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포비아로 본 2017년 대한민국

1년 내내 공포 속에서 살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7년도 이제 일주일 남짓 남았다.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가상화폐 광풍, 연예인 죽음 등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어 간다. 2017년은 그 어느 때보다 공포에 민감한 해였다. ‘포비아’라는 단어가 올 한해를 관통하는 키워드라 해도 무방할 정도. <일요시사>는 연말을 맞아 숱한 사건사고로 불거진 공포증을 되짚어봤다.
 

‘포비아(공포증)’는 두려움이나 공포를 의미하는 그리스어로부터 왔다. 객관적으로 볼 땐 위험하지도 불안하지도 않은 상황이나 대상을 필사적으로 피하고자 하는 증상을 가리킨다. 올 한 해는 특정 단어와 포비아가 합쳐진 ○○포비아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돌았다. 굵직한 사건사고가 만들어낸 사회적 공포의 등장이다.

무섭다
공포증↑

▲도그(개) 포비아 =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증가했다. 그 인구는 2017년 현재 10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5가구 중 1가구는 강아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기르는 이른바 펫족(Pet+족)에 합류한 셈이다. 펫족은 반려동물을 친구나 자식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펫족의 성향은 곧바로 시장의 활성화를 이끌어냈다. 좋은 사료나 간식은 물론 옷이나 목줄, 방석 등 반려동물이 먹고 사용하는 물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최근에는 반려동물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호텔, 이동 가능한 택시도 등장했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2012년 9000억원서 2015년 1조8000억원, 지난해 2조3000억원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20년에는 5조8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자신의 가족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그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펫티켓, 이른바 반려동물과 함께 다니면서 지켜야 할 예절을 어기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그러면서 목줄을 하지 않은 개가 사람을 물어 죽이거나 상처 입히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난 10월에는 전남 여수서 목줄 풀린 진돗개가 길 가던 고등학생의 허벅지를 무는 사고가 발생했다. 7월에도 경북 경주시의 한 주택가서 산책을 나온 일가족이 진돗개에 물려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각종 사건사고로 공포증 증가
반려견 공포부터 회식 기피까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4∼2017년 개 관련 사고 부상으로 병원 이송한 환자’ 기록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개 물림으로 병원에 이송된 환자는 1125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5년 월 평균 154.3명, 2016년 175.9명이 이송된 것과 비교해 올해는 상반기에만 월 187.5명이 개에게 물려 병원 신세를 졌다.

그 결과 ‘도그 포비아’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도그 포비아는 한정식 식당 한일관 대표가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 최시원의 반려견에 물린 뒤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확산됐다. 


CCTV 등으로 확인된 사실에 따르면 최씨의 가족들은 반려견을 산책시킬 때 목줄을 하지 않았다.

목줄을 하지 않거나 풀린 개에 대해 해당 견주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자 정부는 공공장소서 목줄이나 입마개를 하지 않는 등 반려견 관리에 소홀한 견주에 과태료 부과 기준을 높이는 등 처벌기준을 강화하는 ‘개파라치’ 제도의 도입을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도그 포비아가 혐오 감정으로 번져 펫티켓을 잘 지키는 일반 견주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푸드(음식) 포비아 =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거리 안전에 민감하다. 올 한 해는 여느 때보다 음식 관련 사고가 잦았다. 먹거리에 대한 각종 사건사고는 푸드 포비아를 확산시켰다. 푸드 포비아는 식탁에 오르는 음식을 믿을 수 없어 섭취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그중에서도 계란을 둘러싼 문제는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사태로 연초부터 계란 수급에 차질이 생겼다. 이어 지난 7월 유럽서 시작된 살충제 계란 사태가 국내까지 번졌다. 계란은 우리 식탁에 오르는 가장 흔한 식재료 중에 하나였기에 그 여파는 더 컸다.
 

정부는 전국 모든 산란계 농장의 계란 출하를 전격 중단하고 잔류 농약 검사를 실시했다. 전수 검사 과정서 전국적으로 52개 농장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는데, 이 중 절반이 넘는 31개 농가는 친환경 인증을 받은 곳으로 밝혀졌다.

대처과정서 주무부인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엇박자를 내면서 국민들의 불신은 더욱 커졌다.

피프로닐, 비펜트린 등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들은 모두 폐기 처분됐고 대형마트들 역시 판매를 중단했다. 연초부터 AI로 치솟은 계란 값은 살충제 사태를 거치면서 또 다시 몇 배로 치솟았다. 

