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업사냥꾼 먹튀 공모 의혹

‘걸리면’ 멀쩡한 회사도 와르르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수백억대 회삿돈 횡령사건으로 옥살이 했던 경제사범이 7년이 흘러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그의 손을 거치는 동안 건실했던 중견기업은 파산에 내몰렸지만 회사 서류상 그의 흔적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실소유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을 영위하던 ‘H소프트’는 1999년 상장 후 한때 코스닥 대장주 역할을 할 정도로 주목받던 회사였다. 그러나 2000년 중반을 지나 접어들면서 사세가 위축되더니 적자를 이겨내지 못하고 2009년 4월 투자회사에 매각되기에 이른다. 새 주인을 찾은 이후에도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시름은 더 깊어졌다.

원인 모를 
주가 고공행진

새 주인은 엉뚱하게도 H소프트를 내세워 해외 자원 개발에 열을 올렸다. 원인 모를 주가 고공행진이 거듭됐다. 하지만 모든 게 신기루였다. 2010년 공식 문서상에는 등장하는 않는 ‘실소유주’ L모씨가 연루된 200억대 회삿돈 횡령 사건이 터졌고 회사는 8개월간 주식거래정지를 거쳐 이듬해 3월 상장폐지 되는 신세로 전락했다. 

횡령사건에 연루됐던 L씨는 1년6개월 징역을 채우고 재기에 성공했다. 출소 후 L씨의 행적은 H소프트를 주무르던 시절과 유사했다. H소프트가 R사로 바뀌었을 뿐 회삿돈 횡령 및 주가조작 의혹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비슷하다.  

지난 5일 <TV조선>은 L씨가 만든 투자조합이 ‘R사’를 인수할 때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투자자 모집에 기획재정부 공무원과 경찰 간부까지 연루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L씨가 만든 투자조합이 R사를 인수한 건 지난해 4월이다. L씨 측은 계약 후 주가가 크게 뛸 거라며 투자자들을 모아 잔금을 충당했다. 사실상 ‘무자본 M&A’였고 검찰은 이 무렵 주가 조작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주가가 이유 없이 뛴 데다 L씨 측이 잔금을 치른 며칠 뒤 대주주 지분 300만여주를 팔아 60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봤기 때문이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한때 시가총액 500억대 회사였던 R사는 빚더미에 앉았다. LG전자와 삼성전자 등에 액정 부품을 납품하던 건실한 중견기업은 현재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공교롭게도 R사 부실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L씨의 이름은 H소프트 때와 마찬가지로 회사 공식 문서상 찾아볼 수 없다. 지난달 24일로 공시된 R사 3분기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 최대주주는 전체 지분 가운데 10.18%(283만7523주) 보유한 투자조합이고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임원 명단서도 L씨의 이름은 없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L씨가 R사의 실소유주라고 언급하고 있다. 심지어 L씨가 실소유자로 추정되는 회사가 더 존재한다. 최악의 경우 H소프트, R사의 사례가 재발하지 말란 보장이 없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C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뒤에 숨겨진
몸통은 따로

지난 3월22일 C사의 최대주주는 보유주식 230만주를 'CP사(투자컨설팅)'에 매각했다. 총 매각금액은 207억원이었고 잔금 지급일에 지분 전량을 양도하면 이 회사 최대주주가 CP사로 바뀌는 계약이었다. 


CP사는 인수대금을 거의 외부서 차입했다. 계약금으로 20억원을 지급한 뒤 나머지 금액은 개인투자자와 제2금융권서 조달했다. 이 가운데 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자본을 끌어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 바로 L씨다. 

CP사가 최대주주로 올라선 뒤 CP사 소유권을 두고 투자자 사이서 잠시 분쟁이 벌어졌지만 9월로 접어들면서 L씨 측이 최종 실권을 잡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 무렵 L씨 측 인물이 대표로 부임했다. 

또한 C사는 지난 9월7일 경영안정화를 위해 Y씨를 경영지배인에 선임했는데 Y씨 역시 L씨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사람이었다.  

이사진 명단에도 L씨 측 인사들이 속속 자리잡았다. 지난달 23일 C사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 3명(N모씨, P모씨, Y씨), 사외이사 2명(G모시, H모씨), 비상근감사 1명(LJ씨) 등 총 6명이 새롭게 이사진에 합류했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회삿돈 횡령 및 주가조작 혐의 
차명으로 흔적 없이 치고 빠져

흥미로운 점은 이들 가운데 일부는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R사에서 이사직을 수행했다는 사실이다. 사내이사에 선임된 N씨는 R사에서 사내이사로 활동했고 사외이사에 선임된 G씨는 R사에서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직을 수행했다. 

비상임감사로 임명된 LJ씨 역시 G씨와 마찬가지로 R사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출신이다. 접점이 없는 R사에서 C사로 이사진이 대거 이동한 셈이다.
 

