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나홀로 대박’ 오너들 -양규모 KPX그룹 회장

멈출 줄 모르는 돈잔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대주주 오너 일가에 회사 차원서 고배당을 일삼는 ‘반칙’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고배당 논란이 재연됐다. 변칙적으로 자행되는 ‘오너 곳간 채우기’는 좀처럼 멈춰지지 않고 있다. 어디서부터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기획으로 고배당 논란에 휘말린 오너 일가를 짚어봤다.
 

KPX그룹은 지주사인 KPX홀딩스를 주축으로 27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중견 화학그룹사다. 모태는 1985년 해체된 국제그룹이다. 창업자인 양규모 회장은 국제그룹 계열사였던 진양화학을 발판 삼아 현재의 KPX그룹을 일궈냈다. 

앉은 자리서…

폴리우레탄과 계면활성제, 원료의약품 등 특화 화학제품을 생산하면서 매년 알토란 같은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KPX홀딩스 연결 기준으로 총매출은 9376억원, 영업이익은 558억원을 기록했다. 

안정적인 실적으로 바탕으로 KPX그룹 계열사들은 적극적인 배당정책을 이어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PX홀딩스, KPX케미칼, KPX그린케미칼, 진양홀딩스 등 상장 계열사와 진양AMC, 진양개발, KPX개발 등 비상장 계열사는 지난해 약 300억원을 배당금으로 지출했다. 

KPX케미칼이 96억8000만원으로 배당금총액이 가장 컸고 KPX홀딩스(85억8000만원), 진양홀딩스(76억7100만원), KPX그린케미칼(32억원), KPX개발(9억원), 진양AMC(6억원), 진양개발(3억7800만원) 순이었다. 


KPX그룹 계열사들의 지난해 배당서 눈에 띄는 특징은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총액의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KPX그린케미칼과 KPX개발의 배당성향은 각각 111.3%, 101.1%에 달했다.
 

당기순이익을 초과하는 배당금을 지급한 셈이다. 진양개발(2.1%)만 한자릿수 배당성향을 기록했을 뿐, 진양AMC(69.6%), 진양홀딩스(45.5%), KPX홀딩스(29.0%), KPX케미칼(28.4%) 등 배당을 실시한 다수 계열사가 고배당성향을 나타냈다. 

지난해 코스피 전체 상장사들의 평균 배당성향은 25.1%다.

핵심 계열사 줄줄이 고배당 동참
배보다 배꼽이 큰 주주 친화정책

핵심 계열사들이 적극적인 배당정책을 취한 결과 오너 일가는 쏠쏠한 배당금을 챙길 수 있었다.

KPX홀딩스(19.64%, 82만9884주), KPX케미칼(2.09%, 10만1236주), 진양개발(1.27%, 10만1816주) 주식을 보유한 양규모 회장의 배당금 수령액 총합은 약 19억5000만원이다. 양규모 회장의 부인인 변순자씨는 KPX홀딩스(0.75%, 31만734주), 진양홀딩스(2.79% 155만8889주) 지분을 통해 약 2억8000만원을 배당금으로 받았다.

오너2세인 장남 양준영 KPX홀딩스 부회장, 차남 양준화 KPX그린케미칼 사장, 셋째 양수연 진양개발 대표는 KPX그룹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KPX홀딩스(7.61%, 32만1569주)와 KPX케미칼(0.08%, 5만6656주) 주식을 보유한 양준영 부회장은 약 6억8000만원을 수령했다. 

양준화 사장은 KPX홀딩스(6.40%, 27만367주)와 KPX그린케미칼(5.29%, 105만7026주) 주식을 통해 약 7억3000만원의 배당금을 손에 넣었다. 

양수연 대표는 KPX홀딩스(0.04%, 1846주), 진양개발(5.54%, 44만2086주), 진양홀딩스(0.32%, 17만7686주), KPX케미칼(0.02%, 933주)서 약 5000만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이 같은 지분율을 바탕으로 오너 2세 체제 구축을 위한 준비작업이 원할히 진행되고 있다. 양준영 부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KPX홀딩스 지분을 늘리면서 ‘KPX홀딩스-KPX케미칼’ 지배력을 높여 나가고 있다. 

양준화 사장은 개인의 지분과 개인회사 지분을 통해 KPX그린케미칼 지분을 35% 이상 확보하면서 최대주주와 대표이사 자리를 꿰찼다. 셋째인 양수연 대표는 골프장 운영 계열사 진양개발의 실질적 소유주다.
 

약관의 나이에 불과한 오너 3세들도 배당의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 1999년생인 양규모 회장의 손자 양재웅군은 초등학교 3학년이던 2008년부터 KPX홀딩스 지분을 꾸준히 늘리더니 어느새 2.11%(8만9314주)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진양홀딩스 지분도 0.01%(5630주) 지니고 있다. 양재웅군의 보유 주식은 지난해 약 2억원의 배당금으로 되돌아왔다.  

더하면 더했지…

올해 KPX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총 배당금 규모는 지난해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배당을 하지 않았던 KPX생명과학은 중간배당으로 20억1000만원을 내놨고 KPX그린케미칼(60억원)은 지난해(10억원)보다 중간배당금을 6배 높게 책정했다. KPX홀딩스(24억5153만원), 진양홀딩스(21억9200만원), KPX케미칼(23억7800만원) 등은 예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중간배당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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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