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곽창희 구세군 사무총장

“뜨거운 마음으로 냄비에 온정을”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매년 12월이 다가오면 거리를 가득 메우는 소리가 있다. 구세군의 종소리다. 어린 아이의 고사리 손부터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주름진 손까지 각양각색의 손이 자선냄비에 온정을 더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절로 마음이 훈훈해진다. 구세군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12월을 맞이해 곽창희 구세군 사무총장을 만나 ‘이웃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지난 2016년 자선냄비 모금액이 130억원을 돌파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자선기관으로 성장한 한국 구세군은 ‘세상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웃과 함께’라는 타이틀 아래 사회 소외계층을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90년 동안 이어온 행보

이에 한국 구세군이 전파하고자 하는 ‘이웃사랑’의 정신을 더욱 자세히 들어보기 위해 곽창희 구세군 사무총장을 만나봤다.

-구세군의 시작은?

▲자선냄비가 대한민국 땅을 밟고 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섬기고 가난한 사람들을 돌본 지도 어느덧 90년이 흘렀다. 국내서 모금활동을 시작한 것은 1928년. 당시 박준섭 사령관은 어느 날 서대문과 종로거리를 오가면서 길거리서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보게 됐다. 


이들을 더 이상 방치해 둘 수 없었던 그는 흉년과 가뭄 그리고 뒤늦은 홍수피해가 심각했던 때인 1928년에 정부의 승인을 받아 12월 성탄절을 중심으로 15일부터 31일까지 20개소서 한국 최초의 자선냄비를 시작했다.

그해에 모금된 금액으로 급식소를 차렸고 이곳에서는 매일 약 130명의 걸인들에게 따뜻한 국과 밥을 제공했다. 소녀원과 소년원에서는 헐벗은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출 때까지 돌봐줬다. 

-구세군으로 첫발을 내딛게 된 계기는?

▲어렸을 때부터 구세군교회를 출석하게 됐고, 사관님들과 부모님들이 이웃을 향해 늘 베푸는 모습을 봐왔다. 경제적으로 부유할 수는 없겠지만 남을 돕는다는 것이 가장 귀함을 깨닫고 구세군 사관이 되고자 결심하게 됐다. 그분들이 그러셨던 것처럼 이웃을 위해 조금 더 희생하고, 섬기는 삶을 살아가는 일에 기쁨으로 동참할 것이다.

-사무총장으로서의 책임감은?

▲자선냄비 사무총장으로서 이웃사랑의 대명사인 자선냄비본부를 맡아 90년 역사의 한국 나눔운동의 대표로 최선을 다해 운영할 것이다. 또 온 국민이 참여하는 나눔의 축제로 즐거움을 전하는 게 목표다. 마지막으로 자선냄비 모금액의 철저한 관리 및 나눔 사업의 감사로 투명성 있는 운영을 약속한다. 90년 동안 이어온 한결같은 사랑의 행보를 위해 노력 중이다. 

-우리 사회서 구세군 자선냄비의 의미는?


▲90년 동안 한결 같이 지켜온 자선냄비는 이웃을 돌보며 더불어 살자는 ‘사랑실천 운동’이다. 자선냄비는 적은 것일지라도 이웃과 함께 나누자는 ‘나눔운동’이다. 자선냄비는 행복한 세상을 다 함께 가꿔 나가는 ‘국민운동’이다. 구세군 자선냄비는 국민과 함께 지키고 가꾸어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자리잡고 있다. 

세상 가장 낮은 곳 있는 이웃과 함께
사회 소외계층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

-올해 목표액과 달성 계획은?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혼란스러운 정치상황 속에서도 90년의 역사이며 한국 나눔 운동의 대표하며 온 국민이 참여하는 나눔의 축제로 자리 잡은 자선냄비에 국민들께서 꾸준히 참여해 주고 계심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올해 목표액은 140억을 예상하고 있는데 국민들의 이웃을 향한 사랑의 마음이 있는 한 충분히 달성 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부자는?

▲오랫동안 진행 된 자선냄비에는 해마다 다양한 사연이 함께한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 하나를 소개하자면, 2012년에 중곡동 할머니로 알려진 이야기로 “날씨도 추운데 고생하시네요. 3년 동안 매일 파지 모아서 판 돈, 참 친구도 도와줬어요. 적지만 보태세요. 저는 중곡동 할미”라고 쓴 편지지 한 장과 함께 중곡동지점 자기앞수표 100만원권 3장과 1만원권 한 장, 그리고 2000원이 들어 있었다.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폐지를 팔아 어렵게 모은 돈을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내놓은 마음에 구세군 모두가 큰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2015년에도, 2016년에도 그리고 올해에도 상자, 헌 옷, 캔 등을 모아 팔았고 자신보다 더 힘든 사람들에게 보탬이 될까하고 왔다 가신 올해로 82세를 맞으신 중곡동 할머니가 가장 기억에 남고 어르신이 건강하시기를 소망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가짜’ 구세군 자선냄비를 구별하는 방법은?

