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업사냥꾼 먹튀 공모 의혹

‘걸리면’ 멀쩡한 회사도 와르르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수백억대 회삿돈 횡령사건으로 옥살이 했던 경제사범이 7년이 흘러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그의 손을 거치는 동안 건실했던 중견기업은 파산에 내몰렸지만 회사 서류상 그의 흔적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실소유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을 영위하던 ‘H소프트’는 1999년 상장 후 한때 코스닥 대장주 역할을 할 정도로 주목받던 회사였다. 그러나 2000년 중반을 지나 접어들면서 사세가 위축되더니 적자를 이겨내지 못하고 2009년 4월 투자회사에 매각되기에 이른다. 새 주인을 찾은 이후에도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시름은 더 깊어졌다.

원인 모를 
주가 고공행진

새 주인은 엉뚱하게도 H소프트를 내세워 해외 자원 개발에 열을 올렸다. 원인 모를 주가 고공행진이 거듭됐다. 하지만 모든 게 신기루였다. 2010년 공식 문서상에는 등장하는 않는 ‘실소유주’ L모씨가 연루된 200억대 회삿돈 횡령 사건이 터졌고 회사는 8개월간 주식거래정지를 거쳐 이듬해 3월 상장폐지 되는 신세로 전락했다. 

횡령사건에 연루됐던 L씨는 1년6개월 징역을 채우고 재기에 성공했다. 출소 후 L씨의 행적은 H소프트를 주무르던 시절과 유사했다. H소프트가 R사로 바뀌었을 뿐 회삿돈 횡령 및 주가조작 의혹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비슷하다.  

지난 5일 <TV조선>은 L씨가 만든 투자조합이 ‘R사’를 인수할 때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투자자 모집에 기획재정부 공무원과 경찰 간부까지 연루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L씨가 만든 투자조합이 R사를 인수한 건 지난해 4월이다. L씨 측은 계약 후 주가가 크게 뛸 거라며 투자자들을 모아 잔금을 충당했다. 사실상 ‘무자본 M&A’였고 검찰은 이 무렵 주가 조작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주가가 이유 없이 뛴 데다 L씨 측이 잔금을 치른 며칠 뒤 대주주 지분 300만여주를 팔아 60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봤기 때문이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한때 시가총액 500억대 회사였던 R사는 빚더미에 앉았다. LG전자와 삼성전자 등에 액정 부품을 납품하던 건실한 중견기업은 현재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공교롭게도 R사 부실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L씨의 이름은 H소프트 때와 마찬가지로 회사 공식 문서상 찾아볼 수 없다. 지난달 24일로 공시된 R사 3분기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 최대주주는 전체 지분 가운데 10.18%(283만7523주) 보유한 투자조합이고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임원 명단서도 L씨의 이름은 없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L씨가 R사의 실소유주라고 언급하고 있다. 심지어 L씨가 실소유자로 추정되는 회사가 더 존재한다. 최악의 경우 H소프트, R사의 사례가 재발하지 말란 보장이 없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C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뒤에 숨겨진
몸통은 따로

지난 3월22일 C사의 최대주주는 보유주식 230만주를 'CP사(투자컨설팅)'에 매각했다. 총 매각금액은 207억원이었고 잔금 지급일에 지분 전량을 양도하면 이 회사 최대주주가 CP사로 바뀌는 계약이었다. 

CP사는 인수대금을 거의 외부서 차입했다. 계약금으로 20억원을 지급한 뒤 나머지 금액은 개인투자자와 제2금융권서 조달했다. 이 가운데 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자본을 끌어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 바로 L씨다. 

CP사가 최대주주로 올라선 뒤 CP사 소유권을 두고 투자자 사이서 잠시 분쟁이 벌어졌지만 9월로 접어들면서 L씨 측이 최종 실권을 잡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 무렵 L씨 측 인물이 대표로 부임했다. 

또한 C사는 지난 9월7일 경영안정화를 위해 Y씨를 경영지배인에 선임했는데 Y씨 역시 L씨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사람이었다.  

이사진 명단에도 L씨 측 인사들이 속속 자리잡았다. 지난달 23일 C사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 3명(N모씨, P모씨, Y씨), 사외이사 2명(G모시, H모씨), 비상근감사 1명(LJ씨) 등 총 6명이 새롭게 이사진에 합류했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회삿돈 횡령 및 주가조작 혐의 
차명으로 흔적 없이 치고 빠져

흥미로운 점은 이들 가운데 일부는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R사에서 이사직을 수행했다는 사실이다. 사내이사에 선임된 N씨는 R사에서 사내이사로 활동했고 사외이사에 선임된 G씨는 R사에서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직을 수행했다. 

비상임감사로 임명된 LJ씨 역시 G씨와 마찬가지로 R사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출신이다. 접점이 없는 R사에서 C사로 이사진이 대거 이동한 셈이다.
 

