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DJ 비자금 파문’ 박주원 강남 사무실의 비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12.18 10:39:03
  • 호수 11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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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물려준 의문의 오피스텔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이하 DJ 비자금)’ 사건의 제보자로 지목돼 논란이 된 국민의당 박주원 최고위원이 지난 15일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그러나 박 전 최고위원의 사퇴에도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강남에 사무실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박 전 최고위원의 해명이다. <일요시사>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서 박 전 최고위원의 사무실로 의심되는 공간을 발견했다.

DJ 비자금 제보 의혹은 지난 8일 <경향신문>이 최초 보도했다. 해당 언론사는 이명박정부 출범 초인 2008년 10월, 주성영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국정감사 때 제기한 DJ 비자금 의혹의 제보자가 박 전 최고위원이라고 밝혔다. 박 전 최고위원이 주 전 의원에게 DJ 비자금 의혹을 제보해 폭로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같은 장소
다른 사건

보도에 따르면 사정당국 관계자는 “주 전 의원이 2008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DJ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후 검찰 조사를 받으며 ‘2006년 초 박주원씨(전 국민의당 최고위원)로부터 먼저 연락을 받고 밤에 강남에 있는 그의 개인사무실로 가 박스에 담겨 있는 많은 자료를 받았다’고 했다”고 밝혔다.

박 전 최고위원은 즉각 반박했다. 

보도가 된 당일 저녁 기자회견을 갖고 “완전히 대하소설”이라며 검찰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진위 여부가 가려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박 전 최고위원은 “해당 언론보도에 어떤 정치공작의 의도가 숨겨져 있는지 개탄스럽다. 명예훼손 등 적절한 법적 대응을 강구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박 전 최고위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주 전 의원이) 박스를 전달받았다는 강남 사무실 또한 존재하지도 않는 공간”이라며 “평소처럼 주 전 의원을 만났다면 커피숍이나 어느 식당서 만났을 텐데 커다란 박스가 어디에 있었겠나? 안산시장 재임 시절이라서 (나는) 안산에 있었고 강남엔 내 사무실 자체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요시사> 취재 결과 서울 강남구에 박 전 최고위원의 사무실로 추정되는 공간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최고위원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D오피스텔 B동 OOOO호를 소유하고 있다.

전격 사퇴한 자리에 의혹만 주렁주렁
제보 파일 주고받은 장소도 수수께끼

D오피스텔 OOOO호는 박 전 최고위원의 아버지 고 박지오씨가 지난 1999년 11월경 사들였다. 박 전 최고위원이 안산시장으로 재임했던 2010년 2월 박씨가 별세하면서 박 전 최고위원에게 유증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박 전 최고위원은 OOOO호가 사무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지난 14일 전화통화서 “지금도 (해당 공간을) 소유하고 있다”면서도 “사무실로 쓴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살았다. (나는 안산)시장 선거를 준비해야 돼서 대부분 안산에 있었다”고 해명했다. 

즉 주 전 의원이 박 전 최고위원 소유의 강남 사무실서 박스를 받았다는 2006년 2월, 강남 사무실로 의심되는 장소에 아버지 박씨가 살고 있었고 본인은 선거 준비를 위해 그 기간 안산에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살았다는 박 전 최고위원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OOOO호 등기부등본을 보면 박씨의 주거지는 경기도 안산시 사동에 위치한 요진아파트로 나온다. 박 전 최고위원은 안산시 단원구 호수공원아파트에 살고 있다. 


요진아파트와 호수공원아파트는 안산호수공원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하고 있다. 정치권서 효심이 지극한 것으로 알려진 박 전 최고위원이 노령의 아버지를 멀리 있는 강남구 도곡동 D오피스텔에 살게 했을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

“(그런) 사무실
존재하지 않아”

아버지 박씨가 생전에 안산광림교회서 권사로 활동했다는 점도 박씨의 실 거주지가 안산시 요진아파트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근거다. 박씨의 발인도 고대 안산병원 장례식장서 지난 2010년 2월 진행됐다. 

박 전 최고위원의 동생들도 안산광림교회서 권사 및 집사로 활동 중이다. 여러 정황상 D오피스텔에 아버지 박씨가 거주했었다는 박 전 최고위원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이러한 내용을 박 전 최고위원에게 질문하자 해명이 달라졌다. 

그는 “세를 줬다. 전세를 줬는지 모르겠다.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1999년 D오피스텔이 건설된 후 전세권 계약을 한 사람은 2012년 4월 조모씨가 유일했다. 즉 박 전 최고위원이 주 전 의원에게 자료를 건넸을 것으로 추정되는 2006년 2월, 전세 계약을 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박 전 최고위원에게 ‘서류상 해당 기간에 전세를 내준 사실이 없다’고 질문하자 그는 “서류상으론 그랬어도 누가 살았을 것이다. 내가 거주한 게 아니니까. 모르겠다. 오래 돼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안산에 쭉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그게 뭐가 중요합니까?” “그런 자료는 어디서 받으신 겁니까?” 등의 질문을 하기도 했다.