C사는 이사회 구성원들과 L씨의 연관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C사 관계자는 “복수의 기업서 이사직을 겸직하는 모습은 다른 기업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사안”이라며 “경영진에 대한 정보는 공시를 통해 밝힌 게 공식 입장이다. R사와 전혀 연관성이 없는 상황서 단지 이사직 겸직을 두고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퍼지는 건 매우 불쾌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확인 결과 기존 R사 이사진 일부는 부품 제조사인 K사와  C사의 최대주주인 CP사의 이사진 명단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K사 이사진 내역을 보면 지난달 C사 이사진에 합류한 Y씨와 P씨가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린 상태고 C사 사외이사에 선임된 H씨는 K사 감사로 활동 중이다. 

CP사 사내이사 명단에서는 기존 R사 사내이사였던 CJ씨가 발견되며 P씨 역시 사내이사로 확인된다. Y씨는 CP사 최대주주인 'G사'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C사 인수 당시 CP사 지분율은 K씨와 R씨가 각각 50%였지만 현재는 G가 66.3%를 보유한 상태다. 

더욱 놀라운 건 C사, CP사, K사 이사진에 이름을 올린 Y씨와 R사에 이어 C사 사외이사에 선임된 G씨가 L의 친인척이란 사실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Y씨는 L씨의 조카, G씨는 L씨의 부인이라고 주저 없이 언급하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G씨는 L씨의 부인이 확실하고 Y씨에게 L씨는 삼촌 뻘”이라며 “CP사가 C사를 인수할 때 L씨가 뒤에서 작업을 조율했다는 건 업계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서류상에서 드러나지 않는 L씨가 자신의 친인척을 내세워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사실상 L씨가 실소유주라는 주장과 비슷한 맥락이다. 

L씨는 항간에 떠도는 실소유주 논란에 대해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R사와 C사에서 자신의 역할은 투자자를 모으는 데 도움을 준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친인척의 이사진 합류에 대해서도 문제될 게 없는 뜻을 피력하고 있다. 

L씨는 “처음부터 내 역할은 명확했고 단순히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데 도움을 준 것에 지나지 않는데 실소유주로 호명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친인척이 이사진에 올라 있는 게 무슨 문제인지도 모르겠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친인척 세워
이사진 장악

이런 가운데 CP사가 C사를 인수할 때 자금을 빌려줬던 경위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전 대표로 부터 C사 지분을 인수할 당시 CP사는 자금 대부분을 외부서 충당했고 이 가운데 100억원은 S상호저축은행(64억원)과 G저축은행(36억원)서 끌어왔다. S상호저축은행과 G저축은행은 한 지붕을 공유하는 관계다. 


S·G저축은행이 자금을 빌려줄 당시 CP사 외형과 연혁에서는 특출난 점이 발견되지 않는다. CP사는 2015년 11월 설립된 유한회사로 C사 인수전에 참여 직전 자본금을 1억원서 2억원으로 늘렸을 뿐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S·G저축은행이 인수자금을 빌려줄 때 주식담보대출이라는 안정장치를 마련했더라도 주식이라는 특성상 위험요소는 언제는 존재하는 법”이라며 “이런 위험요소를 염두한 상태서 대출을 받는 회사의 규모나 사업 지속 기간 등을 면밀히 살펴 대출을 승인하는 게 일반적인데 CP사에 대한 대출은 약간 다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S·G저축은행이 최근 M파트너스라는 회사에 대출을 승인하던 사례와 대입하면 의문부호가 따를 수밖에 없다. 지난 8월25일자 S사 전자공시 내용을 보면 S·G저축은행은 S사 최대주주로 올라선 M파트너스에게 주식 1953만4987주를 담보로 142억원을 대출해줬다. S·G저축은행의 대출액수가 각각 70억원, 72억원이다.  

당시에도 M파트너스라는 회사가 과연 이 같은 거액을 대출받을 만한 자격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렸다. M파트너스는 자본금 1억7500만원, 자본총액 2억원에 불과한 외형을 지니고 있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S·G저축은행 측은 개별 저축은행 대출한도(100억원) 내에서 추가 조항을 삽입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무엇보다 M파트너스의 이력 및 전문성을 신뢰했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CP사가 S·G저축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려올 때 L씨가 전면에 나섰다면 S·G저축은행은 도의적인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대출 승인 절차상 문제가 없더라도 L씨는 H소프트서 회삿돈 횡령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경제사범’으로 낙인찍혔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의심만 잔뜩
모호한 대출

L씨는 개인투자자를 모집하는 데 힘을 보탠 건 맞지만 S·G저축은행서 자금을 빌린 내용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S·G저축은행 역시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S·G저축은행 측은 “해당 건에 대한 대출 승인은 충분한 검토 끝에 이뤄진 일”이라며 “공식적인 차원서 모든 일이 처리됐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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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