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포비아로 본 2017년 대한민국

1년 내내 공포 속에서 살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7년도 이제 일주일 남짓 남았다.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가상화폐 광풍, 연예인 죽음 등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어 간다. 2017년은 그 어느 때보다 공포에 민감한 해였다. ‘포비아’라는 단어가 올 한해를 관통하는 키워드라 해도 무방할 정도. <일요시사>는 연말을 맞아 숱한 사건사고로 불거진 공포증을 되짚어봤다.
 

‘포비아(공포증)’는 두려움이나 공포를 의미하는 그리스어로부터 왔다. 객관적으로 볼 땐 위험하지도 불안하지도 않은 상황이나 대상을 필사적으로 피하고자 하는 증상을 가리킨다. 올 한 해는 특정 단어와 포비아가 합쳐진 ○○포비아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돌았다. 굵직한 사건사고가 만들어낸 사회적 공포의 등장이다.

무섭다
공포증↑

▲도그(개) 포비아 =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증가했다. 그 인구는 2017년 현재 10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5가구 중 1가구는 강아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기르는 이른바 펫족(Pet+족)에 합류한 셈이다. 펫족은 반려동물을 친구나 자식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펫족의 성향은 곧바로 시장의 활성화를 이끌어냈다. 좋은 사료나 간식은 물론 옷이나 목줄, 방석 등 반려동물이 먹고 사용하는 물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최근에는 반려동물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호텔, 이동 가능한 택시도 등장했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2012년 9000억원서 2015년 1조8000억원, 지난해 2조3000억원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20년에는 5조8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자신의 가족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그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펫티켓, 이른바 반려동물과 함께 다니면서 지켜야 할 예절을 어기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그러면서 목줄을 하지 않은 개가 사람을 물어 죽이거나 상처 입히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난 10월에는 전남 여수서 목줄 풀린 진돗개가 길 가던 고등학생의 허벅지를 무는 사고가 발생했다. 7월에도 경북 경주시의 한 주택가서 산책을 나온 일가족이 진돗개에 물려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각종 사건사고로 공포증 증가
반려견 공포부터 회식 기피까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4∼2017년 개 관련 사고 부상으로 병원 이송한 환자’ 기록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개 물림으로 병원에 이송된 환자는 1125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5년 월 평균 154.3명, 2016년 175.9명이 이송된 것과 비교해 올해는 상반기에만 월 187.5명이 개에게 물려 병원 신세를 졌다.

그 결과 ‘도그 포비아’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도그 포비아는 한정식 식당 한일관 대표가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 최시원의 반려견에 물린 뒤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확산됐다. 


CCTV 등으로 확인된 사실에 따르면 최씨의 가족들은 반려견을 산책시킬 때 목줄을 하지 않았다.

목줄을 하지 않거나 풀린 개에 대해 해당 견주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자 정부는 공공장소서 목줄이나 입마개를 하지 않는 등 반려견 관리에 소홀한 견주에 과태료 부과 기준을 높이는 등 처벌기준을 강화하는 ‘개파라치’ 제도의 도입을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도그 포비아가 혐오 감정으로 번져 펫티켓을 잘 지키는 일반 견주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푸드(음식) 포비아 =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거리 안전에 민감하다. 올 한 해는 여느 때보다 음식 관련 사고가 잦았다. 먹거리에 대한 각종 사건사고는 푸드 포비아를 확산시켰다. 푸드 포비아는 식탁에 오르는 음식을 믿을 수 없어 섭취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그중에서도 계란을 둘러싼 문제는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사태로 연초부터 계란 수급에 차질이 생겼다. 이어 지난 7월 유럽서 시작된 살충제 계란 사태가 국내까지 번졌다. 계란은 우리 식탁에 오르는 가장 흔한 식재료 중에 하나였기에 그 여파는 더 컸다.
 

정부는 전국 모든 산란계 농장의 계란 출하를 전격 중단하고 잔류 농약 검사를 실시했다. 전수 검사 과정서 전국적으로 52개 농장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는데, 이 중 절반이 넘는 31개 농가는 친환경 인증을 받은 곳으로 밝혀졌다.

대처과정서 주무부인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엇박자를 내면서 국민들의 불신은 더욱 커졌다.

피프로닐, 비펜트린 등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들은 모두 폐기 처분됐고 대형마트들 역시 판매를 중단했다. 연초부터 AI로 치솟은 계란 값은 살충제 사태를 거치면서 또 다시 몇 배로 치솟았다. 

