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서 죽어나가는 10대들, 왜?

“까라면 까” 현대판 노예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제주서 산업체 현장실습 사망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업체 측의 무책임한 관리가 사고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현장을 모니터링하고 점검해야 할 취업지원관이 제주에 단 한 명도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구조가 만든 사고’라는 지적이다. 
 

지난 9일 오후 2시쯤 제주시 구좌읍 용암해수단지 내 A업체 공장서 현장실습 중이던 도내 모 특성화고 3학년인 이모(19)군이 제품 적재기에 목이 끼는 사고를 당했다. 목뼈 골절 등 중상을 입은 이군은 제주시내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던 중 지난 19일 숨졌다.

최악의 여건

이번 사고는 업체 측의 무책임한 관리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현장실습문제를 지적해온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연합회)는 지난 22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서 ‘제주 실습생 사망사건 관련 문제점 브리핑’을 열고 “안전 대책 없는 실습업체와 관리 감독에 무책임했던 교육 당국이 고3 실습생을 죽였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서 연합회는 사고 발생업체에 대해 ▲책임 인정과 사죄·배상 ▲산재보험 재신청을 요구했다. 이어 연합회는 정부와 국회에도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 ▲현장실습제도에 대한 개선을 촉구했다. 

연합회는 사고 이전에도 이군이 근무했던 7월 말에서 9월 말 사이 두 차례의 사고가 발생했으며 두 번째 사고에서는 이군이 갈비뼈를 다쳤음에도 사고 방지를 위한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갈비뼈를 다쳤을 당시에도 이군이 다루었던 기계를 조작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회복되지 않은 상태서 일터로 돌아가야 했다는 것이다. 

이군은 사고를 당하기 전 약 5일 정도 문제 발생 조치를 위한 교육을 받았고 이후에는 교육 담당자가 퇴직하면서 혼자서 일을 해야 했다. 이군은 사고 당일에도 혼자 일을 하고 있었고 약 5분이 지나 다른 현장 실습생에 의해 발견됐다. 

연합회는 “언제든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생산 현장서 주변에 아무도 없이 현장 실습생이 단독으로 기계를 전담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업체가 이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장실습 표준협약서’에 따르면 현장 실습생의 노동을 1일 7시간으로 제한하고 연장근무도 1일 1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이군은 9일 11시간이 넘게 근무를 했다고 연합회는 주장했다. 

현장 실습생에게는 1주 2회 이상의 휴일을 주어야 하지만 이군은 토요일에도 근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합회는 해당 업체가 사고 직후 이군의 부모와 ‘산업재해 보상보험 신청서’를 작성하면서 사고 당시 설비서 경고음이 발생하지 않는 등 기계 노후화의 문제가 있었음에도 사고 책임을 이군에게만 물었다고 꼬집었다. 
 

연합회는 “이미 신청 처리된 이군의 산재보험 신청서를 정확한 조사를 통해 재작성해 다시 신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업체는 산재보험 신청서에서 ‘재해자가 적재기를 운용하여 완제품 적재업무 수행 중 갑자기 운전조작반의 정지 스위치를 작동하지 않고 설비 내부로 이동해 설비 조치 과정서 상하작동설비에 목이 끼이는 협착사고가 발생함’이라고 적었다. 

한편, 연합회는 “현장실습 지도·점검 모니터링 시스템에는 현장실습 기간 동안 해당 학교가 전체 실습 업체를 2회 이상 방문하게 돼있지만 이군이 두 차례 사고를 겪고 갈비뼈가 뿌러지는 사고를 당했음에도 다시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며 학교의 취업 후 지도·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점을 제기했다. 

연합회는 지난 20일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서 매일 오후 7시 이군을 추모하는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실습생들 잇단 사망 사고 ‘충격’
국가 무관심·업체 무책임 도마 

서울시는 70여개 전체 특성화고에 지난 6월부터 전담 취업지원관을 배치했다. 특성화고에 취업지원관을 1명씩 배치하고, 주중 매일 8시간 학교에 상주하며 취업 상담을 하고 현장실습 모니터링 등을 담당하는 역할이다.

이들은 현장 배치 전 학생들에게 부당한 처우를 당하지 않도록 노동 상식과 인권 등을 교육한다. 특히 실습이 시작되는 9월부터는 현장실습표준협약서 작성 여부를 파악하고 위험업무 배치 여부 등을 확인한다.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고용노동부에 근로감독을 요청할 수 있는 사실상 현장실습 학생들을 위한 감시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취업지원관이 제주에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0∼2015년도 까지 도내 특성화고등학교에 취업지원관이 1명씩 배치·운영됐지만 예산 문제로 사라졌다. 그 자리는 모두 진로진학 상담교사로 교체됐다.

제주서 30년 넘게 특성화고서 일해왔다는 한 교사는 “지난 2015년도에 특성화고등학교에 배치된 취업지원관을 도교육청이 없앴다. 2년 동안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하는데 고민 끝에 해고라는 카드를 썼다. 학교들이 반대 의견을 냈지만 결국 모두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지원관은 학생 취업과 관련한 모든 일을 했다. 취업 상담과 면접, 현장 실습 교육을 비롯해 가장 중요한 산업체 현장 모니터링을 했다. 오전에는 학교에 나오지 않고 현장 실습을 나간 학생들을 면담했던 게 취업지원관들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일반 교사들이 할 수 없는 업무를, 한계가 있는 일들을 취업지원관들 맡아서 해줬지만 이들이 사라지면서 현장 실습생들에 대한 모니터링이 제대로 안됐고 결국 이런 문제가 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파견형 현장실습 문제의 개선방안이 마련됐음에도 교육청·학교·회사 등이 이행하지 않는 상황서 절대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고가 발생했다”며 “사업장 내 취약한 지위에서 위험 업무에 내몰리는 파견형 현장실습제도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도 지난 20일 논평을 통해 “엄정한 실태 조사를 통해 책임자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며 현대판 노예제도가 될 수밖에 없는 현장실습 제도는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 생애 첫 노동현장서 숨진 것은 올해 들어서만 벌써 두 번째다. 지난 1월에는 전주에 있는 통신사 콜센터서 현장실습을 하던 홍모양이 “아빠, 나 콜 수 못 채웠어”라는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학에 가지 않아도 기능인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꿈을 갖고 특성화고에 진학한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나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중단 목소리

한 전문가는 “정부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장의 법 준수 여부와 노동인권 침해 실태를 철저하게 점검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현장실습제도를 아예 폐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이군 추모 촛불집회에 나온 특성화고 학생들의 외침 대로 현장 실습생이 ‘일하는 기계, 노예, 부속품’이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