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업사냥꾼 먹튀 공모 의혹

‘걸리면’ 멀쩡한 회사도 와르르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수백억대 회삿돈 횡령사건으로 옥살이 했던 경제사범이 7년이 흘러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그의 손을 거치는 동안 건실했던 중견기업은 파산에 내몰렸지만 회사 서류상 그의 흔적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실소유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을 영위하던 ‘H소프트’는 1999년 상장 후 한때 코스닥 대장주 역할을 할 정도로 주목받던 회사였다. 그러나 2000년 중반을 지나 접어들면서 사세가 위축되더니 적자를 이겨내지 못하고 2009년 4월 투자회사에 매각되기에 이른다. 새 주인을 찾은 이후에도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시름은 더 깊어졌다.

원인 모를 
주가 고공행진

새 주인은 엉뚱하게도 H소프트를 내세워 해외 자원 개발에 열을 올렸다. 원인 모를 주가 고공행진이 거듭됐다. 하지만 모든 게 신기루였다. 2010년 공식 문서상에는 등장하는 않는 ‘실소유주’ L모씨가 연루된 200억대 회삿돈 횡령 사건이 터졌고 회사는 8개월간 주식거래정지를 거쳐 이듬해 3월 상장폐지 되는 신세로 전락했다. 

횡령사건에 연루됐던 L씨는 1년6개월 징역을 채우고 재기에 성공했다. 출소 후 L씨의 행적은 H소프트를 주무르던 시절과 유사했다. H소프트가 R사로 바뀌었을 뿐 회삿돈 횡령 및 주가조작 의혹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비슷하다.  

지난 5일 <TV조선>은 L씨가 만든 투자조합이 ‘R사’를 인수할 때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투자자 모집에 기획재정부 공무원과 경찰 간부까지 연루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L씨가 만든 투자조합이 R사를 인수한 건 지난해 4월이다. L씨 측은 계약 후 주가가 크게 뛸 거라며 투자자들을 모아 잔금을 충당했다. 사실상 ‘무자본 M&A’였고 검찰은 이 무렵 주가 조작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주가가 이유 없이 뛴 데다 L씨 측이 잔금을 치른 며칠 뒤 대주주 지분 300만여주를 팔아 60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봤기 때문이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한때 시가총액 500억대 회사였던 R사는 빚더미에 앉았다. LG전자와 삼성전자 등에 액정 부품을 납품하던 건실한 중견기업은 현재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공교롭게도 R사 부실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L씨의 이름은 H소프트 때와 마찬가지로 회사 공식 문서상 찾아볼 수 없다. 지난달 24일로 공시된 R사 3분기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 최대주주는 전체 지분 가운데 10.18%(283만7523주) 보유한 투자조합이고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임원 명단서도 L씨의 이름은 없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L씨가 R사의 실소유주라고 언급하고 있다. 심지어 L씨가 실소유자로 추정되는 회사가 더 존재한다. 최악의 경우 H소프트, R사의 사례가 재발하지 말란 보장이 없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C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뒤에 숨겨진
몸통은 따로

지난 3월22일 C사의 최대주주는 보유주식 230만주를 'CP사(투자컨설팅)'에 매각했다. 총 매각금액은 207억원이었고 잔금 지급일에 지분 전량을 양도하면 이 회사 최대주주가 CP사로 바뀌는 계약이었다. 

CP사는 인수대금을 거의 외부서 차입했다. 계약금으로 20억원을 지급한 뒤 나머지 금액은 개인투자자와 제2금융권서 조달했다. 이 가운데 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자본을 끌어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 바로 L씨다. 

CP사가 최대주주로 올라선 뒤 CP사 소유권을 두고 투자자 사이서 잠시 분쟁이 벌어졌지만 9월로 접어들면서 L씨 측이 최종 실권을 잡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 무렵 L씨 측 인물이 대표로 부임했다. 

또한 C사는 지난 9월7일 경영안정화를 위해 Y씨를 경영지배인에 선임했는데 Y씨 역시 L씨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사람이었다.  

이사진 명단에도 L씨 측 인사들이 속속 자리잡았다. 지난달 23일 C사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 3명(N모씨, P모씨, Y씨), 사외이사 2명(G모시, H모씨), 비상근감사 1명(LJ씨) 등 총 6명이 새롭게 이사진에 합류했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회삿돈 횡령 및 주가조작 혐의 
차명으로 흔적 없이 치고 빠져

흥미로운 점은 이들 가운데 일부는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R사에서 이사직을 수행했다는 사실이다. 사내이사에 선임된 N씨는 R사에서 사내이사로 활동했고 사외이사에 선임된 G씨는 R사에서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직을 수행했다. 

비상임감사로 임명된 LJ씨 역시 G씨와 마찬가지로 R사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출신이다. 접점이 없는 R사에서 C사로 이사진이 대거 이동한 셈이다.
 