정부는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을 성인이 하루 126개까지 먹어도 위험하지 않다고 발표하면서 국민들의 원성만 샀다.

유럽서 발생한 간염 소시지 파문도 국내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식약처는 유럽서 햄과 소시지로 인한 E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가 급증했다는 정보에 수입·유통 중인 유럽산 비가열 햄·소시지의 유통과 판매를 잠정 중단시켰다가 해제하기도 했다. 

E형 간염은 주로 감염된 물이나 덜 익은 돼지고기 등을 통해 감염되는데 대부분 경미해 증상만 앓고 넘어가지만 간혹 간 손상이나 간 부전을 일으키기도 한다.


고기 패티가 덜 익은 햄버거를 먹은 5세 어린이가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렸다는 주장이 제기된 이후 햄버거 포비아가 확산되는 일도 발생했다. 속칭 햄버거병이라 불라는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의 일종으로 신장이 불순물을 제대로 걸러주지 못해 체내에 쌓이면서 발생한다. 

1982년 미국서 덜 익힌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를 먹고 이 병에 걸렸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붙은 것이다. 해당 어린이의 부모는 한국 맥도날드를 식품위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과도한 오버
혐오로 발전

▲케미(화학물질) 포비아 = 화학물질 공포는 올해도 사회를 덮쳤다. 여성환경연대가 김만구 강원대 교수팀이 조사한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실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1회용 생리대에 독성물질이 검출됐다는 게 알려졌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여성들은 공포와 불신을 동시에 표출했다. 이 과정서 제품명에 알려진 제조사는 소비자 불안이 극대화 되자 전량 환불을 결정하기도 했다.

식약처는 의료·분석·위해평가 전문가로 구성된 생리대안전검증위원회를 통해 생리대서 검출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가 인체에 흡수되는 전신 노출량과 독성 참고치를 비교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최대 검출량을 기준으로 해도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누적된 공포
학습효과 돼

이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인한 학습효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우리 사회에 케미 포비아를 불러들인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가습기 살균제는 2000년 국내에 처음 유통됐고 흡입으로 인한 폐 질환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한 때는 2006년부터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11년 8월에서야 보건당국은 가습기 살균제가 폐 손상 위험 요인이라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시민단체가 추정한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사망자는 1239명(8월 기준)에 달했으며 실제 피해자 규모는 20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기부 포비아 = 연말이면 거리나 자선 단체 등에서 느낄 수 있던 기부 열기가 차갑게 얼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기부에 대한 불신이 싹텄기 때문이다. 기부한 돈의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는 점과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서 행한 선행이 특정인의 호화생활에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부 심리가 얼어붙은 모양새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을 꼽을 수 있다. 집에 놀러온 딸의 친구에게 수면제를 먹여 성추행 하려다 들키자 살해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국은 충격에 휩싸였다. 

과거 희귀병인 거대 백악종을 앓고 있는 부녀로 알려졌던 천사표 아빠는 희대의 악마로 대중 앞에 다시 모습을 보였다.

이영학이 경찰에 검거되면서 그의 악행이 차례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이영학이 후원금으로 고급 외제차를 구입하는 등 호화 생활을 누렸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분노가 들끓었다. 이영학은 13억원의 후원금 중 정작 딸의 병원비로는 700만원만 입금했다.

특정 사건 사회적 공포로 번져
‘어금니 아빠’ 사건 기부 열기↓

8월에는 결손아동돕기 단체인 새희망씨앗 관계자들이 2014년부터 기부 받은 128억원 중 2억원가량만 실제 불우아동을 돕는 데 쓰고 나머지는 호화관광, 고가 수입차나 아파트 구매 등에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충격을 줬다. 

일각에서는 2010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직원들의 성금 유용사건, 세월호 참사, 국정농단 사태 등 대형 사건의 여파가 우리 사회 전반의 신뢰를 감소시켰다고 지적한다.

기부 포비아의 확산은 즉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은 목표 금액을 1% 달성할 때마다 1도씩 올라간다. 지난 14일 기준(19일차) 모금액은 1113억원으로 27.9도를 기록했다. 
 

