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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이색 청원’ 들여다보니…조두순 여론재판 시작됐다
  • 신승훈 기자
  • 승인 2017.11.13 14:50
  • 호수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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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정부는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 하에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청원을 받고 있다.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의 국민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선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공식적인 답변을 하도록 돼있다. ‘소년법 폐지’부터 시작해 ‘조두순 재심’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의 관심은 뜨겁다. <일요시사>는 국민들의 관심이 쏟아지는 청와대 청원들을 살펴봤다. 
 

▲낙태죄 폐지 주장하는 시민들

지금까지 청와대가 청원을 통해 공식적으로 답변에 나선 경우는 한 번이다. 만 14세 미만은 형사처분을 받지 않게 돼있는 현행 소년법을 개정해달라고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청원이었다. 해당 청원은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과 같은 청소년 강력 범죄가 잇따르면서 청소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청원 봇물

현재까지 총 39만명 이상이 청와대 청원에 동참했다. 20만명 이상이면 청와대가 공식 답변을 내놓기로 함에 따라 청와대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조국 민정수석이 답변에 나선 바 있다.

조 수석은 '친절한 청와대-소년법 개정 청원 대담'이라는 동영상에 출연해 “많은 시민들 입장에선 만 14세 미만이라도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다면 감옥에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노하시는 것”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만 14세 기준이 국제적으로 크게 잘못되지 않았다”며 “범죄 예방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조 수석을 통해 청원인들의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공식적 답변을 통해 문제 해결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현재 청와대는 두 번째 공식적 답변을 준비 중이다.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에 관한 청원이다. 해당 청원은 지난 9월30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한 달 동안 총 23만5372명이 참여했다.

청원인의 청원 내용을 살펴보면 “현행법은 ‘여성’에게만 죄를 묻고 처벌을 하고 있다”며 “임신이 여자 혼자서 되는 일은 아니다. 더 이상 여성에게만 독박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세계 119개국서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을 합법으로 하고 있는 점을 들어 미프진 합법화를 요구했다. 이에 청와대는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한 답변 시기와 방식 등을 논의 중인 상태다.

현행법에 따르면 임신한 여성이 약물을 이용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낙태를 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낙태 시술을 한 의료인 역시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해 “참여인이 20만명을 넘었다는 보고가 있었고, 20만명을 넘으면 응대하기로 돼있는 만큼 당연히 답변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 청원 홈페이지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이어 “정부가 답을 할지 청와대가 답할지는 논의해봐야 한다”며 “대통령령이나 청와대 지침에 따라 진행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라 법률문제고, 헌법재판소서 4대4 동수로 합헌 결정이 난 사안인 만큼 답변 준비도 잘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이슈는 ‘조두순 출소반대’ 청원이다. 

지난 9월16일 등록된 해당 청원은 오는 12월5일까지 청원이 이어진다. ‘제발 조두순 재심 다시해서 무기징역으로 해야 됩니다!!!’라는 한 줄짜리 내용으로 올라온 해당 청원은 총 41만8541명이 동의했다(지난 10일 기준). 12월5일 마감 여부에 상관없이 정부 및 청와대는 답변을 준비해야만 한다.

조두순은 2008년 8세 여야를 성폭행해 이듬해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당시 국민 법 감정은 조씨의 잔혹한 여아 성폭행 범죄 내용에 비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요청했다. 

촛불집회도 열렸는데 그 이유는 검찰이 조씨에 대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고 등에 관한 법률’이 아닌, 일반 형법상의 ‘강간상해·치상’을 적용해 기소했기 때문이다. 

정부 ‘국민 청원’ 오픈…폭발적 반응
20만 넘으면 공식답변 ‘첫 케이스는?’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의 연령과 범행 잔혹성에 근거해 무기징역을 선택하고도, 범인의 나이가 고령이란 점과 알콜중독으로 인한 심신미약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해 형을 감경했고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10여년이 흐른 현재 조씨는 3년 뒤 출소를 앞두고 있다. 그렇다면 조씨에 대한 재심은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재심을 통해 조씨의 형량이 늘어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형이 확정된 뒤 재심은 ‘피고인이 불리한 재판을 받았을 때’ ‘새로운 범죄가 드러났을 때’ ‘새로운 증거가 나왔을 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대학의 법학과 교수는 “현행법상 그에 대한 재심은 불가능하다. 피해자에 대한 신변 보호 강화, 출감 후 조씨 거주지 제한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씨를 재심법정에 세우지는 못하더라도 조씨에 대한 ‘보안처분’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형사처벌은 과거 범죄에 대해 벌을 내리는 것이지만 보안처분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막기 위해 내려지는 행정적 재제”라며 전자발찌 부착, 신상공개, 화학적 거세 등을 보안 처분의 예로 언급했다. 

이어 “출소 전에 이뤄져야 한다. (‘조두순 법’ 입법을 위해)면밀한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청와대 청원 홈페이지에는 이색 청원들이 올라와 있다. 베스트 청원 목록에 따르면 조두순 출소반대 청원에 이어 두 번째에 위치한 청원은 ‘동반자 등록법’ 촉구 청원이다.

해당 청원은 가족증명서로 대표되는 직계 가족체계의 허점을 지적하며 국가가 본인의 보호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 10일 기준으로 총 4만1474명이 동의한 상황이다. 

세 번째 베스트 청원은 ‘주취감형 폐지’ 청원이다. 우리나라는 주취상태서 범죄를 저지를 경우 심신미약이란 이유로 감형을 받게 된다. 

청원자는 폐지 이유로 ▲범행 시 음주상태 입증 어려움 ▲형법 무시 가능성 증가 ▲선진국 법 사례 등을 들었다. 그는 “똑같은 범행을 술을 먹고 저질렀다고 해서 봐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이러한 법의 구멍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총 3만4370명이 해당 청원에 동의를 했다. 청원 동의자 중 한 명은 “‘음주했는데요’이 한마디에 형량이 줄고 무죄가 입증되면 오히려 범죄자가 더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겠느냐”며 “그에 비해 피해자분들은 억울하고 더 두려울 것 같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이밖에 ‘여자 집값 70% 지원정책 폐지’ ‘자유한국당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 ‘여성이 결혼 후 불러야 하는 호칭 개선’ ‘불법 만화 공유 사이트 ’마루마루‘ 폐쇄’ ‘동성간 혼인 합법화’ ‘일간베스트 폐지’ ‘제사 폐지’ 등 청원이 뒤를 이었다. 

청와대 청원은 국민 간 소통의 장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순기능’이 크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반면, 현실과 동떨어진 청원글이 다수 게재돼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소통의 장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민청원 게시판처럼 시민들이 정부와 활발히 소통하는 ‘오픈 시스템’은 정책 오차를 줄이고 국민의 만족도를 높인다”며 개설 취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임 교수는 “국민청원 게시판은 청원에 찬성해야 댓글을 달 수 있는 일방적 시스템이라 무분별한 청원들을 걸러내지 못한다”며 “국민들이 게시판에서 토론을 통해 ‘팩트체크’를 할 수 있는 양방향적 시스템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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