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건국대 사태’ 내막

엄마 나가니 딸이…대학도 대물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학교에 일이 터지면 피해는 학생에게 미친다. 사학비리를 엄중하게 처단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 10여년간 건국대는 수많은 사건들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일부 관계자들은 학교를 마치 자신의 것인양 손에 쥐고 휘둘렀다. 숱한 비리 의혹으로 불거진 소송전은 명문 사학을 꿈꾸던 건국대를 바닥까지 끌어내렸다. 건국대 사태를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건국대학교(이하 건대)는 지난해 개교 70주년을 맞아 성대한 기념식을 열었다. 건대 출신 한류스타들이 총출동해 행사를 뜨겁게 달궜고 학생들은 학과별로 저마다 능력을 발휘해 학교의 생일을 축하했다. 하지만 화려한 외관으로 감싼 건대 내부는 곪은 상처로 가득했다.

건대의 모태는 상허 유석창 선생이 1946년 설립한 조선정치학관이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였던 유석창 선생은 진실과 지성(誠), 사회생활의 근간(信), 정의와 용기(義)를 창학정신으로 삼았다. 

화려한 외관
문제 많은 내부

건대는 설립자의 창학정신을 바탕으로 ‘지성인, 미래지향적인 전문인, 공동체 발전의 선도자 양성’을 교육 목적으로 내세웠다. 목표는 2020년까지 국내 5대 사학, 아시아 100대 대학으로의 진입이었다.

그랬던 건대가 최근 10년새 빠르게 무너졌다. 


건대 재학생, 동문, 교수 등 학교 관계자들은 “김경희 전 이사장이 학교를 망가뜨렸다”고 입을 모았다. 김경희 전 이사장은 설립자 유석창 선생의 작고한 맏아들의 부인, 즉 맏며느리다. 김 전 이사장은 2001년 취임 이후 올해 4월 물러날 때까지 16년간 건대를 좌지우지했다.

김 전 이사장은 1994년 법인 평이사로 취임하면서 학교 경영에 참여했다. 남편은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고, 이사장을 맡고 있던 시동생 역시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나면서 ‘이사장 김경희의 시대’가 열렸다. 

취임 직후 김 전 이사장은 개발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대규모 부동산개발 사업인 스타시티 프로젝트, 실버타운인 더 클래식 500 등 각종 수익형 사업이 김 전 이사장 때 첫 삽을 떴다.

김 전 이사장은 대학 야구장 부지를 최고 58개층 주상복합건물 4개동과 쇼핑몰·체육시설·문화시설 등으로 구성된 생활·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스타시티 프로젝트를 밀어붙였다. 이어 건대 병원 투자, 스타 교수 영입 등 숨 가쁜 행보가 이어졌다. 

전국에 몇 안 되는 여성 이사장의 과감한 움직임에 언론은 그를 가리켜 ‘건대 르네상스’를 이룬 주인공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건대가 내세운 ‘건국 르네상스’ ‘재정이 튼튼한 대학’의 기치는 얼마 못 가 민낯을 드러냈다. 
 

건대 교수협의회, 동문 교수협의회, 총학생회, 노동조합, 설립자 유창석 선생의 자녀 모임 등으로 구성된 ‘건국대학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2013년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교육부에 특별감사를 요청했다. 교육부는 2013년 11월25일부터 12월9일까지 학교와 법인에 대한 회계부분 감사를 실시했다.


김경희 대법원 판결로 이사장직 상실
이사회는 기습적으로 연봉 1억원 올려

교육부는 감사를 통해 ▲수익용·교육용 기본재산 관리 ▲부당한 자금차입 ▲회계 비리 총장 의원면직 처리 ▲부당한 미국대학 경영권 인수 ▲부당한 실습지 이전비용 교비 지출 ▲이사장 업무추진비와 개인 소송비용 집행 부당 등을 지적했다.

김 전 이사장은 학교법인이 분양한 주상복합 아파트 입주민들과의 협상서 스포츠센터를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협약을 체결해 242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혔다. 또 더 클래식 500의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법인 산하의 임대사업체인 건국 AMC의 자본금 867억원을 부실 수익사업체에 출자했다. 

이 과정서 김 전 이사장은 의사회 의결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김 전 이사장이 더 클래식 500의 펜트하우스를 5년8개월 동안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실도 감사 결과 적발됐다. 여기서 6억3900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관리비 8000만원과 부가세 1억2656만원은 법인회계서 납부됐다. 

