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포비아로 본 2017년 대한민국

1년 내내 공포 속에서 살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7년도 이제 일주일 남짓 남았다.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가상화폐 광풍, 연예인 죽음 등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어 간다. 2017년은 그 어느 때보다 공포에 민감한 해였다. ‘포비아’라는 단어가 올 한해를 관통하는 키워드라 해도 무방할 정도. <일요시사>는 연말을 맞아 숱한 사건사고로 불거진 공포증을 되짚어봤다.
 

‘포비아(공포증)’는 두려움이나 공포를 의미하는 그리스어로부터 왔다. 객관적으로 볼 땐 위험하지도 불안하지도 않은 상황이나 대상을 필사적으로 피하고자 하는 증상을 가리킨다. 올 한 해는 특정 단어와 포비아가 합쳐진 ○○포비아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돌았다. 굵직한 사건사고가 만들어낸 사회적 공포의 등장이다.

무섭다
공포증↑

▲도그(개) 포비아 =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증가했다. 그 인구는 2017년 현재 10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5가구 중 1가구는 강아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기르는 이른바 펫족(Pet+족)에 합류한 셈이다. 펫족은 반려동물을 친구나 자식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펫족의 성향은 곧바로 시장의 활성화를 이끌어냈다. 좋은 사료나 간식은 물론 옷이나 목줄, 방석 등 반려동물이 먹고 사용하는 물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최근에는 반려동물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호텔, 이동 가능한 택시도 등장했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2012년 9000억원서 2015년 1조8000억원, 지난해 2조3000억원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20년에는 5조8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자신의 가족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그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펫티켓, 이른바 반려동물과 함께 다니면서 지켜야 할 예절을 어기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그러면서 목줄을 하지 않은 개가 사람을 물어 죽이거나 상처 입히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난 10월에는 전남 여수서 목줄 풀린 진돗개가 길 가던 고등학생의 허벅지를 무는 사고가 발생했다. 7월에도 경북 경주시의 한 주택가서 산책을 나온 일가족이 진돗개에 물려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각종 사건사고로 공포증 증가
반려견 공포부터 회식 기피까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4∼2017년 개 관련 사고 부상으로 병원 이송한 환자’ 기록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개 물림으로 병원에 이송된 환자는 1125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5년 월 평균 154.3명, 2016년 175.9명이 이송된 것과 비교해 올해는 상반기에만 월 187.5명이 개에게 물려 병원 신세를 졌다.

그 결과 ‘도그 포비아’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도그 포비아는 한정식 식당 한일관 대표가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 최시원의 반려견에 물린 뒤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확산됐다. 


CCTV 등으로 확인된 사실에 따르면 최씨의 가족들은 반려견을 산책시킬 때 목줄을 하지 않았다.

목줄을 하지 않거나 풀린 개에 대해 해당 견주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자 정부는 공공장소서 목줄이나 입마개를 하지 않는 등 반려견 관리에 소홀한 견주에 과태료 부과 기준을 높이는 등 처벌기준을 강화하는 ‘개파라치’ 제도의 도입을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도그 포비아가 혐오 감정으로 번져 펫티켓을 잘 지키는 일반 견주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푸드(음식) 포비아 =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거리 안전에 민감하다. 올 한 해는 여느 때보다 음식 관련 사고가 잦았다. 먹거리에 대한 각종 사건사고는 푸드 포비아를 확산시켰다. 푸드 포비아는 식탁에 오르는 음식을 믿을 수 없어 섭취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그중에서도 계란을 둘러싼 문제는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사태로 연초부터 계란 수급에 차질이 생겼다. 이어 지난 7월 유럽서 시작된 살충제 계란 사태가 국내까지 번졌다. 계란은 우리 식탁에 오르는 가장 흔한 식재료 중에 하나였기에 그 여파는 더 컸다.
 

정부는 전국 모든 산란계 농장의 계란 출하를 전격 중단하고 잔류 농약 검사를 실시했다. 전수 검사 과정서 전국적으로 52개 농장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는데, 이 중 절반이 넘는 31개 농가는 친환경 인증을 받은 곳으로 밝혀졌다.

대처과정서 주무부인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엇박자를 내면서 국민들의 불신은 더욱 커졌다.

피프로닐, 비펜트린 등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들은 모두 폐기 처분됐고 대형마트들 역시 판매를 중단했다. 연초부터 AI로 치솟은 계란 값은 살충제 사태를 거치면서 또 다시 몇 배로 치솟았다. 

