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63)자생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2.18 10:39:41
  • 호수 11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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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누가 오를까?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일전에도 누누이 이야기했었지만 가장 중요한 일이 부국강병입니다.”

유신이 부국강병이란 말에 힘을 주고 주위를 살폈다.

마치 그에 동조라도 하듯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 스스로 일을 도모하고 현 고구려와 백제의 틈바구니에서 자생할 수 있자면 십만의 병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지.”


“그 이야기는 나도 들은 바 있소.”

알천이 유신의 말에 힘을 실어주자 비담 역시 동조하고 나섰다.

“그런 차원에서 무엇보다 강병이 중요합니다.”

부국강병

유신이 강병에 힘을 주어 이야기하자 대신들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 이야기는 지금 당장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천천히 시간을 두고 이야기하고, 경들에게 상대등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군요.”

사안이 민감한지 서로가 서로의 얼굴을 살피기 시작했다.


“어차피 수품 대감이 더 이상 근속할 수 없는 지경이라면 국정을 생각해서라도 이른 시일에 임명하시어야지요.”

“당연한 일이오.”

춘추의 이야기에 염종이 맞장구 치고 나섰다.

“하오나, 전하.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누구를 지적하라 하심은 무리라 판단됩니다. 하니 저희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내일 회의에 아뢰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유신의 제안에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보며 공조하고 나서자 회의는 자동으로 파해졌다.

 

“장군, 누구를 상대등으로 임명하면 좋겠습니까?”

유신이 어깨를 나란히 한 춘추의 이야기에 슬그머니 미소를 흘렸다.

“무슨 의미인지요?”

“생각하고 말 것 없는 일이야. 비담으로 하여금 그 자리에 앉게 하자고.”

“비담을!”

의외의 답이라는 듯 춘추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이, 비담.”


“아니 어떻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일세.”

춘추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변해갔다.

“첫째는 여주에 대한 경계요, 둘째는 강병의 문제일세.”

“경계와 강병이라.”

“지금 여주의 행동을 보게나. 힘겹게 전쟁을 치루는 중에도 불교에 빠져 탑이나 쌓고 있지 않은가.”


“그야 불덕으로 적의 침입에서 벗어나자는 의미지요.”

“그게 말이 되는가?”

춘추가 답을 찾겠다는 듯 침묵을 지켰다.

“나라를 경영함에 있어 불교는 정치와 분리되어야 하네. 그런데 여주는 불교와 정치를 하나로 묶어 툭하면 이상한 일에 몰두해서 가뜩이나 약한 국력을 나 몰라라 하고. 여차하면 당나라에 구원 요청이나 하고. 그러니 우리 꼴이 뭐가 되겠는가.”

“그건 그렇다 하고 강병의 문제는.”

“비담의 경우도 강병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사람일세. 그러니 그로 하여금 상대등에 앉게 해서 일을 추진해 나가세.”

“비담이 여주를 경계하면서 강병에 힘을 쏟을 인물이라 이 이야기지요?”

“그러니 비담으로 정하라고.”

“그런데.”

“뭔가?”

“비담과 여주 사이가 워낙에 좋지 않아서.”

“그게 걱정되는가?”

“그러면?”

“그 일은 우리가 신경 쓰지 말자고. 우리야 어차피 길게 바라보기로 한 거 아닌가.”   

“그 이야기인즉슨?”

“그 일은 후일 이야기하세. 그리고.”

유신이 말을 하다 말고 앞서 나가자 춘추가 급히 옆에 나란히 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이제 지소와 정식으로 혼례를 치렀으면 하네.”

“그래도 되겠습니까?”

“조만간에 아이를 출산할 듯하네.”

“하기야, 벌써 그리되었지요.”

“그 전에 정식으로 혼례를 치르고 아이를 보려하네.”

춘추가 슬그머니 미소를 머금었다.

상대등 하마평…비담과 여주 
혼례 치른 춘추…삼광을 낳다

“왜 그러는 겐가?”

“혹시 느낌이 오는지요?”

“무슨 느낌.”

“아들인지 딸인지 말입니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글쎄요, 매부가 워낙 딸만 나서리.”

춘추가 말을 하다 말고 익살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는 아닐세. 반드시 아들일 게야. 그런 연유로 혼례를 서두르는 것이고. 또한 이미 이름도 지어 놓았네.”

“이름까지 말입니까?”

“그러이, 삼광(三光)이라고.”

“삼광이라면?”

“당연히 태양, 달 그리고 별을 의미하지.”

“그러면 제 손자의 이름이 삼광입니다.”

춘추가 손자라는 단어에 힘을 주자 유신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는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집무실을 서성이던 연개소문이 선도해의 갑작스런 제안에 움직임을 멈추고 선도해를 주시했다.

“뭐라 하였소?”

“금번엔 제가 사신으로 당에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그게 가당한 이야기요?”

“생각하기 나름 아니겠습니까.”

“생각하기 나름이라.”

연개소문이 잠시 천장을 바라보았다.

“제가 다녀오는 게 여러모로 이로울 겁니다.”

“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오는 게 문제가 되니 그러지요.”

“그 부분은 걱정 않으셔도 될 듯합니다. 패자의 입장에 처한 당태종이 사과의 사절단을 함부로 처리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명색이 황제라고 거들먹거리는 입장에서.”

“그건 그렇고, 무슨 이유로 굳이 책사께서 가려 합니까?”

“두 가지 이유입니다.”

“두 가지 이유라니요?”

“먼저 당태종이 살아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할 일입니다. 설령 살아 있더라도 대감의 화살에 정통으로 맞고 쓰러졌으니 그 부상은 심상치 않을 듯합니다. 그러니 그 상세한 전말을 직접 살피려 합니다.”

“다른 이유는?”

“제가 감으로 해서 고구려 군의 신임과 사기를 한층 높일 수 있습니다.”

“신임과 사기라.”

“이번에 사절을 보낸다 하면 누구 하나 가리지 않고 두려움에 떨 것입니다. 그런데 대감의 수족인 제가 직접 간다면 모든 고구려 사람들이 대감께 보내는 신뢰가 한층 견고해지리라 생각합니다.” 

자세를 낮추다

“수족이라니 당치않소. 오히려 내가 의지하는 입장인데.”

“과분한 말씀입니다, 대감. 저 같이 하찮은 자를 어찌 대감에 비교하시는지요.”

선도해의 말이 끝나자마자 연개소문이 급히 무릎을 꿇었다.

선도해가 기겁하고 자세를 낮추어 연개소문의 소매를 잡았다.

“대감, 이 어인 일이십니까!”

“부족한 내가 무슨 복이 그리 많다고…… 그저 고마울 따름이오.”

“어서 일어서십시오, 대감.”

선도해가 잡은 손을 놓고 더욱 깊이 몸을 숙였다.

잠시 선도해를 주시하던 연개소문이 이번에는 그의 소매를 잡고 함께 일어났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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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