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문재인 반년 성적표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2.26 13:08:36
  • 호수 11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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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가 진짜! 기대해도 좋을까?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지났다. 전 정권의 국정 농단으로 촛불혁명이 일어났고 그 중심에는 문 대통령이 있었다.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아직도 고공행진 중이다. <일요시사>는 송구영신을 맡아 문재인 대통령의 반년 성적표를 뽑아봤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촉발된 뒤 촛불은 광화문을 뒤덮었다. 정치시계는 빠르게 돌아갔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됐다. 대선 과정서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후보는 40%가 넘는 지지율로 10년 만에 진보진영 대통령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경제 대통령
불안한 지표

문 대통령 취임 직후 중점을 둔 부분은 바로 ‘일자리’다. 문 대통령은 업무지시 1호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출범시켰다. 청와대에 일자리수석실이 신설됨과 동시에 각 부처와 17개 지자체에 일자리 전담 부서가 만들어졌다. 

정부가 일자리 정책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일자리의 핵심인 청년층(20∼30대)의 일자리 확대는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청와대 홈페이지 상 ‘대한민국 일자리상황판’을 보면 지난 9월 기준 취업자수는 2684만명으로 전년비 31만4000명 증가했지만 청년과 30∼40대는 오히려 취업자수가 감소했다. 취업자수 증가를 이끈 것은 50세 이상 장년층으로 청년실업 문제는 여전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지난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서 문 대통령은 “고용은 늘었지만 주로 50대 이상 비정규직 일자리가 늘고, 청년들이 취업할만한 좋은 일자리는 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줄었다”고 진단했다. 

문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곳곳서 들린다. 

김대일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각종 청년일자리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애초에 인력에 대한 수요가 줄어버리면 실업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정부는 민간기업서 거둬들인 세금을 소모해 일자리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세금을 많이 걷어 인력 수요를 줄이고 그 돈으로 아무리 일자리 정책을 펼쳐봐야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없다”며 “민간 기업에 대한 지원을 통해 자연스럽게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일자리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청와대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나올 문재인표 ‘일자리 정책’을 가지고 평가를 받겠다는 각오다.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경제시스템을 바꾸는 데는 시간이 소요된다”며 “올해 하반기 공공기관, 대기업, 금융기관 등의 채용 확대도 대부분 내년에야 실제 취업이 이뤄져 취업자 통계에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자리 정책 이외에도 문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경제 슬로건은 ‘소득주도성장론’이다. 소득주도성장은 기업에 고인 소득을 노동자 임금 상승 등을 통해 가계로 흐르도록 해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는 내수 시장 중심의 성장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을 중심으로 한 경제 정책이 구조적 저성장 탈출을 위한 근본적 해법은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구정모 한국경제학회장은 “최근 수출 호조에 따른 3% 성장에도 불구하고 고용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없다”며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제정책에는 단기 처방만 있고 전체적인 밑그림이 없다”고 평가했다.  

적폐청산 기조
국민통합 저해

이밖에 '적폐 청산'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서부터 적폐 청산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특정 사건에 대한 조사와 처벌 등이 적폐 청산의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 사회를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만들려는 것이다. 아마도 이번 정부 5년으로 다 이뤄질 과제도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부처별 적폐 청산 TF를 구성했고, 검찰 등 사정기관은 MB정권을 겨냥했다. 그 결과 당시 청와대 중심으로 이뤄진 야당 사찰, 관권선거, 언론·문화계 탄압 등의 사실들이 밝혀졌다. 

취임 초기 많은 성과를 이뤘지만 현 정부의 적페 청산 기조를 바라보는 정치 전문가들의 시선은 다르다. 
 

최창렬 용인대 교육대학원장은 “적폐 청산은 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등을 지켜본 국민들의 요구”라며 “현재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것도 적폐 청산 추진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유한국당이 정치보복 운운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정치보복 프레임을 비판했다. 반면 검찰의 적폐 청산이 야권에만 향해 있고 정치보복 모양새를 띠어 국민 통합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쪽이 피해의식을 갖게 하면 통합이 어렵다”며 “문무일 검찰총장이 올해 안에 (적폐 청산을) 끝낸다고 했는데 너무 오래 끌면 부작용이 크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권의 한쪽은 너무 강하고 한쪽은 너무 죽어 있다”며 “중도와 합리적 보수 정당은 계속 국민들이 분열돼있으면 그 이후에는 통합에 힘썼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당 독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신 교수는 “여당이 예산안 처리 과정서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쪽으로 갔으면 어땠을까”라며 “정치는 적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야당도 숨 쉴 공간을 만들어줘야지, 지금처럼 밀어붙이면 부메랑으로 좋지 않게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대통령 강조…소득주도·혁신성장 명암
끝나지 않은 적폐 청산…정치보복 프레임 맹공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도 정부의 적폐 청산 TF의 인사구성을 문제 삼아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은 정부부처와 산하기관의 적폐 청산 관련 TF를 전수 조사한 결과 5명 중 1명꼴로 ‘편파·이념 지향적 인사’로 구성됐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적폐청산 기조로 인해 “일선 현장서 자신이 관련된 사업에 잘못이 드러날 경우의 두려움 때문에 방조, 침묵 및 통상 업무까지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에 대해서는 “무차별한 기업 대상 사정으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있으며 금융권도 채용비리 논란으로 사정 정국 심화 중”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적폐 청산에 대해 정치보복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정치보복의 악순환이 끝난 줄 알았는데 현 정권이 정치보복을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포장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문 정권의 적폐 청산 기조에 대해 비판했다.