정부는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을 성인이 하루 126개까지 먹어도 위험하지 않다고 발표하면서 국민들의 원성만 샀다.

유럽서 발생한 간염 소시지 파문도 국내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식약처는 유럽서 햄과 소시지로 인한 E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가 급증했다는 정보에 수입·유통 중인 유럽산 비가열 햄·소시지의 유통과 판매를 잠정 중단시켰다가 해제하기도 했다. 

E형 간염은 주로 감염된 물이나 덜 익은 돼지고기 등을 통해 감염되는데 대부분 경미해 증상만 앓고 넘어가지만 간혹 간 손상이나 간 부전을 일으키기도 한다.


고기 패티가 덜 익은 햄버거를 먹은 5세 어린이가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렸다는 주장이 제기된 이후 햄버거 포비아가 확산되는 일도 발생했다. 속칭 햄버거병이라 불라는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의 일종으로 신장이 불순물을 제대로 걸러주지 못해 체내에 쌓이면서 발생한다. 

1982년 미국서 덜 익힌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를 먹고 이 병에 걸렸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붙은 것이다. 해당 어린이의 부모는 한국 맥도날드를 식품위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과도한 오버
혐오로 발전

▲케미(화학물질) 포비아 = 화학물질 공포는 올해도 사회를 덮쳤다. 여성환경연대가 김만구 강원대 교수팀이 조사한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실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1회용 생리대에 독성물질이 검출됐다는 게 알려졌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여성들은 공포와 불신을 동시에 표출했다. 이 과정서 제품명에 알려진 제조사는 소비자 불안이 극대화 되자 전량 환불을 결정하기도 했다.

식약처는 의료·분석·위해평가 전문가로 구성된 생리대안전검증위원회를 통해 생리대서 검출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가 인체에 흡수되는 전신 노출량과 독성 참고치를 비교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최대 검출량을 기준으로 해도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누적된 공포
학습효과 돼

이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인한 학습효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우리 사회에 케미 포비아를 불러들인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가습기 살균제는 2000년 국내에 처음 유통됐고 흡입으로 인한 폐 질환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한 때는 2006년부터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11년 8월에서야 보건당국은 가습기 살균제가 폐 손상 위험 요인이라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시민단체가 추정한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사망자는 1239명(8월 기준)에 달했으며 실제 피해자 규모는 20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기부 포비아 = 연말이면 거리나 자선 단체 등에서 느낄 수 있던 기부 열기가 차갑게 얼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기부에 대한 불신이 싹텄기 때문이다. 기부한 돈의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는 점과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서 행한 선행이 특정인의 호화생활에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부 심리가 얼어붙은 모양새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을 꼽을 수 있다. 집에 놀러온 딸의 친구에게 수면제를 먹여 성추행 하려다 들키자 살해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국은 충격에 휩싸였다. 

과거 희귀병인 거대 백악종을 앓고 있는 부녀로 알려졌던 천사표 아빠는 희대의 악마로 대중 앞에 다시 모습을 보였다.

이영학이 경찰에 검거되면서 그의 악행이 차례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이영학이 후원금으로 고급 외제차를 구입하는 등 호화 생활을 누렸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분노가 들끓었다. 이영학은 13억원의 후원금 중 정작 딸의 병원비로는 700만원만 입금했다.

특정 사건 사회적 공포로 번져
‘어금니 아빠’ 사건 기부 열기↓

8월에는 결손아동돕기 단체인 새희망씨앗 관계자들이 2014년부터 기부 받은 128억원 중 2억원가량만 실제 불우아동을 돕는 데 쓰고 나머지는 호화관광, 고가 수입차나 아파트 구매 등에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충격을 줬다. 

일각에서는 2010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직원들의 성금 유용사건, 세월호 참사, 국정농단 사태 등 대형 사건의 여파가 우리 사회 전반의 신뢰를 감소시켰다고 지적한다.

기부 포비아의 확산은 즉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은 목표 금액을 1% 달성할 때마다 1도씩 올라간다. 지난 14일 기준(19일차) 모금액은 1113억원으로 27.9도를 기록했다. 
 

