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고-억울한 사람들> (61)누명 쓴 교수님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2.26 11:35:45
  • 호수 11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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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논문 조작 진실은…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예순한 번째 주인공은 서울대학교병원 임홍국 전 교수입니다. 
 

임 교수(제1저자)는 지난 2010년 이정렬(연구책임자) 교수와 함께 ‘선천성 교정형 대혈관전위증에 대한 완전한 양심실 교정술의 장기 결과’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2년이 흐른 2012년 당시 공동저자로 참여한 서울대학교 흉부외과교실 김웅한 교수는 해당 논문이 ‘사망자 수를 실제보다 줄여 보고했다’ ‘대상 환자 수에 의혹이 있다’ 등의 이유로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이하 서울대 진실위)에 제보했다. 

법원서 승소

서울대 진실위는 제보자인 김 교수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면서 해당 논문은 조작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서울대 진실위 결과가 2013년 12월3일 한 언론 1면에 '국내 유력병원 의사들 심장수술 생존율 조작' '간접살인' 등으로 대서특필되면서 임 교수의 명예는 곤두박질쳤다. 

명예회복을 위해 임 교수는 법정행을 택했다. 학계의 예상을 깨고 1심 법정은 임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은 “‘연구데이터 조작 등 연구부정행위의 존재’가 실체적 진실에 부합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논문상 사망자 수가 조작됐다는 결론도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 해당 논문에 부정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아울러 서울지법은 “진실위 관계자가 내부 규정이 정한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해 조사 결과를 언론에 유포에 원고(임 교수)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불법행위가 된다”고 판시해 서울대가 임 교수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봤다. 

1심 판결은 2000만원을 배상하라는 결론을 내렸고 2심, 3심까지 이어진 지리한 법정 공방서 원심은 확정됐다.

그렇다면 서울대 진실위는 왜 법정 판결서 뒤집힐 결론을 내렸을까. 당시 논문 조작 쟁점은 사망자 수였다. 

앞서 임 교수는 논문을 통해 심장기형 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추적한 결과 사망자를 19명(원자료)으로 집계해 생존율 83%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진실위는 제보자가 제출한 2012년 9월 자료를 토대로 사망자가 26명(사후자료)에 이른다고 결론 내렸다.

임 교수가 자료를 취합할 당시 사망 사실을 알 수 없거나 사망했다고 보기 힘든 사람들이 제보자의 논문에는 포함된 것이다. 

임 교수는 “사후자료는 제보자 혼자 원자료에 있는 사망 자료를 모두 복사한 뒤 사망자료를 대거 추가해 만든 것"이라며 "추가된 사망 환자는 이중집계, 허위집계, 추정집계뿐만 아니라, 논문 게제 확정 후 사망이 확인되는 집계, 제보자만 알 수 있는 사망 환자 집계까지 시행해 원자료에는 사망으로 표시됐지만 진실위는 확인하지 못한 환자까지도 모두 집계돼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보자 이외에는 아무도 조사에 관여하지 않고 조사 위원들은 아무도 제보자가 집계한 내용을 단 한 번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서울대 진실위에 공정한 제보가 이뤄지지 않고 제보자가 제보에 컨트롤타워가 돼 이 같은 만행을 저질렀다. 이 증거 자료를 모두 법원을 통해 확보했다”며 “처음부터 조작으로 꾸며 놓고, 원자료를 고의적으로 묵살한 사실이 법정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가 서울대 진실위 조사를 받을 당시 석연치 않은 정황도 있다. 

제보자가 집계한 사후자료를 서울대 진실위가 은폐한 것이다. 당연히 반론권 및 해명권 차원에서 사후자료를 임 교수에게 제공해야 하지만 사후자료를 요구하는 임 교수에게 서울대 진실위는 오히려 임 교수의 정당성을 입증할 수 있는 원자료만 보여주며 해명을 요구했다.

