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60)기습공격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1.29 09:28:29
  • 호수 11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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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성 전투…과연 승자는?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계략이 명백했다.

그러나 공을 세우고자 하는 욕심에 빠진 고연수와 고혜진은 그를 살필 겨를도 없이 그저 적들의 뒤를 맹렬한 속도로 추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순간 당나라 본진의 웅장한 규모를 살피고는 공격을 멈추고 그곳에 새롭게 진을 쳤다.

당나라의 전략, 안시성과 멀리 떨어트려 놓은 다음 격파하리라는 속셈을 간파한 고정의가 급히 달려가 철수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이미 자만에 빠져버린 두 사람의 승전 욕심을 돌릴 수 없었다. 


그를 한탄하며 고정의는 안시성으로 돌아갔고 그날 저녁 당태종은 진귀한 음식과 술을 고연수에게 보냈다.

명백한 계략

‘짐은 연개소문이란 작자가 너희 나라 임금을 죽였으므로 죄를 묻기 위하여 왔는데, 교전하기까지에 이른 일은 나의 본심이 아니다. 너희 국경에 들어오니 꼴과 양식이 부족하여서 몇 개의 성을 빼앗았다. 너희 나라가 신하의 예를 갖추면 우리가 취한 것을 반드시 돌려주도록 하겠다.’ 

사자로부터 음식과 함께 당태종의 말을 전해들은 고연수와 고혜진은 한층 더 우쭐해졌고, 계략인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세력이 강성한 탓으로 돌리며 경계를 소홀히 했다.

결국 그날 밤 당의 대대적인 기습공격으로 고구려의 진은 처절하게 함락되고 두 사람은 포로가 되었다. 

고연수와 고혜진의 부대를 함락시킨 당나라는 일시적으로 고민에 빠져들었다.

눈앞에 있는 안시성을 점령하고 진군할지 혹은 안시성을 그냥 지나쳐서 남쪽에 위치한, 장검이 지원군을 기다리고 있는 건안성을 칠 것인지에 대한 갈등이었다.


세작을 통해 안시성의 상황을 보고받은 당태종은 전자의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이세적의 생각은 후자였다. 

‘건안성은 남쪽에 있고 안시성은 북쪽에 있으며, 우리 군량은 모두 요동에 있는데 지금 안시성을 지나쳐 건안성을 쳤다가, 만약 고구려군이 군량 길을 끊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먼저 안시성을 공격하여 안시성이 떨어지면, 기세를 몰아 건안성을 빼앗는 것이 이롭겠습니다.’ 

결국 당태종은 자신의 생각을 접고 이세적의 계책을 따르기로 했다.

그에 따라 이세적을 앞세워 안시성을 공격할 즈음 연개소문이 병사를 이끌고 안시성으로 길을 떠났다.

혹시 모를 세작들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 소단위 별로 병력을 구성하여 안시성으로 떠나게 하고 자신은 흡사 유람을 떠나듯 극소수의 인원과 함께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이동했다.

그 시각 당 군은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안시성을 함락시키고자 하였다.

그러나 양만춘의 지휘 하에 성내 사람들의 단결로 번번이 실패했다.

그로 인해 이세민이 직접 수하 장수들을 독려하여 앞장서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략과 용력을 겸비한 양만춘이 이끄는 안시성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고 당을 상대로 마치 변죽을 올리듯 압박했다.

늦은 밤 기습공격을 감행하며 당나라 군사들의 심신을 피곤하게 만들어 나가는 일을 병행했다.

날은 점점 추워지고 군량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상태에서 지루한 소모전으로 인해 당태종의 조바심이 극에 달한 시점에 연개소문이 안시성 가까이 도착했다. 


안시성 가까이 도착하자 이미 도착한 선도해를 비롯한 정예 병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진지를 구축하고 연개소문을 맞이했다.     

“선 책사, 어떻소?”

“대감의 계책대로 일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게 어찌 내 계책이오, 책사의 계책이지요.”

“설령 제가 계책을 냈더라도 그를 받아들인 건 대감이시니 결국 대감의 계책입니다.”