정부는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을 성인이 하루 126개까지 먹어도 위험하지 않다고 발표하면서 국민들의 원성만 샀다.

유럽서 발생한 간염 소시지 파문도 국내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식약처는 유럽서 햄과 소시지로 인한 E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가 급증했다는 정보에 수입·유통 중인 유럽산 비가열 햄·소시지의 유통과 판매를 잠정 중단시켰다가 해제하기도 했다. 

E형 간염은 주로 감염된 물이나 덜 익은 돼지고기 등을 통해 감염되는데 대부분 경미해 증상만 앓고 넘어가지만 간혹 간 손상이나 간 부전을 일으키기도 한다.


고기 패티가 덜 익은 햄버거를 먹은 5세 어린이가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렸다는 주장이 제기된 이후 햄버거 포비아가 확산되는 일도 발생했다. 속칭 햄버거병이라 불라는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의 일종으로 신장이 불순물을 제대로 걸러주지 못해 체내에 쌓이면서 발생한다. 

1982년 미국서 덜 익힌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를 먹고 이 병에 걸렸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붙은 것이다. 해당 어린이의 부모는 한국 맥도날드를 식품위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과도한 오버
혐오로 발전

▲케미(화학물질) 포비아 = 화학물질 공포는 올해도 사회를 덮쳤다. 여성환경연대가 김만구 강원대 교수팀이 조사한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실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1회용 생리대에 독성물질이 검출됐다는 게 알려졌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여성들은 공포와 불신을 동시에 표출했다. 이 과정서 제품명에 알려진 제조사는 소비자 불안이 극대화 되자 전량 환불을 결정하기도 했다.

식약처는 의료·분석·위해평가 전문가로 구성된 생리대안전검증위원회를 통해 생리대서 검출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가 인체에 흡수되는 전신 노출량과 독성 참고치를 비교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최대 검출량을 기준으로 해도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누적된 공포
학습효과 돼

이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인한 학습효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우리 사회에 케미 포비아를 불러들인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가습기 살균제는 2000년 국내에 처음 유통됐고 흡입으로 인한 폐 질환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한 때는 2006년부터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11년 8월에서야 보건당국은 가습기 살균제가 폐 손상 위험 요인이라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시민단체가 추정한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사망자는 1239명(8월 기준)에 달했으며 실제 피해자 규모는 20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기부 포비아 = 연말이면 거리나 자선 단체 등에서 느낄 수 있던 기부 열기가 차갑게 얼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기부에 대한 불신이 싹텄기 때문이다. 기부한 돈의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는 점과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서 행한 선행이 특정인의 호화생활에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부 심리가 얼어붙은 모양새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을 꼽을 수 있다. 집에 놀러온 딸의 친구에게 수면제를 먹여 성추행 하려다 들키자 살해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국은 충격에 휩싸였다. 

과거 희귀병인 거대 백악종을 앓고 있는 부녀로 알려졌던 천사표 아빠는 희대의 악마로 대중 앞에 다시 모습을 보였다.

이영학이 경찰에 검거되면서 그의 악행이 차례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이영학이 후원금으로 고급 외제차를 구입하는 등 호화 생활을 누렸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분노가 들끓었다. 이영학은 13억원의 후원금 중 정작 딸의 병원비로는 700만원만 입금했다.

특정 사건 사회적 공포로 번져
‘어금니 아빠’ 사건 기부 열기↓

8월에는 결손아동돕기 단체인 새희망씨앗 관계자들이 2014년부터 기부 받은 128억원 중 2억원가량만 실제 불우아동을 돕는 데 쓰고 나머지는 호화관광, 고가 수입차나 아파트 구매 등에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충격을 줬다. 

일각에서는 2010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직원들의 성금 유용사건, 세월호 참사, 국정농단 사태 등 대형 사건의 여파가 우리 사회 전반의 신뢰를 감소시켰다고 지적한다.

기부 포비아의 확산은 즉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은 목표 금액을 1% 달성할 때마다 1도씩 올라간다. 지난 14일 기준(19일차) 모금액은 1113억원으로 27.9도를 기록했다. 
 