2∼3년 전과 비교했을 때 크게 낮은 수치다. 희망2016나눔캠페인 당시 2015년 12월15일(17일차)에는 모금액이 1411억원 모여 41.1도였다. 지하철역서 모금운동을 벌이는 구세군 자선냄비 자원봉사자들도 예년에 비해 도움의 손길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지진 포비아 = 지난 11월15일 경북 포항시에 규모 5.4의 지진이 덮쳤다. 포항 지진은 지난해 9월 발생한 경주 지진(규모 5.8)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 지진으로 다음날 예정됐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주일 연기되는 등 피해가 상당했다. 

밤새 여진이 포항을 덮치면서 시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땅이 갈라지고 건물이 부서지면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은 체육관서 생활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강진이 일어나면서 우리나라가 더 이상 지진 안전국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져 나갔다. 

인식은 공포증으로 발전했다. 포항 지진 발생 이후 11번가나 G마켓 등 온라인 오픈마켓에선 생존 구호용품 매출이 급증했다. 평소 판매가 별로 없던 카세트 라디오의 판매량이 3배 가까이 급증한 것은 재난 상황서 정부의 방송을 청취할 목적으로 구매했다는 분석이다.

포항 지진을 포함, 최근 2년 새 규모 5.0을 웃도는 지진이 4차례나 이어지면서 내진설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우리나라는 지진에 특화된 구조물 안전 설계인 내진설계를 적용한 건축물이 20%에 불과하다.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윤영일 의원에게 제출한 ‘전국 건축물 내진설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 273만 8172동 중 내진확보가 된 건축물은 56만3316동에 그쳤다.

내진설계 현황이 드러나자 고층 건물이나 노후건축물을 기피하는 현상이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또 포항 지진 당시 필로티 구조 건축물의 피해가 크게 발생하면서 필로티 구조 건물에 사는 시민들의 불안은 높아진 상태다.

여기에 시민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받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진 발생 횟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이재민들은 집으로 돌아갈 엄두조차 못 내는 형편이다. 심한 경우 휴대폰 진동음 같은 사소한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정부는 심리적 불안을 호소하는 시민이 늘자 재난심리지원단을 꾸려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에이즈 포비아 = 에이즈 포비아는 자신이 에이즈에 걸렸다고 맹목적으로 믿으며 이에 따른 막연한 불안감과 정신적 증상을 호소하는 것을 뜻한다. 2014년 사단법인 대한에이즈예방협회 산하 에이즈상담센터 상담건수는 전화와 인터넷, 대면상담 등을 합쳐 1만1000건을 넘는다. 

다만 이 중 실제 감염인은 1.8%(200명)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에이즈 감염자는 담담히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에 에이즈에 감염된 여성이 채팅앱을 이용, 성매매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역 사회에 에이즈 포비아가 창궐했다. 지난 10월 부산에선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숨기고 성매매한 20대 여성이 검거됐다. 
 

이 여성은 2010년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지난 5월서 8월 사이 10∼20차례에 걸쳐 채팅앱을 이용해 성매매를 한 전력이 있다고 진술했다. 채팅앱은 추적이 어려워 상대 남성은 확인이 안 된 상황이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에이즈 감염사실을 확인하려는 사람들이 ‘에이즈 자가 검사 키트’를 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에이즈 자가 검사 키트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에이즈 자가 진단기는 구강액을 검사기로 훑은 다음 전개액에 담아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오프라인 약국서도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식 포비아 = 송년회 시즌을 맞아 쏟아지는 회식을 기피하는 회식 포비아가 증가하고 있다. 여성들은 술자리 성추행 문제, 남성들은 술을 강권하는 문화 때문에 회식을 꺼리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여기에 장기자랑까지 시키면 그야말로 최악의 회식자리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최근 회식 문화가 조금씩 바뀌고는 있다지만 여전히 ‘음주가무’는 대세다.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서 직장인 62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송년회식에 대한 설문조사서 회식 형태는 음주가무형이 70%로 가장 많았다. 정작 직장인들은 ‘저녁 대신 점심’ ‘콘서트 등 문화 활동’ ‘호텔 뷔페 등 고급스런 식사’ 등을 선호했다.

특정 사건으로
기피증 생기기도

직장인의 절반 이상(57%)은 송년 회식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수치는 남성(46.9%)보다 여성서 71.8%로 크게 높았다. 부담을 느끼는 이유로는 ‘늦은 시간까지 이어져서’를 1순위로 꼽았다. 이어 ‘연말을 조용히 보내고 싶어서’ ‘술을 강권하는 분위기’ ‘임원들과 회식 부담’ ‘과음하는 분위기’ 등이 기피 이유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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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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