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변 ‘노부부 사망’ 미스터리

사이비 교주 따라갔다 실종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이단종교에 빠진 딸이 교주와 짜고 노부모를 북한강변 다리 밑에 버리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아버지는 익사체로 발견됐고 어머니는 행방불명 상태다. 경찰은 종교적인 문제가 엮여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하지만 사건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어머니는 아직 실종 상태고 함께 숙식하던 종교단체 회원들도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 수사는 답보상태. 노부부 미스터리는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3시쯤 경기도 가평군 북한강의 한 다리 밑. 한 노인의 시신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마을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숨진 노인의 신원 파악에 나섰다. 신원 파악 작업을 벌인 경찰은 익사자가 경기도 가평군에 사는 이모(83)씨인 것으로 확인했다.

딸이 키맨

경찰은 이씨의 사망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그의 몸에선 별다른 외상은 발견되진 않았고 사인은 익사(물에 빠져 사망)로 판정됐다. 

경찰은 이씨가 뜻밖의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시신을 인도하기 위해 이씨의 가족을 수소문했다. 그리고 지난 15일 딸 이모(43)씨를 찾아 연락했다. 집은 시신이 발견된 지점서 약 20㎞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었다. 

이씨는 “아버지가 맞다”며 “아버지와 어머니가 손을 잡고 같이 놀러 나간 걸로 알고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부모가 집을 나가 연락이 두절된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이씨는 실종신고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아버지의 사망 소식에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연락이 닿지 않는 이씨의 아내 전모(77)씨를 찾기 위해 수사팀을 꾸렸다. 그리고 은밀하게 딸 이씨를 조사했다. 이후 깜짝 놀랄만한 사실이 포착됐다. 경찰이 이씨의 집 주변에 설치된 CCTV 조사 결과 부모가 함께 집을 나갔다던 딸 이씨의 진술과 다르게 아버지와 어머니가 따로 외출하는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CCTV에는 딸과 다른 사람이 탄 봉고 차량에 부부가 태워지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딸 이씨의 거짓말을 확인한 경찰은 봉고차량에 탄 인물을 추적했다. 차 속에는 이씨와 친분이 있는 임모(63·여)씨가 있었다. 
 

경기 가평경찰서는 지난 19일 존속유기 혐의로 딸 이씨를, 유기 혐의로 임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각각 신청했다. 

딸 이씨는 경찰에서 “아버지는 ‘경치 좋고 공기 좋은, 조용한 곳에 내려달라’고 했고 어머니는 ‘아버지와 같은 곳에 내려달라’고 해서 차에 태워 북한강에 내려준 것”이라고 진술했다. 

반면 임씨는 “평소 이씨 부부가 ‘천국에 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며 “이씨가 ‘도와달라’고 요청해 이씨 부부를 차에 태웠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기 좋은 곳 내려달라 했다” 주장  
종교 연관성 조사…없어진 아내는?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미국서 30년간 살다 3년 전쯤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후 2016년 10월부터 가평군의 한 집에서 살아왔다. 미혼인 딸 이씨는 국내서 영어강사로 활동했으나 “학원 일이 힘들다”며 한 달 전 그만 뒀다고 한다. 

경찰은 “딸 이씨는 임씨가 이끄는 종교단체의 신도로 보인다”고 전했다. 

임씨는 과거 기독교 종파의 목사로 활동했으나 수년 전 ‘거룩한 무리’라는 이름의 교회를 만들었다. 일부 교인을 모아 숙식형 종교집단의 수장 행세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씨는 ‘편안한 삶’을 위해 종교를 창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교단이 있거나 교회 건물이 있는 것은 아니고 마음이 맞는 이들이 모여서 차를 마시면서 대화하고 기도하는 종교”라고 설명했다. 신도들도 임씨를 교주가 아닌 ‘선생님’으로 불렀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씨의 집은 방이 4개 있는 214.5㎡(65평) 규모다. 이씨 부부와 딸 이씨 말고도 다른 가족 3명도 살고 있었다. 경찰은 이들도 임씨가 이끌고 있는 종교단체의 신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경찰의 수사에 “잘 모른다”며 일절 진술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임씨는 딸 이씨와 이들을 만나기 위해 이씨의 집을 자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가 임씨의 종교를 따르면서 종교적 문제 등으로 부모와 다퉜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다. 또 현재 실종된 전씨를 찾기 위해 북한강변 일대를 수색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부부가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지 않아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거룩한 무리?

