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곽창희 구세군 사무총장

“뜨거운 마음으로 냄비에 온정을”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매년 12월이 다가오면 거리를 가득 메우는 소리가 있다. 구세군의 종소리다. 어린 아이의 고사리 손부터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주름진 손까지 각양각색의 손이 자선냄비에 온정을 더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절로 마음이 훈훈해진다. 구세군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12월을 맞이해 곽창희 구세군 사무총장을 만나 ‘이웃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지난 2016년 자선냄비 모금액이 130억원을 돌파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자선기관으로 성장한 한국 구세군은 ‘세상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웃과 함께’라는 타이틀 아래 사회 소외계층을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90년 동안 이어온 행보

이에 한국 구세군이 전파하고자 하는 ‘이웃사랑’의 정신을 더욱 자세히 들어보기 위해 곽창희 구세군 사무총장을 만나봤다.

-구세군의 시작은?

▲자선냄비가 대한민국 땅을 밟고 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섬기고 가난한 사람들을 돌본 지도 어느덧 90년이 흘렀다. 국내서 모금활동을 시작한 것은 1928년. 당시 박준섭 사령관은 어느 날 서대문과 종로거리를 오가면서 길거리서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보게 됐다. 


이들을 더 이상 방치해 둘 수 없었던 그는 흉년과 가뭄 그리고 뒤늦은 홍수피해가 심각했던 때인 1928년에 정부의 승인을 받아 12월 성탄절을 중심으로 15일부터 31일까지 20개소서 한국 최초의 자선냄비를 시작했다.

그해에 모금된 금액으로 급식소를 차렸고 이곳에서는 매일 약 130명의 걸인들에게 따뜻한 국과 밥을 제공했다. 소녀원과 소년원에서는 헐벗은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출 때까지 돌봐줬다. 

-구세군으로 첫발을 내딛게 된 계기는?

▲어렸을 때부터 구세군교회를 출석하게 됐고, 사관님들과 부모님들이 이웃을 향해 늘 베푸는 모습을 봐왔다. 경제적으로 부유할 수는 없겠지만 남을 돕는다는 것이 가장 귀함을 깨닫고 구세군 사관이 되고자 결심하게 됐다. 그분들이 그러셨던 것처럼 이웃을 위해 조금 더 희생하고, 섬기는 삶을 살아가는 일에 기쁨으로 동참할 것이다.

-사무총장으로서의 책임감은?

▲자선냄비 사무총장으로서 이웃사랑의 대명사인 자선냄비본부를 맡아 90년 역사의 한국 나눔운동의 대표로 최선을 다해 운영할 것이다. 또 온 국민이 참여하는 나눔의 축제로 즐거움을 전하는 게 목표다. 마지막으로 자선냄비 모금액의 철저한 관리 및 나눔 사업의 감사로 투명성 있는 운영을 약속한다. 90년 동안 이어온 한결같은 사랑의 행보를 위해 노력 중이다. 

-우리 사회서 구세군 자선냄비의 의미는?


▲90년 동안 한결 같이 지켜온 자선냄비는 이웃을 돌보며 더불어 살자는 ‘사랑실천 운동’이다. 자선냄비는 적은 것일지라도 이웃과 함께 나누자는 ‘나눔운동’이다. 자선냄비는 행복한 세상을 다 함께 가꿔 나가는 ‘국민운동’이다. 구세군 자선냄비는 국민과 함께 지키고 가꾸어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자리잡고 있다. 

세상 가장 낮은 곳 있는 이웃과 함께
사회 소외계층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

-올해 목표액과 달성 계획은?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혼란스러운 정치상황 속에서도 90년의 역사이며 한국 나눔 운동의 대표하며 온 국민이 참여하는 나눔의 축제로 자리 잡은 자선냄비에 국민들께서 꾸준히 참여해 주고 계심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올해 목표액은 140억을 예상하고 있는데 국민들의 이웃을 향한 사랑의 마음이 있는 한 충분히 달성 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부자는?

▲오랫동안 진행 된 자선냄비에는 해마다 다양한 사연이 함께한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 하나를 소개하자면, 2012년에 중곡동 할머니로 알려진 이야기로 “날씨도 추운데 고생하시네요. 3년 동안 매일 파지 모아서 판 돈, 참 친구도 도와줬어요. 적지만 보태세요. 저는 중곡동 할미”라고 쓴 편지지 한 장과 함께 중곡동지점 자기앞수표 100만원권 3장과 1만원권 한 장, 그리고 2000원이 들어 있었다.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폐지를 팔아 어렵게 모은 돈을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내놓은 마음에 구세군 모두가 큰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2015년에도, 2016년에도 그리고 올해에도 상자, 헌 옷, 캔 등을 모아 팔았고 자신보다 더 힘든 사람들에게 보탬이 될까하고 왔다 가신 올해로 82세를 맞으신 중곡동 할머니가 가장 기억에 남고 어르신이 건강하시기를 소망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가짜’ 구세군 자선냄비를 구별하는 방법은?