안 대표는 “지금 서로 전, 전전, 전전전 (정권을)때려잡느라고 완전히 정신이 없다”며 “복수하려고 서로 정권을 잡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의 정치보복 프레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현 정권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한겨레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이명박·박근혜정부 당시의 청와대·국정원·군 등에 대한 조사·수사가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67.8%를 기록했고 “동의한다”는 응답은 29.2%에 그쳤다. 

낙제점 인사
캠코더 논란

문 정부의 ‘인사’는 반년 성적표에 있어 낙제점에 가깝다. 앞서 문 정부는 취임과 동시에 병역면탈·부동산투기·위장전입·세금탈루·논문 표절 등을 인사 5대 원칙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내각 인사를 발표할 때마다 인사들은 5대 원칙을 위배했고, 12월에 들어서야 내각이 완료됐다.

특히 공공기관장에 참여정부 인사들 및 문재인 캠프 인사들이 대거 합류해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논란에 휩싸였다. 

국민의당 김철근 대변인은 "민주당이 야당일 때 이명박정부 인사는 '고소영' '영포라인' 등으로 비판하고 박근혜정부에서는 '수첩인사'라고 비판하지 않았느냐"라며 "국민들은 적폐 청산하자면서 새로운 적폐가 쌓여가는 과정을 똑똑하게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정부의 외교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우선 청와대는 “문재인정부 출범 후 6개월 정도 지나면서 외교적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몇 개의 산을 힘들게 넘어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자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정부의 외교를 ‘산’으로 비유했다. 

이 관계자는 “첫 산은 6월 말 워싱턴을 공식 방문했을 때”라며 “6월29일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 7월7일 독일 함부르크 한미일 정상 공동성명서 북핵의 평화적 해결 원칙, 남북문제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약속받았다. 이런 기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민주연구원 주관 ‘문재인정부 2017년 국정운영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 외교·안보 분야 발제를 맡은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재인정부가 안보적 측면서 강한 안보체제 구축과 책임 국방 구현을 위한 기반과 남북관계의 북핵위기 안정화 및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기반이 조성됐다”며 “외교에선 주변 4강과의 외교가 정상화되면서 새로운 외교지평을 마련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국방개혁은 여전히 미진하고 한국이 주도하는 외교를 위한 제도와 인력 부족 문제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및 여권은 반년 동안 이뤄진 문 정부 외교·안보에 대해 후한 점수를 줬다.

하지만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자유한국당은 문 정부의 ‘균형외교’를 비판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은 “함께 전쟁을 치른 미국과의 군사 동맹과 북한과 여전히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중국과의 관계는 차원이 다르다”며 “지금은 한미가 굳건한 군사동맹으로 중국을 압박해 북핵을 제거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훈수했다.

중국과 우호관계 형성을 원하는 문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한 셈이다.

인사 적폐 솔솔…불안한 대북·4강 외교
중국서 홀대 받은 문통…외교 해법은?  

문 정부 외교·안보에 대한 지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구민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4강(미중일러) 외교서 정체성의 혼란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북핵 이슈와 관련해선 “문재인정부는 ‘코리아 패싱’도 원치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강경책에 깊이 연루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방중외교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 무능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중국 국빈 방문서 ‘홀대’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3박4일간 중국 지도자와의 식사가 단 두 차례뿐이었다는 ‘혼밥’ 논란과 방중 첫날 중국 지도부의 베이징 부재, 우리나라 취재기자가 중국 경호원에게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하는 등 논란이다.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출발 전부터 삐걱거렸다. 중국 국영 중국중앙TV가 중국 방문 하루를 앞두고 문 대통령과의 인터뷰서 사드 문제에 대한 의도적 질문 공세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CCTV는 이어 문 대통령의 발언을 자의적으로 편집 방송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중국 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중국 측의 홀대논란은 본격화됐다. 국빈 자격으로 방문한 문 대통령을 차관보급 인사가 영접을 한 것이다. 통상 중국을 방문하는 각국 정상은 차관급 인사가 영접하는 것이 의전 관례다. 

혼밥 논란에 대해선 중국 지도부가 의도적으로 문 대통령과 식사 약속을 잡지 않아 불가피하게 수행원과 식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청와대는 문 대통령 식사 일정이 중국 서민 일정을 체험하기 위한 기획성 이벤트로 사전에 준비된 행사라며 궁색한 변명을 했다. 

이러한 홀대 논란에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정부가 국민들에게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함에 사로잡혀 무리한 일정으로 문 대통령의 방중을 추진하면서 중국의 홀대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안보는?
대북문제 관건

정치권 한 관계자는 문재인정부에 대해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정부 이후 들어선 만큼 국민들의 기대가 큰 것이 사실”이라며 “집권 초기인 내년까지는 문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국내를 둘러싼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어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국민들의 위기감을 불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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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