법원 판결문에도 "심사기관으로서 취해야 할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의무에 위반한 검증방법내지 검증절차상 하자로 인해 그 정당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명시됐다. 

기피신청을 거부한 일도 있다. 당시 논문 연구책임자로 피조사자였던 이정렬 교수와 김용진 교수는 진실위 장윤희 조사위원에 대한 기피를 신청했다. 

‘평소에 제보자와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 ‘해당 사안과 관련된 논문 연구 초기부터 연구에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서울대 진실위는 기피신청을 기각하고 장 교수를 조사위원에 포함시켰다. 

임 교수는 “장 교수가 조사위원에 포함된 것을 보고 함정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며 “장 교수는 제보자와 상당한 유착관계에 있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 교수를 포함한 모든 서울대 진실위원원들은 원자료와 사후자료를 단 한 번도 확인하지 않았다”며 “제보자와 공모해 본조사 위원회 보고서 일체를 제보자에 넘겨 언론에 제보토록 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임 교수는 "이 사건에 깊숙이 연관된 서울의대 A학장은 제보자와 동기로 서울대 법인화 직전 총장 당선에 기여했다"며 "내년에 서울대 총장 출마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진실위는 진실위의 행태를 반발하는 내용증명을 묵살하기도 했다. 임 교수는 언론 기자로 있는 처남을 통해 해당 내용이 한 언론에 제보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진실위는 조작 결론…결국 법정행 
재판서 뒤집혀…끝나지 않은 싸움

임 교수는 제보자 김 교수의 수상한 행적도 언급했다.

해당 논문의 내용만을 가지고 김 교수가 일본에서 개최된 국제학회서 구연 발표를 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김 교수가 ‘일본서 해당 논문을 발표할 예정인데 슬라이드를 만들어달라’고 했다”며 “국제적으로 해당 논문을 가지고 본인의 업적으로 활동 해놓고 논문 조작을 지적하는 이상한 짓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에 김웅한 교수는 “슬라이드를 받아 사건 논문 내용을 일본서 발표한 것은 맞다”며 “전체 내용 중 조금 포함된 내용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임 교수는 진실위의 무리한 논문 조작 결론 배경에 서울대병원 의사들 간 권력다툼이 있다고 봤다.

당시 서울대병원 기조실장을 맡고 해당 논문의 연구책임자인 이정렬 교수가 학교 측에 바른말을 하자 서울대 의과대학 집행부서 이 교수를 몰아내기 위해 논문 조작을 조직적으로 주도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민사소송 판결을 토대로 김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진행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 교수를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에 임 교수는 “항고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김 교수가 제보조작 전반에 있어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는 증거를 모두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민사소송서 임 교수는 손해배상액 1억을 청구했다. 이에 법원은 2000만원을 선고했는데 임 교수는 “당시 1만원만 배상액이 떨어져도 승리라고 봤다”며 “2000만원이 선고된 것은 법원도 심각한 문제라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서 김 교수의 언행을 지적하기도 했다.

임 교수는 “경찰 조사서 김 교수가 법원이 2000만원 배상 판결한 것을 두고 김 교수가 ‘8000만원은 이겼다’고 말했다”며 “어떻게 법원 판결을 자기 맘대로 해석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대 진실위는 해당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부정해왔다. 임 교수는 "재발 방지를 위해 서울대 진실위 조사과정 및 내용이 모두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조사에 관여한 모든 위원들이 공개되고 결과에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진실위의 논문 조작 결론이 나온 이후 인사위원회에 회부됐고, 지난해 8월엔 임상교수 재임용에 탈락했다. 현재는 중앙보훈병원 흉부외과 과장으로 근무 중이다. 

문제 없다?

일련의 제보조작 파문과 관련해 김 교수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일단 형사 건 관련한 검찰 조사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논문 조작과 관련해 “언론에 제보한 사실도 없다”며 “법원 판결과 별개로 의사의 양심상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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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