경찰 관계자는 “딸 이씨와 임씨가 이후 ‘모른다’며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데다 주변 인물들도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임씨가 이끄는 단체가 이씨의 사망과 전씨의 실종 등과 연관이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분당보건소 부지 올스톱 비스토리

[단독] 분당보건소 부지 올스톱 비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펜스로 둘러쳐진 땅에는 드문드문 잡초만 나 있었다. 입구 쪽의 주차 차단기도 작동하지 않았다. 사거리 주변서 이 땅만 ‘이가 빠진 듯’ 공터 상태다. 누가 봐도 ‘목이 좋다’는 말이 나올 법한 위치지만 오늘도 텅 비어있다. “원래 보건소가 들어오기로 했어요. 그전에는 정자1동 행정복지센터(임시 청사)가 있었고요. 노인분들이 휠체어 타고 다니면서 편의시설을 이용하고 그랬어요.” 한 성남시민이 텅 빈 부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건널목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는 대기업 사옥, 오른편으로는 상가, 뒤편으로는 아파트가 자리한 이른바 ‘노른자위 땅’이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지도를 확인한 뒤 “완전 정자동 메인이네. 부르는 게 값일 것”이라고 했다. 앞 뒤 양 옆 꽉꽉 찼는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63번지 일원 2832㎡(약 854평) 규모의 땅. 원래 성남시 소유의 땅이었다가 용도변경을 거쳐 기업에 매각됐다. 성남시가 ‘기업 유치’를 목적으로 부지의 매각 절차를 본격적으로 밟기 시작한 시기는 2015년이다. 2020년 성남시 판교에 있는 한 기업이 4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 문제는 그걸로 끝이었다는 점이다. 올해 6월에 이르도록 건물 건립을 위한 삽 한 번 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0~2022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공사가 어려웠을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그 이후에도 해당 부지는 여전히 공터로 남아있다. 한 성남시민에 따르면 주차장으로 사용된 적이 있을 뿐 공사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당초 성남시는 정자동 163번지에 보건소를 세우려 했다. 그러다 2015년 11월16일 성남도시관리계획에 의거해 공공청사 부지서 중심상업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했다. 성남시는 고용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 토지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우수 기업을 유치하려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실제 2016년 1월21일 열린 성남시의회 제216회 경제환경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한 시의원이 “정자동에 있는 공공청사 부지를 매각해서 업무 단지로 사용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지”라고 질문하자 성남시 회계과장은 “고용도 창출하고 시 재정의 효율성도 증대시키고, 실제로 보면 기업체가 유치됨으로써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성남시의회는 2016년 1월과 3월, 5월에 ‘정자동 163번지 기업 유치를 위한 매각’ 안건을 두고 질의와 토론을 진행했다. 두 번의 부결 끝에 2016년 5월24일 안건이 가결됐다. 당시 경제환경위원회 위원장은 “매각 대금이 지역주민들께 일정 부분 투입될 수 있도록 신경 써주길 바란다”고 말한 뒤 안건 가결을 선포했다. ‘부르는 게 값’ 노른자위 땅 보건소 부지였다가 용도변경 성남시는 2017년 5월23일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부지의 매각을 공식화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성남시는 첨단산업육성위원회를 열어 해당 부지에 기업 유치를 위한 공모 지침과 평가 기준을 확정한 뒤 ‘우선 협상 대상자 선정 모집 공고’를 냈다. 해당 부지의 공시지가는 211억원(㎡당 745만원), 감정평가액은 376억원(㎡당 1329만원)이라고 밝혔다. 당시 해당 부지에는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들어선 상태였고 정자1동 행정복지센터(임시청사)는 그해 9월 분당정자 청소년 수련관으로 옮긴다고 했다. 성남시는 부지 매입 자격을 ▲제조업의 연구시설 ▲벤처기업 집적 시설 ▲문화산업 진흥시설 등으로 제한했다. 지식산업, 전략산업, 벤처기업을 유치해 지역발전을 꾀하겠다는 취지다. 성남시는 “성남하이테크밸리, 판교테크노밸리, 분당벤처밸리 등 3대 산업집적지와 한 축을 이뤄 도시 균형발전과 첨단사업 고도화에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고 말했다. 부지 매각과 관련해 우선 협상자를 선정하기 위한 접수는 그해 7월17일부터 21일까지 닷새 동안 이뤄졌다. 성남시는 공급 신청서, 기업 현황, 사업 계획, 입찰 계획 등을 작성해 성남시 창조산업과에 직접 방문해 제출하라고 고지했다. 8월 중에 개발 방향 이해도, 사업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최고 득점 기업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뒤 협상을 거쳐 매매계약을 체결한 계획이라고 전했다. 시의회서도 지역 기여 강조 성남시는 ▲기업 현황(정량 300점) ▲사업 계획(정성 500점) ▲토지 가격(200점) 등 총 1000점 만점으로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현황의 경우 규모와 재무 상태로 구분해 각각 70점, 230점을 배점했다. 