박씨가 소유한 OOOO호 확인
2007년 뇌물사건 때도 등장

D오피스텔 OOOO호가 사정기관 관계자가 말한 강남 사무실로 추정되는 근거가 또 있다. 

박 전 최고위원은 지난 2010년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은 바 있는데, 당시 공소장에 D오피스텔이 등장한다. 


박 전 최고위원이 안산시장이던 지난 2007년 해당 건물 1층 카페서 3조5000억원이 투입된 안산시 복합단지개발사업 사업자의 선정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김모 건설사 회장으로부터 1억30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였다.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 특별수사부는 박 전 최고위원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재판부는 1·2심서 박 전 최고위원에게 징역 6년에 추징금 1억3000만원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재판부가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박 전 최고위원은 파기환송심서 무죄 판결을 받아 기사회생했다.

‘2007년에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 받을 당시 D오피스텔이 등장한다’라는 기자의 질문에 박 전 최고위원은 “그때 당시 아버지께서 거기(D오피스텔)에 살았다. 나도 시장이 되기 전 거기(D오피스텔)서 몇 년 동안 (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아버지 거주”→“전세를 내줬다”→“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순으로 해명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주장 오락가락
진실은 무엇?

DJ 비자금 제보 의혹과 관련해 박 전 최고위원의 발언은 공식석상서도 갈지(之)자 행태를 보였다. 당초 박 전 최고위원은 주 전 의원에게 어떠한 자료도 전달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최근 박 전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서 “2003년 ‘현대 비자금’ 내사 과정서 입수한 해당 양도성예금증서를 주 전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최근 박 전 최고위원은 의혹 자료를 주 전 의원에게 건넨 사실을 일부 시인하면서도 “DJ라고 못 박진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박 전 최고위원은 지난 15일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강남 사무실 관련 박주원 입장은?

<일요시사>는 강남 사무실로 추정되는 D오피스텔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소유자인 국민의당 박주원 전 최고위원과 지난 14일 직접 통화했다. 그는 해당 장소에 대해 “사무실로 쓴 적이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면서 “그런 자료는 어디서 받으신 거냐?”며 출처를 의심했다. 

통화 내내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다음은 박 전 최고위원과 일문일답.

- 일부 언론 등에 “강남에 사무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내 사무실이 없다. 주 전 의원도 헷갈리시는 것 같은데, 강남 사무실서 만난 게 아니고 오피스텔 뒤 일식당서 함께 식사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쪽에서 몇 번 만났던 것 같다. 식사한 뒤 그 건물 2층 내지 3층에 있는 커피숍에 갔다가 헤어졌다. 사무실 자체가 없다.

- 확인해보니 아버지께서 1999년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D오피스텔을 매매했고, 2010년 유증됐다. 이곳이 강남 사무실 아닌가.
▲아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유증 받은 것인데, 아버지가 살았고 시장으로 당선되기 전 아버지 (살아)계실 때 선거를 준비해야 돼 (나는)안산에 대부분 있었다.

- 기록상 아버지는 안산에 있는 요진아파트서 거주하셨고 본인은 안산 호수공원아파트에 거주하셨다. D오피스텔에 거주하지 않고 소유만 한 것으로 나오는데.
▲지금도 소유하고 있다.

- 그렇다면 이곳이 강남 사무실이라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한데.
▲사무실이 아니다. 사무실로 쓴 적 없다.

- 그렇다면 어떻게 사용됐나?
▲세를 줬다. 전세를 줬는지 모르겠다.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 서류상으로는 해당 기간 전세를 준 사실이 없는데.
▲서류상으론 그랬어도 누가 살았을 것이다. 내가 거주한 게 아니니까. 모르겠다. 오래 돼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안산에 쭉 있었다. 그런데 그게 뭐가 중요한가?

- 방송 인터뷰서 강남 사무실이 없다고 하셨지만 사무실로 활용됐을 만한 공간을 소유하고 계셨으니 질문한 거다.
▲그런 자료는 어디서 받으신 건지?

- 누구로부터 받은 게 아니다. 자체 취재로 알아냈다.
▲아 그래요?

- 2007년 모 건설사 회장으로부터 돈 받았다고 해서 수원지검의 수사를 받았다. 혐의서 나온 곳이 D오피스텔이던데?
▲허허허. 당시 아버지께서 살았기 때문에 나도 시장되기 전에는 거기 몇 년 동안 살았던 적이 있다.

-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안산시 요진아파트서 사셨던 것으로 나온다.
▲기억이 잘 안 난다. 아버지·어머니 모시고 그곳(D오피스텔)서 같이 살았다. 그러다가 헤어져 살기도 하고 그랬다. 내가 대검찰청서 근무하다 보니까. 어쨌든 거긴 사무실이 아니다.

- 결론은 사무실이 아니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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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