C사는 이사회 구성원들과 L씨의 연관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C사 관계자는 “복수의 기업서 이사직을 겸직하는 모습은 다른 기업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사안”이라며 “경영진에 대한 정보는 공시를 통해 밝힌 게 공식 입장이다. R사와 전혀 연관성이 없는 상황서 단지 이사직 겸직을 두고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퍼지는 건 매우 불쾌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확인 결과 기존 R사 이사진 일부는 부품 제조사인 K사와  C사의 최대주주인 CP사의 이사진 명단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K사 이사진 내역을 보면 지난달 C사 이사진에 합류한 Y씨와 P씨가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린 상태고 C사 사외이사에 선임된 H씨는 K사 감사로 활동 중이다. 

CP사 사내이사 명단에서는 기존 R사 사내이사였던 CJ씨가 발견되며 P씨 역시 사내이사로 확인된다. Y씨는 CP사 최대주주인 'G사'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C사 인수 당시 CP사 지분율은 K씨와 R씨가 각각 50%였지만 현재는 G가 66.3%를 보유한 상태다. 

더욱 놀라운 건 C사, CP사, K사 이사진에 이름을 올린 Y씨와 R사에 이어 C사 사외이사에 선임된 G씨가 L의 친인척이란 사실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Y씨는 L씨의 조카, G씨는 L씨의 부인이라고 주저 없이 언급하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G씨는 L씨의 부인이 확실하고 Y씨에게 L씨는 삼촌 뻘”이라며 “CP사가 C사를 인수할 때 L씨가 뒤에서 작업을 조율했다는 건 업계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서류상에서 드러나지 않는 L씨가 자신의 친인척을 내세워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사실상 L씨가 실소유주라는 주장과 비슷한 맥락이다. 

L씨는 항간에 떠도는 실소유주 논란에 대해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R사와 C사에서 자신의 역할은 투자자를 모으는 데 도움을 준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친인척의 이사진 합류에 대해서도 문제될 게 없는 뜻을 피력하고 있다. 

L씨는 “처음부터 내 역할은 명확했고 단순히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데 도움을 준 것에 지나지 않는데 실소유주로 호명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친인척이 이사진에 올라 있는 게 무슨 문제인지도 모르겠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친인척 세워
이사진 장악

이런 가운데 CP사가 C사를 인수할 때 자금을 빌려줬던 경위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전 대표로 부터 C사 지분을 인수할 당시 CP사는 자금 대부분을 외부서 충당했고 이 가운데 100억원은 S상호저축은행(64억원)과 G저축은행(36억원)서 끌어왔다. S상호저축은행과 G저축은행은 한 지붕을 공유하는 관계다. 

S·G저축은행이 자금을 빌려줄 당시 CP사 외형과 연혁에서는 특출난 점이 발견되지 않는다. CP사는 2015년 11월 설립된 유한회사로 C사 인수전에 참여 직전 자본금을 1억원서 2억원으로 늘렸을 뿐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S·G저축은행이 인수자금을 빌려줄 때 주식담보대출이라는 안정장치를 마련했더라도 주식이라는 특성상 위험요소는 언제는 존재하는 법”이라며 “이런 위험요소를 염두한 상태서 대출을 받는 회사의 규모나 사업 지속 기간 등을 면밀히 살펴 대출을 승인하는 게 일반적인데 CP사에 대한 대출은 약간 다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S·G저축은행이 최근 M파트너스라는 회사에 대출을 승인하던 사례와 대입하면 의문부호가 따를 수밖에 없다. 지난 8월25일자 S사 전자공시 내용을 보면 S·G저축은행은 S사 최대주주로 올라선 M파트너스에게 주식 1953만4987주를 담보로 142억원을 대출해줬다. S·G저축은행의 대출액수가 각각 70억원, 72억원이다.  

당시에도 M파트너스라는 회사가 과연 이 같은 거액을 대출받을 만한 자격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렸다. M파트너스는 자본금 1억7500만원, 자본총액 2억원에 불과한 외형을 지니고 있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S·G저축은행 측은 개별 저축은행 대출한도(100억원) 내에서 추가 조항을 삽입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무엇보다 M파트너스의 이력 및 전문성을 신뢰했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CP사가 S·G저축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려올 때 L씨가 전면에 나섰다면 S·G저축은행은 도의적인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대출 승인 절차상 문제가 없더라도 L씨는 H소프트서 회삿돈 횡령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경제사범’으로 낙인찍혔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의심만 잔뜩
모호한 대출

L씨는 개인투자자를 모집하는 데 힘을 보탠 건 맞지만 S·G저축은행서 자금을 빌린 내용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S·G저축은행 역시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S·G저축은행 측은 “해당 건에 대한 대출 승인은 충분한 검토 끝에 이뤄진 일”이라며 “공식적인 차원서 모든 일이 처리됐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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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