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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삼국비사 (58) 전투계백과 유신의 첫 조우
  • 황천우 작가
  • 승인 2017.11.13 10:54
  • 호수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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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당나라가 고구려 침공에 대한 세세한 계획을 세우며 신라에 병력을 출정시켜 고구려와의 경계 지역을 공략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그에 따라 선덕여왕은 신라군으로 하여금 서북쪽 국경에 위치해 있던 고구려의 수구성(水口城,)으로 군사를 이동시켰다.

우여곡절

주력군이 당나라와의 전쟁 준비로 바삐 움직이고 있는 중에 기습공격을 감행하자 고구려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연개소문의 입장은 그렇지 않았다.

고구려와 신라, 물론 백제도 그렇지만 세 국가 사이에 영토 문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한 민족이니만큼 잠시 우여곡절이 있을 수 있으나 언제인가는 하나로 통합되고 그런 차원에서 이민족인 당나라와 전쟁을 불사하고 있는 입장이라 그다지 크게 개의치 않고 당과의 일전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한편 소식을 접한 의자왕이 성충으로 하여금 군사들을 거느리게 하여 지난 전투의 복수를 위해 대야성 위쪽에 위치한 신라의 영토로 진군시켰다. 

그곳에서 성충은 힘들이지 않고 일곱 개의 성을 취하고 다시 신라의 주요 거점인 매포리성(경남 거창)을 취하기 위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진군을 서두르던 성충이 매포리성이 멀리 바라보이는 지점에서 멈추었다.

“왜 멈추시는지요. 그냥 기세를 몰아 쓸어버리지요.” 

다시 중앙군으로 돌아와 성충의 부장으로 출전한 계백이 다가섰다. 

“저기 저 깃발을 보게나.”

계백이 매포리 성에서 펄럭이는 깃발을 바라보았다. 

‘上將軍 金庾信(상장군 김유신)’이란 글자가 희미하게 들어왔다.

“김유신이라면 지금쯤 고구려를 공격하고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정석대로라면 당연히 그리하고 있어야지. 그러나 우리 백제가 틈을 이용하여 침범하였는데 고구려에 매달려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계백이 말을 받으며 미간을 찡그렸다.

“이곳에서 잠시 적의 동태를 살피며 진군하도록 하세나.”

가타부타 대답도 없이 매포리성을 바라보던 계백이 성충에게 고개를 돌렸다.

“소장에게 청이 있습니다.”

“말해 보게.”

“여기서 적의 동태를 살필 일이 아니라 소장이 직접 적진으로 나아가 가까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성충이 계백과 매포리성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아니네. 자네를 보낼 게 아니라 내 직접 가보겠네.”

“하오면 제가 장군기를 들고 곁에 서겠습니다.”

“그래주겠는가.”

성충이 수하들에게 진지를 구축하라 지시하고 계백만 대동하고 말에 박차를 가했다. 

성 위 망루에 있던 신라군들이 경계의 눈초리로 둘이 다가오는 모습을 주시했다.

“백제의 성충 대장군께서 신라의 김유신 장군을 만나고자 오셨다. 김유신 상장군은 나서시오.”

계백의 힘 찬 소리가 이어지자 잠시 후 김유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신라의 김유신이오만 그대가 성충 장군이오?”

“그렇소, 내가 백제의 성충이오.”

성충이 맞는지 확인이라도 하듯 김유신이 뚫어져라 살펴보았다.

“그런데 무슨 일로 이곳까지 납시었소?”

“귀국에서 탈취한 우리 성을 찾고자 출정하였소.”

“우리 성이라.”

“당연히 우리 성이오.”

“그렇다면 장군은 대야성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지금 장군이 대야성을 거론하는 거요?”

“아니라고 할 수 없는 노릇 아닙니까?”

성충이 가만히 고개를 돌려 백제 진영을 바라보았다.

진지를 구축하는 병사들의 빠른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백제 성충, 신라 매포리성 공격
활시위 든 계백…반격 나선 유신

“대야성을 우리가 취했다 생각하십니까?”

유신이 가벼이 신음을 내뱉었다.

“여하튼 백제군이 정벌하지 않았습니까?”

“그를 우리의 전적(戰績)으로 생각하신다면 고맙소. 하오나 대야성은 귀 성주의 잘못으로 신라의 신하들에 의해 우리에게 넘겨진 사실을 장군은 모른다 할 수 없소.”

순간 유신의 표정이 어둡게 변해갔다.

“우리의 실책이 있었음을 내 인정하겠소. 그러나 지금 귀국의 침공은 이해할 수 없소.”

“마찬가지요. 우리 역시 귀국의 침공행태를 이해할 수 없는 바요.”

“무슨 소리요?”

유신이 목소리를 높였다.

“귀국은 항상 전면에서 일처리하지 않고 얕은 수를 써서 동족을 해하니 그게 문제요.”

“얕은 수라니!”

“우리 백제에게도 그랬지만 지금 고구려가 한창 이민족인 당나라와 전쟁을 서두는 중에 우리 민족인 고구려를 침범하지 않았소.”

“그야…….”

“더 이상 길게 말하지 않겠소. 어차피 우리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소. 그러나 귀국이 계속 고구려를 침공한다면 우리는 같은 민족으로서 귀국을 좌시하지 않겠소.”

“무슨 의미요?”

“장군에게 말미를 주겠소. 고구려 변경에서 신라군을 철수시키시오. 그러지 않을 경우 우리는 고구려와의 동맹에 따라 귀국을 초토화시키는 데 전력을 쏟겠소.”

성충의 일갈에 유신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유신 곁에서 시종일관 대화를 지켜보던, 유신의 부장 정도로 보이는 병사가 앞으로 나섰다.

“성충아! 아니 버러지만도 못한 놈아. 네가 감히 신라의 김유신 상장군께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게냐!”  

계백이 가만히 그 말을 되새겨보았다.

성충 장군의 이름을 곤충의 성체에 비교하여 희롱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네 이놈!”

계백이 고함과 함께 등에 걸려 있는 활을 뽑아 들어 시위를 당겼다.

활에서 떠난 화살이 바람을 가르며 곧바로 방금 소리친 신라 병사를 향해 날아갔다. 

미처 화살이 날아오리라 생각하지 못하고 맥을 놓고 있던 병사의 입에서 ‘어어’ 소리가 이어졌다.

순간 병사의 목에서 검붉은 피가 흘렀고 유신을 비롯한 신라군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장군, 이만 물러서시지요!”

계백이 성충에게 급히 신라의 공격 사정권에서 물러설 것을 주문하자 성충이 미동도 않고 김유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했다.

“장군!”

“아니야, 좀 더 관망한 연후에 돌아가세.”

성충의 차분한 소리에 계백의 손이 허리에 있는 칼을 잡았다.

여차하면 뽑아들 기세였다.

그를 기회로 아니 신라의 병사가 당한 사실을 확인한 신라 병사들이 급히 활을 조준하기 시작했다.

“그만 두거라!”

비명 소리

막 시위를 당기려던 신라 병사들이 유신의 담담한 표정을 의아하다는 듯 주시했다.

“모두 활을 거두어라!”

“상장군, 저 놈들을 그냥 보내자는 말씀이십니까?”

한 병사가 아닌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소리를 높였다.

“활을 거두라 하지 않았느냐!”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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