C사는 이사회 구성원들과 L씨의 연관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C사 관계자는 “복수의 기업서 이사직을 겸직하는 모습은 다른 기업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사안”이라며 “경영진에 대한 정보는 공시를 통해 밝힌 게 공식 입장이다. R사와 전혀 연관성이 없는 상황서 단지 이사직 겸직을 두고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퍼지는 건 매우 불쾌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확인 결과 기존 R사 이사진 일부는 부품 제조사인 K사와  C사의 최대주주인 CP사의 이사진 명단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K사 이사진 내역을 보면 지난달 C사 이사진에 합류한 Y씨와 P씨가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린 상태고 C사 사외이사에 선임된 H씨는 K사 감사로 활동 중이다. 

CP사 사내이사 명단에서는 기존 R사 사내이사였던 CJ씨가 발견되며 P씨 역시 사내이사로 확인된다. Y씨는 CP사 최대주주인 'G사'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C사 인수 당시 CP사 지분율은 K씨와 R씨가 각각 50%였지만 현재는 G가 66.3%를 보유한 상태다. 

더욱 놀라운 건 C사, CP사, K사 이사진에 이름을 올린 Y씨와 R사에 이어 C사 사외이사에 선임된 G씨가 L의 친인척이란 사실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Y씨는 L씨의 조카, G씨는 L씨의 부인이라고 주저 없이 언급하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G씨는 L씨의 부인이 확실하고 Y씨에게 L씨는 삼촌 뻘”이라며 “CP사가 C사를 인수할 때 L씨가 뒤에서 작업을 조율했다는 건 업계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서류상에서 드러나지 않는 L씨가 자신의 친인척을 내세워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사실상 L씨가 실소유주라는 주장과 비슷한 맥락이다. 

L씨는 항간에 떠도는 실소유주 논란에 대해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R사와 C사에서 자신의 역할은 투자자를 모으는 데 도움을 준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친인척의 이사진 합류에 대해서도 문제될 게 없는 뜻을 피력하고 있다. 

L씨는 “처음부터 내 역할은 명확했고 단순히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데 도움을 준 것에 지나지 않는데 실소유주로 호명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친인척이 이사진에 올라 있는 게 무슨 문제인지도 모르겠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친인척 세워
이사진 장악

이런 가운데 CP사가 C사를 인수할 때 자금을 빌려줬던 경위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전 대표로 부터 C사 지분을 인수할 당시 CP사는 자금 대부분을 외부서 충당했고 이 가운데 100억원은 S상호저축은행(64억원)과 G저축은행(36억원)서 끌어왔다. S상호저축은행과 G저축은행은 한 지붕을 공유하는 관계다. 

S·G저축은행이 자금을 빌려줄 당시 CP사 외형과 연혁에서는 특출난 점이 발견되지 않는다. CP사는 2015년 11월 설립된 유한회사로 C사 인수전에 참여 직전 자본금을 1억원서 2억원으로 늘렸을 뿐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S·G저축은행이 인수자금을 빌려줄 때 주식담보대출이라는 안정장치를 마련했더라도 주식이라는 특성상 위험요소는 언제는 존재하는 법”이라며 “이런 위험요소를 염두한 상태서 대출을 받는 회사의 규모나 사업 지속 기간 등을 면밀히 살펴 대출을 승인하는 게 일반적인데 CP사에 대한 대출은 약간 다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S·G저축은행이 최근 M파트너스라는 회사에 대출을 승인하던 사례와 대입하면 의문부호가 따를 수밖에 없다. 지난 8월25일자 S사 전자공시 내용을 보면 S·G저축은행은 S사 최대주주로 올라선 M파트너스에게 주식 1953만4987주를 담보로 142억원을 대출해줬다. S·G저축은행의 대출액수가 각각 70억원, 72억원이다.  

당시에도 M파트너스라는 회사가 과연 이 같은 거액을 대출받을 만한 자격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렸다. M파트너스는 자본금 1억7500만원, 자본총액 2억원에 불과한 외형을 지니고 있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S·G저축은행 측은 개별 저축은행 대출한도(100억원) 내에서 추가 조항을 삽입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무엇보다 M파트너스의 이력 및 전문성을 신뢰했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CP사가 S·G저축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려올 때 L씨가 전면에 나섰다면 S·G저축은행은 도의적인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대출 승인 절차상 문제가 없더라도 L씨는 H소프트서 회삿돈 횡령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경제사범’으로 낙인찍혔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의심만 잔뜩
모호한 대출

L씨는 개인투자자를 모집하는 데 힘을 보탠 건 맞지만 S·G저축은행서 자금을 빌린 내용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S·G저축은행 역시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S·G저축은행 측은 “해당 건에 대한 대출 승인은 충분한 검토 끝에 이뤄진 일”이라며 “공식적인 차원서 모든 일이 처리됐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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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