이뿐만 아니라 김 전 이사장은 김진규 전 총장에게도 실버타운 객실 2채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관리비 등 6325만원은 교비로 부담시켰다.

김 전 총장은 학교 돈을 횡령하는 등의 비리를 저질러 이사회서 해임이 의결됐지만 김 전 이사장은 2012년 5월 그가 사표를 제출하자 징계절차 없이 의원면직으로 처리했다. 또 이사회 의결 없이 미국 Pacific States University(PSU)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 모 교수를 파견해 급여를 교비회계서 집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108회에 걸쳐 판공비 명목으로 3억2777만원을 수령해 용도불명으로 사용한 일도 있었다. 법인카드로는 19회에 걸쳐 1156만원을 썼다. 자신의 개인 소송에 대한 비용도 법인이 부담하도록 했다. 

교육부는 감사 결과에 따라 2014년 2월, 김 전 이사장을 각종 사립학교법 위반과 횡령·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어 같은 해 4월25일 임원취임승인 취소 처분을 내리고 김 전 이사장이 사용한 용도불명의 업무추진비 등 15억4356만원을 회수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건대는 교육부의 후속 조치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서울행정법원 제5부는 김 전 이사장이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임원승인취소 처분 취소 청구 소송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2001년 김 취임
공격투자 이어져

재판부는 교육부가 김 전 이사장에 대해 제기한 임원취임승인 취소 사유 중 대부분이 인정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임원 취임을 취소할 경우 김 전 이사장이 얻게 될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항소심서도 재판부는 김 전 이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부는 “김 이사장이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무상으로 스타시티 시설을 사용했다”며 임원취임승인 취소 사유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김 이사장이) 학교 발전에 적지 않은 공헌을 했고 그로 인해 재정 상태가 개선되기도 했다”고 판단했다. 

건대와의 행정소송 원심과 항소심서 모두 패소한 교육부는 ‘과잉 감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검찰의 기소 과정에서는 ‘봐주기 수사’라는 의혹이 뒤따랐다. 교육부는 242억원의 업무상 배임, 회계비리, 수억원의 재단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김 전 이사장을 고발했지만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검찰은 지난 2014년 8월 11억4000만원의 업무상 배임, 3억6500만원의 횡령, 2억5000만원의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만 김 전 이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이사장은 스타시티 펜트하우스에 재단 자금 5억7000만원을 들여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한 뒤 2007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자신의 주거 공간으로 사용했다. 검찰은 이러한 업무상 배임액이 11억4000만원에 이른다고 봤다.

검찰은 이사장 판공비 2억3500만원과 해외출장비 1억3000만원 등 총 약 3억6500만원의 재단 자금을 자신과 딸의 대출금 변제, 개인여행 경비 등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점에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김 전 이사장은 2억5000만원을 받고 법인 비서실장으로 근무하다가 정년퇴직한 김씨를 법인 비상임감사와 부속병원 행정부원장에 임명하고, 법인 사무국장 정씨를 상임감사에 선임해줬다는 의혹을 받았다. 인사 청탁을 대가로 돈을 받은 것은 배임수재에 해당한다.

김 전 이사장은 공판 내내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학교법인의 재산을 운용하는 데 있어 미숙한 부분이 있고 절차를 숙지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은 불찰”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사장을 맡은 후 스타시티의 수익 등으로 병원을 신축하고 학교 법인의 재산 가치를 높이기 위해 죽을 각오로 뛰었을 뿐”이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검찰은 교육부가 고발한 8건의 혐의 중 3건만 기소해 2015년 10월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법원에서는 그마저도 다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015년 12월 판공비 5320만원, 업무추진비 8400만원 등 총 1억3700만원의 횡령 혐의만을 유죄로 판단,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전 이사장에게 인사 청탁 명목으로 2억5000만원을 건네 배임증재 혐의를 받았던 김씨와 정씨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의혹 많았지만…
전부 해소 안 돼

지난해 7월 서울고법 형사4부는 김 전 이사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서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형량은 그대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유지했다. 그 후로 올해 4월 대법원은 김 전 이사장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의 형량을 확정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김 전 이사장은 이사장직을 상실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 판결을 받은 사람은 사립학교 임원으로 재직할 수 없다.
 

김 전 이사장을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2002년 3월 학교법인 소유 교육용 부동산 매각 대금 등 35억5000만원을 교육부가 지정하지 않은 용도에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이후 1심 재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으나 2심에서 벌금 1000만원으로 감형됐다. 당시 재판부는 “10억여원의 교비 회계자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이 인정되나 개인적인 이득을 전혀 취하지 않은 점과 학교 법인이 처한 현재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실형을 선고한 1심의 형량이 무겁다고 인정된다”는 감형 이유를 밝혔다.