2∼3년 전과 비교했을 때 크게 낮은 수치다. 희망2016나눔캠페인 당시 2015년 12월15일(17일차)에는 모금액이 1411억원 모여 41.1도였다. 지하철역서 모금운동을 벌이는 구세군 자선냄비 자원봉사자들도 예년에 비해 도움의 손길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지진 포비아 = 지난 11월15일 경북 포항시에 규모 5.4의 지진이 덮쳤다. 포항 지진은 지난해 9월 발생한 경주 지진(규모 5.8)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 지진으로 다음날 예정됐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주일 연기되는 등 피해가 상당했다. 

밤새 여진이 포항을 덮치면서 시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땅이 갈라지고 건물이 부서지면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은 체육관서 생활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강진이 일어나면서 우리나라가 더 이상 지진 안전국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져 나갔다. 

인식은 공포증으로 발전했다. 포항 지진 발생 이후 11번가나 G마켓 등 온라인 오픈마켓에선 생존 구호용품 매출이 급증했다. 평소 판매가 별로 없던 카세트 라디오의 판매량이 3배 가까이 급증한 것은 재난 상황서 정부의 방송을 청취할 목적으로 구매했다는 분석이다.

포항 지진을 포함, 최근 2년 새 규모 5.0을 웃도는 지진이 4차례나 이어지면서 내진설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우리나라는 지진에 특화된 구조물 안전 설계인 내진설계를 적용한 건축물이 20%에 불과하다.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윤영일 의원에게 제출한 ‘전국 건축물 내진설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 273만 8172동 중 내진확보가 된 건축물은 56만3316동에 그쳤다.

내진설계 현황이 드러나자 고층 건물이나 노후건축물을 기피하는 현상이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또 포항 지진 당시 필로티 구조 건축물의 피해가 크게 발생하면서 필로티 구조 건물에 사는 시민들의 불안은 높아진 상태다.

여기에 시민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받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진 발생 횟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이재민들은 집으로 돌아갈 엄두조차 못 내는 형편이다. 심한 경우 휴대폰 진동음 같은 사소한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정부는 심리적 불안을 호소하는 시민이 늘자 재난심리지원단을 꾸려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에이즈 포비아 = 에이즈 포비아는 자신이 에이즈에 걸렸다고 맹목적으로 믿으며 이에 따른 막연한 불안감과 정신적 증상을 호소하는 것을 뜻한다. 2014년 사단법인 대한에이즈예방협회 산하 에이즈상담센터 상담건수는 전화와 인터넷, 대면상담 등을 합쳐 1만1000건을 넘는다. 

다만 이 중 실제 감염인은 1.8%(200명)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에이즈 감염자는 담담히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에 에이즈에 감염된 여성이 채팅앱을 이용, 성매매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역 사회에 에이즈 포비아가 창궐했다. 지난 10월 부산에선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숨기고 성매매한 20대 여성이 검거됐다. 
 

이 여성은 2010년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지난 5월서 8월 사이 10∼20차례에 걸쳐 채팅앱을 이용해 성매매를 한 전력이 있다고 진술했다. 채팅앱은 추적이 어려워 상대 남성은 확인이 안 된 상황이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에이즈 감염사실을 확인하려는 사람들이 ‘에이즈 자가 검사 키트’를 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에이즈 자가 검사 키트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에이즈 자가 진단기는 구강액을 검사기로 훑은 다음 전개액에 담아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오프라인 약국서도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식 포비아 = 송년회 시즌을 맞아 쏟아지는 회식을 기피하는 회식 포비아가 증가하고 있다. 여성들은 술자리 성추행 문제, 남성들은 술을 강권하는 문화 때문에 회식을 꺼리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여기에 장기자랑까지 시키면 그야말로 최악의 회식자리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최근 회식 문화가 조금씩 바뀌고는 있다지만 여전히 ‘음주가무’는 대세다.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서 직장인 62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송년회식에 대한 설문조사서 회식 형태는 음주가무형이 70%로 가장 많았다. 정작 직장인들은 ‘저녁 대신 점심’ ‘콘서트 등 문화 활동’ ‘호텔 뷔페 등 고급스런 식사’ 등을 선호했다.

특정 사건으로
기피증 생기기도

직장인의 절반 이상(57%)은 송년 회식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수치는 남성(46.9%)보다 여성서 71.8%로 크게 높았다. 부담을 느끼는 이유로는 ‘늦은 시간까지 이어져서’를 1순위로 꼽았다. 이어 ‘연말을 조용히 보내고 싶어서’ ‘술을 강권하는 분위기’ ‘임원들과 회식 부담’ ‘과음하는 분위기’ 등이 기피 이유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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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