연개소문이 빙그레 미소 지으며 늘어선 수하 장수들의 손을 일일이 잡고 격려했다.


“고연수와 고혜진은?”

당, 10만 대군 이끌고 남하   
승부수 띄운 양만춘 장군

“당태종에게 포로가 되어 적진에 감금되어 있고 나머지 병사들은 모두 안시성에 합류해 있는 상태입니다.”

“결국.”

말을 하다 말고 연개소문이 혀를 찼다.

“안시성은?”

“양만춘 장군의 수성에 조금도 빈틈없고 오히려 이세민이 조급해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 연유로 최후의 일격을 가하고자 하는 듯 보입니다.”

“최후의 일격이라면?”

“저 방향에 들어서는 언덕을 보시지요?”

선도해가 가리키는 곳, 안시성과 멀지 않은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흡사 야산 비슷한 언덕이 보였다.

“저건 뭐요?”

“안시성을 위에서 공격하기 위해 성 가까이에 산을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뭐라, 산이라!”

“도저히 방법이 없다 판단하고 이제는 최후의 방법으로 성보다 높은 산을 만들어 그곳에서 안시성을 공략하려는 게지요.”

연개소문이 유심히 그 곳을 바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를 바라보는 선도해 역시 미소 지었다.

“여기서 끝장내야겠구려.”

말을 마친 연개소문이 즉각 두 명의 병사에게 명을 내렸다. 

한 병사는 안시성으로 들어가 고정의를 불러오라 했고 다른 병사에게는 당나라 병사로 위장하여 언덕, 아니 마치 산을 방불케하는 토산의 작업조에 침투하여 적의 실정을 파악하라 지시했다.

일단의 지시를 내리고 나머지 병사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며 주변을 살피는 중에 안시성에 머물러 있던 고정의가 왔다.

고정의에게 작금의 상황을 보고 받고는 모종의 주문을 주어 다시 안시성으로 돌려보냈다.

다음날 저녁 무렵 안시성에서 병사들이 사다리를 타고 성벽을 내려가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그 모습을 주시하던 연개소문이 즉각 당나라 군사로 위장시킨 병사들을 포함 일부의 병사들을 거느리고 우회하여 조심스럽게 토산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연개소문의 병력이 토산에 도착할 무렵 그 아래서 당나라 군사들과 안시성에서 나온 고구려 군사들 간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되었다. 

당나라 군사들이 모든 신경을 그곳에 집중하는 순간 당나라 군사로 위장한 병사들에게 토산으로 오를 것을 지시하고 곧바로 당나라 군사들을 치기 시작했다.

갑자기 뒤에서 출현한 고구려 군사들의 함성에 당나라 군사들이 일시에 혼비백산에 빠졌다.

그를 틈타 연개소문의 군사들이 무를 베듯이 쓸어나갔다. 

안시성에서 나온 군사들 역시 앞으로 압박하자 당나라 군사들은 퇴로를 잃어버리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기에 이르렀다.

어렵지 않게 토산을 점거한 연개소문이 신속하게 그곳에 진지를 구축했다. 

힘들여 쌓은 토산을 한순간에 빼앗긴 당나라의 이세민은 허탈한 심정으로 날을 보내고 아침 일찍 먼발치서 빼앗긴 토산과 안시성을 주시했다.

그 모습을 주시하던 연개소문이 한 병사에게 삼족오가 그려진 깃발을 들게 하여 당나라 군사들이 주둔하고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삼족오 깃발

다가오는 삼족오 깃발을 주시하던 당태종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저 역시 수하 장수들에게 깃발을 들리고 앞으로 나섰다.

“당나라의 쥐새끼인가, 나 고구려 막리지 연개소문이다!”

이세민이 연개소문의 우렁찬 소리에 곁에 서 있는 수하, 통역에게 고개를 돌렸다. 

연개소문의 이야기가 무슨 의미인지 말하라는 투였다.

 그러나 시선을 받은 사람이 얼굴을 붉히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있었다. 

“쥐새끼란 의미를 모르는 게냐!”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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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