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의 골프 인문학> 500년 전 내려진 골프금지령

“백성들에게 골프를 금한다”

1502년 스코틀랜드의 바닷가에 위치한 세인트 앤드루스 언덕. 모처럼 내리 쬐는 밝은 햇살을 받으며 앤드루는 오래된 흔들의자에 앉아 있었다. 지난 40여년간 그는 골프를 칠 수 없었다. 손때 묻은 나무 골프채만 이따금씩 꺼내서 일곱 살 시절 아버지와 함께 치던 기억을 회상할 뿐이었다. 동네 사람들 역시 반세기 동안 골프를 칠 수 없었다.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제임스 2세왕(1430~1460)  때문이었다. 선친 제임스 1세가 암살당한 뒤 여섯 살의 나이로 왕에 오른 그는 권력을 휘두르며 약한 왕권을 강화하는 데 골몰했다. 귀족이나 국민들의 성원을 얻기엔 아직 역부족인 상황에서 그들이 열중하는 골프라는 놀이조차 왕은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눈 밖에 난 골프

당시의 정세는 잉글랜드와 프랑스 간의 백년 전쟁(1337~1453년)이 끝나고, 잉글랜드 내부에서의 장미전쟁(1455~1485년)에 돌입하던 시기였다. 어수선한 틈 속에서 제임스 2세는 잉글랜드를 침공해 한창 싸움을 벌이고 있던 상황이었다. 전쟁터에서조차 병사들은 궁술 연습보다 골프를 치고 있었다. 국면 전환의 이슈가 필요했던 차에 그는 극단의 조치를 내린다.

이른바 역사상 전무후무했던 영국 의회 기록에 남겨진 ‘전 국민 골프 금지령’이었다. 제임스 2세는 “병사들이 활쏘기 연습과 훈련을 게을리 하면서 퓨트볼(Fute-ball,풋볼)과 고프(Goeff,골프)에만 정신이 쏠려있어, 차후 12세에서 50세에 이르는 전 국민에게 이 두 가지 운동을 금한다”고 공표했다. 수백 년 전쟁의 황폐한 시기에 그나마 유일한 탈출구였던 골프는 그렇게 왕의 한마디로 인해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골프를 금지시킨 지 3년 만에 제임스 2세는 자신이 일으킨 잉글랜드와의 전쟁에서 패한 채 1460년 29세의 나이로 전사한다. 


궁술 연습 뒷전…골프에 빠진 병사들 
골프가 못마땅했던 스코틀랜드 국왕

뒤를 이은 제임스 3세 역시 골프 혐오증이 있었다. 나약한 군주였던 제임스 3세는 1470년 더욱 강력한 골프금지령을 재확인시킨다. 금지령으로 수도원의 주교들과 귀족, 백성들은 숨어서 골프를 치다가 체포되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도 했다. 제임스 3세는 1488년 귀족들의 반란으로 암살당했다. 

무능한 왕들에 의해 스코틀랜드의 국력은 쇠약해져가고만 있었다. 어두웠던 반세기가 지나고 새로운 16세기가 시작된 1502년 어느 날. 스코틀랜드에도 봄은 왔다. 제임스4세는 젊고 유능한 국왕이었다. 스코틀랜드의 영토를 넓히는 한편 잉글랜드와도 전쟁과 협상을 반복하면서 국력을 키우고 있었다. 그는 골프에 남다른 애정을 지니고 있었다. 국력 회복의 명분으로 그 역시 1491년 다시 한 번 골프 금지령을 내렸지만, 언젠가는 이를 해제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그의 통치가 결실을 맺어가던 16세기 초는 중국에서 발명된 화약이 유럽의 전쟁에도 사용되던 시기였다. 골프금지령의 명분은 궁사들이 활도 만들지 않고 활쏘기 훈련을 게을리 하기 때문이었다. 전쟁에 이용되기 시작한 화약은 활의 의존도를 줄였다. 전쟁의 전술이 바뀌면서 궁사들의 역할도 줄어든 것이었다. 

골프금지령의 명분은 약해져 갈 수 밖에 없었다. 금지령이 내려진 지 45년이 흐른 1502년,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4세와 잉글랜드의 헨리 7세는 상호불가침 조약인 ‘글래스고우 협약’을 맺는다. 이 평화 협정과 함께 제임스 4세는 골프금지령을 해제해 버렸다. 국민들에게 자유롭게 골프를 칠 권리를 준 것이었다. 골프금지령을 해제한 제임스 4세가 잉글랜드와 평화협정을 맺을 당시, 헨리 7세 왕의 딸인 엘리자베스와 정략결혼을 했다. 물론 상호불가침 협약에 따른 명분이었지만, 골프를 워낙 좋아 했던 제임스 4세가 전쟁을 그만두고 골프만 치고 싶어서 적국의 딸과 결혼했을 것이라는 말이 백성들 사이에선 공공연히 나돌았다. 

50년간 계속된 골프 암흑
금지령 풀리자 다시 활기 

결혼 뒤 골프에만 매달렸던 제임스 4세는 그러나 10년밖에 골프를 치지 못했다. 잉글랜드의 헨리 7세가 사망하면서 제임스 4세의 매부인 헨리 8세가 즉위하자마자 평화협정이 깨지면서 다시 전쟁이 터진 때문이었다. 처남, 매부 간 전쟁의 와중에 1513년 제임스 4세는 플리튼 전투에서 전사하고 만다.


골프 붐은 제임스 4세의 뒤를 이은 아들 제임스 5세가 즉위했어도 식을 줄 몰랐다. 하지만 제임스 5세 역시 전투에서 30세의 짧은 삶을 마감하면서 유일한 혈육으로 스코틀랜드의 최초 여왕인 메리가 등극한다. 마침내 스코틀랜드는 메리여왕의 치세인 16세기에 황금기를 맞이한다. 

메리는 골프를 프랑스와 유럽까지 전파한 주인공이다. 그녀의 뒤를 이은 아들 제임스 6세의 즉위로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양국은 마침내 통일이 된다. 제임 스 6세의 외가쪽 고모할머니였던 잉글랜드의 엘리자베스 1세가 후손이 없어 유일한 정통 왕가의 자손은 제임스 6세만 남았기 때문이었다. 

약해진 명분

스코틀랜드의 유일한 적통까지 겸한 그는 최초로 양쪽 나라를 통치하는 통합 국왕인 제임스 1세가 된다. 이 시기부터 영국은 그야말로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으로 불리면서, 더불어 골프도 영국과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 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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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