사업 계획은 사업 평가(200점), 건축 운영(150점), 지역 기여(150점) 등 세 분야로 나눴다. 2018년 4월 성남시는 드림시큐리티가 제안한 소프트웨어 진흥시설 설치 사업 계획이 시 첨단산업 육성위원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드림시큐리티는 핀테크 서비스와 FIDO 기반의 생체인증 기술, 블록체인 기반의 인증과 암호를 개발하는 연구·개발 중심의 IT 벤처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성남시와 드림시큐리티 간의 계약은 체결되지 않았다. 성남시 관계자에 따르면, 드림시큐리티 측에서 매입을 철회했다. 이후 재차 공모 절차를 거쳐 ㈜마이다스아이티가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 회사 소개서에 따르면, 마이다스아이티는 공학기술용 소프트웨어 개발 및 보급 및 구조 분야 엔지니어링 서비스와 웹 비즈니스 통합 설루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마이다스아이티는 2020년 2월14일 424억원에 해당 부지를 샀다. 당시 성남시가 내놓은 보도자료에 따르면, 마이다스아이티는 1114억원을 들여 연면적 3만963㎡, 지상 15층, 지하 5층 규모의 벤처기업 집적 시설을 건립한다고 밝혔다. 4개 이상의 벤처기업이 입주하고 판교제1테크노밸리에 있던 마이다스아이티 직원 600명이 모두 옮겨온다고도 덧붙였다. 삽 한 번 안 떠 시민 의문 제기 그러면서 “마이다스아이티는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창업보육 지원, 커뮤니티 공간 조성, 청소년 자인씨앗학교를 운영하고 주말에 주차장(240면)을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일자리 매칭·치매 예방·스마트 제조혁신 등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관련 기관에 무상 지원하고 지역 주민 고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고 했다. 성남시가 우선 협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서 150점을 배점한 ‘지역 기여’ 관련 부분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는 공사 완공 시점으로 2023년을 언급하면서 조감도도 공개했다. 당시 성남시 관계자는 “정자동 163번지 부지는 분당벤처밸리 내 벤처기업 육성촉진지구고 인근엔 네이버, 넥슨, 엔씨소프트 등 첨단지식산업 업체가 대거 포진해 벤처기업 집적 시설이 들어서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며 “아시아실리콘밸리 조성의 한 축이 돼 자족 기능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지 매각 이후 5년이 지났다. 매각 전인 2019년 12월부터 주민 자율 주차장(90면)으로 사용되던 것도 이제는 운영되지 않고 있다. 마이다스아이티가 세운 ‘개발 부지 안내문’이 세워져 있을 뿐이었다. 안내문에는 ‘본 지역은 아래와 같은 방향으로 개발될 예정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연구/업무 공간 ▲자연주의 인본 경영 공간 ▲시민 행복 공간 등이라고 쓰여 있다. 한 성남시민은 “주민 편의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다가 기업에 매각된 이후 계속 비어있다. 성남시가 부지를 매각하겠다고 밝힌 시기로 따지면 8년, 마이다스아이티가 땅을 산 시기로 보면 5년째 땅을 놀리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성남시에서 어떤 제재를 가하는 것도 아니다. 기업의 사정은 둘째치고 성남시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 판교 벤처기업 매입 “구체적인 내용 안내 어렵다” 성남시의회가 2020년 10월16일 진행한 경제환경위원회 제4차 회의서 정자동 163번지 관련 문제가 언급됐다. 매각 이후 8개월이 흐른 시점이다. 당시 한 시의원은 “빨리빨리 언제까지 안 되면 계약위반으로 통보해야 한다. 확인해야 한다”며 “계약위반이 될 수 있는 사항은 꼼꼼히 따져서 빨리빨리 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성남시 아시아실리콘밸리 담당관이 “지금 그곳은 설계 단계다. 주차장 사용 문제는 확인해서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시의원은 “우리가 정해진 규칙대로 (첨단산업)육성위원회에서 심의했던 내용대로 계약위반이 아닌지 우리가 따져야 하는 거고…(중략)…우리한테 제출한 계획대로 이행을 안 했을 경우 계약위반으로 취소할 수도 있다고 얘기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회의 이후 성남시의회서 정자동 163번지 관련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성남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설계 변경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협약서에 공사 시점에 대한 부분이 있긴 하다. 다만 그 부분에 단서 조항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마이다스아이티서 단서 조항을 통해 공사 기간을 연장해 온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올해 상반기 중에 착공하는 것으로 얘기가 나왔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부연했다. 공사 지연에 대한 성남시 대응을 묻자 “더 이상 저희도 같은 사유로는 연장을 안 해주려는 상태”라면서도 “성남시 차원서 마이다스아이티 측에 법적으로 공사를 재촉하거나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사항이 명확하진 않다”고 설명했다. 시 직무유기? 제재 못한다 마이다스아이티 관계자는 “(해당 부지에)사옥을 지을 예정”이라며 “사옥을 처음 세우는 것이다 보니 잘 짓기 위해 설계를 변경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남시 보도자료에 언급된 부분(지역 기여 관련)이 설계에 포함돼있는지는 답하지 않았다. 홍보팀 관계자는 <일요시사>의 추가 질문에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안내가 어려운 점 양해를 부탁한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