▲구세군 자선냄비는 윗면보다 바닥이 조금 더 넓은 빨간 원통 모양이며 방패 모양 구세군 마크가 있다. 양편으로는 위로 뻗은 손잡이가 달려 있고 냄비 윗면에 구세군자선냄비 본부라고 쓰인 확인증이 부착돼있는 것이 특징이다.

-자선냄비 모금액은 어떤 곳에 쓰이나?

▲자선냄비를 통해 모아진 성금은 지역 사회를 위해 사용된다. 자선냄비는 지속적인 돌봄을 통한 자립을 지향한다. 자선냄비는 우리 사회의 생존과 건강한 삶을 이루는 데 어려움을 겪는 가장 취약한 계층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자선냄비가 배분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일곱 가지 사업영역은 사회의 주요 취약·소외 계층 이웃들이 삶에서 소중한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자선냄비가 지향하는 7대 사업은 생계, 역량, 환경, 건강, 안전이라는 5가지 커다란 원칙과 방향성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구세군의 미션은 ‘세상 가장 낮은 곳과 함께 하는 따뜻한 나눔’이다. 나눔 운동의 효시인 자선냄비는 세상의 가장 낮은 곳의 내일을 위해 사랑의 불을 지피는 희망찬 자선냄비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국민들의 사랑으로 모아진 성금은 세상의 희망의 빛을 지피도록 투명하게 사용할 것이다. 소중한 마음으로 자선냄비 모금 운동에 동참해 주신 국민들께 마음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나보다 이웃을 돌아볼 수 있는 연말과 연시가 되시기를 소망한다. 

성금은 지역사회를 위해

최근 한국사회서 기독교가 자기 정체성을 잃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이때, 구세군은 늘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며 ‘이웃사랑’의 가치를 전달했다.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상하고, 찢기고, 고통 받는 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며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돌보는 것이 구세군의 사명이라고 밝힌 곽창희 사무총장은 앞으로 세상을 선하게 만드는 일에 발 벗고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구세군의 주요사업

▲아동, 청소년= 아동, 청소년의 공부방을 꾸며주는 ‘희망공간만들기’, 도서, 벽지 초등학교와 아동보육지설에 IT 교육공간과 교육기자재, 강사를 파견하는 ‘꿈이 자라는 ICT교실’ 등.

▲노인, 장애인 = 퇴행성 무릎관절염을 앓고 있는 어르신들을 위한 의료지원 사업 ‘활기찬 인생’, 시각장애인 아동 청소년의 공부방을 꾸며주고, 안전한 욕실 환경을 만들어주는 ‘드림하우스’, 청각장애인 위한 ‘인공 와우’지원 사업.

▲여성, 다문화 = 미혼모 자립양육 프로그램과 따뜻한 보금자리 프로젝트.

▲긴급구호. 위기가정 = 찾아가는 봉사 서비스 ‘희망릴레이’, 소년소녀가장 장학지원 사업 등.

▲사회적 소수자자 = 약물 중독자를 위한 작업 재활 프로그램 ‘ARC(Adult Rehabilitation Center)'운영, 감염인을 위한 쉼터 운영.

▲지역사회 역량강화 = 사회복지시설에 이용자 및 생활인에게 필요한 공간을 만들어 주는 ‘꿈꾸는 자리’프로젝트, 지역민 누구나 이용 할 수 있는 문턱 ‘낮은 도서관’프로젝트 등을 운영.

▲해외 및 북한 = 몽골과 캄보디아에 국제대표부를 두고 있으며, 몽골 울란바토르에 방과후 학교와 유치원, 야구교실 등은 운영하고 터브아이막에 노인복지시설을 운영. 캄보디아 프롬팬엔 시골에서 대학진학을 위해 올라온 학생들의 주거와 생활을 돕는 청학관과 아동, 청소년 쉼터를 운영. 1995년부터 몽골, 캄보디아, 중국 연길, 심양, 키르키즈스탄, 베트남 등에 선천성심장 질환을 앓고 있는 아동, 청소년을 국내로 초청해 치료하는 의료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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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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