2∼3년 전과 비교했을 때 크게 낮은 수치다. 희망2016나눔캠페인 당시 2015년 12월15일(17일차)에는 모금액이 1411억원 모여 41.1도였다. 지하철역서 모금운동을 벌이는 구세군 자선냄비 자원봉사자들도 예년에 비해 도움의 손길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지진 포비아 = 지난 11월15일 경북 포항시에 규모 5.4의 지진이 덮쳤다. 포항 지진은 지난해 9월 발생한 경주 지진(규모 5.8)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 지진으로 다음날 예정됐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주일 연기되는 등 피해가 상당했다. 

밤새 여진이 포항을 덮치면서 시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땅이 갈라지고 건물이 부서지면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은 체육관서 생활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강진이 일어나면서 우리나라가 더 이상 지진 안전국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져 나갔다. 

인식은 공포증으로 발전했다. 포항 지진 발생 이후 11번가나 G마켓 등 온라인 오픈마켓에선 생존 구호용품 매출이 급증했다. 평소 판매가 별로 없던 카세트 라디오의 판매량이 3배 가까이 급증한 것은 재난 상황서 정부의 방송을 청취할 목적으로 구매했다는 분석이다.

포항 지진을 포함, 최근 2년 새 규모 5.0을 웃도는 지진이 4차례나 이어지면서 내진설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우리나라는 지진에 특화된 구조물 안전 설계인 내진설계를 적용한 건축물이 20%에 불과하다.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윤영일 의원에게 제출한 ‘전국 건축물 내진설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 273만 8172동 중 내진확보가 된 건축물은 56만3316동에 그쳤다.

내진설계 현황이 드러나자 고층 건물이나 노후건축물을 기피하는 현상이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또 포항 지진 당시 필로티 구조 건축물의 피해가 크게 발생하면서 필로티 구조 건물에 사는 시민들의 불안은 높아진 상태다.

여기에 시민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받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진 발생 횟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이재민들은 집으로 돌아갈 엄두조차 못 내는 형편이다. 심한 경우 휴대폰 진동음 같은 사소한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정부는 심리적 불안을 호소하는 시민이 늘자 재난심리지원단을 꾸려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에이즈 포비아 = 에이즈 포비아는 자신이 에이즈에 걸렸다고 맹목적으로 믿으며 이에 따른 막연한 불안감과 정신적 증상을 호소하는 것을 뜻한다. 2014년 사단법인 대한에이즈예방협회 산하 에이즈상담센터 상담건수는 전화와 인터넷, 대면상담 등을 합쳐 1만1000건을 넘는다. 

다만 이 중 실제 감염인은 1.8%(200명)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에이즈 감염자는 담담히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에 에이즈에 감염된 여성이 채팅앱을 이용, 성매매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역 사회에 에이즈 포비아가 창궐했다. 지난 10월 부산에선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숨기고 성매매한 20대 여성이 검거됐다. 
 

이 여성은 2010년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지난 5월서 8월 사이 10∼20차례에 걸쳐 채팅앱을 이용해 성매매를 한 전력이 있다고 진술했다. 채팅앱은 추적이 어려워 상대 남성은 확인이 안 된 상황이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에이즈 감염사실을 확인하려는 사람들이 ‘에이즈 자가 검사 키트’를 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에이즈 자가 검사 키트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에이즈 자가 진단기는 구강액을 검사기로 훑은 다음 전개액에 담아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오프라인 약국서도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식 포비아 = 송년회 시즌을 맞아 쏟아지는 회식을 기피하는 회식 포비아가 증가하고 있다. 여성들은 술자리 성추행 문제, 남성들은 술을 강권하는 문화 때문에 회식을 꺼리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여기에 장기자랑까지 시키면 그야말로 최악의 회식자리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최근 회식 문화가 조금씩 바뀌고는 있다지만 여전히 ‘음주가무’는 대세다.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서 직장인 62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송년회식에 대한 설문조사서 회식 형태는 음주가무형이 70%로 가장 많았다. 정작 직장인들은 ‘저녁 대신 점심’ ‘콘서트 등 문화 활동’ ‘호텔 뷔페 등 고급스런 식사’ 등을 선호했다.

특정 사건으로
기피증 생기기도

직장인의 절반 이상(57%)은 송년 회식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수치는 남성(46.9%)보다 여성서 71.8%로 크게 높았다. 부담을 느끼는 이유로는 ‘늦은 시간까지 이어져서’를 1순위로 꼽았다. 이어 ‘연말을 조용히 보내고 싶어서’ ‘술을 강권하는 분위기’ ‘임원들과 회식 부담’ ‘과음하는 분위기’ 등이 기피 이유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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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