2007년에는 학력 위조 의혹까지 불거졌다. 김 전 이사장은 건대 이사로 있던 2000년 교육부에 낸 이력서에 1970년 한양대 건축학과를 졸업해 1982년 미국 마운트세인트메리 칼리지 대학원을 수료하고 1985년 로스앤젤레스시티 대학교 서양학과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김 전 이사장은 한양대에 정식 입학하지 않고 청강생으로 학교를 다녀 정식 학사 학위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마운트세인트메리 칼리지의 경우도 학사 편입했지만 중퇴했고 로스앤젤레스시티 대학교는 통신 수업을 진행하는 비인증 대학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김 전 이사장의 임용 시점이 업무방해죄 공소시효(5년)를 지났고 이사장 임용 이후 허위학력을 이용, 또 다른 공직을 맡는 등의 추가 혐의를 찾을 수 없다며 수사 가능성이 없다고 전했다. 

법은 면죄부를 줬지만 횡령 혐의로 인한 벌금, 학력 위조 등의 논란으로 김 전 이사장은 경영 능력과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전 이사장은 교육부와 행정 소송까지 벌이며 올해 4월까지 이사장직을 유지했다.

명문사학 꿈꿨지만
정상화 아직 요원해

대법원 판결로 저무는 듯했던 ‘김경희 체제’는 그의 장녀 유자은씨가 후임 이사장으로 결정되면서 지속 가능성이 제기됐다. 건대는 지난 4월26일 개최한 이사회서 유자은 건대 상임이사를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2014년 9월 법인 이사로 선임됐던 유 이사장은 당시에도 세습 논란을 일으키며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을 샀다.

2013년부터 김 전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해 왔던 비대위(현 건국대학교개혁추진협의회)는 유 이사장의 선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들은 성명서를 통해 “이사장직서 퇴출된 김경희 전 이사장의 딸을 새 이사장으로 선출함으로써, 김 전 이사장이 배후서 유자은 이사장을 조종하고 있다는 합리적인 의혹이 제기된다”며 “유자은 이사장은 이사장이 되기 전 어떤 기관이나 업체서 일한 적이 없으므로 검증되지 않은 경영능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기습적으로 인상된 이사장 연봉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건대는 김 전 이사장이 지난 4월 횡령죄가 확정돼 물러나기 직전 이사회를 열어 이사장 연봉을 1억원 인상했다. 

건대는 총장 연봉이 1억원가량 인상돼 관행상 이사장 연봉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재정 파탄”(학교 관계자) 상태인 학내 상황상 이유도 시기도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억원이 인상된 이사장의 연봉은 3억5000만원에 이른다. 비대위는 “대법원 판결 직후 밀실에서 가족 세습의 이사장 선임을 자행한 이사회 역시 동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달 24일 비대위는 두 번째 성명서에서 임대보증금 보전 처분에 대한 법인의 대응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21일부터 12월7일까지 학교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 중 임대보증금 예치 현황을 감사했다. 전체 289개 학교법인 중 40개 4년제 대학 학교법인이 교육부의 허가를 받지 않거나 신고하지 않고 임대보증금을 법인운영비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대는 여기에 포함됐다.
 

교육부장관은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라 법인재산에 실질적 감소를 초래한 미예치 임대보증금 임의사용액 393억원을 보전하라고 건대에 지시했다. 건대는 올해 31억5900만원, 내년 83억1600만원, 2019년 89억원, 2020년 92억8200만원, 2021년 96억7600만원 등 5년에 걸쳐 393억원을 보전하겠다는 계획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비대위는 “건대의 보전방안은 가해자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피해자가 자신의 재산으로 그 피해를 보전하는 모순된 방안”이라며 “393억원의 손해는 이사장과 이사들의 위법행위로 인한 결과이므로 피해자인 법인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 반발
“개혁할 것”

또한 “기본적인 규범도 준수하지 않고 설립자의 건학이념이나 설립목적을 훼손하면서 특정인의 사조직으로 전락해 사학비리를 감싸고 있는 이사회를 전면적으로 개혁하겠다”고 천명했다. 김 전 이사장의 퇴장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던 건대 사태는 유 이사장의 취임으로 새로운 변곡점을 맞았다. 10년 넘게 ‘윗분’들의 손에 휘청거리던 건대가 ‘학생들의 학교’로 정상화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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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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