

황제의 이야기에 답을 하느라 고개를 들고 있는 선도해를 유심히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전에 고구려에 사신으로 왔던 상리현장이었다.

“폐하!”

일순간 상리현장이 앞으로 나섰다.

“말하게.”

“저 자의 말이 의심스러워 그러하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일전에 폐하의 명을 받잡고 고구려 왕을 만날 때 연개소문과 저 자가 긴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뭐라!”

모두의 시선이 선도해에게 집중되었다.

“폐하, 저희 고구려의 사정이 바로 그러하옵니다.”

“바로 그러하다니.”

선도해가 뚫어져라 상리현장을 주시했다.

“어느 누구도, 심지어 고구려의 임금도 연개소문 앞에서 행동을 조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물며 소신 같은 경우는 언급할 가치도 없사옵니다. 아울러 고구려의 왕은 상국인 당나라에서 연개소문을 확고하게 처리해주기를 앙망하고 있습니다.”

이세민이 혀를 차며 상리현장과 선도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하기야 그런 잔악무도한 인간이라면…… 귀국 왕의 말 대로 내 반드시 연개소문을 멸할 일이야!”

드디어 당 방문한 선도해 일행
사죄의 의미…두 여인 바치다

선도해가 노기에 찬 이세민을 바라보고는 추선에게 시선을 주었다.

가볍게 떨고 있는 모습이 시선에 들어왔다.

“폐하, 통촉하여주시옵소서!”

선도해가 마치 가래가 끓는 소리로 읍을 하자 이세민이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고구려가 연개소문의 수중에 있는 이상 짐은 고구려 임금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오. 아울러 사죄의 차원에서 보내 온 저 두 여인은 짐이 받을 입장이 못 되니 다시 고구려로 데려가도록 하오.”

말을 마친 당태종이 절색의 미녀를 마다할 정도로, 더 이상 용상에 앉아 있기 힘 드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급히 환관 둘이 곁에서 부축하여 대전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세민의 뒷모습을 살피며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선도해가 추선에게 시선을 주자 눈빛에 서운함이 가득 베어 나왔다.

김유신이 설날을 맞이하여 태어난 아들을 보살피며 지소부인과 단란한 시간을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며 춘추가 들어섰다. 

“장군!”

외마디 소리를 지른 춘추의 얼굴이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핏기 한 점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하얗게 변해버린 얼굴 여기저기에 눈물의 흔적이 번져 있었다.

그를 살피며 유신이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춘추의 손을 잡았다.

“왜 그러시는가!”

순간적으로 일이, 일도 큰 일이 발생했음을 느낀 지소 역시 아이를 안고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아버지 곁으로 바짝 다가섰다.

“아버지!”

유신과 지소의 부름에 아랑곳하지 아니하고 춘추의 표정에서는 어떤 생기조차 느낄 수 없었다.

유신이 급히 방문을 열어 하인으로 하여금 냉수를 떠오도록 하고 다시 춘추를 잡아 자리에 앉혔다.

“이런, 이런…….”

춘추가 신음인지 헛소리인지 분간 못할 소리를 내며 손으로 방바닥을 내리쳤다.

유신이 급히 손을 잡아 행동을 멈추게 했다.

“이보게, 정신 차리게!”

불투명한 생사

그래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유신이 손을 춘추의 양 어깨로 옮기고는 거칠게 흔들어댔다. 

“전하께서…… 이모께서…….”

힘없이 말하는 모습으로 보아 여주에게 변고가 생긴 모양이라 짐작하고 급히 방문을 바라보았다.

아기, 삼광을 안은 채 지소가 급히 물이 담긴 사발을 받아 유신에게 건넸다.

유신이 반강제적으로 물을 춘추의 입에 흘려 내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는지 이번에는 춘추가 유신의 소매를 잡았다.

“자, 이제 차근히 이야기해보게.”

“비담과 염종이 결국 일을…….”

“무슨 소린가!”

춘추가 답에 앞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비담과 염종이 신년하례를 구실로 전하를 방문하여 독이 묻은 비수로 찔러 지금 생사가 불투명합니다.”

“뭐라!”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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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