▲구세군 자선냄비는 윗면보다 바닥이 조금 더 넓은 빨간 원통 모양이며 방패 모양 구세군 마크가 있다. 양편으로는 위로 뻗은 손잡이가 달려 있고 냄비 윗면에 구세군자선냄비 본부라고 쓰인 확인증이 부착돼있는 것이 특징이다.

-자선냄비 모금액은 어떤 곳에 쓰이나?

▲자선냄비를 통해 모아진 성금은 지역 사회를 위해 사용된다. 자선냄비는 지속적인 돌봄을 통한 자립을 지향한다. 자선냄비는 우리 사회의 생존과 건강한 삶을 이루는 데 어려움을 겪는 가장 취약한 계층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자선냄비가 배분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일곱 가지 사업영역은 사회의 주요 취약·소외 계층 이웃들이 삶에서 소중한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자선냄비가 지향하는 7대 사업은 생계, 역량, 환경, 건강, 안전이라는 5가지 커다란 원칙과 방향성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구세군의 미션은 ‘세상 가장 낮은 곳과 함께 하는 따뜻한 나눔’이다. 나눔 운동의 효시인 자선냄비는 세상의 가장 낮은 곳의 내일을 위해 사랑의 불을 지피는 희망찬 자선냄비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국민들의 사랑으로 모아진 성금은 세상의 희망의 빛을 지피도록 투명하게 사용할 것이다. 소중한 마음으로 자선냄비 모금 운동에 동참해 주신 국민들께 마음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나보다 이웃을 돌아볼 수 있는 연말과 연시가 되시기를 소망한다. 

성금은 지역사회를 위해

최근 한국사회서 기독교가 자기 정체성을 잃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이때, 구세군은 늘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며 ‘이웃사랑’의 가치를 전달했다.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상하고, 찢기고, 고통 받는 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며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돌보는 것이 구세군의 사명이라고 밝힌 곽창희 사무총장은 앞으로 세상을 선하게 만드는 일에 발 벗고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구세군의 주요사업

▲아동, 청소년= 아동, 청소년의 공부방을 꾸며주는 ‘희망공간만들기’, 도서, 벽지 초등학교와 아동보육지설에 IT 교육공간과 교육기자재, 강사를 파견하는 ‘꿈이 자라는 ICT교실’ 등.

▲노인, 장애인 = 퇴행성 무릎관절염을 앓고 있는 어르신들을 위한 의료지원 사업 ‘활기찬 인생’, 시각장애인 아동 청소년의 공부방을 꾸며주고, 안전한 욕실 환경을 만들어주는 ‘드림하우스’, 청각장애인 위한 ‘인공 와우’지원 사업.

▲여성, 다문화 = 미혼모 자립양육 프로그램과 따뜻한 보금자리 프로젝트.

▲긴급구호. 위기가정 = 찾아가는 봉사 서비스 ‘희망릴레이’, 소년소녀가장 장학지원 사업 등.

▲사회적 소수자자 = 약물 중독자를 위한 작업 재활 프로그램 ‘ARC(Adult Rehabilitation Center)'운영, 감염인을 위한 쉼터 운영.

▲지역사회 역량강화 = 사회복지시설에 이용자 및 생활인에게 필요한 공간을 만들어 주는 ‘꿈꾸는 자리’프로젝트, 지역민 누구나 이용 할 수 있는 문턱 ‘낮은 도서관’프로젝트 등을 운영.

▲해외 및 북한 = 몽골과 캄보디아에 국제대표부를 두고 있으며, 몽골 울란바토르에 방과후 학교와 유치원, 야구교실 등은 운영하고 터브아이막에 노인복지시설을 운영. 캄보디아 프롬팬엔 시골에서 대학진학을 위해 올라온 학생들의 주거와 생활을 돕는 청학관과 아동, 청소년 쉼터를 운영. 1995년부터 몽골, 캄보디아, 중국 연길, 심양, 키르키즈스탄, 베트남 등에 선천성심장 질환을 앓고 있는 아동, 청소년을 국내로 초청해 치료하는 의료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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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